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댄싱문··· 엘프?”
의사 양반이 얼굴을 가렸던 양손을 천천히 내렸다. 짙은 보랏빛 눈동자에 부드러운 은발. 그리고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 사기꾼같던 첫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청초한 외모의 꽃미남이었다.
“하아··· 들켜버렸군요.”
그가 체념한 듯 갸냘픈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런 동족의 등장에 알렌이 입을 쩍 벌렸다. 살아남은 개체가 있었다고?! 심지어 디오도르조차도 신기하다는 듯 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성인이 된 댄싱문 엘프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 놀랐습니다. 이렇게 보니까 두 분, 정말 아버지와 딸이라고 해도 의심할 여지가 없겠군요."
문득 두 엘프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마치 거울을 쳐다보는 것 같다. 난데없이 가족상봉을 당한 느낌이랄까. 낯선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짙은 아버지의 향기. 생각해보니 성도 예리엘과 같은 클레이도프일테고···. 아무튼 그런 상황은 아니지만 어쩐지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알렌이 먼저 말을 건넸다.
“그건 그렇고. 거, 동족에 대한 평가가 너무 가혹한 거 아닙니까? 지능도 분별력도 없는데다가 불나방보다 못한 인생이라니. 거기에 처참한 죽음까지 예고해주시고, 여러모로 유익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죄송합니다. 문득 그 나이 때의 제 모습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무례를 범했군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셨던 모양이지요?"
"그땐 참 어리석었지요. 행복, 신뢰, 무분별한 낙관론··· 이런 마약과도 같은 것들에 찌들어 제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까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서야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목숨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렇게 말하는 의사 양반의 얼굴이 매우 피곤해보인다. 순결하고 천진난만한 댄싱문 엘프는 어디에도 없었다. 고된 세상살이에 찌들어버린 염세적인 아저씨만 남아있을 뿐.
“그래도 지금까지는 생존에 성공하셨군요."
“아내 덕분에 그럭저럭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요."
“엇? 결혼을 하셨다고요?!"
알렌이 화들짝 놀랐다. 이게 이렇게 놀라울 일이었던가? 댄싱문 엘프가 가정을 꾸렸다고 하니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다.
때마침 진료실의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여보, 손님이 오셨다면서요?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게···.”
그의 아내가 진료실 안의 풍경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진료실 한복판에 엉거주춤 서 있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쏙 빼 닮은 낯선 소녀.
알렌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의사 양반에게 물었다.
“아빠, 저 사람은 누구예요?"
그가 화들짝 놀라 알렌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경악하는 그에게 아내가 혼란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피니어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 좀 해 줄래요?"
그가 당황한 나머지 손과 머리가 떨어져나갈 듯이 동시에 저었다.
“아, 아니야, 여보!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절대 아니라고!"
"그럼,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건데요?"
의구심으로 가득 찬 아내의 얼굴과 말 한 마디 없이 생글생글 웃고만 있는 알렌.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건데?! 그 둘을 번갈아 쳐다보던 의사 양반은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모양인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후훗, 너무 우습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조금 장난쳐본건데, 그대로 까무러치실 줄이야.”
의사 양반과 그 아내, 알렌 일행이 다 같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과 달리 쾌활하고 명랑한 성격인 것 같았다. 그녀가 닭요리가 담긴 큰 냄비를 식탁에 내려 놓으며 말했다.
“댄싱문 엘프의 특징은 자식들에게 유전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저흰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는데 둘 다 저와 같은 갈색 머리카락에 초록 눈동자거든요."
"다행이지. 이런 걸 물려 받았다간 정말 큰일난다고."
"그래도 얼굴은 제 아빠를 닮아서 둘 다 빼어나지만 말이예요."
아내가 생글생글 웃으며 의사 양반의 목에 팔을 둘렀다. 부부 사이가 참 좋아보였다.
“그런데 두 분은 대체 어떻게 만나신건가요?”
크리스티안이 질문을 꺼내자마자 알렌과 디오도르가 흠칫했다. 사실 그들도 그 부분이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 경매장에서 만난건 아니겠지···.'
엘프와 인간커플은 결코 흔한 조합이 아니다. 심지어 댄싱문 엘프라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의 아내에게서는 확실히 부유한 집 마나님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주인과 노예로 시작된 관계가 신분을 초월한 사랑으로 발전한 것인가.
온갖 의사 양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경매장에서···”
역시···?! 그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팔려가 죽을 뻔 했던 저를 제 아내가 구출해줬습니다.”
“엥? 구출이요?"
“네. 벌써 이십 년 전의 이야기군요.”
16살이 되는 해, 의사 양반은 치유사제가 되어 파견을 떠나게 되었다. 글렌힐 변방의 작은 나라들에서 한창 전염병이 돌고 있을 때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처참하게 죽어나갔다.
그의 강력한 신성력은 말 그대로 한줄기 혁명이었다. 강력한 정화의 빛이 질병을 후드려 패듯 궤멸시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의 손짓 한 번에 죽어가던 환자가 되살아 났으며, 발걸음 닿는 곳마다 절대 청적구역이 형성되었다. 기세등등하게 창궐하던 전염병은 불과 며칠만에 댄싱문 엘프 한 명의 손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게 문제가 되었던거죠. 댄싱문 엘프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으니까."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의사 양반은 신전으로 돌아가는 도중 얼굴없는 형제단에 납치되어 경매장으로 끌려갔다. 납치 당시의 상황과 경매장에 대한 묘사. 설명을 듣던 알렌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때도 같은 놈 짓이었군.'
경매장이 생각보다 꽤 오랜기간 동안 운영되어 왔던 모양이었다. 그 동안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팔려 나갔었던 걸까. 알렌이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애써 누르며 이를 악물었다. 그 새끼들을 훨씬 더 고통스럽게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의사 양반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때 저를 낙찰받은 사람은 온통 검은 천을 뒤집어 쓴 깡마른 노파였습니다. 대리인인 것 같았는데, 주인이 특이한 안구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고 하더군요. 산 채로 안구를 뽑고 살점을 도려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네?!"
"댄싱문 엘프의 고기가 불로장생약처럼 취급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지요. 후우··· 최대한 오래 살려두어 고기를 계속 채집할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너무 끔찍한 설명에 순간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순간 머리속이 새까매졌습니다. 극심한 공포심에 온통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요."
그들은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욕망이라는게 이토록 역겹고도 잔인해 질 수 있는 것이었나. 이건 애초에 윤리적인 차원에서 옮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짐승에게조차 적용되어서는 안되는 악랄한 발상이었기 떄문이다.
"그때 가까스로 생각해냈던 것이 중력마법이었습니다. 주문을 외웠을 땐 정말 필사적이었어요.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순간 노파의 온 몸이 터져 버리더군요. 피와 살점을 뒤집어 쓴 채로 정신없이 도망쳤지요."
"신성력 폭주는 없었습니까?"
"다행히 폭주 직전에 멈추었던 것 같습니다. 눈과 코에서 피를 줄줄 쏟아내고 있긴 했지만요."
의사 양반이 글렌힐로 도망쳐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그곳은 이미 형제단에 의해 완전히 장악된 상태였다. 이곳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 잡히고 만다. 그는 항구에 정박된 배 한 척에 몰래 숨어들었다.
“신전으로 돌아갈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숲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형제단뿐만 아니라 소문을 듣고 몰려온 약탈자들까지 도처에 깔려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엘프 기사단마저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마침 그가 숨어든 배는 빌테비샤에서 손꼽힐 정도로 큰 로젠 상단 소유의 배였다.
“아무도 찾지 않을 곳에 잘 숨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누군가 문을 벌컥 열더니 제 쪽으로 다가오더군요. 이제 마지막이구나 싶었습니다. 그게 처음으로 아내를 만났던 순간이었지요."
그의 아내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사실 피니어스의 첫 인상은 최악이었어요. 창고 구석에서 새하얀게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데, 처음에는 귀신인 줄 알고 놀라 도망칠 뻔 했지 뭐예요."
“그래? 난 당신이 천사같다고 생각했는데.”
의사 양반이 무심하게 내뱉은 한마디에 순간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어머어머, 이 사람이! 손님들 계신 자리에서 주책맞게 왜 이래."
그녀가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의사 양반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렸다. 이 갑작스런 핑크빛 기류는 뭐지. 나머지 사람들은 갑작스런 커플 공격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두 분 금슬이 참 좋으시군요.”
그녀가 조금 민망한 표정으로 엣헴, 헛기침을 하더니 이어서 설명했다.
“저는 그때 상단주인 아버지와 함께 글렌힐의 거래처들을 방문하는 여행 중이었답니다. 배의 창고에는 값비싼 거래품들을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도둑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근데 이 도둑놈이 몇 번이나 나가라고 협박했는데도, 말 없이 훌쩍훌쩍 울고만 있더군요."
“무섭진 않으셨어요?"
“그렇긴 했지만, 뭔가 위협적인 구석이 없었달까요? 눈물을 질질 흘리는 꼬라지부터 차라리 만만해보이면 만만해보였지, 도무지 무섭지가 않았어요. 일단 치료를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아버지께 데려갔지요."
부부가 쌍으로 댄싱문 엘프에 대한 평가에 아주 가차없었다.
다행히 상단주는 선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딱한 사정을 들은 그는 댄싱문 엘프가 안전하게 빌테비샤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몸이 회복될때까지 상단주의 저택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의사 양반이 홀짝 차를 마시며 말했다.
“중력마법을 쓴 이후로 신성력 운용이 힘들어졌습니다. 마나회로 어딘가가 심하게 망가져 버린 모양이지요. 언제까지 신세를 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의학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치유사제였던 가닥이 있어 의학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던 모양이었다. 로젠 가의 주치의가 의학 아카데미 진학을 권고할 정도였다고 하니까.
"가고 싶었습니다. 노틸루카 신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신성력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테니까요. 문제는 이거였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눈과 머리카락을 가르켰다.
"이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댄싱문 엘프가 여기에 있다며 광고를 해대는 꼴 아닙니까."
의사 양반은 자신의 외모가 저주스럽게 느껴졌다. 내게 평범한 삶은 영원히 없겠구나. 밤마다 추격자들이 자신을 찾아오는 악몽을 꿨다. 그는 나날이 수척해져갔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했다. 이렇게 마음을 졸이며 살 바에는 차라리 빨리 죽어버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가출했다.
"사실 그땐 벌써 마음을 굳힌 직후였습니다. 그곳에서 죽는 것은 민폐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다고 잡혀서 끔찍한 일을 당하는 것도 싫으니, 한적한 곳에서 혼자 조용히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싱긋 웃었다.
"물론 반나절도 안되서 다시 잡혀왔지만요. 로젠 상단 장녀의 정보력을 우습게 본 결과랄까요? 후후."
"···무서웠습니다. 그 조그만 소녀가 어찌나 매섭게 야단을 치던지. 그러다가 엉엉 울더군요. 제발 절 도울 수 있게 해달라고,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안되겠냐고요. 그 순간, 어쩐지 죽음에서 삶으로 돌아온 기분이었습니다."
살고 싶다.
피니어스는 결국 아카데미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아내가 가발을 구해다주었고, 상단주에게는 긴 귀를 감출 수 있는 마도구를 선물받았다. 외출 시에는 항상 색이 들어간 안경을 쓰고 다녔다.
그는 도서관의 지박령이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아주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에게 공부는 생존을 향한 투쟁이었다. 교수들조차도 그의 진득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 결과, 보통 6년이 걸리는 과정을 불과 4년 만에 이수하는 업적을 달성하며 당당히 졸업하게 된다.
“아직까지도 아카데미에서 제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졸업하자마자 개업해서 지금은 이십 년 넘게 의사로 살아가고 있지요."
“잠깐, 이십 년이라면···.”
케이크를 퍼먹던 알렌의 눈이 동그레졌다. 기껏해야 스무 살 초반으로 보였던 이 미청년이 벌써 사십이 넘었다고? 피니어스가 뭘 새삼스럽게 놀라고 그러냐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시잖습니까. 엘프는 뭐··· 다 그렇지요.”
“남편이 네 살 오빠예요. 이래뵈도 사십 대 중반이지요."
잊고 있었다. 엘프는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노화가 멈췄던가. 디오도르가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제자가 댄싱문 엘프라 항상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이렇게 단란한 가정을 꾸린 분도 있다니, 조금 마음의 위안이 되는군요.”
“이해합니다. 제 경우에는 운이 좋았지요. 말씀드렸다시피···.”
그가 알렌을 바라보며 말했다.
“항상 경계하고 의심하세요. 의심! 경계! 오늘처럼 이렇게 낯선 사람을 따라온 것, 이거 정말 바보같은 짓입니다.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마세요.”
“아니, 언제는 따라오라면서요?”
“단호하게 거절하셨어야죠. 안돼요! 싫어요!”
알렌이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거 진짜 쫑알쫑알 잔소리가 많은 타입이구나. 이런 염세적인 인간이 처음에는 예리엘처럼 순진하고 낙천적이었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순간 응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젊은 남녀 한 쌍이 요란스럽게 뛰어들어왔다.
“엄마! 버나드 상단 놈들이 차 값에 폭리를··· 엇?!”
그들은 알렌 일행을 보자마자 멈칫했다. 의사 양반 내외의 자식들인 모양이었다. 아내와 꼭 닮은 갈색 머리에 호기심 가득한 초록 눈동자. 아이가 둘 있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장성한 청년들이었을 줄이야.
‘그나저나 그럼 이 둘은 도대체 몇 살에 결혼한거야?’
“···자세한 건 그냥 프라이버시로 남겨둡시다."
의사 양반은 의구심으로 가득 찬 알렌의 시선을 애써 회피했다. 아내가 싱긋 웃으며 서로를 소개했다.
“저희 집 꼬마들이예요. 얘들아, 어서 인사하렴. 이쪽은 너희들의 배다른 이복동생이란다.”
“아델!”
의사 양반이 뒷목을 잡았다. 겨우 살아남은 댄싱문 일족의 생존자는 어쩐지 스트레스성 고혈압으로 사망할 것 같았다.
빌테비샤 유리의 거리. 이름모를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연못 한 가운데 정자가 하나 있었고, 그 안에서 두 사람이 초록차를 마시고 있었다. 한 명은 아름다운 여인, 다른 한 명은 신분이 높아 보이는 남자였다. 여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댄싱문 엘프가 일곱지붕의 여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오덴버그에서 투자한 영업장이라,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은 건드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형제단에서도 노리고 있다고 했던가?”
“네, 척살령입니다.”
그는 조금 생각에 잠긴 듯 잔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시체는 필요없다. 산 채로 뽑아내야 하니까. 형제단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서둘러야겠군.”
“네, 저희 쪽에서도 만반의 준비중입니다.”
남자가 손가락 끝으로 잔을 톡톡 두드렸다. 차 표면에 비친 그의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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