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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작품등록일 :
2023.02.0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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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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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마음의 달그림자

DUMMY

연회가 끝날 즈음 절매검 이명진이 다시 장평이 있는 좌석에 찾


아오더니 곽홍에게 치하의 말을 했다.


"곽홍 아우, 옥소공자와의 대결중 염려해주어서 고맙네. 무엇보다


아우의 한 마디 조언 덕분에 부끄러운 꼴을 당하지 않고 이기게


되었네"


앞서 대결중에 곽홍의 충고대로 상대의 하체요혈만을 공격하지


는 않았으나, 그 충고를 통해 깨닫는 것이 있어 그가 양의심공을


적시에 운용한 것이고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곽홍이 절매검 이명진이라는 항주 청년층중 제일고수에게서 뭇 중인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칭찬


을 듣자 그만 입이 기쁨에 찢어지며 말했다.


"하하, 명진형님, 괜찮습니다. 소제도 그만 옥소공자라는 놈의 건


방진 행동에 울컥하여 한마디 한 것입니다. 옥소공자라는 얼굴만


희멀건 놈이 하체는 부실해보이더군요. 제가 진작 명진 형님에게


귀뜸을 하였어야 하는데..."


곽홍이 장평과 임숙영의 화재중에서 줏어들었다는 사항은 일체


모른체하며 의기양양한채 호언을 계속했다.


그때 마침 그 좌석에 들른 만리신개 또한 곽홍의 무공에 대한 뛰


어난 안목을 칭찬했다.


"하하, 본래 곽회주의 안목은 이 늙은이도 감탄할 정도로 예리한


일면이 있지"


그렇게 곽홍을 잔뜩 띄워놓고는 만리신개가 곽홍을 자기 자리로


데려가서는 현명진인과 무영노인에게 소개했다.


이미 만리신개가 현명진인과 무영노괴를 모종의 이유로 정의회


에 넣고자 계속 권유하던 참이었고 현명진인과 무영노괴가 그


등쌀에 시달리던 중이었다.


무영노괴가 곽홍을 가만히 보니 약간 덜떨어져 보이나


곽씨세가의 자제라는 유혹이 컸다.


'회주라는 녀석이 조금 모자라니 큰 사고는 치지 않을 것이고


항주에 있는 동안 돈주머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하군'


무엇보다 이해타산이 밝은 만리신개와 충직한 장평이 가입했다


하니 무언가 정의회에 그가 모르는 가치가 있는 듯도 했다.


‘흐흐, 정의회라... 단지 먹고 소일하는데 정과 의리가 있는 모임


이겠지!’


무영노괴가 속셈을 굴리더니 현명진인을 향해 가입하기를 권유했


고 현명진인 역시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노인이 찬성하자 곽홍이 크게 기뻐하며 감사의 절을 했다.


“감사합니다. 한번 며칠 내 환영회겸 모임을 저의 곽씨 세가에서


크게 열까 합니다”


노인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기대의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정원


의 말똥구리들 마냥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함께 생의 무


게를 밀며 가는 봄날 밤의 연회는 한 시진 정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연회가 끝나, 모두가 돌아갔고 장평 역시 마지막까지 남


아 있다가 자신의 방인 내원 2층 방으로 돌아갔다.


황유정은 먼저 들어와 자는 듯 했고 진용, 진명도 잠에 든 듯


했다.


장평이 창문을 열고는 창가 딱딱한 나무의자 위에 앉았다


황유정이 준 창가에 놓은 화분의 말리화는 이제 소담한 흰색 꽃


몽우리를 피우고 있었다.


장평이 계수나무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을 받아 희게


빛나는 말리꽃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는 사형인 절매검 이명진을 마음에 두고 있는가"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는 옆방 지척에 있는데 그는 먼 구름 너머


를 보고 있었다.


밤하늘은 태양은 지고 태양의 그림자인 달은 떠서 태양이 없는


슬픔을 홀로 달래주고 있었다.


언젠가 임숙영이 말한 그림자의 숙명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녀에게 있어 달그림자인 것인가?’


밝은 불빛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은 빛을 향해 있는 법이었고 그


림자는 항상 빛 뒤에 생겨나기에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빛과 그림자는 구분이 없고 하나이다’


사부의 말은 무공에 한하지 않았으나 무공과 달리 인생에 있어서


그 말이 지닌 깊이를 장평이 알기에는 더욱 어려웠다.


장평이 여러 생각 끝에 침대에 모로 누워 잠이 들었다.


잠결에 꿈을 꾸었고 꿈속에서 황유정이 옥소공자의 상대로 지명


한 자는 절매검 이명진이 아니고 장평 자신이었고, 그가 옥소공


자와 연회장 복숭아 수림 아래에서 싸우고 있었고 곁에는


황유정이 기대의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와아!-”


그를 응원하는 모두의 환호성이 들리고 그가 마음속에 좋아하는


소녀와 그가 아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나타내고 싶은


무의식속의 감정이 꿈에 나타나는 것이다.


평소 사부가 장평에게 직접 가르치지 못한, 그래서 사부가


항상 마음이 아팠다는, 책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서


의 겸양과 바른 예의와 진정한 도리를 세상에 나가 필히 배우라는


사부의 마지막 유언의 말을 지키려는 장평의 의지가 꿈에서만은


잠시 풀어진 것이었다.


그때 꿈결에 누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장평! 장평!"


장평이 급히 깨어나서 보니 문밖에서 문을 급히 두들며 나지막이


그러나 초조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고, 바로 황유


정의 목소리였다.


창밖은 산속 여우마저 깊이 잠든 새벽이 가까운 심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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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질문속의 답 23.08.13 592 19 8쪽
133 무간지옥 23.08.13 360 15 8쪽
132 절망의 깃발 23.08.13 347 15 6쪽
131 죽음보다 깊은잠 23.08.13 386 15 7쪽
130 자운영의 경계 23.08.04 554 20 14쪽
129 별빛이 밤새 기와지붕위에 내리다 23.08.04 442 14 7쪽
128 각자의 강 23.07.24 684 20 12쪽
127 종은 속을 비움으로 맑은 소리를 내다 23.07.24 545 17 6쪽
126 세상은 타원이며 옆에서 보면 무한의 직선이고 위에서 보면 원이었다. 23.07.22 584 18 5쪽
125 죽은자의 꽃,부활의 꽃 23.07.22 531 16 6쪽
124 철위산 23.07.22 516 14 7쪽
123 내 마음의 화원 23.07.17 696 20 6쪽
122 연자의 검 23.07.17 594 17 5쪽
121 풍령검법 23.07.17 586 18 7쪽
120 무상검 23.07.16 629 17 19쪽
119 분노의 증오 23.07.15 611 14 5쪽
118 세월의 바람 23.07.15 551 13 6쪽
117 낙화의 노래 23.07.15 553 14 8쪽
116 마귀의 도인(道人) 23.07.15 549 13 8쪽
115 두려움을 베고 주저함을 뒤로 하다 23.07.15 545 13 8쪽
114 내 못다한 젊은 날들 23.07.15 571 13 11쪽
113 쌍검은 부러지고 영광의 꽃은 꺽이다 23.07.15 579 16 14쪽
112 꽃이 진다 하여 바람을 탓할소냐 23.07.15 563 16 11쪽
111 세월은 흐르고 기억은 줄어들다 23.07.15 588 16 14쪽
110 부평초의 강 23.07.15 586 12 14쪽
109 혼돈의 죽음 23.07.14 572 14 6쪽
108 인간의 굴레 23.07.14 599 15 8쪽
107 감정의 뒤안길 23.07.14 631 18 5쪽
106 세월이 흘러 누가 나를 기억할 것인가 23.07.13 595 16 8쪽
105 종달새의 둥지 23.07.13 578 13 10쪽
104 죽음을 위한 연습 23.07.13 572 12 8쪽
103 울지말아라 소녀야 23.07.13 627 16 5쪽
102 애정의 발로 23.07.13 642 13 12쪽
101 인간을 보지말고 하늘을 보라 23.07.12 664 18 6쪽
100 좋아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것 23.07.12 665 14 10쪽
99 파국 23.07.11 673 19 7쪽
98 세월의 바람속에서 23.07.11 683 15 11쪽
97 웃을줄 모르는 갓난 아이처럼 23.07.10 669 16 5쪽
96 몸이 다하는날까지 두려울것이 없다 23.07.10 690 14 5쪽
95 좋은인연은 함박눈같고 여름철 소나기같다 23.07.09 748 18 7쪽
94 해그림자 23.07.09 768 20 13쪽
93 무엇이 정의인가 23.07.07 788 19 11쪽
92 새로운 하늘과 땅 23.05.24 1,011 20 13쪽
91 죽음이 등에 업히다 23.05.24 827 22 7쪽
90 마지막 영광을 노래하다 23.05.20 938 26 7쪽
89 내가 서있는자리 23.05.20 817 19 5쪽
88 평생동안의 질문 23.05.20 862 18 7쪽
87 떠도는 산 23.05.17 958 25 10쪽
86 물속에서조차 목말라하다 23.05.17 858 23 4쪽
85 강물이 불어날때 23.05.17 939 22 7쪽
84 전쟁의 여신 23.04.19 1,276 35 8쪽
83 이해할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23.04.19 1,089 32 7쪽
82 역광속의 얼굴 23.04.18 1,167 29 13쪽
81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오는 강가에 서서 23.04.17 1,239 32 11쪽
80 세상길을 가는 사람들 23.04.14 1,289 33 10쪽
79 감정의 밀물 23.04.13 1,272 32 8쪽
78 복숭아나무는 오얏나무를 대신해 죽다 23.04.12 1,193 28 4쪽
77 귀원 그리고 사상 23.04.11 1,316 27 16쪽
76 사람은 하늘의 일을 계획하지 않는다 23.04.10 1,252 32 8쪽
75 돌아오지 않는 강 23.04.09 1,272 33 8쪽
74 사망은 긴그림자로 발끝에 눕다 23.04.05 1,395 30 11쪽
73 태양의 이름 23.04.04 1,359 30 8쪽
72 잠 못 드는 날들 23.04.03 1,352 32 10쪽
71 내 마음 깊은 곳에 비는 내리고 23.04.02 1,414 33 6쪽
70 봄비는 오지않는 사람을 원망하게 하다 23.04.02 1,398 29 10쪽
69 9개의 산과 8개의 바다가 지키는 산 23.04.01 1,422 30 6쪽
68 구름그림자진 날의 대화 23.03.31 1,492 38 5쪽
67 세월의 걸음 23.03.28 1,573 34 6쪽
66 려년(돌아오지 않는 해)의 나귀 23.03.26 1,541 35 10쪽
65 달이 얼마나 밝고 둥근지 23.03.24 1,632 38 9쪽
64 말리꽃 피는 계절 23.03.22 1,581 30 8쪽
» 마음의 달그림자 23.03.20 1,665 36 5쪽
62 나는 벚나무되어 항상 네곁에 있으며 23.03.20 1,634 30 10쪽
61 공간의 주인 23.03.19 1,780 34 7쪽
60 조화의 완쪽 23.03.19 1,616 29 11쪽
59 연인 23.03.19 1,768 31 13쪽
58 사유와 직관 23.03.18 1,710 41 12쪽
57 귀신은 말을 타고 구름을 차며 풍악소리와 함께 오다 23.03.15 1,861 38 14쪽
56 그림자를 빛으로 그리는 사람들 23.03.14 1,827 42 13쪽
55 강가로 오라 23.03.13 1,848 36 10쪽
54 문닫으니 봄은 다하고 버들꽃이 떨어지다 23.03.11 1,850 39 9쪽
53 일시무시일 23.03.10 1,858 43 13쪽
52 진리의 모습 23.03.08 1,963 38 11쪽
51 매화가지를 꺽어도 가지안에는 꽃이 없다 23.03.06 1,915 44 15쪽
50 물아일체 23.03.05 1,961 48 12쪽
49 복숭아 나무 아래로 난길 23.03.04 1,916 47 11쪽
48 영광의 얼굴 23.03.03 1,956 44 13쪽
47 그날이 오면 23.03.02 2,086 41 17쪽
46 만강의 물가 23.03.01 2,146 46 14쪽
45 화분의 여행 23.03.01 1,990 44 7쪽
44 무림십기 23.02.27 2,123 46 9쪽
43 직관의 연못 23.02.26 2,106 41 14쪽
42 길이 없는 길을 따라 23.02.26 2,101 54 9쪽
41 올빼미는 황혼에 난다 23.02.25 2,129 48 7쪽
40 물보라 23.02.25 2,148 42 12쪽
39 그리움의 서신 23.02.24 2,220 47 11쪽
38 달빛은 매화나무 가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23.02.24 2,168 51 9쪽
37 흔적없는 길 23.02.23 2,182 51 9쪽
36 앵무의 계절 23.02.23 2,182 50 8쪽
35 삶은 죽음이 함께있어 고귀하다 23.02.23 2,244 52 5쪽
34 매화나무 아래에서의 결의 23.02.22 2,303 41 10쪽
33 비밀의 장 23.02.22 2,300 51 4쪽
32 빈배의 소상 23.02.21 2,401 52 7쪽
31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 23.02.21 2,475 55 11쪽
30 준비없이 맞는 비 23.02.20 2,465 54 7쪽
29 흐르는 시간속에서 23.02.20 2,477 49 5쪽
28 마음의 키 23.02.20 2,606 49 8쪽
27 나는 그곳에 있고 싶다 23.02.18 2,872 54 22쪽
26 천궁뇌지 23.02.18 2,821 55 8쪽
25 바람개비를 든 소녀 23.02.15 2,853 55 5쪽
24 그림자의 무게 23.02.14 2,990 56 11쪽
23 멈춤은 죽음의 다른 형태이다 23.02.12 2,924 59 3쪽
22 모든것은 변하여 가나니 쉬지말고 힘쓰라 23.02.12 2,921 54 3쪽
21 인식의 검 23.02.11 3,013 57 4쪽
20 빈집에 걸린 그림 23.02.11 3,064 58 5쪽
19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 23.02.10 3,056 54 3쪽
18 천류불식,강은 흐름을 쉬지 않는다 23.02.10 2,977 58 3쪽
17 마음의 터밭 23.02.09 3,085 60 6쪽
16 강은 고통을 덜어주어 차서 흘러간다 23.02.09 3,119 60 6쪽
15 인연은 길을 만들어 사람을 웃게하거나 때로는 슬프게 한다 23.02.09 3,250 61 5쪽
14 산은 외롭고 강은 사연을 담아 흐르다 23.02.09 3,425 59 8쪽
13 대련 23.02.09 3,543 68 7쪽
12 매화는 향기를 팔아 안락을 구하지 않는다 23.02.09 3,452 63 3쪽
11 말을 타지않고 말을 부리다 23.02.08 3,597 66 5쪽
10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나이 23.02.06 3,612 63 2쪽
9 손님 23.02.06 3,494 67 2쪽
8 새벽 매화나무 아래에서 23.02.05 3,606 67 5쪽
7 화분의 꽃은 아무데나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23.02.05 3,817 71 10쪽
6 우리 사랑의 삶이 죽음보다 짧더라도 23.02.05 3,915 79 4쪽
5 나무가지는 바람이 없는데도 흔들리다 23.02.04 4,022 85 3쪽
4 한줌 모래알의 소상 23.02.03 4,216 83 5쪽
3 흰눈 내리고 매화가 피어나다 23.02.03 4,842 75 11쪽
2 사람 사이에 산이 있고 강이 흐르다 23.02.03 5,290 82 4쪽
1 떠도는 산 23.02.02 7,401 9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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