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지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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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나무
작품등록일 :
2023.01.30 16:25
최근연재일 :
2023.06.1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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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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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자유로운 영혼 갠지스

DUMMY

이슈타르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녀를 돌려보냈다. 같이 자유비행을 못 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상황이 따르지 못함이니 어쩌는 수 없었다.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그녀의 마음은 복잡해 보였다. 어떻게 보면 종족에게서 버림을 받은 것이다. 같은 파벌이라 여겼던 엔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으니 그 분한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나를 아버지처럼 여긴다는데 그녀에게서 정보를 빼내려는 계획은 보류하였다. 나를 믿는 자에게 칼을 들이댈 만큼 내 마음이 모질지는 않았다. 괜히 그녀에게 최상의 생체바디를 준 건 아닌가 모르겠다. 복수심과 발달된 육체라면 그녀에게 거리낄 것이 적어질 것이다. 그녀의 지위가 낮은 것도 아니니 앞으로 아눈나키족 내부에 새로운 분열의 싹이 트일 것이다.


이슈타르를 떠나보낸 후에 진에게 갠지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진의 보고에 따르면 갠지스는 예술가에 가까운 학자였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와 진리탐구를 하는 학자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지만, 이런 타입은 대개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하면 다른 것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어 가능할 것도 같았다. 우리 종족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할까?


그리고 그녀의 일행들도 대부분 비슷한 성향으로 나와 있었다. 내가 본 엔릴은 행정가 타입이었는데, 이들이 갈라진 이유가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행동양식의 차이로 보였다. 한마디로 노는 물이 달랐다. 갠지스 일행과 약속을 잡고 그녀를 만나러 갔다. 엔릴 일행과 처음 만났을 때 입었던 어류 형태의 바디를 입었는데, 엔릴과 갠지스를 평등하게 대접하고 싶었고, 그녀와 만나는 장소가 갠지스 강위의 배인 것도 참고하였다. 절대로 이난나와 만났을 때처럼 당혹스런 상황을 피하려는 건 아니다.


“말로만 들었던 위대한 아다파 아후라 마즈다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름다운 강에서 첫 만남을 가지게 되어 기쁩니다. 아다파 아후라 마즈다입니다.”


갠지스는 하얀 얼굴색을 하고 있는 여인으로 깨끗한 하얀 의상에 하얀 왕관을 머리에 쓰고 나타났다. 그녀의 한손엔 현악기인 류트를 들고 있었는데 이런 회담 자리에 악기를 들고 나오다니 의외였다. 진이 분석한 예술가 타입이라는 게 맞아 보인다.


“강바람이 시원하니 마음까지 씻어주는 듯 하군요. 오늘 상쾌한 만남이 될 거라 기대하고 싶습니다.”

“저도 그랬으면 해요. 오늘 만난 것을 기념으로 제가 노래 하나 할게요.”

“아름다우신 분이 하는 노래라면 언제라도 들을 용의가 있습니다.”


뭐야? 이 여자 미친 거 아냐? 오늘 미팅은 그녀와 엔릴과 비라코차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인데, 다짜고짜 음악이라니? 아무리 예술가 타입이라지만 그녀도 나와의 첫 만남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할 텐데 이런 모습이라니 의아스럽다. 그래도 손님의 예의로서 주인의 접대를 즐기기로 했다. 그녀의 노래가 끝나고 나서 나는 감탄스럽다는 듯이 그녀를 추켜세웠다.


“강바람에 노래가 실리니 제 몸이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역시 위대한 아후라 마즈다께선 예술을 아시리라 믿었어요. 저 고지식한 엔릴은 이해를 못 한다니까요. 그렇죠?”

“아, 물론입니다.”


엔릴과 갠지스는 정치적 노선이 달라 따로 행동하는 게 아닌 게 확실하다. 오늘 어류의 생체바디를 입고 온 결정에 새삼 안도를 느낀다.


“저도 그러리라 믿었어요. 위대한 아후라 마즈다님, 아!! 자꾸 위대한 아후라 마즈다님이라고 부르니까 어색해요. 줄여서 브라후마. 어감도 좋네요 브라후마. 어때요? 브라후마 좋죠?”

“아, 하...하 좋군요.”


그 뒤로 무려 7일간이나 갠지스가 벌인 연회를 즐겨야 했다. 갠지스 일행은 광산 개발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들은 연구를 진행하는 학자들이나 예술을 추구하는 자들이었다. 진에게도 조사를 시켰지만 이들 일행이 관리하고 있는 광산은 없었다. 아마 이런 성향의 차이로 엔릴과 갈라진 듯싶다. 아트로 돌아오기 전에 갠지스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노래를 부르고 시를 음미하면서 진리를 추구하기도 바쁜데,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이 말을 듣고 새삼 깨달은 건 요새 나의 취미 생활을 등한시 한 것 같다. 이슈타르도 이제 마음의 안정을 취했을 거라 여기고 진에게 그녀와의 통신을 요청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슈타르가 아다파들과 같이 생활한다고?”

“바람이 들었나 봐요. 엔릴 일행과 따로 떨어져서 주점을 경영하고 있더라구요.”

“주점?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고 그런 거야?“

“뻔한 거 아니겠어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일종의 도피행위죠.”

“그런데 아다파들은 지금 대부분 동굴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아?”

“대부분의 아다파들은 야생 생활을 하지만, 아눈나키족과 같이 있던 아다파 중에 일부가 원시적인 도시문명을 이루고 있어요.”


문명이 골고루 발전할 수는 없겠지만 그 격차가 심하다. 한쪽에서는 돌을 깨서 만든 도구를 사용하고, 한쪽에서는 술을 마실 정도로 문명을 즐긴다면 격차가 너무 심한 것이다.


“진, 아다파 중에 잘 생긴 놈으로 생체바디를 하나 만들어 줘.”


예전에 잡아와서 여러 생체실험을 한 덕에 아다파들의 유전정보 기록은 잘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그 중에 우수한 유전자들만 골라서 이슈타르와 만나봐야겠다.


“잘 생긴 놈요? 이런 주문은 처음인데요? 원래 각 종족의 최상의 생체바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건?”

“흠흠, 그 뭐냐? 이슈타르 근처에 있는 아다파들은 조사했어?”

“이슈타르가 목적이시군요? 그녀의 취향에 맞는 타입으로 준비할게요.”

“그건 아니고, 진! 진!”


진에게서 응답이 없었다. 멋대로 통신을 끊은 것이다. 내가 인공지능에게 휘둘리고 있는 건가? 이슈타르의 주점에 왔다. 주점 이름이 ‘뜨거운밤’이다. 사막의 밤은 차가웠지만 이 주점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고 있었고 많은 아다파들이 있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손님?”

“술과 안주는 어떤 게 있죠?”

“어머, 처음이신가 봐요? 술은 대추야자술, 안주는 보리과자 두 가지 뿐이랍니다.”

“그럼 그걸로 주면 되지, 왜 물어 보는 거죠?”

“손님께서 잘 생겨서 특별히 말해주죠. 술은 대추야자술 뿐이지만 잔의 크기에 따라 작은 거, 큰 거 두 가지로 나뉘고, 안주는 기본으로 한 접시씩 나가고요.”

“알았어요. 작은 대추야자 술 부탁할게요.”

“감사합니다. 손님”


혼자 와서 구석진 자리에 앉아 주점을 둘러보며 아다파들을 살펴보니, 아다파들도 슬쩍슬쩍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봐도 아무리 구석진 자리에 앉아 있지만, 그들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아다파들에 비해 월등히 체격이 큰 장신이기 때문이다. 일반 아다파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큰 훤칠한 키가 저들의 눈엔 아니꼬울 수 있겠지만 강인한 것 같으면서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 시선을 피하려야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주문하신 술 가져왔습니다. 손님”


이슈타르가 직접 술과 안주를 가져오더니 맞은편에 앉았다. 의외였다. 내가 뭐 특별하다고 직접 온 건지.


“소문에 이 집 마담이 미인이라고 해서 왔는데 정말 미인이군요.”

“연기가 어색하시네요. 아후라님. 개점한지 며칠 안 되었거든요.”

“그렇게 티가 나나요?”

“당연하죠. 이 근처의 아다무들은 제가 알만큼 아는데, 소문이 흘러갈 만큼의 거리 내엔 아후라님 같은 분은 없거든요. 그리고 그 외모, 이 행성 내에 그 정도 체격을 가진 아다무가 있을까요?”


속일 의도는 없었지만 이렇게 빨리 들통 날 줄도 몰랐다. 그래서 이슈타르가 직접 내 자리에 온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속아주는 척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약간은 억울하네요. 지금은 아후라가 아닌 아다파로 대해 주세요.”

“아후라님이 그러시다면야 그렇게 하죠. 그런데 여기선 아다파가 아닌 아다무랍니다. 우르의 아다무들은 아다파를 야생인이라고 해요. 아다무는 문명인이라고 스스로 구별을 해서 부르고 있어요.”

“좋은 정보군요. 오자마자 촌놈 소리를 들을 뻔 했군요. 개점한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장사가 아주 잘 되나 봐요?”

“일단 일선에서 물러나서 머리를 식히려고 연 거예요.”

“그래도 주점이라니 의외였어요, 아다무들의 공격성이 아직 낮은 것은 아닌데.”

“파리가 달려든다고 다치겠어요? 조금 귀찮을 뿐이죠.”


이슈타르의 그 말이 무섭게 주점 안의 한 사내가 소리쳤다.


“이 봐 거기, 허여멀건 한 놈!! 혼자 왔으면 조용히 술이나 마실 거지 왜 마담이랑 같이 있어?”


역시나 술집엔 이런 녀석은 반드시 존재하는가보다. 이슈타르 앞이니 내가 처리해야겠지. 이런 생각으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이슈타르가 그 사내를 쏘아 보면서 한마디 한다.


“밤일도 제대로 못 할 녀석이 어디서 큰 소리야? 술 먹기 싫으면 꺼져!”

“어... 그게 아니고 술 먹으면 되잖아? 술 먹는다고.”


오호, 놀라웠다. 이슈타르의 한 마디에 그 사내가 그냥 자리에 앉아버렸다. 이 여자가 강한건가?


“대단하군요. 말 한 마디에.”

“원래 남자들은 미인의 말에 꼼작 못 한답니다.”


이슈타르가 미인이긴 하지.


“함장님. 최근 이 주점에서 소동을 일으킨 아다무들을 이슈타르가 무력으로 진압을 했기에 발생한 현상으로 보입니다.”


이슈타르의 말에 수긍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진이 이야기를 했다.

‘너, 인공지능 아냐? 지금 질투하는 거야?’

성별의 개념이 없는 인공지능이 질투를 할리는 없다. 잠깐? 아다파 동산에 들어갔을 때부터 진이 여성체의 모습이었지? 인공지능이 스스로 성격을 집어넣었나?


“그렇죠. 남자들은 미인의 말에 꼼짝 못 하죠.”

“아후라님도 남자죠?”


‘컥!’ 대추야자술을 마시다가 사래가 들렸다.


“호호. 농담이에요. 농담”

“지금은 남자 모습이죠?. 우리 종족이 성의 개념이 희박하긴 하죠. 남성도 되었다가 여성도 되니까요.”

“지금의 모습도 어울려 보여요. 전 한동안 이 주점을 운영할 생각인데, 아후라님도 아다무들과 잠시 동안 같이 어울려 보면 어떨까요?”


술 마신 아름다운 여성이 하는 부탁이다. 거기다가 나를 아버지처럼 여긴다는 아이의 부탁이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기도 하고.


“그럼 절 종업원으로 취직시켜 줄 건가요? 마담!”

“종업원이라니요? 그건 여.자.만 하는 거랍니다. 물을 길어오고 잡일을 하는 일.꾼.을 해야죠.”


내 농담에 이슈타르도 농담으로 받아줬다.


“전 힘이 세서, 품삯은 다른 일꾼보다 두 배는 주셔야는데요?”

“일 하는 거 봐서 결정할게요. 밤일도 자신 있다면 세 배까지 줄게요.”

“밤에는 저도 자야죠. 두 배면 충분합니다.”

“두고 보면 알겠죠. 일을 할 거면 이름도 바꾸죠? 아후라라는 이름은 저도 부담스럽거든요.”

“뭐라고 할까요?”

“음, 힘이 세다고 했으니 힘 센 사나이라는 뜻의 길가메쉬가 좋겠어요.”

“힘이야 넘치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담”

“나도 앞으로 잘 부탁해. 힘이 넘치는 길가메쉬. 호호”


취직을 했다. 숙식 제공에 다른 아다무보다 2배나 되는 품삯을 받는 고급인력이 되었다. 그렇다고 하는 일이 고되지도 않았다. 일반 아다무보다 월등히 힘이 좋으니 잠시간의 시간만 쏟으면 금방 끝나버린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은 이슈타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보냈다. 처음엔 이슈타르의 미모에 혹해서 이 주점을 자주 찾던 손님들이 이제는 이슈타르가 새서방을 들였다니 어쩌니 하면서 창부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기왕지사 그런 소문이 돌기에 그 소문을 가지고 말장난을 즐겼다.


“마담, 요새 새서방을 들였다던데 재미가 좋겠어요?”

“일꾼 주제에 감히 마담에게 농담을 해? 그리고 내가 언제 결혼을 했다고 새서방이야? 결혼도 안 한 처녀에게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이미 시중에 소문이 쫘~~~악 돌아다니던데요?”

“남 말 좋아하는 자들이 떠드는 소리에 귀 담을 필요 없고, 새서방을 들였다면 신혼여행이라도 가야는데, 어때?”


나나 이슈타르나 그 소문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둘 다 잘 안다. 자신들의 소문을 가지고 남 이야기 하듯이 농담을 하다가 이 아이의 제안을 듣고 보니 여행을 한 번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슈타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얼마 전에 갠지스에게 갔다 왔거든요”

“세상에나? 벌써 바람을 피우고 다닌다고?”

“아니지, 내겐 갠지스가 본처죠, 흐흐”

“원래 남자들은 본처를 집에 두고 애인하고 놀지.”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이죠, 그래도 가끔은 본처에게 가야 하지 앟겠어요?”

“잘리고 싶은가 봐?”

“여기는 휴가라는 제도도 없나요?”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휴가 타령이야?”

“그게 말이죠, 내가 아는 어떤 마담이 신혼여행을 가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가 보려고요”

“그 마담 좋겠네요?”

“어때? 잠시 문을 닫고 여행을 가보는 건?”


진이 나에게 알려준 부성애라는 단어는 틀렸다. 아니 진실을 살짝 꼬았을 뿐이다. 이슈타르는 나를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다. 그 동안 같이 지내 오면서 은근 슬쩍 추파를 던지고 있고. 나도 이 여인을 좋아한다. 다만 사랑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도 이 아이의 기분을 맞춰줄 겸, 엔릴의 애간장을 태울 겸 해서 다시 갠지스가 있는 곳으로 놀러 갔다. 내가 놀러 가더라도 엔릴은 분명히 의심할 것이다. 그가 모르게 무슨 비밀 회담을 진행하는 걸로 여길 것이다. 한참 속을 태워야 나중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 할 수 있을 터이니 나에겐 좋은 일이다.


갠지스에게 신혼여행을 왔다고 농담을 건네자, 그녀는 간다르바라는 전속 유희단을 내게 붙여주었다. 예술가 집단이라 그들에겐 멀고도 먼 이 행성에서도 엉뚱한 짓을 한다. 술자리에서 노래도 불러 주고 춤도 추면서 공연을 하는데, 가상환경에서만 즐겼던 여흥을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직접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물론 갠지스와 즐기는 것보다 이슈타르와 즐기는 것이 나에겐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름이 참 많네요? 브라후마님?”

“하하. 갠지스가 날 그렇게 부르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부르더군요.”


갠지스 강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강변에서 이슈타르와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물론 우리 뒤에는 전속 유희단인 간다르바가 노래와 춤을 보여 주고 있다.


“벌써 애칭을 부르는 사이가 된 거죠?”

“물론이지. 갠지스는 본처쟎아. 본처!”

“치, 언제는 애인하고 논다면서요?”

“하하, 당연한 말씀, 그래서 갠지스가 여기 없잖아.”


신혼여행을 가장했기에 우리는 서로간의 장난에 말을 맞춰주고 있었다. 다만 말만 이렇게 하고 있었을 뿐 실제로는 어떠한 신체 접촉도 없었다. 그녀와 난 이곳을 일종의 휴양지 개념으로 받아들였기에 날개 시스템은 가져 오지 않았다. 얼마간 휴식을 취하면 그녀의 마음도 많이 아물어질 것이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갠지스가 먼저 나를 보자고 연락이 왔다. 이슈타르와 같이 가려고 했지만 혼자 오라고 하는 걸 보면 엔릴과의 일인 듯싶다.


“재미가 좋으신가 봐요? 통 연락도 없이 이슈타르와 같이 있는 걸 보면요?”

“그녀가 요새 마음고생이 심해서 잠시 같이 있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소문에 듣자니 본처를 버리고 애인하고 바람을 피운다면서요?”

“하하, 원래 소문은 믿을게 못 됩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본처를 버리는 남자는 남자도 아니죠.”


이 여자? 장난을 치기에 받아주었더니 장난이 아닌 기분이 든다. 얼른 용건을 꺼내라고 재촉을 했다.


“일 하는 남자가 남자답죠. 쉬고 있는 중이었는데 일거리를 가져 오셨나 봅니다?”

“역시, 브라후마님은. 엔릴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뭐라던가요?”

“별 말은 없었어요. 그저 같은 종족끼리 돕고 살자는 말인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서 한바탕 했지만요. 저야 브라후마님이랑 같이 어울린 것 밖에 없는데 안 믿더라고요.”


왠지 내가 이 여인을 속이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엔릴이 우리를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그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을 뿐이다. 그러나 의심이 많은 자는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가 의도한 바대로, 상황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처음에야 갠지스와 협상을 하려고 했지만, 이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여인하고는 협상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았다. 이슈타르와 여기에 놀러 온 것도 우연한 결과였을 뿐이고.


“이 강바람의 시원함을 모르는 사람이군요. 엔릴도 언젠가 여기에 와서 여유를 즐기라고 해야 할까 봅니다.”

“그렇죠? 하여튼 그 고지식한 노인네는 낭만을 모른다니까요.”


예상대로 엔릴의 조바심은 커져만 가고 있었다. 이왕 그의 속을 태우는 것을 더 두고 보기로 결정하고, 갠지스를 초대해서 이슈타르와 셋이 같이 어울렸다. 솔직히 이슈타르와 단 둘이서 계속 있자니 조금은 화젯거리가 떨어진 탓도 있었다. 역시나 갠지스가 합류하자 모임은 다시 활기를 띄고 있었다.


“아후라님에게 브라후마라는 애칭을 줬다면서요? 역시나 언니 성격은 알아줘야 해요.”

“호호. 애칭? 그게 애칭으로 들렸어? 동생?”

“그럼 아닌가요? 애칭이 아니라면 다행이네요”

“아니지, 동생. 애칭이 맞아. 본처가 애칭 하나 가졌다고 서운하지는 않을 거지?”

“그럼요, 애인이 그것도 하나 이해 못 하겠어요?”


이슈타르와 나의 애인 놀이에 갠지스도 끼어들었다. 나는 그저 그 둘의 놀이를 즐겁게 감상을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은 기억인데 이런 상황에 끼어들면 나만 손해라고 하더라. 이참에 나도 여성체 바디를 하나 꺼내올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접고 그저 웃음을 머금은 채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언니,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저도 애칭 하나 주세요.”

“동생, 그것이 부러웠구나, 호호 얼마든지 주지. 그래 어떤 게 좋을까?”


이번엔 애칭 놀이였다. 옆에서 가만히 듣다가 나도 한 마디 거들어 줬다.


“이슈타르는 전쟁의 여신이라고 아다무들이 부르더군요.”

“전쟁의 여신이요? 호호 그래 그게 좋겠다. 시바! 어때 시바? 짧고 강렬하잖아”

“언니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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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신성제국으로 가는 길 23.06.10 12 0 12쪽
42 조르아스터의 귀환 23.06.06 19 0 48쪽
41 나일의 여신 23.06.03 24 0 22쪽
40 포세이돈의 로맨스 23.05.30 25 0 36쪽
39 2차 지구 내전 23.05.22 25 0 42쪽
38 루시퍼 게임 +1 23.05.16 26 0 52쪽
37 외전. 쿠푸와 대마왕 23.05.15 22 0 3쪽
36 고인돌 23.05.13 26 0 30쪽
35 일대 일 교육 23.05.09 29 0 43쪽
34 아이들의 반격 23.05.06 31 0 34쪽
33 굴려라 23.05.01 37 0 36쪽
32 2. 프롤로그 (2부 시작) +1 23.04.30 40 1 2쪽
31 천족의 반격 23.04.20 40 1 61쪽
30 북벌 23.04.13 58 1 68쪽
29 제국을 향한 첫 걸음 23.04.09 50 1 37쪽
28 미친 놈 VS 또라이 23.04.06 46 1 39쪽
27 전쟁 속으로 +1 23.04.02 42 1 41쪽
26 서바이벌 게임 23.03.27 46 0 62쪽
25 작전명 "타이탄 제거“ 23.03.24 63 2 45쪽
24 필사의 도주 23.03.21 58 2 36쪽
23 외전 - 영혼 연구 +1 23.03.20 58 2 6쪽
22 별빛이 반짝이는 길 아래에서, 스타 라인 +1 23.03.20 54 3 44쪽
21 외전 - 가장 성공한 천족 23.03.16 69 2 5쪽
20 아수라장 2 +1 23.03.15 61 3 46쪽
19 샛별 경주 23.03.09 65 3 63쪽
18 아후라장? 아수라장! +1 23.03.07 83 3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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