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호의 말로

채원의 말을 들은 태구는 아경을 쳐다보았다.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다. 이어 그의 입에서 사건의 전말이 나왔다. 굳이 알 필요 없는 이야기는 함구했다.
채원의 부탁도 있었고, 태구 역시 공감하는 바였으니. 때론 모르는 게 약이 될 때도 있는 법이다.
지금은 이 정도만으로도 벅찰 터.
아니나 다를까다.
“으···”
태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려는 아경을 잡아 세웠다. 그러면서 따스한 기운을 흘려보내 주었다. 덕분에 아경은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녀가 이를 악물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이곳에 언니가 있음을 상기한 것이다.
언니 앞에서 무너질 수 없었다.
“우선 집으로 돌아가 있어요.”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내 끄덕이는 아경.
묻고 싶은 말이 한가득이고, 태구를 통해 언니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었다.
“그, 그러니까 지금 거기에 사람이 갇혀 있다는 말이에요? 그걸 제보자분의 언니가 알려줬구요?”
김영채 작가의 목소리였다. 그녀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만큼 태구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제보자 언니의 사연도 사연이지만, 또다른 피해자가 납치 감금되어있다니.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죠.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아뇨, 아뇨. 잠깐만요. 사실이라면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죠. 우리가 가서 뭘 어떡하겠다고요.”
“뭐라고 신고할 건데요?”
그러게, 뭐라고 신고해야 하지.
귀신의 제보를 받고 신고하는 거라고 할 순 없잖은가. 아니, 아니지.
만약 신고했는데 애먼 사람을 잡은 거라면?
‘내 작가 인생, 이대로 종치는 거지.’
그뿐일까. 프로그램도 날아간다.
김영채 작가는 순간 아찔함을 느꼈다.
함께 온 카메라맨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안 믿자니 그간 태구가 보여준 것들이 있고.
또 믿자니 무섭기 짝이 없는 이야기다.
“어, 어···”
“그, 그래도 경찰에 일단 신고를···”
“안 갈 거면 말아요.”
태구는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앞서 말했지만, 그들을 설득하고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망설임 없이 제작진을 스쳐지나가는 태구. 순간 김영채 작가의 눈빛이 돌변했다. 그녀는 만에 하나에 모든 것을 걸기로 마음먹었다.
“아, 아으. 누가 안 간대요? 같이 가요. 어딘지는 몰라도 걸어서 갈 건 아니잖아요! 저희가 운전할게요.”
“작가님?”
“일 안 할 거야? 일해야지! 진짠지 아닌지는 일단 가서 보고 확인하자고. 맞음 그때 가서 신고하면 그만이고.”
“아니, 살인자라잖아요. 그런 곳에 어떻게 우리끼리 가냐고요. 막말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잖아요. 그리고 이거 잘못되면 프로그램 완전 개박살 난다고요.”
그걸 모를까. 안다, 아는데.
어쩐지 진짜일 것 같아서 그렇다.
김영채 작가가 소리쳤다.
“···아잇, 아니다. 나 혼자 갈게. 촬영은 철수야. 지금부턴 프로그램이랑은 절대 상관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다들 따라올 거 없어. 남아서 아경 씨 케어 좀 부탁해.”
“하으, 진짜 고집은. 알았어요. 같이 가요.”
“아니, 혼자 간다니까?”
“아무렴 혼자 보단 둘이 낫고 둘보단 셋이 낫겠죠. 또 사람이 있다잖아요···”
그렇게 태구는 제작진들과 함께 남자의 아지트로 향했다.
***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공장 단지에 자리한 철물점에 도착하면서 그들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태구의 말이 다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삐삑, 삐삐빅——
정확히는 태구가 태연히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를 때부터였다. 그때부터 제작진들은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진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남의 가게 비밀번호를 알 수 있단 말인가. 어디 그뿐인가.
[여기에요. 이 뒤로 작업실이 통하는 계단이 있어요.]
단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지하실로 내려가는 출입구까지 찾은 태구였다.
벽처럼 보이는 공간은 실상 미닫이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을 밀어젖혔을 때, 아래로 길게 이어진 계단이 보였다. 동시에 비릿한 혈향이 그들의 코끝에 닿았다.
“여기 안쪽에 여자가 갇혀있다네요.”
“와, 나 진짜 미치겠네.”
“일단 신고부터 할게요.”
상황의 위중함을 파악한 제작진은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다. 당연히 귀신의 제보라느니 방송 촬영 중이라느니 같은 말은 입밖에 내지도 않았다. 장난 전화라고 생각하면 어쩌랴.
“나, 나는 못 들어가요.”
동시에 카메라맨 한 명이 사색이 되어 가게 밖으로 몸을 내뺀다. 누구도 그를 잡지 않았다. 충분히 이해 가능한 행동이었으니.
“진짜 내려가실 거예요? 너무 위험한 것···으, 진짜!”
반면 태구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는 벌써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 위에 서 있는 상태였다.
따라가느냐, 마느냐. 결국 택일을 한 이들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태구의 뒤를 따랐다. 강제한 것은 아녔다. 그저 그들은 쪽수를 믿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정의감을 불태웠을 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한 이들이었다.
덜컥, 덜컹.
“안에서 잠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경찰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이제 어쩌죠?”
“어쩌긴 여기서 죽치고 있다가 경찰 오면 따 봐야지.”
계단의 끝에 설치된 철문이 미동하지 않는다. 입구에 설치된 자물쇠는 풀려 있었다. 그 말인즉슨 안쪽에서 잠갔다는 의미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이 없었다. 안에서 나오지 않는 이상 별수가 없다.
“태구 씨, 일단 이거라도 좀 들어요. 맨손으로 들어갈 수는··· 어어? 왜, 무슨 일 있어요?”
뒤늦게 무언가를 주섬주섬 챙겨온 김영채 작가도 닫힌 철문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면서도 내심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기이한 현상에 그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태구가 김영채 작가의 손에서 쇠사슬을 집어 드는 순간.
“크게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기왕 들고 왔으니 씁시다.”
철문 너머로 끼익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리라.
끼이익.
끼이이이익—
딸칵.
예사롭지 않은 그 소리는 분명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였다.
“!”
하나 같이 숨이 턱 막혀옴을 느꼈다. 그들은 살인마가 나온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끼, 끼익—
“한이 많은 영혼은 현실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법이죠. 그들이 열어준 거예요.”
“···포, 폴터가이스트 현상?”
폴터가이스트 현상. 영적인 존재로 인해 알 수 없는 소리나 물체의 움직임을 뜻한다.
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구의 성력을 전달받은 고채원이 안쪽에서 직접 문을 연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태구의 성력에서 비롯된 현상.
“가죠.”
사실대로 말할 필요는 없기에, 태구는 영혼의 도움 덕분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면서 열린 철문을 넘어 놈의 작업실로 들어갔다.
고작 열 걸음, 딱 열 걸음을 걸었을 뿐이다. 그러는 사이에 몇 명의 영혼을 마주했는지 모른다.
[나가고 싶어.]
[나가게 해줘요.]
그들은 고채원과 달리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지박령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태구가 미간을 찌푸렸다.
뒤따르는 일행도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그들은 다른 걸 보고 있었다.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그것들···
“어, 으으!”
“이게 다 뭐야.”
“미친.”
마네킹이었다.
마치 교수형에 처한 듯 목에 밧줄이 걸린 마네킹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이 입혀져 있었다. 그 모습이 실로 기괴하면서 음산해 보였다. 공포는 금세 전염되었다. 두려움 앞에 정의감은 사그라들고 말았다. 차마 한 걸음 뗄 수 없었다. 결국 발걸음을 멈추고야 마는 그들이었다.
[이제 다 왔어요. 저기, 저곳에 있어요!]
단 한 사람, 태구만 빼고 말이다.
***
“보자, 지금쯤이면 위장이고 뭐고 싹 비었겠는데?”
“으, 으으···”
“쉬이— 괜찮아, 금방 끝나.”
유남호. 그에겐 계획이 있었다.
서늘한 그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외마경이나 다름없군.”
놈은 날카로운 날붙이를 들고 여자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러다 듣게 된 낯선 이의 목소리에 황급히 뒤를 돌아본다. 경계, 당황, 분노. 놈의 혼재된 감정이 엿보인다.
“너, 너 이 새끼 뭐야?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으으, 으으읍!”
여자도 보인다. 다행히 여자는 살아있었다. 비록 그 상태는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있으면 된 거다. 그녀는 결코 이곳에 묶인 영혼들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왔으니까.
“어떻게 들어오긴. 두 발로 들어왔지. 그 여자, 놔줘.”
“우으으..”
“미친 새끼가 감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으아아악!”
유남호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이곳은 그가 만든 신성한 작업장. 오로지 그의 통제하에 있어야 했다.
초대하지 않은 침입자, 우위에 서 있는 듯한 여유로움, 제게 내리는 명령··· 모든 상황은 그의 꼭지를 돌아버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렇게 한차례 괴성을 내지른 유남호는 광기 어린 눈빛을 하며 잽싸게 여자의 머리카락을 그러쥐었다. 나름 잽싸게 상황 판단을 마친 것이다. 그러면서 침입자를 바라보는데···
“으윽아!”
“너 이새끼, 이제 보니 아까 그 새끼네. 기자야? 엉?”
순간 눈을 좁히는 유남호였다. 놈이 뒤늦게 태구를 알아보았다.
“무슨 냄새라도 맡고 왔나 보지? 카메라 들고 설칠 때부터 거슬린다 싶었는데··· 하아. 같이 있던 새끼들은 다 어디 가고 혼자 왔어? 응? 경찰에 신고라도 하러 갔나? 으, 으아아! 개같은 새끼들. 후우, 좋아, 좋아. 그래. 쓸데없이 오지랖 부린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직접 보여줄게. 일단 이년 먼저 따고 그다음은 너야.”
“어디 한번 해보던가.”
맥락없이 제 할 말을 쏟아내는 놈을 보며 태구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와 동시에 어느새 놈의 옆으로 다가간 채원과 눈짓을 주고받았다. 채원을 제하고도 그의 곁엔 수많은 영이 떠돌고 있었다.
“으, 으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걱정마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미친 새끼. 이거 분위기 파악 못 했네. 내가 하는 말이 장난 같지? 어? 어디 봐, 보라고—!”
여긴 내 영역이라고! 그걸 과시하듯 유남호가 손을 치켜드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을 직감한 여자가 눈을 감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으으, 으. 씨발, 왜 이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다 당황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에 여자가 눈을 치켜떠 올렸다.
“!”
날붙이를 잡은 놈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찌나 세게 힘을 주고 있는지 놈의 얼굴이 터져버릴 것처럼 붉어진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유남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칼을 내리꽂고 있었다.
하지만 칼날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마치 제 손이 아닌 것만 같다. 거기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한기는 그의 기분을 짐짓 더럽게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으, 으으으···”
칼날이 돌연 역으로 꺾여 제 쪽으로 향하는 게 아니겠나. 괴현상에 유남호가 미친놈처럼 악다구니를 써댔다.
“어, 으으으! 씨, 씨발. 씨바알—!”
어떻게든 막아보려 하지만 도무지 손은 말을 들어 처먹질 않는다.
퓨숙—-
“크하하악!”
결국 예리한 칼날이 놈의 쇄골 부위를 관통하고야 말았다. 찢어진 살 사이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크흐아악, 아악!”
“남을 찌를 땐, 남의 살갗을 후벼팔 땐 자신도 이리될 각오 정도는 했어야지.”
피 튀기는 현장. 태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띤 채 놈에게 다가갔다. 놈과의 거리가 좁혀짐에 따라 녀석에게 달라붙은 망령들의 기운은 거세진다.
자신들이 당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어 하는 지박령들의 한에 태구가 힘을 쓴 것이다.
[나한테 왜 그랬어.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너도 당해봐, 너도 똑같이 겪어봐.]
[이제 네 차례야]
그로 인해 물리적 힘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형체까지 현세에 드러나게 되는데···
“으, 으아악. 씨발, 뭐야, 아악!”
유남호가 기겁하여 뒷걸음질 쳤다. 피 칠갑을 한 여자들이 그를 둘러쌓고 있었다. 다 아는 얼굴이었다. 흙으로 돌아간 제 사냥감들이 아닌가. 그런 것들이 제 팔목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유남호는 기겁하듯 몸을 떨었다. 그의 손에 붙잡힌 여자가 자유롭게 되는 순간이었다. 여자는 황급히 태구 쪽으로 기어 왔고, 태구는 그런 여인에게 편안한 잠을 선사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놈을 바라보았을 땐, 온몸에 유혈이 낭자하여 벌레처럼 바닥을 기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계속 뒀다간 곧 목숨이 끊어질 지경이었다. 당장은 곤란했다.
“다들 그만, 더 나가면 악귀가 될 거야. 마무리는 내가 해.”
그쯤해서 태구는 성력을 거둬들였다.
풀썩.
놈이 들고 있던, 영들이 사용한 날붙이가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끄, 끄으··· 씨, 씨발. 너 뭐야.”
놈이 피거품을 문 채 물었다. 아직도 눈깔에 독기가 가득하다. 태구는 그 독기 서린 눈깔을 마주 보며 빙긋 웃었다.
“알면 네깟 게 뭐 어쩔 건데.”
“끄아, 아아악!”
끔찍한 절규가 작업실을 울려퍼졌다.
***
어쩌다 보니 또 경찰서를 가게 된 태구였다. 이러다가 전국 경찰서 도장 깨기를 할 지도. 다만, 이번에는 전과 조금 다른 상황이 연출되었다.
[오현 로펌 소속 김영학 변호사입니다. 지금부터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경찰서를 찾아온 것이다. 참고인 조사에 변호사가 등장하는 건 꽤 이례적인 일이었다. 물론 태구가 의뢰한 게 아니었다. 들어보니 일면식도 없는 대기업 회장의 지시하에 나온 변호사라고 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경찰 조사를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게다가 무단침입죄 역시 그가 맡아서 처리해준다고 하니 머리 아플 일도 없게 되었다.
유남호는 체포와 동시에 병원으로 실려 갔다. 몇 차례 수술을 받고 깨어난 그는 병원 침상에 묶여 진술해야 했다. 놈의 가게에서 다량의 혈흔이 발견된 만큼 그의 진술은 매우 중요해졌다.
그로 인해 명성이 자자한 프로파일러 몇이 그의 병실을 찾았다. 한 명의 피해자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으, 으아··· 강연희, 유연혜, 고채원··· 으, 입 좀 다물어. 다물라고—!”
그런데 웬걸, 별다른 진술 기법을 쓰지 않았음에도 술술 부는 유남호였다. 과연 미친놈은 미친놈이었다. 그는 제 입을 틀어막으면서 제가 죽인 피해자와 수법 그리고 증거까지 털어놓았다.
“끄으아아악. 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아악. 그냥 죽여!”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수사관들은 혼란하기 짝이 없었다. 처음엔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목적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했었다.
그러나 놈의 진술은 사실이었다. 진술대로 용찰사 뒷산을 수색한 결과 놈이 묻은 피해자들의 시체가 발견할 수 있었으니··· 그가 모아온 피해자들의 유품 역시 쉽사리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진짜 별의별 놈 다 봤는데 저런 놈은 또 처음이네.”
“제대로 맛이 간 거 같죠?”
“그러게. 지가 죽인 피해자를 봤다잖아. 귀신들이 제 몸을 찔렀단다. 또 뭐라더라. 지몸이 조각나고 있어? 어으, 미친놈 진짜. 저런 놈이랑 같은 세상에서 살고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게 참···”
“그래도 천벌 받았잖아요. 수 쓰는 게 아니라 진짜 제대로 간 것 같다니까요?”
“천벌은 무슨. 저런 게 뭐가 천벌이냐. 정신만 놓은 다야? 속죄해야지.”
유남호 사건 수사관들은 그런 말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그렇게 경찰 조사가 끝나고 검찰로 송치되던 날. 유남호는 스스로 제 목숨을 끊었다.
사람들은 그런 놈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살인에 중독된 살인마가 결국 제 자신 마저 살해한 거라고.”
그러나 이는 모르는 소리였다. 놈은 저를 괴롭게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택한 것이다. 실로 멍청한 선택이었다.
-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라하늘달 님 / 聽風 님 / WithDog 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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