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7월 15일 정오 12시.

1944년 7월 15일 오전 9시 23분.
함경북도 나남의 일본 조선군 19사단 사령부.
콰앙! 콰쾅! 쾅!
“시나베 참모장! 대체 어디서 오는 포격인가! 어디서!”
“남쪽인 듯하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소련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사단장 각하! 경성으로부터 연락이 끊어진 것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남쪽입니다!”
“전차대! 전차대를 출동시켜! 수색 19연대도 가능한 한 넓게 주변을 살피라 하고!”
“하!”
19사단 사단장 오자키 요시하루(尾崎義春) 중장은 오전 9시 정각에 느닷없이 시작된 포격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 끔찍하게 정확하면서 맹렬한 포격의 위력은 대체 무엇이고?
하지만, 어디서 포격하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저 포성과 포격이 떨어지는 각도로 봐서 남쪽이라 짐작할 뿐이었다.
쾅! 쿠우웅! 콰쾅!
“으아아악!”
“빠가야로! 어서 피하란 말이다!”
“피할 곳이 없습니다!”
“으드득!”
심지어 사령부 건물까지 직통으로 처맞는 상황이니, 다른 예하 부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대체 어떤 놈들이···.”
“각하! 지하로 피하셔야 합니다!”
사령부 건물까지 직격으로 무너지기 시작하자 참모장 시나베 타카하루(品部孝晴) 대좌가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절대로 피하지···.”
콰아앙!
“어억!”
“크아악!”
사단장 오자키 요시하루가 참모장의 피신 외침을 거부하려던 순간, 포격 한 발이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순식간에 사단 지휘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7월 15일 오전 9시 35분.
19사단 남쪽 23km 지점.
“계속 퍼부으라고 해”
“알겠습니다.”
3여단장 이재하 준장은 K808 지휘 장갑차 후미에 펼쳐진 여단 지휘소에서 알바트로스와 무인가가 송신하는 영상으로 보면서 입을 열었다.
19사단이 74연대를 30사단에 내어주고 75연대마저 장진군의 고토리 일대에서 한 줌의 핏물로 녹아버렸지만, 그래도 19사단은 일본군에서 몇 남지 않은 정예 사단이다.
이렇게 멀리서 편하게 155mm 포격으로 때릴 수 있는데, 쓸데없이 가깝게 접근하여 눈먼 총알을 맞거나 불필요한 변수를 만들 생각 따위는 없었다.
“이거 좀 미안하군. 꼭 그거 같지 않나?”
“뭐가 말입니까?”
“그거 말이네. 왜, 애들하고 장난칠 때 손으로 머리를 잡고 있으면 짧은 팔로 닿지도 않으니 허공에다가 막 주먹질하는 것 말이야.”
“하하하하!”
지휘소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딱 이재하의 말대로였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리치는 닿지 않는데, 자신들은 긴 리치로 마구 패는 상황이었다.
완전히 어른과 아이의 싸움.
“19사단 전차대가 이쪽으로 전진합니다.”
“나 참, 저것도 전차라고···.”
“저래 봬도 중일 전선에서는 여포였습니다.”
“그건 그래. 포격을 피해서 오면 내버려 둬. K21이 처리하라고 하지”
“알겠습니다.”
일본군의 주력전차인 97식 중전차 치하(チハ) 개(改)로 구성된 19사단 전차대는 맹렬한 포격을 뚫고서 무조건 남쪽으로 질주하였다.
오는 도중에 포격으로 파괴되거나 기동 불능 상태에 빠진 전차만 30여 대, 남은 전차는 불과 60여 대뿐이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전진, 또 전진하였다.
어차피 사단 주둔지 인근에 있어봤자 포격의 밥이 될 것이 분명하였고, 이대로 계속 전진하여 포격하는 놈들을 찾는다면 자신들의 전차 주무장인 47mm 1식 전차포로 모조리 지옥을 보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구르르르르.
그런 그들 앞에 K21A1 보병전투차 10대가 마치 학익진을 펼치듯이 치하 전차대를 감싸며 나타났다.
거리는 2,500m.
“2,000m까지 접근하면 사격한다!”
“2,300! 2,200! 2,100! 2,000! 사격 개시!”
퉁! 퉁! 퉁! 퉁!
K21 보병전투차의 40mm 주포가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하였다.
70구경장 40mm 기관포가 쏘는 40mm APFSDS 날개안정 분리 철갑탄은 2,000m의 거리에서도 최고 200mm의 장갑을 관통하는 성능을 자랑하는 놈이다.
하지만 치하 전차의 전면 장갑은 고작 25mm.
당해낼 리가 없었다.
쿵! 쿵! 쿵!
K21의 날탄은 사정없이 치하 전차의 얇은 장갑을 관통하여 좁디좁은 포탑에 있던 전차장과 포수의 육신을 찢어발기고 내부를 파괴하였다.
“크아악!”
“으악!”
돌격하던 치하 전차대가 선두부터 무너졌다.
퉁! 퉁! 퉁! 퉁!
쾅! 꽈직!
“으아악!”
1분도 되지 않는 사이에 60여 대중 남은 치하 전차는 이제 20여 대.
퉁! 퉁! 퉁!
쾅! 쾅!
“이놈들아! 날탄 아껴야지! 두 놈이 한 대에 같이 쏘면 어떻게 해!”
이젠 포탄을 아끼는 것이 관심사였다.
그리고 다시 1분이 지났을 때, 이제는 기동하는 치하 전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전 9시 48분.
19사단 주둔지가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다.
“포격 중지하고 정리 들어간다. 패튼 할배를 앞세워서 조심히 진격!”
“지시 전까지 하차 전투 금지한다! 눈먼 총알이라도 맞으면 니들이 책임질래? 확성기로 항복하라고 계속 반복해! 백기를 들 때까지는 깔아뭉갠다!”
쿠르르르!
육중한 패튼 전차가 선두를 서고 뒤를 K21과 K200 장갑차가 따르면서 하차하지도 않고 오로지 탑재한 12.7mm 중기관총과 7.6mm 기관총으로만 주둔지를 도륙하였다.
터터터터텅!
따다당! 따다다당!
“끄아아아악!”
“아아아악!”
오전 10시 12분.
19사단 사령부가 있던 건물의 잔해 옆에서 피투성이의 사람이 기어 나오더니 백기를 흔들면서 외쳐댔다.
“항복! 항복한다고! 제발 그만 죽여! 크흐흑!”
참모장 시나베 타카하루였다.
“그만 죽이라고! 항복한다고! 이 나쁜 놈들아!”
시나베 대령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단장은 아까의 직격에 죽었다.
진작에 항복하려고 하였지만, 사령부 건물이 무너지면서 입구도 같이 무너져버려 항복할 방법이 없었는데, 그 사이에 부하들은 이미 거의 도륙당하여 원통함이 하늘이 닿을 듯하였다.
오전 10시 50분.
이재하 준장은 19사단 주둔지를 둘러보면서 혀를 차고 있었다.
“허어! 처참하구나! 아니 이럴 때까지 대체 왜 항복을 하지 않은 거요?”
“항복할 틈이나 주었습니까?”
“...”
원망 어린 시나베 참모장의 눈길에 이재하는 고개를 슬그머니 돌릴 수밖에 없었다.
“험험!”
“크흐흑! 대체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우리는 대한민국 국군입니다.”
“대한민국? 아니 조선은 망했는데···.”
“다시 돌아온 거요. 그리고, 우리가 마지막입니다.”
“뭐가 말입니까?”
“여기 전투가 마지막이라는 겁니다. 이제 한반도 전체를 우리 대한민국 국군이 수복하였습니다.”
“그, 그럴 리가···.”
“그럼 치료나 잘 받으시길. 앞으로 남은 길이 순탄치 않을 테니까”
이재하는 망연자실 한 시나베 참모장을 내버려 두고 돌아섰다.
이제 보고할 시간이다.
1944년 오전 11시 10분.
경성 총독부의 원정군 사령부.
“3여단장이 사령관님을 찾습니다.”
“녀석, 이제 끝이군.”
어차피 알바트로스로 19사단의 정리가 끝이 난 것을 알고 있지만, 정식으로 보고는 받아야 한다.
- 사령관님.
“말해라. 3여단장”
- 모든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이제 한반도는 완전히 우리 것이 되었습니다.
“뭐, 제주도가 남았기는 하지만 그건 당분간 어쩔 수 없지. 알았다. 수고했어, 이재하”
- 감사합니다.
3여단과의 통신을 마친 이강철은 곧바로 원정군 전체 통신을 개방하였다.
“사령관이다. 3여단이 19사단을 격파하였다. 이제 한반도는 수복되었다.”
- 우워워워!
- 으하하하!
- 이거 우리도 만세를 불러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
호떡집이 불이 난듯하였다.
이강철은 웃으면서 잠시 내버려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을 모두 알 것이다. 모두 수고하였지만, 들뜨지 않도록 부하들 잘 단속해. 사고 치면 알지?”
- 네, 사령관님!
- 알겠습니다!
-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래, 믿는다. 그리고 12시에 라디오로 공식적인 해방을 발표할 거니까, 현지인들에게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주요 시설을 철저하게 보호한다.”
7월 15일 정오 12시.
그동안 원정군의 전파 통제로 먹통이 되었던 한반도 내의 모든 라디오에서 갑자기 낯선 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대한민국 국군 총사령부에서 국민 여러분에게 알려드립니다. 금일 1944년 7월 15일 이 시간부로 한반도 전체는 해방이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대한민국 국군은 한반도의 모든 일본군으로부터 항복을 받았습니다. 이제 한반도는 다시 우리 한민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자주독립국으로서···.”
느닷없이 다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에 국민들은 물론이고 72만에 달하는 일본인들도 경악하였다.
세상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하였지만, 설마설마하던 차였다.
그런데 해방이라니.
“대, 대한민국? 해방?”
“해, 해방이라니? 그럼 저들이 정말 우리 독립군이었단 말인가?”
“해방이다! 해방!”
“크흐흑! 만세다! 만세!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세! 대한독립 만세!”
한반도 전체가 들끓기 시작하였다.
손에 손에 어디서 급조하여 어설프게 만든 태극기를 들고 일제히 거리로 몰려나온 국민들은 너도나도 만세를 불렀다.
“만세! 만세!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 만세!”
“해방이다! 광복이야! 광복!”
“으어어어엉! 대한민국 만세! 만세!”
수십 년에 걸쳐서 쌓였던 한이 폭발하였다.
“엄청나군”
“이거, 마치 2002년 월드컵 시절을 보는 듯합니다.”
“그거보다 더한 것 같은데?”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통제를 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내버려 둬. 수십 년 동안 나라를 뺏겼단 사람들이야. 어느 정도는 풀어야 할 거다. 며칠 동안은 너무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건드리지 말라고. 통제할 곳은 전부 통제 중이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나저나 왜 자꾸 이쪽으로 몰려드냐?”
“하하하!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경성 사람들 대부분이 총독부에 우리가 있는 것을 아는데요?”
“끙! 그래도 너무 많이 몰려드는군”
이강철의 말처럼 경성의 모든 시민이 총독부 정면의 광화문통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 당시 경성부의 인구는 98만여 명.
그중에서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죄다 나온 것 같았다.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
“만세! 만만세!”
“대한민국 국군 만세!”
“국군 총사령부 만세!”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총독부 앞은 발을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해방 인파로 가득하였고, 만세와 환호 소리로 총독부 안까지 시끄러워졌다.
“이거야 원! 경성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
“거의 백만이라고 합니다. 걸을 수 없는 아기와 자리를 보전한 사람들을 빼면 전부 나온 것 같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런데 아무래도 한 말씀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내가?”
“그럼 제가 합니까? 저길 보세요. 누구라도 나와서 한마디라도 해주길 간절하게 원하잖습니까?”
“하아, 나 이런 거 소질 없는데···.”
“하하하! 지금부터는 없는 소질도 만드셔야 할 겁니다. 하여간 전면에 자리 만들겠습니다.”
“알았다.”
하기 싫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총독부 전면의 창을 개방하고 마이크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이강철이 나오자 함성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높아져 갔다.
- 작가의말
좀 늦었습니다.
오늘 중으로 한 편 더 올리고, 내일 새벽까지는 수요일에 빠진 것을 보충하겠습니다.
그리고,
해방전후사를 다루기가 참으로 민감한 부분인데,
그래도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댓글로 다른 분을 공격하는 일은 좀 없었으면 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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