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장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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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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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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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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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5화 본 드래곤 (1)

DUMMY

레이드가 다가오니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긴장감이 현장을 짓누르고 있는 터라 모두 웃음이 사라진 상태였다.

우리는 회의를 하고 있는 신성 길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유리막 사이로 비친 동생의 모습,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동생은 놀랄 만큼 나이를 먹었다.

십 년이라는 세월이 참··· 동생의 딱딱하게 굳은 눈동자가 세월을 말해주었다.


“걱정되십니까?”


한성우가 나지막이 이야기를 꺼냈다.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십 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어도 제 동생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요.”

“동생분이 현성 씨 보다 오래 살았습니다. 횟수로만 따진다면 말이죠.”

“하지만, 제 동생이라는 건 변함없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제 동생은 동생입니다.”


한성우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회의는 막바지에 다가온 듯했다.

서류를 정리하며 각자 자리를 정리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동생이 가장 마지막에 나왔다.


“길드장님··· 여긴 어떻게?”

“지혜 씨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그분과 함께 왔습니다.”

“저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요? 이제 그런 사람은 없을 텐데··· 그보다 옆에 있는 사람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동생의 무감각했던 표정이 다채롭게 변하면서 울먹거렸다.

십 년만의 재회다. 나는 그렇지 않았지만, 동생은 달랐다.


“오랜만이다.”


순간 주먹이 날아왔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꺾지 않았다면, 머리가 박살 날 뻔한 주먹이었다.


“오랜만··· 지금 장난하냐? 십 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다가 대뜸 눈앞에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오랜만?”


화가 가득했다. 왠지 접때 보다 훨씬 더 화나있는 모습이었다.


“나, 나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 사정이라는 거 나는 모르겠고, 네가 사람 새끼냐··· 진짜?”


눈동자에 힘을 꽉 주고 울고 싶은 걸 참아 가면서 독설을 내뱉는다.


“입이 두 개라도 내가 뭐라 할 말이 없다.”


서로 정적이 흘렀다. 동생은 눈동자를 치켜세워 날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어머니는 어떻게 됐어? 우리 집··· 블랙 필드로 먹혀버렸던데.”


그 말이 동생의 눈물샘을 건드린 것 같다. 결국 눈동자에 힘이 풀린 동생이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서글프게 우는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스치긴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으면 했다.


“···살아 계신다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왜 울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왜 울고 그래··· 어머니 살아계시다며.”

“네가 직접 보고와 이 새끼야.”


윤지혜가 거친 욕설과 함께 내 몸을 밀었다.

시야를 바로잡고 동생이 있던 곳을 보니 어느새 동생은 사라지고 없었다.


“한성우 씨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지혜 씨가 미국으로 건너온 이유가 바로 어머니의 건강 때문입니다.”

“건강이요?”

“그렇습니다. 일반인의 몸으로 블랙 필드에 너무 오래 계셨기 때문에, 지금은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제 아무리 미국이라 할지라도··· 의료 시설과 기관만큼은 확실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온 겁니다.”

“···시간이 얼마나 있습니까?”

“얼마 남아있지 않습니다.”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뒤쪽에서 나를 만류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의 말을 다 무시하고 동생을 찾았다.

동생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 뛰어난 감각으로 동생의 기운을 읽으면 되었다.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가자.”

“이거 놔··· 나 레이드 해야 하는 거 안 보이냐고. 바쁜 사람이야.”

“그래도 같이 가서 한 번 보는 게 좋잖아.”

“됐어 볼 거면, 오빠 혼자 보고 오던가.”

“어디 계시는데 그럼.”

“저기.”


동생이 방향을 가리켰다. 가리킨 방향 쪽에서 불길한 기운이 넘실거린다.


“저 방향은···”

“맞아 본 드래곤이 있는 쪽이야. 우린 지금 엄마를 만나러 갈 수 없다고. 엄마를 만나려면 저기를 뚫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어.”


동생의 말이 사실이라면 시간이 촉박하다.


“알겠다. 나도 같이 싸우겠어.”


결심이 섰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다시 돌아오셨네요. 머리는 잘 식히신 건가요?”


한성우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돌아온 우리 둘은 보고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이번 작전은 연합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신성 단독으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미국 길드 또한 참전하는 걸로 합의 됐습니다.”

“길드장님 그게 무슨···”


동생이 다급한 목소리로 한성우를 불렀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혜 씨의 어머님의 치료는 신변이 확보되는 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오히려 든든한 지원군이 와서 다행이라 생각이 드는군요.”


한성우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의식한 동생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그 십 년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


동생이 캐묻는 것에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일단 모든 사실을 고백했다. 그때 그 숲에서 목 없는 기사를 무찌르고 사용할 수 없었던 검을 얻은 이야기 부터 시작해서 그 검이 드래곤 슬레이어들이 사용했던 검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드래곤 슬레이어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세리아가 만든 균열을 타고 다른 세계에 다녀온 것까지 모조리 말해주었다.


“그게 정말이란 말이야?”

“···뭐,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거야.”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제 오빠는 인간이 아닌 거야?”


내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파고 들어왔다. 날카롭게 질문한 동생의 말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나도 모르겠다. 마석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것부터 해서 어쩌면 인간이 아니게 된 걸지도.”


드래곤의 힘을 직접적으로 받아냈다. 그리고 그 힘은 아직도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모든 힘을 해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현성 씨가 큰 전력이 되어 주는 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현성 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지도 모릅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밖은 어수선했다. 앞으로 남은 한 시간이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그 한 시간 뒤로 이제 결전의 날이 펼쳐졌다.

회의의 내용은 이러했다.

신성 길드가 전방에서 본 드래곤과 직접적으로 맞붙고 미국의 다른 길드들이 측면에서 엄호와 함께 화력을 담당해 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맞지 않은 전략인 것 같은데요. 저희를 방패로 세워 강력한 화력으로 드래곤을 무찌르겠다는 생각이 너무 엿보이는데요.”


내 생각을 그대로 읊었다.


“정확합니다. 하지만 본 드래곤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특정할 수 없는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작전 시작까지는 십 분 정도 남겨두고 있는 상황, 대기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이제 모두 각자 마음의 준비를 마쳐야 했다.

출격 명령이 떨어지고 우리는 본 드래곤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갔다. 양 옆으로 울창한 숲처럼 빌딩들이 빼곡히 공간을 차지했다. 그리고 도로 한가운데, 회백색의 뼈로 이루어진 드래곤이 그 자리에 그대로 박혀있는 상태로 우리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압도적이군요.”


첫인상이 강렬했다. 반쯤 부서진 갈빗대와 두개골이 절반은 이미 금이 간 상황이었다.

멀쩡한 모습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는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무서운 이유는 다름 아닌 권능.

그 권능을 직접 겪어본 자는 나 말고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가까워질수록 크기가 체감된다. 옆에 있는 빌딩과 나란히 세워봐도 크기가 꿀리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모습이었다.


“낌새가 이상합니다.”


도로 위에 널린 백골들의 뼈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래 지난 상태라서 뼈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점점 무언가 인간의 형상처럼 만들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움직이기까지 했다.


“저, 전투 준비!”


전열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전투를 준비했다. 갑작스럽게 득달같이 달려드는 뼈 병사들이 뾰족한 뼈를 들고 달려왔다.


“모두 당황하지 마세요! 숫자만 많이 그렇게 강한 녀석이 아닙니다!”


앞선 전위에서 한 방에 뼈를 박살 낸 신성 길드원이 외쳤다.

그 순간 푸욱-!

뒤를 돌아본 그가 입에서 피를 머금었다. 정확하게 복부를 관통한 뼈가 그대로 다시 빠져나왔다.

박살 나버린 해골 병사의 몸이 재구축되었다.


“부상자를 옮겨!”

“안 돼, 저 녀석 이미 늦었다. 모두 주의해라! 이놈들은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


엄청난 물량이었다. 죽어도 죽질 않는다. 그 순간 한성우의 성스러운 빛이 우리를 보호했다. 그의 스킬이 우리를 보호해 주었다.


“이거면 될 겁니다!”


암속성에 성속성이 약점인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성우의 힘은 본 드래곤을 상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다.


“가능합니다!”


회복되는 속도가 느리다. 우리는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한 부상자도 속출했다. 드래곤과 가까워질수록 도로 위에 뼈가 넘쳐났다.


“저, 저건··· 건우야!”


방금 전 죽었던 자 마저, 복부에 구멍이 뚫린 채로 죽었던 건우라는 자가 일어났다.

살아난 것이 아니다. 시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신성 길드원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인 듯했다.


“감히 건우를··· 절대 용서 못한다!”


한 남자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 그대로 본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뼈가 그의 주변을 감쌌다. 뾰족한 뼈는 그의 부드러운 살가죽을 조금씩 꿰뚫기 시작했다.

처음 한 번이 어렵다. 그대로 공격을 허용해 버린 그 남자는 그대로 뾰족한 뼈 꼬챙이에 그대로 꿰뚫려 죽어버렸다.


“심한데···”


이대로는 전멸하고 만다. 이미 후방까지 해골 병사들이 몰려있는 상황.


“뒤로 물러나야 해.”

“뭐라고?”


동생이 대답한다. 하지만 그 대답에 대꾸해 줄 여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로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개방하였다. 같은 드래곤의 힘이라면 나를 노릴 것 같아서 그랬다.

내 생각은 그대로 유효.

본 드래곤이 나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도망가세요! 뒤로 물러나란 말입니다!”


나는 그 반대편으로 뛰어들었다. 자연스레 해골 병사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대로 유인한다. 뒤쪽을 살짝 돌아보니 윤지혜가 나를 원망스러운 눈동자로 쳐다본다.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라··· 그래도 꽤 많이 생각하고 한 행동이란 말이다.

<마룡참>

스킬이 시원시원하다. 내구성이 워낙 약한 해골이다 보니 적진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질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시간만 벌어주면 내 역할은 끝난다.

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

나를 의식한 본 드래곤이 더 많은 숫자의 해골 병사를 나한테 보내는 중이었다.


“제기랄··· 이거 조금 위험해지겠는데.”


검은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하지만 수많은 난관을 헤쳐온 사람으로서 이곳에서 멈출 수 없었다.

기합을 모으고 그대로 소리를 짧게 질렀다. 압축된 공기가 터져 나오는 소리와 함께 해골 병사들이 움츠러들었다.

<마룡절멸참>

쭉 뻗어 나가는 마력의 칼날이 그대로 길을 뚫어주었다. 그 뚫린 길을 향해 그대로 뒤로 내뺄 수 있었다.

본 드래곤이 나를 보고 비웃는 것 같았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다 인마. 웃지 말고 기다려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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