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장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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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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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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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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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화

DUMMY

“다른 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전에 트롤의 주먹이 내려치는 게 훨씬 빨랐다.

한 남자가 방패를 들었다. 그런 조그마한 방패로는 저 공격을 못 막는다.

하지만 그가 든 방패 위로 투명한 푸른색의 막이 생성되었다.


“제가 트롤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자기 주먹이 막혔다는 것에 조금 충격을 받은 것인지 트롤의 표정이 잠시 멍해졌다.

잠시 그 틈을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거대한 망치를 든 남자가 트롤의 주먹을 그대로 쳐냈다.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그냥 휘두르기만 하는 것인데, 거대한 트롤의 중심을 흩을 정도의 세기였다.

타앙-!

총성이 울리며 트롤의 눈 위로 하얀 연기가 올라왔다.

트롤은 고통스러워하며 발버둥 쳤고, 그 아래 있는 나도 코가 시린 것을 보아하니 최루 연막이지 않나 싶다.


“트롤의 시선은 제가 맡겠습니다.”


트롤의 존재 앞에서도 겁을 먹지 않고 제 역할을 찾아내는 사람들을 보고 한성우가 사람을 제대로 봤구나 생각이 든다.

이런 일에 겁을 먹기 마련인데, 그들 모두 침착하게 대응하였다.


“좋습니다.”


최루 가스를 흩어낸 트롤이 자신에게 가스를 먹였던 자에게 성큼성큼 뛰어갔다. 꽤나 먼 거리였지만, 한 발자국이 우리들의 열 발자국이상이니, 몇 걸음 가지 않아 도착하였다.

그에 맞춰 이동한 방패를 든 자가 다시 한번 주먹을 막아냈다. 이번엔 트롤이 반대편 손을 이용해 바닥을 쓸어내리 듯이 공격하려 했지만, 거대한 망치를 든 자한테 막혔다.

트롤의 주먹을 튕겨낼 정도로 올려친 그가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알고 있다. 쏜살같이 달렸다. 유의미한 공격을 위해 트롤과 거리를 상당히 빠르게 좁혔다. 흩어진 중심을 회복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만 했다.

타닥- 탁-!

길게 도약했다. 트롤의 심장에 박아 넣을 결말만을 생각하며.


[스킬 ‘마력의 칼날(C)’를 발동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마력의 칼날을 강화합니다.]


[공격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관통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그대로 트롤의 심장 부근에 칼을 찔렀다.

옆으로 힘을 줘 그대로 상처를 더욱 벌어지게 만든 뒤에 검을 비틀어 뺐다.


“지금입니다! 마력을 압축시킨 화염구를 이 상처에!”


이미 내 행동을 눈치챈 그녀가 마력을 집중시켰다.

강력한 화염구가 만들어지며, 그대로 트롤의 벌어진 상처에 쏘아졌다.

퍼엉-!

뜨거운 열기가 작렬했다. 상처를 파고든 불길은 꺼지지 않고 그대로 트롤을 불태웠다. 트롤이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그대로 쓰러졌다.

내 앞에 쓰러진 트롤의 목을 잘라내자 트롤의 몸이 힘없이 축 늘어져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이겼습니다!”


각자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뒤늦게 한성우가 처한 상황을 깨닫고 그를 돕기 위해 몸을 돌린 순간 두 구의 트롤이 동시에 쓰러졌다.

황금색 갑주를 입은 남자가 피를 흘리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하다. 내가 당장 저런 상황이었다면, 트롤을 모두 무찌를 수 있었을까···

좋게 생각한다 한들 불가능하다.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역시 카드 선택에 따른 성장 차이가 상당하다.


“성우야!”


화염구를 날리던 그녀가 쓰러지는 한성우를 향해 몸을 날렸다.

완전히 바닥에 엎어진 그를 부축하고 가뿐 호흡으로 정신을 놓지 않고 있던 중이었다.


“승리했습니다.”


근처로 다가가니 그가 내뱉은 한 마디였다.


“그렇군··· 하지만 당신이 선택한 결과를 보십시오. 정녕 이걸 원한 겁니까?”

“선택에 따른 결과라··· 꼭 그 녹색 괴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현성 씨.”

“다른 방향도 있었을 겁니다.”

“그게 무슨 방향이죠?”


그는 힘겨워하면서도 내가 말하는 것에 반박하였다.


“언제까지 그늘에 숨어서 이런 짓을 해야 합니까? 우리들의 보상은? 이걸 막아내서 국가에서 돈을 준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 중에 힘겹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다른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또한 대가를 받으며 이 일을 하였으면 싶은 마음에 이런 일을 벌인 겁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가진 신념에 찬 눈을 보고 더욱더 할 말이 없었다.


“노동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일에 저희들이 얻는 대가가 어딨 습니까? 말씀드렸듯. 저희들은 친구이기도, 아들이기도, 또한 이 나라의 국민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죽어간 생명의 무게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패배다. 대의명분··· 한성우에게는 대의명분이라는 게 존재했다.

카메라가 그를 가리킨다. 아마 지금 나와했던 말들이 다 전파를 타고 사람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몸조리 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뒤돌아가려는데, 뒤쪽에서 한성우를 받든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사받고자 한 일이 아닙니다.”


*


한성우의 바람대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기자회견과 그리고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트롤과 마주했던 영상들이 같이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와했던 대화까지 매스컴을 타고 오르며 그의 주가는 나날이 우상향 하는 중이었다.

이 역시 정책이 바뀌고 기관이 만들어진다는 소식과 함께 빠른 변화에 발맞춰가고 있었다.


[그렇게 됐군요···]


세리아와 우리 길드가 한성우의 길드로 모여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성우 씨, 정부 관계자와는 연락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까?]

“그렇습니다. 헌터 전문 기관을 세우고 우리 헌터들에게 적절한 금전적 보상을 마련할 방안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상당히 좋은 전략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그렇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관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세워지면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선물이라···”


선물이라는 단어가 한성우의 호기심을 자극한 모양이다.


[그렇습니다. 이 세계는 제가 아닌 여러분들이 지켜나가는 것 제가 하는 일은 옆에서 최선을 다해 도울뿐입니다. 이 역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세리아가 모습을 감췄다. 한성우와 우리 길드만 남아있었다.

시간이 꽤 지나 한성우는 붕대를 완전히 벗을 수 있었다.


“오랜만이로군요···”

“잠시 나와서 이야기 좀 하죠.”


그를 불렀다. 한 사람의 발소리가 뒤에서 들렸고,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내 뒤를 따라 나온 한성우가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황인석이랑 친구사이더군요··· 솔직하게 말해서 당신과 황인석이랑 친구라는 소리를 듣고 편협한 시선으로 봤습니다. 그 점 사과드립니다.”

“괜찮습니다. 그걸 알고 계셨군요. 현성 씨의 정보력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군요.”

“왜 그런 녀석이랑 관계를 맺는 거죠? 옆에서 봐서 알 수 있을 텐데··· 녀석이 인간조차 아니라는 걸 말이죠.”


내 말을 가만히 듣던 그가 뭐가 그리 웃기는지 연신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고작 그런 이유 때문이셨습니까?”

“고작이 아닙니다. 그 녀석 때문에 인생을 망친 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그 사람들 중에 나도 포함되니 언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 사람들의 사정입니다. 제 사정은 아니지요. 윤현성··· 인석이에게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검도의 귀재가 있었다고, 그런데 자기가 그 녀석의 인생을 짓밟아버렸다고요. 그랬었는데, 그 사람이 지금 제 눈앞에 있다니 감회가 새롭네요.”


나를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다. 그는 정말 신기하여 그렇게 말하는 거다.

하지만 그 말투가 더 거슬리게 한다.

내가 뭐라 말을 꺼내려고 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인석이와 연을 이어가는 건 그저 이용해 먹기 좋아서 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렇군요···”


시시하다.

나는 아직도 복수를 원하는 건가. 도리어 내게 묻는다.

그렇지 않다. 그가 내 인생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나도 녀석의 인생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적으로 돌린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뿐.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지금 와서 복수는 아무 의미 없다. 죽은 자가 살아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왜 한성우에게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솔직히 묻는다면, 부러움이 가장 클 것으로 생각한다.


“열등감인가요···”


꼴사납다. 고작 이런 일로 열등감이라니, 더욱 강해져야 한다.


[스킬 ‘불굴의 의지(B)’가 발동 중입니다.]


이런 일까지 스킬이 터지는 건가. 오히려 스킬이 터지니 탄약고 같던 마음에 불을 지피지 않을 수 있을는지도 몰랐다.


“···황인석은 대가를 치를 겁니다.”


그의 말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밝아 보이는 외면과 다르게 그의 눈동자는 깊은 어둠이 존재했다.

저 눈동자에 가득 들어찬 감정은 복수심이었다.


“황인석과는 무슨 관계인겁니까?···”


한성우의 짙은 미소가 더욱 번지며 조금은 무섭게 보였다.


“별 일 아닙니다.”

그가 기지개를 쫙 켰다. 찌뿌둥했었는지 몸에서 두두둑 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만 들어가 봐도 될까요?”

“아, 그게 좋을 것 같네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좋지 않은 관계임은 확신했다. 그것만으로 큰 수확이 있는 정보였다.

한성우가 자신의 길드로 돌아가고 나도 아지트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아지트에 혼자 있었다.


[바쁘십니까?]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마령의 숲에서 전리품으로 얻은 그 검은 검신의 검 말입니다. 그 비밀을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빈둥거리고 있는데 정신이 번뜩 드는 말이었다.


[그렇습니다. 다만, 이 제안은 윤현성 씨의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그래도 응하시겠습니까?]

“제가 언제 피하는 거 봤습니까? 그렇게 할 테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지트에서 균열이 열렸다. 바람이 새어나가는 소리와 함께 놀란 마음으로 나타난 눈동자가 그에게로 향한다.


“이게 지금···”

[들어가 보시면 알 거라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여기까지 일 뿐, 검의 진정한 능력을 끌어올리는 건 윤현성 씨의 몫입니다.]


아직도 내가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는 듯 떨리는 목소리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살아서 돌아옵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다른 사람들을 좀 부탁하겠습니다.”


그의 망설임과는 별개로 균열 속으로 들어가는데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균열에 몸을 맡기고 포근하게 감싸던 빛이 사라진 곳에서 눈을 떴다.


“이곳은···”


다행히 숲은 아니었다. 숲이라면 이골이 난다. 자연을 고스란히 담은 숲과는 다르게 이곳은 완전한 인위적인 장소였다.

중세 건물들과 돌로 이루어진 로도까지 완벽하게 사람이 주거하는 공간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로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어디냐 또.”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이니 적응하기 여간 힘들다.

마차 소리가 들리고 동시에 지척에서 소리가 멎었다.


“뭐 하고 있어! 얼른 비키지 않고!”


소리가 들렸다. 언어는 분명 달랐지만, 그의 말을 이해하는 게 가능했다.

말도 안 되는 일에 벙쪄 비키라는 소리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있자, 발길질이 날아왔다.


“멍청한 새끼가··· 감히 누구 앞길을 막아!”

“그만! 제가 언제 영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했죠?”


앙칼진 목소리가 퍼졌다. 그 소리의 주인을 보기 위해 엎어진 몸을 일으켜 세웠다.

화려한 금발,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녹색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였다.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가 귓불을 타고 들어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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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076화 갈등 (2) 23.04.22 36 2 12쪽
75 075화 갈등 (1) 23.04.21 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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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064화 파이로스 (2) 23.04.10 39 2 12쪽
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5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8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4 2 11쪽
60 060화 일본으로 (1) 23.04.06 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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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054화 공항에서 생긴 일 (4) 23.03.31 4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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