별점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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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북
작품등록일 :
2023.01.20 16:14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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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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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우정이라는 감성팔이

DUMMY

“ 나주성이 당선된 공모전 말이야. 그거 실은 카페 동원해서 조회수랑 별점 조작한 거래. ”


내 말에 지연이는 놀란 토끼처럼 눈이 땡그랗게 커졌다.


뭘 이정도 가지고.


그게 네 남친이 실체야. 그러니까 넌 그 새낄 걱정할 게 아니라 비난해야 정상이라고.


그런 새끼들 때문에 글로 승부를 보려는 진짜 작가들이 떨어졌을지도 모르거든.


나랑 너처럼.


“ 그게 진짜야..? ”


“ 어. 이미 회사에서도 확인 끝난 거야. 너도 알잖아 요즘 네티즌들 무서운 거. 그냥 논란만 있었을 뿐인데 증거까지 싹 다 찾아와서 완전 빼박이었어. ”


“ 고작 그런 걸로 확신한다고? 그딴 증거에 공신력이 어디 있다고! ”


“ 지금 우리가 재판 하냐? 공신력 따윈 소송에 가서 찾으시고, 우리처럼 대중들 관심을 먹고 사는 사람들한테는 네티즌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야. 나주성 아이피랑 아이디도 다 뜬 마당에 뭘 더 어떻게 증명해줘야 하는데. 네가 백날 그렇게 떠들어봐. 누가 들어주나. ”


“ 하··· ”


지연이는 현타가 세게 온 듯 한숨을 내쉬었다.


“ 애초에 나주성은 네 소설 첨삭 해줄 능력도 안 됐어. 자기가 글로 당선돼 본 적이 없거든. 이제 답이 좀 됐어? ”


“ 그럼 지금 주성이 악플이 전부 그거 때문이라고? ”


“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지금 퇴출 운동 벌어지고 난리도 아니야. 우리 플랫폼에서 유료 작품 쓰게 된 게 공모전 당선 혜택이었거든. 자격이 사라졌으니까 혜택도 압수 당해야지. ”


“ 근데 다른 작가들도 다 그러는 거 아니야? 자기 작품 홍보한다고 SNS에 올리는 작가들 꽤 본 거 같은데! 그런 걸로 퇴출까지는··· ”


“ 주최자가 엄금한 걸 했으니까 문제지. 입사지원서에 수상내역 잘못 기재해도 합격 무효 처리되는 시대에 하지 말라고 못 박은 규정을 어긴 거잖아. 그리고 자기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걸 누가 뭐라 그래? 나주성은 작가 카페에 글 올려서 서로 찍어주기로 약속하고 단체 행동 한 거라고. 그게 조작이지 뭐야. ”


“ 그래도 그동안 소설 재미있다고 잘만 팔렸잖아! 그렇게 안 했어도 당선됐을 거란 방증 아니야? ”


어째 말을 하다 보니 내가 가장 경멸하는 나주성 팬클럽과 단독 면담을 하는 기분이었다. 이런 개념 밥 말아먹은 것들은 밥맛이라 말 섞기도 짜증났다.


“ 지금 우리가 당한 게 뭔지 알아? 밖에서 상사한테 깨지고 오랜만에 X나 맛있는 거 먹으면서 스트레스 좀 풀어보려고 배달 어플을 열었거든. 근데 뭐가 맛있는지 몰라서 BEST 순위를 봤어. 근데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김치찜이 있네? 후기를 보니까 별점도 겁나 높고 존맛이라는 후기만 천 건이 넘어. 그래서 당장 주문했지. 가격이 다른 집보다 3천원이 비싸도 맛집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일단 시킨 거야. 근데 이게 웬 걸! 막상 까보니까 집에서 내가 끓인 맛이야. 이 새끼가 댓글 알바를 써서 후기를 조작한 거였더라고. 근데. 어쨌든 베스트 순위에 있는 거니까 내 입맛이 잘못된 거니 생각하고 존나 맛있게 처 먹어야겠냐?! 애초에 조작한 새끼가 잘못이지 맛 없는 내 잘못이냐고! ”


“ 그럼 그 집은 손절하고 진짜 맛집 찾아서 먹으면 되잖아! ”


“ 식당이 수백 수천 개가 있는데 어디가 맛집인 줄 알고! 그걸 대신해 주는 게 BEST순위랑 후긴데 그거부터가 뻥카면 그 아래 숨어 있는 맛집을 내가 어떻게 찾냐!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 김치찜 하나에 내가 몇 시간을 버려야겠냐고! ”


“ 그럼 집밥 먹으면 되잖아!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아! ”


“ 너 같은 사람들 때문에 지금 우리 나라 문학계가 이따위로 망해가고 있는 거야. 조작한 새끼를 족쳐도 모자랄 시간에 보기 싫으면 보지 말라는 새끼들이 설쳐서 제대로 된 정신 머리를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 진짜로 꺼진 거라고! 나주성팬들이야 나주성 글 쓰는 거 좋아하지 다른 독자들은 X나 혐오한다고! 너도 댓글 봐서 알 거 아냐. 그 새끼 꼴 보기 싫어서 아이디 탈퇴한다고. 그게 피해라는 거야! ”


“ 그래도 넌 주성이 친구잖아! 이럴 때 일수록 편 들어줘야지! ”


논리에서 밀리니까 감정에 호소하기. 딱 내가 예상한 레퍼토리라 놀랍지도 않았다.


“ 친구 좋아하네. 너도 나주성이 내 욕하고 다닌 거 알지? 내가 묻자. 그 새낀 날 친구로 생각해서 그랬냐? ”


“ 친구끼리 그럴 수도 있지! 주성이가 너 공모전도 도와줬다며! 근데 네가 어떻게 이래?! ”


“ X발 그거 아니니까 그렇지! 너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 지가 당선된 적도 없는 새끼가 날 어떻게 도와주냐고! 결과를 보고도 아직도 몰라?! 나 당선되고 한 번도 1위 아니었던 적 없거든! 애초에 배워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 새끼였다고! 그러니까 너도 정신 차려! 이런 일로 두 번 다신 찾아오지 말고! ”


난 지연이에게 마지막 조언을 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도 나주성한테 단단히 세뇌 당한 거 같은데 말로 어떻게 해볼 수준이 아니었다.


천생연분끼리 잘 먹고 잘 사시고요. 너도 이제 손절이다!


***


난 미인계를 박멸시키는 동시에 오히려 상대의 사상까지 개조시켜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다음 날 최종보스가 직접 등판했다.


저 새끼가 이번엔 또 어떤 뻔뻔한 소리를 하나 한 번 들어보기로 했다.


< 왜. >


< 너 지연이한테 무슨 말 했냐? >


< 별 말 안 했는데? >


< 근데 얘가 공모전 얘길 어떻게 아냐고! >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달아 날아온 진상 커플의 연타에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올라왔다.


이게 2 대 2 커플 나락전인 줄 나만 몰랐지 뭐야. 그래서 난 정정당당하게 혼자 왔는데 너흰 둘이었네?


<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을 걔도 알 수 있지. 네 댓글만 읽어도 다 알겠더만. 고맙게도 누가 일목요연하게 요약 잘 해놨더라. 차라리 그 사람을 대필 작가로 뽑지 그랬냐. 그럼 지금 별점에서 0.1점은 더 올라갔을 텐데. >


< 이 새끼가! 오리발 내밀 생각하지 마! 지연이가 너한테 들었다고 했으니까! >


< 그럼 진작에 얘기하지. 괜히 연기하느라 힘만 뺐네. 지연이가 찾아와서 묻더라. 네 댓글 읽어봤는데 사실이냐고. 이미 다 알고 온 거 같은데 그럼 내가 아니라고 했어야 해? >


< 그랬어야지! 죽어도 나주성은 그럴 사람 아니라고 했어야지! >


얘 진짜 미친 새끼인가..?


< 아니.. 이미 다 밝혀진 일을 내가 어떻게 아니라고 우겨.. 너 기사도 떴잖아..어차피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니까··· >


이제 좀 이해가 되냐, 이 멍청한 새끼야?인간 주제에 감히 손바닥으로 하늘은 못 가린다고.


내가 아무리 신 들렸다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글을 잘 써도 진짜 신은 아닌지라 그거까지는 무리였다.


< 똑같은 상황에서 네 여친이 물었으면 난 끝까지 모른 척 했을 거야. 넌 의리도 모르는 X새끼야! >


허. 이 새끼가 어디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주절거리고 있었다.


< 지랄하네. 내 여친한테 네가 날 키운 거라고 구라쳤겠지. 지연인 내 공모전 당선 시켜준 것도 너로 알고 있던데? 그게 네 의리라면 아주 잘 봤다. >


< ··· >


역시 죄인은 말이 없었다.


내가 원하던 게 이런 거다. 잘못을 했으면 반성하고 자숙하면 되는데 이것들이 자꾸 얼굴에 자꾸 철판을 깔고 나와서 더 열 받게 했다.


잘못한 새끼가 아카데미 한다고 설치고 다니기나 하고 말이야.


신작 낸다고 깝치고 말이야.


그러니까 눈초리 한 번 받고 끝날 일에 돌팔매질을 맞는 거다.


< 너 그거 때문에 아직도 뚱해 있냐, 이 속 좁은 새끼야?! >


< 아니 X발 네 잘못 얘기 중인데 왜 또 내 욕이 나와?! >


이 새끼가 착하게 말을 섞어줬더니 이걸 또 내 탓으로 몰고 가려 했다. 방심하고 있었으면 또 가스라이팅 당해서 ‘내 탓이오’하며 사과할 뻔했다.


신은 무슨 일이든 내 탓으로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난 그 말에 반대했다. X발 이건 절대 내 탓이 아니었다.


난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는데 이게 왜 내 탓이야!


< 그래. 내가 미안하다. 됐냐? 그러니까 이제 제발 그만 하자! 남자끼리 치졸하게 이게 뭐냐! >


그 말은 마치 사과해 줄 테니 그냥 먹고 떨어지라는 거 같았다. 거기다 은근슬쩍 날 치졸한 새끼로 몰고가려던 시도는 그냥 귀여운 애교로 봐주기로 했다.


< 사과는 너나 많이 처 먹고, 먹는 김에 즐도 같이 처 먹어라, 이 X새끼야! 끊는다! >


작은 격전이 있었지만 이런 사사로운 일에 감정 소비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우리의 전쟁터는 현실이 아닌 온라인 세계였다. 미국과 러시아가 제 영토 망가지는 게 싫어서 다른 나라에서 전쟁을 벌이듯 우리도 제 3의 영토에서 죽기 살기로 싸워보자는 의미에서 내가 배려한 거다. 거기선 죽는 사람도, 신체 불구 되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양심의 가책 없이 마음껏 서로를 물어 뜯을 수 있을 거다.


물론 마음의 상처는 남겠지만, 우리 나라 법이 그걸 상해로 인정해 주지 않으니 피해 보상은 없는 걸로. 도장 쾅쾅쾅!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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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밑지는 장사 23.05.15 95 9 10쪽
41 계획하지 않았던 사고 23.05.14 101 11 10쪽
40 가장 보통의 작가 23.05.04 117 15 10쪽
39 예선 가격 23.05.04 99 13 10쪽
38 나 담가 먹으려고? 23.04.27 127 16 9쪽
37 100원의 권력 23.04.26 118 12 10쪽
36 망해도 50억 자산가 23.04.18 152 16 9쪽
» 우정이라는 감성팔이 23.04.17 137 13 10쪽
34 더 많이 가진 자가 지배해 23.04.16 144 12 10쪽
33 시험의 일주일 23.04.15 139 17 11쪽
32 우리 작가님 지켜! 23.04.13 156 17 10쪽
31 너의 이름에 뒤에서도 그는 행복해 했다 23.04.12 158 14 10쪽
30 작가가 스토리 작가를 구한다고? 23.04.11 165 14 9쪽
29 너의 이름은 23.04.06 195 17 9쪽
28 변절자 23.04.05 221 15 10쪽
27 비밀 과외 23.04.04 215 19 10쪽
26 미치도록 가지고 싶어 23.04.01 303 21 10쪽
25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그녀 23.03.31 293 21 10쪽
24 자랑질 23.03.30 277 19 9쪽
23 베스트셀러 작가 되는 법 23.03.29 307 17 9쪽
22 염탐 23.03.28 311 20 9쪽
21 나 영업 안 해! 23.03.27 317 20 10쪽
20 네임벨류 23.03.24 361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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