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장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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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2.2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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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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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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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남궁세가 살인사건 (7)

DUMMY

당명이 금란을 노려보며 말하였다.

"지금 어검술을 사용할 수 있는 본인이 행흉인이라는 것인가? 낮중의 비무도 이런 누명을 씌우기 위한 초석이었군."

"부정하진 않아, 당신이 가진 걸 속곳 안까지 탈탈 털어봤어야 했지. 하지만 아직은 피집인이야. 무죄추정의 원칙은 지켜야지."


'어검술을 사용한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주장해봤자. 피집인이 '자신은 어검술을 사용하지 못한다.'며 부정한다면 증명할 수단이 없다. 무림인들은 항상 자신이 가진 수를 숨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금란은 우선적으로 당명의 가진 수를 모두 드러내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 방법이 바로 진백과 당명의 비무였다.

금란은 진백에게 당명을 몰아붙여서, 가진 수를 다 꺼내게 하도록 명하였다. 오성비무회 때문에 둘의 사이가 껄끄러운 것을 알고있었다. 그렇기에 진백이 도발이라도 해서 당명을 자극한다면, 그가 가진 가장 큰 수를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도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는 법.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진백은 실력으로 당가주의 능력을 드러내었다.


모든 사람이 당명을 보고있었다. 그 시선에는 의심이 가득차 있었다. 당명은 잠시 뱀같은 눈으로 금란을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제갈 감찰관의 추리에는 비약이 있네."

"뭐지?"

당명이 벽의 구멍을 가리켰다.

"저런 작은 구멍으로 암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에 남궁가주가 서있어야 하지. 허나 내가 어떻게 남궁가주가 저 위치로 지나갈지 알겠는가. 향이라도 피우고 제사라도 지내며 빌었으면 됐겠는가?"

당명의 반박은 일리가 있었다. 벽의 구멍은 매우 작았다. 남궁지가 쓰러진 위치로 정확하게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비도를 맞출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거야 간단하지. 남궁가주가 이 앞을 지나가게 만들면 돼."

"제갈감찰관이 강호사정에 어두우신가본데 내 친히 알려주겠네. 오대세가끼리는 동등한 위치라네. 내가 남궁가주에게 명령하거나 무언가를 시킬 수 없다는 말이네."

"거 참 사람무시하네. 나도 오대세가 정도는 안다고. 당가, 남궁 그리고⋯ 뭐더라. "

금란이 팔짱을 끼며 입을 부풀렸다. 그 당당함에 금란에게 오대세가를 알려준 여홍과 진백은 딴죽을 걸 수 없었다.


진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흉인이 어떻게 가주님을 이 자리에 보냈는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진백공자님?"

"비고에 사람이 들어오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그야 물론 물건을 찾거나 보관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가주님이 비고에서 뭘 찾으려 했는 지를 알면. 어떻게, 누가 가주님을 이 위치로 보냈는 지를 알 수가 있는 겁니다."

"그래 진백 말이 맞아."


금란이 긍정하였다. 그 말에 정만금은 시신의 위치가 표시된 분 주변을 둘러봤다. 근처에는 쭈글쭈글한 서책 몇 권과 화려한 목함이 하나 있었다. 금란은 목함을 들더니 정만금에게 물었다.

"자. 정총관 이 목함에 뭐가 들었다 했지?"

"중요한 문서를 처리할 때 쓰는 남궁가의 인장이 있습니다."

"그래. 그럼 하나만 더 묻지. 그 '중요한 문서'에 '혼인서류'도 포함될까?"

"당연합니⋯ 엇!"

남궁가는 유가였다. 유가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관혼상제의 네 예식으로, 그중 하나가 혼례. 즉 혼인이었다.

게다가 남궁가와 같은 거대 세가들은 다른 유력가문들과 혼인을 맺어, 정치적인 목적으로 정략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남궁가에서 혼인을 서류로 남기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마침 남궁세가엔 혼인관련 논의 때문에 방문한 사람이 있어."

금란은 손가락을 들더니 당명을 가리켰다.

"바로 당명, 당신이라면 언제든지 혼인 서류를 핑계로 남궁지를 비고의 안. 정확히 이 위치에 오게 만들 수 있어."


당명이 금란을 노려보며 외쳤다.

"감히 사천의패왕 나 사천당가주 당명을 흉인으로 몰아가다니. 자네와 무림맹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할게야."

"아직은 피집인이라니깐."

"하나 설명하지 못한 게 있군. 내가 사마외도도 아니고 왜 남궁가주를 죽였겠는가? 그를 죽여서 얻는 이득이 하나도 없는데."


맞는 말이었다. 당명 그는 정파무림을 대표하는 기둥인 사천당가의 수장이었다. 함부로 누군가를, 심지어 같은 오대세가의 가주를 죽일 이유는 없어 보였다.

"이득이라⋯ 이득은 없을지 몰라도 원한은 잔뜩 있겠지."

"뭐라?"

금란의 말에 당명이 움찔하였다. 그도 찔리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금란은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당명의 몸을 가리키며 물었다.

"사천의 패왕 당명이라⋯. 근데 패왕치고는 행색이 좀 남루한것 아닌가?"

"으득. 본인이 좀 검소한 편이네."

당명이 이를 갈았다. 당명은 초록색의 면장포를 입고 있었는데 남루하다고 할 정도로 낡은 옷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천당가의 이름값에 비하면, 비단도 아닌 면으로 된 장포은 수수한 편이긴 하였다.


이춘복이 두 손을 마주치더니 무언가 떠오른듯 말하였다.

"그러고보니 천하에서 알아주는 명품비단 촉금(蜀錦)이 사천에서 나지 않습니까? 그 촉금의 비단산업을 사천당가가 꽉 쥐고있다고 들었습니다요. 저도 촉금장포하나 사려다가 쥐꼬리같은 무림맹 월봉으로는 어림도 없어서 겨우 촉금전낭 하나 구했습니다. 보시지요. 이게 또 명품인지라 때깔이 다르지 않습니까. 자고로 옛말에 좋은 전낭을 써야 돈이 잘 들어온다고⋯"

"그래 비단산업을 주름잡는 사천당가가 면장포를 입고오는 건 이상하지."

금란은 멋대로 떠드는 이춘복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왜 비단옷을 못 입고 왔을까. 비단을 만들 수도, 살만한 여유도 없었던 거 아닐까?"

"크흑"

당명은 짧은 탄식과 함께 얼굴이 붉어졌다. 사천당가의 재정이 위험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콧대 높은 사천당가의 가주로써 이보다 부끄러운 일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당가주님이 아버님을 살해했다는 동기는 되지 않네. 사천당가의 재정이 좋지 않아서 풍족한 남궁세가를 시기해서 살해했다는 건 억지가 아닌가?"

남궁호진이 반박하였다.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사천당가의 재정이 위험하다 한들. 그것이 남궁지를 살해할만한 동기가 되지는 않았다.

"그래. 그것보다는 큰 원한이 있어야겠지. 그래서 난 그 원한을 찾아봐야 했어. 진백, 아까 찾은거 보여줘."

"네"


진백은 한 서책을 꺼내들었다.

"창고입출기록?"

이춘복이 서책의 표지에 쓰인 글씨를 읽었다.

"그래. 창고에 물건이 들어오고 나간 것을 기록한 서책이야. 이 부분을 잘 봐."

"날짜는 일년 전쯤이군요. 반입이고 품목은⋯ 방직기 일천대? 상당한 양입니다요."

"방직기라면 비단이나 천을 짜는 기계가 아닌가. 꽤나 고가의 물건일텐데 어째서 이렇게 많은 양이⋯"


여홍은 무언가 기억이 난 지 손바닥을 마주치며 말하였다.

"그러고보니 일년 전쯤에 창고로 방직기들을 옮겼던 적이 있습니다. 마침 월봉도 밀렸는데, 힘든 일까지 떠맡아서 무인들이 불평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래 그럼 물어보지. 정총관, 남궁가에서는 천이나 비단사업을 가졌어?"

"⋯⋯하지 않습니다."

정만금은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대답하였다.


"참고로 그 방직기들은 아직까지 반출되지 않았어. 방직사업을 하지 않는 남궁세가에 들어온 수많은 방직기들⋯. 그리고 비단을 만들지 못하고있는 사천당가. 이게 우연일까?"

"⋯⋯"

금란은 정만금을 쳐다보며 물었다. 하지만 정만금은 대답이 없었다.


"여기서부턴 내 상상이야. 아마 당가는 꽤 오래전부터 모종의 이유로 재정이 악화되었을 거야. 그때 도움을 준 것이 같은 오대세가로 친분이 있던 남궁지였겠지."

"그렇다면 남궁가주가 본가에게 도움을 준 것 아니겠나. 왜 본인이 도움을 준 자를 살해하겠는가?"

"그 도움이 비열한 남궁지의 계락이었기 때문이지."

"아버지께 비열하다니 무슨 망발인가!"

남궁호진이 발끈하였지만 금란은 신경쓰지 않았다.


"무림맹의 군사였던만큼, 남궁지는 간계에 능한 사람이었어. 어느날 당가의 재정이 위험하다는 정보를 얻게된 그는, 그것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지. 처음엔 이자없이 돈을 빌려줬어, 방직시설들을 담보로 말이야. 절박했던 당가의 입장에서는 부처의 손길이나 다름없었지. 하지만 그건 부처가 아니라 마라의 손길이었어."

"⋯⋯."

당명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침통한 그의 표정이 말을 대신하였다.


"변제가 늦어지자 남궁지는 바로 방직시설들을 압류했을거야. 창고의 입출기록이 있던 바로 그 방직기들 말이야."

금란은 창고기록을 펄럭이며 보여줬다.

"사천당가의 가장 큰 수입원이었던 비단산업이 완전히 멈추게 되자, 그나마 명줄이라도 붙잡고 있던 당가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을거야. 그제서야 그것이 남궁지의 계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설마⋯ 정파인 남궁가에서 그런 악독한 일을 벌였겠습니까?"

이춘복이 금란에게 되물었다. 그의 상식선에선 정파가 벌일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 그래서 대차장부도 보여주지 않았겠지. 이런 악독한 일을 벌인 것을 들켜서는 안되었을테니까."

모두가 정만금을 쳐다봤다. 남궁세가의 총관인 그가 이 일을 모르고 있었을 리는 없었다.


정만금은 줄곧 서글픈 눈을 하고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것일까. 고개를 똑바로 든 그의 눈에는 무언가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무었이 악독하다는 것입니까."

"뭐라고?"

으드드득

당명의 분노에 차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정만금은 고개를 떳떳하게 세웠다.


"정당한 계약관계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남궁가에선 당가에 도움을 준 것 뿐인데, 어째서 본가가 비난을 받아야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하⋯ 하지만, 변제를 조금 더 기다려주던가 할 수도 있지 않소."

"당가에게 빌려준 돈은 큰 돈입니다. 남궁가에서도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무인들 월봉까지 밀렸었지요. 계속 기다려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 그럼 몇달간 저희 월봉이 밀린 것이. 당가에 돈을 빌려줘서입니까?"

여홍이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자신의 밀린 월봉이 이런 곳에 쓰였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방직시설은 담보로 삼은 것은 역시나 계락으로밖에 보이지 않소."

"당가에서 가진 큰 자산이 방직시설 뿐이었소. 담보도 없이 돈을 빌려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춘복의 말에 정만금은 조목조목 반박하였다.


여홍은 놀란 표정으로 정만금을 쳐다보았다. 남궁세가 소속인 자신이 보더라도, 정파의 짓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도리를 저버린 일이었다. 정만금이 저렇게 당당하게 반박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가 아는 정만금은 조금 깐깐한 구석이 있기는 하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다. 무었이 그를 바꾸기라도 한 것일까?


금란은 조용히 정만금을 노려봤다. 그의 말대로였다. 아무리 그 의도가 비열하다곤 하나. 그 수법은 법 아래에서 정당하게 이뤄진 일이었다. 무림맹의 입장에서 이것을 트집잡고 남궁세가를 처벌할 수는 없었다.


여홍은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고작 돈때문에 당가주님께서 가주님을 살해하셨겠습니까?"

"고작 돈이라⋯. 그놈이 우리 가문에서 앗아간 것은 돈 따위가 아니네."

당명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남궁지에서 '그놈'이라 호칭이 바뀌었다. 당명을 바라보는 모두가 깜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비단산업을 거머쥐고, 본가의 자본줄을 움켜쥔 남궁지는 본격적으로 본가의 일에 간섭하였네. 본가의 사업체관리, 자금운용, 먹고 입는 것. 심지어는 오성비무회에서 자기 아들에게 일부러 져 달라는 승부청탁까지 하더군. 크크큭 저 녀석이 본선에 오르지도 못해서 그건 못 들어줬지만 말이야."

"아버지가 그런 요구를 하시다니⋯"

남궁호진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도 무인이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승리를 청탁했다는 것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며칠 전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본 당가로 매파를 보내더군. 내 딸, 금지옥엽과도 같은 아이⋯ 소하에게 말이야⋯. 이게 무슨 의미겠는가? 얌전히 말로 할 때 딸을 시집보내라는 협박이 아닌가?"

이춘복이 이제야 생각났다는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말하였다.

"그러고 보니 당가는 데릴사위를 받는데 당소하를 시집 보낸다는 것이 이상했습니다요. 그것이 남궁가주의 요구였다니⋯"

암기와 독을 사용하는 사천당가 무공의 특성상, 무공이 유출되면 그 위력이 급감하였다. 그래서 당가는 전통적으로 데릴사위를 들여 무공이 유출되는 것을 막아왔다.


"내 딸이 남궁으로 오면 어떤 꼴을 당할지는 뻔하였지, 당가를 움켜쥘 족쇄, 인질로 만들 셈이였던거야. 남궁지 그놈은 당가의 돈을 노린게 아니야. 사천당가! 그 자체를! 자신의 손에 쥐려고 했단 말이다! 내 딸을 이용해서!"

당가주의 분노가 외침으로 뿜어져나왔다. 중원에서도 손꼽는 고수의 분노였다. 무공을 배운 이들도 이를 악물고 버텨내었고, 상대적으로 무공이 부족한 정만금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당명의 분노에 이미 그가 행흉인이라는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터질듯한 대치가 계속되었다.


"하하하하하!"

당명이 느닷없이 큰 소리로 웃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한 녀석이군. 날 흉인으로 몰아가기 위해 많이도 준비했어⋯. 남궁지를 죽여줘서 고맙긴 하지만⋯"

당명의 몸에서 살기와 함께 자색 독기가 흘러나왔다.


"대사천당가를 우롱한 죄. 편히 죽지는 못할 것이야."


그 흉악한 살기에, 비고에 있는 모두가 굳은 채로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그중엔 한 명 눈치가 없는 자가 있었다.


"갈! 남궁가주를 살해한 대흉인 당명은. 나 무림맹의 이급감찰관 이춘복의 포승을 받거라!"

"이춘복 그만둬!"

"어디서 감히!"

분노한 당명의 손에서 비도가 눈 깜짝할 새 뿜어져 나왔다.


"피하십시오!"

진백이 서둘러 뛰쳐나갔다. 진백은 몸으로 이춘복을 밀쳐내었다. 비도는 진백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백아! 괜찮아?"

"괜찮아 스쳤어⋯ 컥!"

진백의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따끔한 눈의 통증에 눈을 비비니 손이 붉게 물들었다. 동시에 뜨거운 용암이 터지는 느낌이 양 귀와 코에서 뿜어져 나왔다.

"쿠⋯ 쿨럭"

진백이 뿜어낸 토혈이 바닥을 적셨다. 칠공에서 피를 뿜는, 중독의 증상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얼어붙어있던 사람들은, 진백의 붉은 피를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독이야! 당가주가 독을 사용했다!"

"긴급상황! 공자님이 습격당했다!"

여홍의 외침에 비고는 순식간에 무인으로 포위되었다. 수백명의 무장한 무인이 진법을 만들어 검을 겨누었다. 역시나 정파무림의 기둥인 남궁세가였다. 그 압박감은 일류의 무인이라도 당황하게 할 정도로 흉흉하였다.


하지만 당명은 다른 이유로 당황하였다.

'아니! 분명히 독은 발라놓지 않았거늘!'

이춘복에게 던진 것은, 유사시에 빠르게 사용할 수 있게 소매에 준비해둔 비도로. 독은 발라두지 않는 암기였다. 그렇기에 진백이 중독되자 당명은 당황하였다.

'나 말고는 누구도 만질 수가 없는데 어찌하여⋯!'

자신이 항상 소지하며, 그 누구도 건드릴 수가 없는 암기였다.


하지만 이내 당명은 근래에 비도를 건드린 자가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네 녀석이었구나!'

이제야 당명은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하지만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미 행흉인으로 몰리고 있는 와중에 독을 사용해서 남궁의 공자를 습격했다. 더 이상 변호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당명은 모든 힘을 끌어모아 비고를 박차고 도망쳤다.


"가주님을 살해하고, 진백공자님을 공격한 흉적이 도주한다! 추격해라!

남궁가의 수많은 무인들이 경공으로 당명을 쫓았다.


"허억⋯ 허억⋯"

비고에 남겨진 진백은 가쁘게 숨을 쉬었다. 손발이 마비되어 더 이상 서있을 수가 없었다.

쓰러지는 진백을 여홍과 금란이 와서 부축하였다.


"백아!"

"젠장! 여홍! 당장 진백을 내 등에 업혀!"

"제갈 감찰관님 어쩌시려는 겁니까?"

"아는 의원이 있어. 중독은 시간이 생명이야 빨리!"

작고 따듯한 등이었다.


진백은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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