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단적 2부, 시간을 거슬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이야기베틀
작품등록일 :
2023.02.19 16:23
최근연재일 :
2023.04.05 18: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226
추천수 :
14
글자수 :
136,382

작성
23.03.29 18:00
조회
31
추천
0
글자
13쪽

추억#3

DUMMY

현주는 쌍화차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겼다.

아까 동기라는 남자가 남기고 간 냅킨은

테이블 위에 그냥 두었다.

쌍화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이내 쓴 맛에 얼굴을 찡그렸다.


‘ 아니···아빠는 이게 뭐가 맛있다고 좋아하셨지?....

꼭 한약 먹는 거 같은데? ‘


11살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평소

쌍화차를 좋아하셨다는 얘기를

엄마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이제는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해진 아빠지만

평소 즐겨 드셨든 차를 통해 잠시 나마

기억하고 싶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커피숍이란 곳도

거의 못 가봤는데 아까 동기가 차 한잔 하자고

할 때 이 남자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쌍화차를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승낙을 했던 것이었다.


늘 궁금했지만 혼자는 쑥스러워

못 마셨던 그것을 마침내 오늘 맛본 것이었다.

쌍화차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자

이내 동기가 생각났다.


무례한 행동을 했지만 무슨 사연이 있는 듯 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익숙함이 묻어 나는 얼굴이었다.

선한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이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호감형 이었다.

하지만 현주는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어린 시절 유복하게 자랐지만

아버지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돌아가신 후

집이 풍비박산이 되었었다.


곱게 자란 어머니는 현주를 키우기 위해

일거리를 찾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주위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누구도 일을 주지 않았었다.


그런 세월이 늘어날수록 어머니는 늘 불안감과

피해망상에 시달리면서 조금씩 정신 줄을 놓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익명의 독지가가 집에 쌀이며

현금을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주었다.

풍족하진 않지만 두 모녀가 살아갈 정도의

도움을 받으며 다행히 대학교까지 입학한

현주는 작년에 늘 병을 달고 살았던

어머니마저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오직 엄마의 병 간호가 살아가는 이유였던

현주에게 더 이상 살아갈 명분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한 동안 있었지만

마음을 고쳐 먹고 다시 힘을 내 열심히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던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작년 10월 이후 독지가의 후원도

무슨 사정이 생겼는지 끊어진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수업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서점에서 전공서적을 보던 중

가방이 바꿔지는 일을 당했던 것이었다.


독지가 분이 현주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문 앞에 합격 축하의 쪽지와 함께 선물해주신

가방이라 혹시 잃어버렸을까 봐 서점에서

심각하게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 내 주제에 연애는 무슨······ 빨리 아르바이트나 가야겠다··· ‘


현주는 처음부터 동기를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러 집 앞에 있는

써클케이에 가야 했기 때문에

어차피 시간도 많지 않았었다.


24시간 편의점이 막 생길 때라 야간 아르바이트는

일반 커피숍의 주간 아르바이트보다 벌이가 나았다.

어차피 새벽 시간엔 손님도 많지 않아

틈틈이 책도 읽을 수 있었고 도서관 만큼은 아니더라도

공부나 리포트도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 딸랑~~~~ ‘


“ 어!!···.알바학생 !!.. 시간 맞춰서 왔네···.수고해 그럼···. “


이미 퇴근 준비를 마치고 현주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편의점 남자 사장님은 때마침 들어온 현주를

반갑게 맞아주시고는 바로 퇴근을 했다.


" 네!! 사장님..수고 많으셨습니다... 내일 뵐게요!! "


" 어~~ 그래...중간에 간식도 챙겨 먹으면서 일해!!"


저녁 9시부터 주인 사모님이 나오는

새벽 1시까지가 현주가 일하는 시간이었다.

현주는 재빨리 근무복으로 갈아입었다.

문을 나서 퇴근하는 사장님의 모습이 멀어지자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 음... 오늘 리포트가 뭐였더라?.. '


마침 편의점에 손님이 없어 리포트를 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남자 사장이 퇴근한 지 십 여분이 지났을 때

편의점 건너편 어두운 골목에 서있던 젊은 사내 두 명이

피우고 있던 담뱃불을 발로 비벼 끄더니 편의점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자···.들어가볼까? ··· CCTV 없는거는 확인했어? “


“ 그럼···. 아까 담배사면서 확인했지.

계약한 경비업체도 없는 게 확실할걸?···카하하하 “


‘ 딸랑 ~~~~ ‘


“ 어서오세요··· 써클케이입니다 “


현주는 껄렁대면서 들어오는 두 남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책을 보면서 노트에 리포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두 사내는 컵라면이 있는 진열대부터 시작해

음료수가 있는 곳까지 한 바퀴 어슬렁거리며 둘러 보고 있었다.

이내 다른 손님이 없다는 걸 확인하더니 곧장 카운터로 다가왔다.


“ 어이···아가씨···. 저기 디스 두갑이랑

지폐 갖고 있는 거 몽땅 꺼내봐 !!···.크크크 “


“ 네?..... “


갑작스럽게 강도로 돌변한 두 사내를 마주한

현주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특별히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교육도

받은 게 없었다.


" 아가씨 뭐해? ... 빨리빨리 안움직여? "


앞에 선 두 사내가 재촉하자

현주의 입술이 달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안절부절 못하고 얼어있는 현주를 보더니

두 사내 중 한 명이 카운터로 밀고 들어왔다.


“ 아이씨···.이 년이 왜 이리 굼떠!!

바쁜 사람 앞에 두고 말귀를 못 알아들어? “


‘ 땡~~~차악~’


금전 출납기를 능숙하게 연 사내는

안에 있는 지폐를 모두 비닐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덤으로 담배도 몇 보루 챙기기 시작했다.

다른 사내가 칼을 빼 들고 있었기 때문에

현주는 두려움에 얼굴을 감싼 채

구석으로 밀려나 떨고 있었다.


‘ 땡 ~~~~ ‘


강도질이 한창이던 그 때

갑자기 편의점 문이 열리더니 두 사내가 들어왔다.

순간 놀란 강도 두 명이 소리가 난 입구를 쳐다보았다.

칼을 들고 있던 사내는 칼 방향을 그쪽으로 향했다.


" 꼼짝 마!!!...다치기 싫으면 거기 가만히 있어!! "


강도의 외침에 들어서던 두 사내도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서 카운터쪽을 쳐다봤다.


‘ ···.?? 동기씨..?? ‘


현주는 두 명중 한 명을 한 눈에 알아봤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편의점을 들어선 건

동기와 그의 친구 재윤이었다.

강도의 외침에 몸이 굳은 상태로 남자 네 명의

신경전이 벌어 지고 있었다.


" 현주씨!! 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어요? "


" 어쭈!! 서로 아는 사이인가 보네...이것들이..

어서 꺼지지 못해? 누구 하나 피를 봐야 정신 차릴거야? "


강도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는 못했는지 다소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서로 얼음땡 놀이를 하는 것처럼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고

눈싸움만 1분이 되어갈 때 동기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뗐다.


현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게걸음으로

진열대 옆으로 이동한 동기는 판매중인 긴 우산을 집어 들었다.


"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한 번 해보자는 거야?...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이 칼 안보여? "


정적을 깨는 동기의 움직임이 두 강도를 강렬하게

자극하는 모양새였다. 대충 칼만 들면 겁을 먹고

순순히 물러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공격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당황을 한 것이었다.


" 자!! 지금 빈손으로 나가든지... 아님 나랑 한 판 뜨던지!! "


강도가 협박을 해도 동기가 감정의 기복도 없이

결투를 얘기하자 편의점 안의 분위기는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 이 새끼들 저렇게 긴장한 거 보면 단순한

동네 양아치일 확률이 높아!!.. 진짜 큰 일 나기 전에

빨리 정리를 하는 게 좋겠어... '


동기가 자신 있게 저들을 도발한 건 나름 이유가 있었다.

그 자신이 태권도와 검도 유단자이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남자 답게 키운다고 격투에 관련된

학원이란 학원은 다 다니게 하셨다.

처음 편의점을 들어와서 닥친 상황에 당황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살펴보니 대단한 불량배가

아님을 격투기 고수 답게 간파한 것이었다.


‘ 타탁···탁탁탁···. 야~~~~~잇 ‘


동기의 기합소리와 함께 상황은 순식간에 싱겁게 정리되었다.

우산 하나로 두 명의 양아치를 때려잡는 건 검도 유단자인

동기에게는 손쉬운 대련 수준이었던 거였다.

옆에 서있던 재윤이는 이 상황을 당연하게 예견한 것처럼

상대가 쓰러지자 바로 경찰에 신고부터 했다.


“ 정말 감사해요···.두 분이 안 오셨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뻔 했어요 “


현주는 자신이 당했을 지 모를 상해 따윈 관심도 없었다.

다만 돈을 강도 당했을 때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거의 한 달치 알바비를 물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더 공포스러웠다.


' 에~~~~~에에엥~~~'


재윤이가 신고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지역 순찰대 경찰 두 명이

바로 도착했다. 동기에게서 상황을 전달 받고 현주에게는 피해 상황을

묻더니 두 양아치에게 수갑을 채우고 경찰차로 데려갔다.


경찰이 떠난 뒤에야 진정이 된 현주가 동기와 재윤이를

보더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 정말 감사합니다...두 분이 안 오셨다면 큰일 날 뻔 했어요 "


현주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다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오후부터 이상한 인연이란 생각이 든

것이었다.


“ 아 !!.... 그런데 여긴 어떻게 ···.?? 혹시 이 근처에 사세요? “


때마침 동기가 등장한 이유가 궁금한 것 이었다.


“ 아??···.그게···.하하하 “


동기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이 얘기하면 또 혼내실 거 같은데······

어쨌든 결과가 좋으니 말씀드릴게요··· “


“ 여기 얘가 제 가장 친한 친구 재윤인데요

사실 오늘 이 놈과 약속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현주씨를 만나면서 제가 이 놈 바람을 맞혔죠..

근데 저도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온 사이

현주씨가 독수리 다방에서 가셨더라구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이 놈과 만나기로 한 민들레영토를 갔었어요···

그리고 제가 현주씨 만난 얘길 했더니 이 놈이

오늘을 넘기면 인연이 안 이어진다고 저한테

꼭 오늘 다시 만나러 가라는 거예요···하하 “


동기가 겸연쩍게 말하자 옆에 서 있던 재윤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자기의 공을 알아 달라는 식으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 그런데 제가 여기서 일하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


현주는 동기의 얘기를 들어도 풀리지 않는 내용이 있었다.

아까 만났을 때 자기가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말이다.


“ 아??···.그게···.에······아까 가방 바뀌었을 때

노트에 있는 이름만 본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시간표도 봤었거든요···거기에 저녁 9시부터

성수동 써클케이 아르바이트라 적혀있길래

속는 셈 치고 한 번 와봤죠···. “


현주는 어이가 없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화가 날 내용이었지만

방금 전 상황을 생각하면 오히려 동기가 고마웠다.


좋게 해석하자면 그의 관심이 자신을 곤경에서 구해준 격이니 말이다.

자라오면서 누군가의 관심이라고는 받아 본 적 없었기 때문에

이 상황이 낯설었지만 동기라는 사람에게서 그 동안 갈망하던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졌다.


“ 지금은 일하는 중이라 더 이상 힘들겠지만

동기씨가 괜찮으시다면 이번 주 토요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나요··· 도와주신 거에 대한

답례로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재윤씨도 시간되시면 같이 오세요 “


“ 아 !!!....정말요?......감사합니다···그럼 토요일에 뵐게요..

아? 그리고 아까 제가 적어드린 연락처는 챙기셨나요? “


“ 아?···.. 죄송해요··· 아까 까지만 해도 별로 내키지 않아서··· “


“ 아!!···네네..괜찮습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다시 적어드릴게요··· “


현주가 아직 근무시간이라 동기와 재윤이는 다시 편의점을 나왔다.

편의점에서 어느 정도 떨어지자 동기는 재윤이의 뺨에 뽀뽀를 쪽했다.

이 모든 게 재윤이의 닥달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 토요일 교보문고 !!.. 토요일 교보문고!!....토요일 교보문고!! “


동기는 신나는 마음에 계속해서 약속을 되뇌였다.


“ 으이구··· 이 화상아 !!! 그리 좋냐? ···.. 옛다..이거나 먹어라 !! “


재윤이가 동기의 머리에 꿀밤을 한 대 쥐어 박으며 저 멀리 도망쳤다.


" 야 쨔샤!!!! 더 때려도 돼!!! 재윤아~~~~ 고맙다!!!

그리고 너는 토요일에 안나와도 되는 거 알지?

그날 보이면 죽는다?~~~~~하하하... 알겠지? "


저 멀리 도망을 가던 재윤이가 동기의 외침을 듣더니

뒤를 돌아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머리 위로 올렸다.

동기는 그 모습마저도 예쁘게 보였다.


지금 동기는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야기베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가야단적 2부, 시간을 거슬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부 시작은 2월24일부터입니다. 23.02.19 33 0 -
30 에필로그 23.04.05 25 0 6쪽
29 사랑 그리고 운명 그리고 인연 (2) 23.04.04 26 0 7쪽
28 사랑 그리고 운명 그리고 인연 23.04.03 25 0 8쪽
27 일상으로의 초대 23.03.31 25 0 6쪽
26 마지막 승부 23.03.30 31 0 13쪽
» 추억#3 23.03.29 32 0 13쪽
24 추억#2 23.03.28 28 0 9쪽
23 추억#1 23.03.27 29 0 9쪽
22 시간을 달려서 (2) 23.03.24 29 0 8쪽
21 시간을 달려서 23.03.23 30 0 9쪽
20 Fire 23.03.22 30 0 6쪽
19 세상의 모든 이별 23.03.21 30 0 10쪽
18 Goodbye Yesterday 23.03.20 30 0 10쪽
17 준비없는 이별 23.03.17 34 1 11쪽
16 새로운 세상 23.03.16 32 0 11쪽
15 혼자만의 비밀 23.03.15 33 0 9쪽
14 난 멈추지 않는다 23.03.14 34 0 12쪽
13 어제,오늘 그리고 23.03.13 37 0 11쪽
12 그때 그 사람 23.03.10 40 0 11쪽
11 고래사냥 23.03.09 43 1 14쪽
10 당신만이 23.03.08 42 1 13쪽
9 다시 시작해 23.03.07 43 1 12쪽
8 돌고 돌아가는 길 23.03.06 51 1 13쪽
7 검은 베레모 23.03.03 52 1 13쪽
6 악마의 연기 23.03.02 53 1 14쪽
5 뒤바뀐 운명 23.03.01 57 1 10쪽
4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23.02.28 60 2 14쪽
3 장미빛깔 그 입술 23.02.27 61 1 11쪽
2 되돌아온 이별 23.02.24 76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