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장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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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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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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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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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화

DUMMY

서로 궁금한 것이 많은 만큼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창틀 사이로 쪼개지던 빛이 이제는 들어오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흘렀다.


“정말 믿기지도 않는군··· 결국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얻고 전직했다는 소리야?”

“그렇습니다. 드래곤을 죽이기도 하고, 아직 미숙한 힘이긴 해도 도움이 될 겁니다.”

“보고받은 건 들었어, 키메라를 단번에 베어버렸다고, 우리 여명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되지 않거든.”


말하는 걸로 봐선 존재하기는 한 모양이다.


“그렇군요···”

“잘 돌아왔어, 대장한테는 며칠 되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우리에게는 십 년만의 재회라는 걸 잊지 마.”

“그렇지요··· 그보다 다른 사람들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그가 빙그레 웃으며 뒤쪽에 시선을 두었다.


“아무래도 직접 물어보는 게 빠를 것 같네.”


그 이유가 궁금했으나, 그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2팀 이하루, 보고하러 왔습니다.”


차가운 말투, 생각하던 그런 따듯한 말투가 아니었다.

그녀는 극히 냉랭하고도 감정이 죽어버린 기계처럼 보였다.

십 년이라는 세월이 그녀를 변하게 만든 것이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길드장 이 자는 누굽니까···”


낯선 사람에 대한 극강의 경계심···

피부가 저릿 거릴 정도로 강한 적의를 보내왔다.


“그 사람이다. 네가 그렇게 찾던 사람. 하루야.”

“···내가 찾던 사람?”


이하루가 나를 바라보았다. 의심하는 눈빛을 지우지 않아 손을 들어 작게 흔들어 주었다.


“······.”

“저를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저 윤현성입니다. 하루 씨.”

“모르겠어···”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혼란에 빠진 그녀가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지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대장이 우리 곁을 떠난 순간, 며칠 동안은 돌아올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그게 일 년이 되고 이 년이 되고, 그렇게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 하루는 그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버렸어.”

“···기억상실증?”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야. 대장을 찾겠다고 무리해서 블랙 필드를 누비고 세리아를 추궁해도 곧 돌아올 거라는 말 밖에 듣지 못하고 결국 충격을 받은 거지.”

“······.”


이하루는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표 정을 찡그리고 벽을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벽을 짚었다.


“2 팀장, 그래서 보고할 것은?”


그녀는 벽을 짚던 자세를 바로 하고, 지끈거리는 표정으로 보고를 시작했다.


“근처 시가지 촌에 몬스터의 습격을 받은 흔적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블랙 필드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블랙 필드가? 몇 년 동안 잠잠하던 것들이 왜 지금···”


그가 골치 아프다는 듯 이하루와 똑같이 이마를 짚었다.


“블랙필드를 닫으려면 균열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예전이라면 그랬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야. 우리의 큐브가 사라진 지금, 균열을 통과해서 버틸 수 없어. 몇 번 시도해 봤지만, 사지가 갈가리 찢겨 죽을 뿐이야···”

“그러면 아예 손 놓고 있어야 하는 겁니까?”

“그러게···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 세리아를 만나고 오는 수밖에 없을 것 같군.”


그가 결심을 굳힌 듯 눈빛이 깊어졌다.


“세리아? 큐브는 사라졌는데, 세리아는 남아있단 말씀이십니까?”

“뭐··· 직접 가서 보는 게 편할 거야. 하루 너도 따라와서 같이 보도록 하자.”


그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우리는 이민재를 뒤따라갔다.


“이곳은 방송실이 아닙니까?”

“그렇지. 이곳에 세리아가 존재한다.”


방송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존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찬공기만 남아 쓸쓸한 공간뿐이었다.


[오셨습니까?]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곳에 기억하고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세리아 잘 지내고 있었습니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몇 년째 이곳에 있는걸요. 그보다 오랜만이십니다. 현성 씨···]


세리아의 말투는 굉장히 기계적이었다.

아니 기계가 되어버렸다.


“반갑습니다···”

[다소 당황스러울 거라 생각이 듭니다. 드래곤의 힘이 그렇게 강력할 줄이야. 애초에 그런 공략법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덕분에 온전한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얻으셨군요.]

“······.”

[발락스는 시간의 드래곤, 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현성 씨가 통하는 균열의 시간의 틈을 완전히 비틀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의 틈이 클 줄 몰랐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세리아가 죄송해야 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선택에 의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세리아가 생각하고 있던 공략은 뭐였습니까?”

[저는 드래곤과 적당한 타협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드래곤을 죽이셨을 줄이야.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세리아가 진심으로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어지만, 감정이 꽤나 잘 드러난다.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민재도 늘어난 주름과 반쯤 덮인 하얀 머리카락.

그리고 이하루 또한 그때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도 어색하고 뒤숭숭했지만, 어쨌든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었다.


“제 동생은 어딨 습니까?”

“그건··· 돌아가면서 설명해 줄게.”


이민재가 올 것이 왔다는 듯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살펴가십시오.]


우리는 다시 이민재가 있던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동생은 어떻게 된 겁니까? 여명에서 같이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동생은 따로 행동하게 됐다.”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따로 행동한 다뇨!”

“현성아, 이제 지혜가 너보다 나이가 많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은 십 년이야. 자그마치 십 년··· 그 세월의 간극이 얼마나 큰 지 너는 모를 테지.”


순 맞는 말 뿐이었다. 할 말이 없게 만드는 터라. 그저 입술을 꽉 깨물 뿐이었다.


“동생의 행방을 알 수 있는 방법은요?”

“우리는 지혜가 한성우 밑으로 들어갔다는 소식밖에 몰라. 그리고 그 행동 또한 너를 찾기 위한 것뿐이라는 거 잊지 마라.”

“한성우··· 그 사람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는 신문지를 툭 던졌다.


“인터넷도 잘 안 되는 마당에 그래도 신문은 꼬박꼬박 내주더라. 이게 없었더라면, 우리는 진작 죽었을지도 모른다.”


신문의 내용은 한성우의 길드가 블랙 필드를 정화하기 위해 일주일 뒤 여정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한성우가 가진 신성한 힘이 블랙 필드를 정화시킬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그런 능력이 없나요?”

“아직까지는··· 우리야 그날 벌어 그날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이니까. 블랙 필드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소리다. 내가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만 자그마치 수 십이 넘어가는 부분이야. 하나의 선택이 그 수 십 명의 목숨을 저울질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렇군요···”

“어쨌든 잘 돌아와서 다행이다. 그리고 그··· 자리 문제는···”


그가 눈치를 살피며 물어온다.


“됐습니다. 여명의 주인은 민재 씨가 계속 맡아 해결해 주세요. 저는 십 년 만에 찾아온 외지인이니까요. 민재 씨가 일궈온 것들을 하루아침에 뺏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가 다행이라는 듯 숨을 크게 뱉었다.


“그러면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래 이곳에서 지내면서 할 일을 생각하도록 해. 뭐··· 여기서 놀고먹는 건 안 되지만, 어쨌든 뜻이 정해지면 여길 떠나든 떠나지 않든 좋아.”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주동진 그 친구가 자네를 안내해 줄 거야. 돌아와서 고맙다. 현성아.”

“별말씀을요.”


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주동진을 만났다. 그는 밖에서 내가 나오기까지 기다리고 있던 듯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네요. 주동진입니다.”

“윤현성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결국 이곳에서 지내려고 하시네요.”

“맞습니다. 갈 길이 정해지면 떠나겠습니다. 그때까지만 신세 지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아니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닙니다. 여기서 편해지시면 쭉 살아가시면 됩니다.”


주동진과 함께 이곳의 전반적인 시설을 둘러보았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자급자족이 가능할 만큼, 식량 생산에 문제가 없다는 것.

이거는 내가 다닌 고등학교가 농업계 고등학교여서 가능했던 것이다. 동물들도 기르고 있었고 또한 유리 온실에서 작물 재배도 가능했다.


“어떻게 이곳을 점령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이곳을 차지하고 싶을 텐데요.”

“그래서 대장님이 높게 평가하는 것입니다. 크고 작은 전쟁을 거치면서 우리가 이곳의 일대 전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전쟁?”


주동진의 씁쓸한 표정이 아주 잠깐 스쳤다. 그는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내 눈을 피해 갈 순 없었다.


“그렇습니다. 이권 다툼이지요···”


그의 눈빛이 차가운 분노로 물들었다.


“이권 다툼···”

“그렇습니다.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흘린 피가 현성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결국 대장이 꾀를 써서 이곳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서도··· 상처뿐인 승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처음에는? 그건 무슨 소립니까?”

“처음엔 그랬다는 것이지요. 많이 발전해 왔습니다. 자급자족 할 수 있을 만큼, 이렇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도 다 대장의 안목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애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이곳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피를 흘려가며 점령한 곳이니 이곳에 남는 애착이 상당할 것이었다.


“저는 이곳이 좋습니다. 이곳의 사는 사람들의 웃음은 정말 행복해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곳을 지킬 겁니다.”


그의 대단한 의지에 나까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하하! 너무 유치하죠? 남사스러운 꼴을 보였습니다.”

“아닙니다··· 동진 씨 같은 사람 덕분에 여기 있는 모두가 웃을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조금 더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 같습니다. 동진 씨는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 아닙니까.”

“감사합니다··· 모두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겠습니다.”


주동진과 한 바퀴 돌고 헤어졌다. 그는 지켜야 할 팀원이 존재했기 때문에 나와 오랫동안 붙어있을 수 없었다.

사실 소개해 주지 않아도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을 안다. 3년 동안 그리 크지도 않은 곳을 매일 같이 다녔으니 모를 수 없었다.


“하루 씨···”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장소.

제일 안쪽 동, 농업 전문화 교육 동의 옥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 장소에 이하루가 노을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입니다.”

“···나를 알고 있나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나는 나를 몰라요. 내 이름도 다른 사람이 하루라고 부르기 때문에 하루라는 걸 알 뿐이에요.”


그녀의 등 뒤로 무언가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잇고 나서 시력이 상당히 좋아진 터라. 그들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건··· 싸움을 걸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하루 씨! 습격입니다. 습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습격··· 인가요?”


묘한 순간에 찾아온 습격···

계단을 내려갈 시간도 없다. 4층 높이의 건물을 그냥 뛰어내렸다.

시큰거리 느낌이 발목에 전해진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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