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가류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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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천
작품등록일 :
2023.02.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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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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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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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용병

DUMMY

1. 용병


제국 페샤의 전령이 도착하여 황제의 칙령을 무챠르의 족장 무초에게 전했다.

무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전령이 말했다.

“다음 보름달이 뜰 때까지 용사 500명을 이끌고 페샤트르 계곡으로 오시오.”


원로들이 수근거렸다.

용사 500명이면 부족에서 싸울 수 있는 모든 장정의 수다. 용병을 청할 때는 부족 장정의 절반을 요구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래야 용사들이 전멸하는 일이 있더라도 부족은 재건될 수 있고 오래도록 참전할 때 마을을 지키고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용병으로 참전하여 전멸한 경우는 200년 동안 두 차례 있었다. 1년 이상 참전한 예도 4차례가 있었다.


용사 전원을 요구하는 것은 부족의 존폐뿐만이 아니라 제국의 존폐도 달려 있다는 것이다.

페샤르만 산 너머 소문에 의하면 제국의 국경에 있는 두 제후국이 무너졌다고 한다.

족장 무초도 용병이 소집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용사 전체에 대한 소집령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곧 추수의 시기가 닥치기도 했다.


전령이 돌아가고 원로회의가 열렸다.


족장 무초가 말했다.

“가능한 용사는 몇 명인가?”


한 원로가 말했다.

“싸울 수 있는 용사는 550명 정도이나 곧 추수가 시작되고 혹시나...”


무초는 말끝을 흐리는 원로의 다음 말은 예상할 수 있었다.

다른 원로가 제안했다.


“우리 용사 400명과 설산의 떠돌이 부족 메샨에게 100명을 청하는 건 어떨는지요?”


메샨 부족은 설산에서 사냥하는 부족으로 부족끼리도 모이지 않고 삼삼오오 다니는 부족이다.


“메샨 부족은 국경과 가깝기 때문에 페샤트르의 지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올해 추수의 1/5을 준다 하고 용병을 청하시지요.”


“뭐라 1/5, 그럼 다음 추수 때까지 어떻게 버티겠느냐?”


“일단 우리 부족의 장정이 살아남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60년 전 페샤르 전쟁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페샤르 전쟁에서 무챠르 부족의 용사 전원이 몰살당했다. 부족이 다시 일어나는 데는 30년이나 걸렸다.


“그리고 이번 전쟁은 보통 전쟁이 아닙니다. 위험이 큰 만큼 전리품도 상당할 겁니다. 우리의 식량 1/5은 충분히 보충될 것입니다. 용사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 한다면.”



무초는 전령을 메샨 부족에게 보냈다.

무초의 전령 일행은 이틀을 달려 설산 깊숙한 곳에 있는 메샨 부족의 요새에 도착했다.


무초의 전령의 노려보던 메샨 부족의 족장 메류가 말했다.


“어떻게 무초의 말을 믿지”


전령이 말했다.

“약속의 증표로 철검 100자루를 드립니다.”


전령의 일행들이 들고 있던 자루를 풀어 메류 앞에 철검을 늘어놓았다.

철검은 메샨 부족의 청동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무기이다. 철검이면 멧돼지의 목을 한 칼에 벨 수도 있다. 게다가 무초가 약속한 식량이면 부족 전체가 2년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메류는 즉시 99명의 사내를 모으라고 명령했다. 메류 자신도 전쟁에서 철검을 휘두르고 싶었다.



가류와 아버지 차류는 나무 위에서 멧돼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멧돼지는 땅을 보고 다니지 위를 쳐다보지 않는다. 멧돼지가 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 그물을 던지고 덮칠 계획이었다.

멧돼지가 10보 앞까지 다가왔다. 차류가 그물을 던지려는 순간 나팔 소리가 산에 울려 퍼졌다. 멧돼지는 놀라서 숲속으로 달아났다.


차류도 놀라며 말했다.

“비상 나팔이다.”


산에는 겨울이 빨리 온다. 겨울이 오기 전에 식량을 비축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비상 나팔은 불길한 증조다. 메샨 부족은 1년에 봄과 가을 두 번 축제를 알리는 시기와 부족장의 죽음이 있을 때, 적이 쳐들어 왔을 때 등 비상시만 나팔을 울렸다.


가류와 차류는 산 정상으로 뛰어갔다. 산 정상에는 봉화가 준비되어 있고 커다란 나팔이 있었다. 차류는 나무에 불을 붙여 연기를 피우고 나팔을 불었다. 나팔 소리를 듣거나 봉화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게 되면 부족 전체에게 알려야 한다.


가류와 차류는 메샨 부족의 신당으로 뛰어갔다.

산봉우리 5개에서 봉화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신당에 200명가량의 메샨 부족 사내들이 모였다.


메샨의 족장 메류가 철검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게 무엇인지 아느냐?”


메류가 철검을 들고 옆에 있는 호위병에게 다가갔다.

메류는 호위병에게 청동검을 뽑으라고 했다. 메류가 호위병이 들고 있는 청동검을 내리치자 청동검은 두 동강이 났다.

메샨의 사내들은 철검의 위력은 들어 봤지만 실제로 본 이는 드물었다.


메샨이 소리쳤다.

“우리는 이 검으로 싸울 것이다. 용사 99명은 앞으로 나오라!”


사내들이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나섰다.


집에 돌아온 차류는 가죽 투구를 챙겼다.


가류가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저도 데려가 주세요.”


“너는 아직 때가 아니다.”


“저도 17살이에요. 어른이라고요”


“우리 부족의 용사는 아들이 있어야만 한다. 너는 아직 아들이 없지 않으냐? 이번 겨울이 지나고 내년 봄 축제에서 여자를 데려오너라. 그래서 아들을 낳으면 너도 그때는 용사다.”


아들이 있어야만 용사가 될 수 있는 것은 메샨 부족의 불문율이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가류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가류는 페샤르만 산맥 너머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았다.

지난 가을 축제 때 본 소금 장수의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은 반만 알아들을 수 있다.


[왕이시여, 캬슈마의 왕이시여, 제국을 구하소서, 제국을 구하소서]


소금 장수는 하늘을 보며 낮게 읊조리는 주문 같았지만 분명 가류를 보고 한 말이었다.

가류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금 장수의 기도하는 손등에 그려진 무신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었다.


아버지는 가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나 없는 동안 어머니와 동생을 잘 부탁한다. 이제 네가 돌봐야 한다.”


가류에게는 어린 여동생이 둘이 있었다. 남동생이 두 명 더 있었지만 어렸을 때 죽었다.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는 것은 축복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였다.


가류는 가족이 잠든 사이 집을 빠져나왔다.

만보를 달려 계곡 아래에 사는 머류의 집에 다가갔다. 가류는 뻐국이 소리를 내며 머류를 기다렸다. 잠시 후 머류가 눈을 비비며 가류에게 왔다.


머류가 말했다.

“무슨 일이야”


“응, 할 말이 있어”


“뭔데?”


“나도 용사가 되고 싶어”


“너는 아들도 없으면서 어떻게 용사가 돼?”


“그래서 부탁이 있어.”


잠이 덜 깬 머류가 안절부절 못하는 가류를 바라보았다.


가류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내 아들을 낳아 줘.”


가류가 머류를 안았다.

머류가 가류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가류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머류가 소리치려하자 가류가 머류의 입을 막았다.


가류가 말했다.

“꼭 살아서 돌아올게. 그래서 우리 부족에서 가장 행복하게 해 줄게. 메샨신을 걸고 맹세해.”


머류도 가류를 좋아하고 있었다. 건장하고 친절한 가류는 다른 메샨의 사내와는 달랐다. 언제나 먹을 것을 여자에게 먼저 내밀었다. 아버지가 없는 머류의 가족을 위하여 가류는 사냥감 일부를 가져다주었다. 내년 봄 축제 때 가류가 머류의 손을 잡아준다면 가류를 따라갈 생각이었다.

가류가 머류의 다리를 벌리려 하였다. 머류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

가류가 꼭 살아 돌아오기를, 내년 봄 축제 때 자기 손을 잡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눈을 감았다.



족장과 차류를 포함한 100명의 메샨 용사들이 철검을 차고 페샤르만 산맥을 따라 걸었다. 눈이 녹지 않는 능선을 따라 이틀째 행군을 하고 있었다.


메류의 부장 찬차가 메류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틀 전부터 따라오는 놈이 있습니다.”


“매복하고 있다가 잡아 와라.”


메샨 용사들은 페샤트르 계곡의 입구에 야영하였다. 집결지까지는 하루를 더 가야 했다.


찬차와 부하들이 가류를 붙잡아 족장 메류에게 데려왔다.


찬차가 말했다.

“계곡 끝 차류의 아들 가류라 합니다.”


찬차가 가류의 엉덩이를 걷어차 메류 앞에 무릎 꿇렸다.

차류가 아들을 보고 앞으로 나섰다.


차류가 가류를 보고 말했다.

“어리석은 놈, 너는 우리의 규율을 어겼다.”


차류가 메류에게 말했다.

“저 자식의 손가락을 잘라 벌을 주고 돌려보내겠습니다.”


차류가 단도를 빼 들고 가류에게 다가갔다.


가류가 소리 질렀다.

“아버지 저도 이제 용사에요. 이걸 보세요.”


가류가 품에서 피가 묻은 천조각을 꺼내 보였다.

주위의 용사들이 웃었다.


메류도 웃으며 말했다.

“그게 왜 용사의 증표냐?”


“이건... 제 아내의 옷입니다. 아내는 사내아이를 임신했습니다.”


“사내아이인 줄 어떻게 알지?”


“그게, 가르쳐 준 대로 했으니까요.”


주위의 용사들이 더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메류가 다시 물었다.

“배운데로 어떻게?”


가류가 어쩔 줄 모르고 허리를 흔들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이렇게.”


메류가 말했다.

“규율이 있어야만 우리 부족은 살아갈 수 있다. 저놈의 손가락을 자르고 돌려보내라.”


아버지 차류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예. 왕이시여.”


차류가 가류의 손목을 잡았다.

가류는 아버지를 바라보다 눈을 질근 감았다.

아버지는 사냥을 가르칠 때 말하였다.

[주저해서는 안된다.]

아버지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메류의 부관이 잔걸음으로 달려와 메류에게 말했다.

“수상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용사들은 모두 긴장하며 칼을 잡았다.

5명씩 둥글게 짝을 지어 방패로 엄폐했다.

순간 어둠 속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방패 사이를 뚫고 들어 온 화살에 여러 명이 쓰러졌다.

용사들은 숨죽이고 어둠을 직시했다.

곧 2차 화살이 날아왔다. 2차 화살을 방패로 막은 용사들은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함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어둠 속에서 백병전이 벌어졌다. 어둠 속에서도 사냥에 능숙한 메샨의 용사들이 철검을 휘둘렀다.


100합을 세기도 전에 전투는 끝났다. 메샨의 용사들은 희생자들을 파악했다.

13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전투를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은 12명이었다.

무초에게 100명의 참전 용사를 확인 받기도 전에 21명의 용사를 잃은 것이다.


용사들이 숨이 붙어있는 포로를 잡아 왔다.


메류의 부장 찬차가 포로의 목을 철검을 들이대며 말했다.

“누구냐”


포로는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캬슈마 만세”


페샤 제국 사람들과 캬슈마 제국 사람들은 깊은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상대방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아직 페샤의 영토인데 어떻게 캬슈마 군사가 있는지 궁금했다.


찬차가 포로에게 다시 물었다.

“여기는 페샤의 땅이다. 여기서 무엇을 했느냐?”


포로는 다시 똑같이 소리쳤다.

“캬슈마 만세”


부상당한 포로는 빨리 죽이는 게 은혜를 내리는 일이다.

메류가 고개를 돌리자 찬차가 포로의 목을 베었다.


용사들은 죽은 동료들을 땅에 묻고 조그마한 표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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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흑마술 23.04.07 15 0 12쪽
20 20. 페샤르만의 위기 23.03.24 17 0 11쪽
19 19. 비도의 저주 23.03.18 20 0 11쪽
18 18. 제국의 신부 23.03.15 26 0 11쪽
17 17. 국가의 탄생 23.03.11 33 0 12쪽
16 16. 페샤르만 위령비 23.03.09 39 0 11쪽
15 15. 페샤르만 전투 23.03.08 34 1 12쪽
14 14. 황후에서 황제로 23.03.07 36 0 12쪽
13 13. 협상의 조건 23.03.06 36 1 12쪽
12 12. 황제 암살 23.03.05 34 1 11쪽
11 11. 척살대 23.03.04 35 1 12쪽
10 10. 가류를 쫓는 레스피아 23.03.03 33 0 12쪽
9 9. 카이의 비도 23.03.02 36 1 12쪽
8 8. 레스피아의 전설 23.03.01 38 0 11쪽
7 7. 함정 23.02.28 47 1 12쪽
6 6. 제국의 수도 23.02.27 46 0 11쪽
5 5. 황족의 후예 23.02.26 55 0 11쪽
4 4. 수색대 23.02.25 56 0 11쪽
3 3. 흑기사 23.02.24 66 0 11쪽
2 2. 검은 돌 23.02.23 79 0 11쪽
» 1. 용병 23.02.22 11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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