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겨울을 떠나다

사샤가 아리아드네를 상대하는 동안, 알렌은 악령들을 퇴치하고 있었다.
- 끼아아아아
즐거웠던 무도회는 순식간에 참혹한 대학살의 현장이 되어 버렸다. 비명소리, 맹렬하게 휘몰아치는 보랏빛 불길. 육중한 검이 원을 그리며 휘둘릴 때마다 수 십 마리 악령들의 목이 동시에 날아갔다. 아주 지옥도가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오덴버그의 왕이 감탄하며 말했다.
“어떻게 검으로 악령을 베어낼 수 있는거지? 참으로 놀라운 능력이군."
“응? 이게 원래 안되는 거였습니까?"
알렌이 되묻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저것들은 오직 신성마법으로만 정화가 가능하다네. 하지만 마법의 발동 범위가 좁고, 신성력 소모도 꽤 커서 이렇게 대량을 퇴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물리적인 공격이 먹히는 것은 처음 보는군."
왕의 대답에 알렌이 조금 생각하더니 검을 내밀었다.
“폐하, 여기에 신성력을 실어서 공격해보실래요?"
왕이 검을 받아들고 무게를 가늠해보더니, 지면과 수평이 되도록 한 차례 휘둘렀다. 후웅- 검 끝에서 투명한 파동이 부채꼴로 퍼져 나갔다. 공명음이 양 쪽 귀를 꿰뚫으며 지나가는가 싶더니
- 꺄아아아
순간 언덕 저편으로 도망치던 한 무리의 악령들이 언덕과 함께 반으로 갈라졌다. 조각난 몸통들은 지면에 닿기도 전에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역시 팔라딘! 알렌이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오오, 멋집니다. 저거 한 서른 마리는 되겠는데요?"
“침묵의 관장자로군. 성물의 힘이었던건가···.”
왕이 그제서야 검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신성력을 주입하자 음각된 고대 문자들에 차례로 빛이 들어오더니, 눈이 부실 정도로 맑은 광채를 내뿜었다.
“네. 무형의 힘을 실체화하는 것 같습니다. 마법회로도 베어낼 수 있더군요.”
“대신관이 구석에 대충 쳐박아두길래 그저 제례용 검인 줄로만 알았다네."
그때 알렌의 시야로 오덴버그 성 위로 검은 연기가 일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불이라도 난건가?"
눈을 찌푸리며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장벽 전체에 둘러쳐진 방어마법에 시커먼 연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 그것은 완전히 불투명한 검은 반구체로 변했다. 밤하늘 위로 짙은 아지랑이가 스물스물 피어 올랐다.
이건 흑마법이다.
저 진득하고 농축된 어둠, 흉흉한 기운. 틀림없었다. 젠장, 아직도 뭐가 더 남아 있었던건가?!
알렌의 불안한 시선에 황급히 고개를 돌려 그 광경을 확인한 왕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아, 걱정말게. 히엠스 여신께서 대지에 축복을 내리시려는 모양이야.”
“추, 축복이라고요?"
그의 동공이 의구심으로 파르르 떨렸다. 확실한거야?!
비주얼 상으로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저주였던 이것은 놀랍게도 정말 축복이었던 모양이었다. 곳곳에서 고통에 찬 악령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으니까.
밤하늘보다 더 검고 짙은 어둠이 마치 엎질러진 잉크마냥 대기에 퍼져 나갔다. 어둠에 닿은 악령들은 소리도 없이 집어 삼켜졌다. 여신의 축복은 그녀의 영역에 속하지 않은 모든 것을 지워나가며 오덴버그의 밤을 더 짙은 어둠으로 물들였다.
전투는 끝났다.
오덴버그를 혼란에 빠뜨렸던 백 개의 전복된 죽음은 모두 제자리를 되찾았다. 망자는 죽음으로 돌아가고, 제물로 바쳐졌던 이들은 다시 삶으로 복귀했다.
서쪽의 마녀의 끄나풀이었던 여선생의 자취는 끝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뭐, 마나회로가 아주 박살이 난 마당이니 어차피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지만. 그녀의 마법진은 히엠스 여신이 힘을 되찾으면서 완전히 소멸되었다. 오덴버그에 하얀 밤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알렌과 그 일행들은 며칠 간 더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무리해서 힘을 사용한 사샤가 죽은 듯이 잠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그 모습은···어떻게 좀 안되겠습니까?”
“아, 또 뭐?!”
디오도르의 한숨에 알렌이 버럭 짜증을 냈다.
“우리 사랑스런 예리엘이 저렇게 끔찍하고 험악한··· 하아··· 제발 어떻게 좀 안되겠습니까?”
“양호선생, 인신공격은 좀 자제합시다. 네? 그 험악한 놈한테 두들겨 맞고 싶지 않으면 말야.”
미친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해대는 디오도르 덕분에 알렌은 인내심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디오도르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이걸 계속 듣다가는 어느 순간 이성을 잃고 저 연약한 엘프놈을 흠씬 패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연무장에 나가 신성력 훈련에만 매진했다.
“사제님, 배우는 속도가 빠르시군. 가르치는 보람이 있소.”
7단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엄지를 척 올렸다. 단장의 칭찬은 빈말이 아니었다. 벌써 공격, 치유, 방어를 한꺼번에 운용하는 것에 제법 익숙해졌으니까. 지난 30년간 써왔던 육체로 수련을 하니 기술을 체득하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이것도 이제 곧 끝이네.’
알렌은 어쩐지 조금 서글퍼졌다.
떠나는 날. 빌테비샤로 흐르는 운하에 거대한 상선이 떴다. 마을 사람들과 신성 기사단이 환송을 나왔다. 웅장하게 도열한 기사단의 선두에 당당히 선 남자. 큰 풍채와 동굴같은 저음을 가진 오덴버그의 왕이 씨익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행운을 비네. 마음같아선 함께 참전하고 싶지만, 알다시피 지금 아주 난장판이라서 말이지.”
알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은 막아 냈다지만, 오덴버그가 입은 피해의 규모는 여전히 막심했다. 동쪽 장벽 전체가 무너져내렸고, 마을 곳곳이 불에 탔다. 마물들 중 일부가 광산으로 도망치면서 토벌대가 꾸려졌다. 병원은 부상자들로 넘쳐났고, 전복된 죽음으로 인해 이별을 두 번이나 겪게 된 유족들은 깊은 상심에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덴버그는 다시 한 번 살아남았다. 왕은 엄숙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오덴버그는 그대들의 도움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네.”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인걸요, 뭐."
알렌이 눈을 찡긋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일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쨌든 성물을 하나 더 모았고, 사샤는 블루 드래곤의 심장까지 손에 넣었으니까. 왕은 마지막으로 그들을 기억에 되새기려는 듯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마주치며 악수를 했다.
“그러고보니 그대에겐 줄 것이 하나 있었지.”
왕의 시선이 문득 사샤에게서 멈추었다. 졸린 듯 천천히 감기던 사샤의 눈꺼풀이 힘겹게 다시 말려 올라갔다.
이게 바로 그 드래곤.
이렇게 마주보고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왕은 시종으로부터 작은 상자를 넘겨받아 그에게 건넸다.
“대신관이 이걸 전해달라고 하더군.”
“······?”
사샤가 상자를 받아들고 그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네.”
“대신관님은 많이 바쁘신 모양이네요?”
알렌이 질문에 왕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많이 아픈 모양이야. 이불을 꽁꽁 싸맨 채로 벌벌 떨고 있다더군. 이상한 일이지. 한 번도 아파본 적 없던 양반이···.”
배가 출항했다. 갑판에 서서 멀어져가는 오덴버그 성을 쳐다보던 사샤가 상자를 열었다. 철컥- 뚜껑이 열리자마자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오색 찬란한 광채. 상자는 온갖 보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뚜껑 안쪽에는 까만 오닉스로 조각된 드래곤과 동백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와, 이거 엄청 비싼거 아니예요? 이런 걸 아저씨한테만 줬다고?!”
알렌이 부러워 죽겠다는 듯이 소리쳤다. 수 천 갈래로 쪼개져 반사되는 사방으로 빛, 집요할 정도로 세밀하고 정교한 세공. 사샤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드베르크의 작품이로군.”
“그게 뭔데요?”
“대신관. 죽은 드래곤이 통째로 납치했던 드워프 일족의 생존자였다.”
“엥? 드워프요??”
갑자기 왠 드워프? 그건 짜리몽땅하고 수염이 덮수룩한 종족이 아니었나? 대신관이 정복으로 온 몸을 가리고 있긴 했지만, 일단 실루엣 자체가 달라도 너무 달랐는데?
“아··· 잠깐. 혹시?”
알렌이 문득 그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히엠스 여신이 모습을 바꾸어준건가.
“그래, 여신의 가호를 받고 있더군. 신관들 사이에도 몇 마리 섞여 있었다. 어쩐지 신전 입구부터 드워프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니.”
그렇다면 대신관이 병을 핑계로 나오지 않은 것 또한 이해가 되었다. 드워프는 드래곤을 극도로 두려워했으니까.
“여신이 모습을 바꾸어주었다면, 얼굴은 왜 가리고 있었던 걸까요?"
“동공을 마법으로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겠지. 드베르크 일족의 동공은 독특한 형태를 띈다.”
일명 십자안.
드베르크 족이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섬세한 세공품들을 만들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사샤는 이 십자 형태의 동공이 마치 정교한 측정기와도 같아서, 단 0.1mm조차도 오차 없이 가늠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히엠스 여신과는 협력관계인 것 같더구나. 여신의 보호를 받는 댓가로 신전을 관리하면서 오덴버그에 기술을 전파했던 모양이지."
사샤는 멀어져가는 오덴버그 성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상자들이 허공을 가로질러 성채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것도 명백히 드워프의 기술이겠지.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어렸다.
'드베르크가 살아있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예술은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향유될 때 비로소 가치가 더해지는 법이니까.
상선은 잔잔한 파도를 가르며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벌써 북부를 벗어났다. 칼날처럼 매서웠던 바람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풍경은 황량한 흰색에서 조금 거친 갈색으로, 이제는 점차 초록색으로 변해갔다. 계절을 거슬러오르며 항해하는 느낌이랄까.
그때 알렌의 등 뒤에서 물의 정령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새파랗게 질린 그녀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 아아··· 주인님··· 추워··· 아직도 너무 추워요. 하아···
리리오페의 입에서 뽀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오덴버그의 추운 날씨에 그대로 얼음동상이 되어버린 이후로 질색을 하며 나오지 않고 있었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던 그녀의 시선이 알렌과 딱 마주쳤다.
- 어?
“리리오페, 오랜만이네? 진짜 추위에 약하구나, 너.”
알렌이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리리오페가 그의 원래 모습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혼란스런 표정으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 누구···세요? 우···우리 주인님은 어디에···
슬쩍 크리스티안의 등 뒤로 숨는 것을 보니, 낯을 가리는 모양이었다. 알렌이 뭐라 말하려는 순간 그의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듯 작아지더니 예리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안돼!”
절규하고 있는 그에게 물의 정령이 대형견처럼 달려들었다. 그 바람에 알렌의 작고 여린 몸은 종잇장처럼 뒤로 나자빠졌다.
- 주인님! 아아··· 돌아오셨군요! 보고 싶었어요···
리리오페가 알렌을 껴안고 그의 뺨에 자신의 얼굴을 마구 부벼댔다. 하아··· 벌써부터 오덴버그가 그리워지는구나. 그를 제외한 모두가 예리엘의 귀환을 반겼다. 알렌은 어쩐지 또 서글퍼졌다.
날이 천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하나 둘 별이 떠올랐다.
“빌테비샤가 가까워지고 있나봐."
갑판에 서 있던 크리스티안이 하늘을 가르켰다. 밤하늘이 짙은 초록색으로 일렁거리고 있었다. 도박과 사기의 신 델루시오의 영역에 들어온 것이다. 찰랑이는 물결에 배가 춤추듯 이리저리 흔들렸다.
운하가 끝나고 마침내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였다. 상선은 빌테비샤의 항구로 들어섰다. 고기잡이 배 몇 척이 밤 낚시를 하는 모양인지 등불을 단 채 물에 떠 있었다.
해안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작은 상점들이 보였다. 난생 처음보는 독특한 건축양식. 집 전체는 나무로 지어졌고, 그 위에 검고 무거운 도자기를 겹쳐 올린 형태로 지붕이 얹어져있었다. 부두에는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상선이 부두에 닿자마자 핼쑥했던 알렌의 얼굴이 환해졌다.
'드디어 평평한 땅이다!'
그는 예리엘의 몸으로 돌아가자마자 지독한 뱃멀미에 시달렸다. 알렌은 제일 먼저 허겁지겁 부두로 뛰어 내렸다. 앞도 보지않고 달리던 그의 이마가 낯선 이의 명치에 메다 꽃혔다.
“어이쿠, 어린 아가씨가 조심하셔야죠.”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노신사는 마치 손녀를 보는 듯 인자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뒤따라 나오던 크리스티안이 알렌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대신 사과했다.
“실례했습니다.”
“괜찮습니다. 들뜬마음 이해해요. 빌테비샤는 처음인 모양이지요?”
노신사의 물음에 크리스티안이 화사한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것에 당할만큼 어리숙하진 않으니까요. 이만 돌려주시죠."
“네? 그게 무슨 소리신지···.”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크리스티안이 그의 왼쪽 바지 주머니를 가르켰다.
“방금 당신이 슬쩍한 지갑말입니다. “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오?! 왜 난데없이 애먼 사람을 도둑취급하는 거지?"
알렌이 황급히 자기 가방을 더듬었다. 없다, 내지갑. 내 지갑! 그의 검이 번개같이 뽑혀 나갔다.
“영감탱이, 미친건가? 감히 내 돈을 탐내?!”
노신사의 목에 차가운 검날이 닿았다. 알렌이 당장이라도 목을 그어버릴 듯 서슬 퍼런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움직이면 죽는다. 이건 실력자야. 그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했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지, 진정하시게, 꼬마 아가씨. 내 돌려줄 터이니.”
그가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지갑을 꺼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알렌의 검은 여전히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노신사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한 번 더 간청했다.
“아니, 이제 그만 검을 거두어 주게. 도, 돌려주지 않았나···.”
“지금 장난하냐? 내 정신적 손해는 어떻게 보상할껀데? 지금 나 충격받아서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인 거 안보여? 가진 거 다 내놔, 새끼야!”
안타깝게도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건드려서는 안될 것을 건드려 버린 것이다. 알렌은 험악한 표정으로 노신사가 자신의 주머니와 가방을 탈탈 터는 것을 지켜보았다.
순간 그의 자켓 안주머니에서 날카로운 단도 하나가 툭 떨어졌다. 실패하면 찌르고 달아날 작정이었던 모양이다.
그걸 보고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알렌이 그를 무자비하게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기사 단장님께서는 노신사가 꺼내 놓았던 현금과 귀금속들을 알뜰살뜰 챙겨 줍고, 양호선생은 떨어진 피가 더럽다는 듯 까치발로 피해 걸어나갔다.
폭력과 폭력에 동조하는 권력,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을 동시에 보여주는 행태랄까. 사샤가 감흥없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그래··· 이런 게 바로 진정한 빌테비샤지.”
부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숨어있던 두 남자가 그 광경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저거, 맞는 것 같지? 댄싱문 엘프.”
“은발인 건 확실하다. 근데 댄싱문 엘프들은 원래 온순한거 아니었나? 왜 저렇게 화가 났지?”
순간 댄싱문 엘프의 주먹에 노신사의 강냉이가 후두둑 털려 날아갔다. 달빛에 보랏빛 눈동자가 광기로 번득이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몸을 숨겼다.
“후우··· 저런 건 처음 보는데? 살벌하군.”
“말도 말게. 저게 글렌힐 지부를 박살낸 원흉이라는 소문도 있으니까.”
다른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둘 만으로는 안될 것 같으니, 일단 다른 형제들에게도 알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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