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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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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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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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그날은 관산이 막 11살이 되던 해였고 유독 추운 겨울이었다.


막 새해가 밝았지만 단 한줌의 설렘도 느끼지 못하던 시절 관산은 밤새 몰아치는 눈 폭풍을 피해 평안시의 뒷골목을 해매다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적이 있었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가던 어떤 마음씨 착한 아주머니에 구함을 받아 하룻밤 그 아주머니 집에서 묵게 되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따뜻함이라 관산은 아주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꿈속에서 관산은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할 정도로 발전한 도시를 보았다. 그곳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높이 솟은 수많은 건물들이 즐비한 세상이었고 그 건물에서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불빛들이 끊임없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곳의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은 분명 자신이 사는 곳과 다를 바 없는 인간들이었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먼지 하나 묻지 않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윤기나는 피부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 마치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관산은 그들이 성스럽게 보여 눈을 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서 아련한 그리움을 느꼈다.


분명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은 처음 보는 것들이었지만 익숙함과 그리움 그리고 포근함과 안도감까지 왜 이런 감정들이 끝없이 느껴지는지 관산도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관산이 수십가지 감정들에 당황하고 있을 때 웬 여자가 그를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그는 살아 생전 가장 향기로운 냄새를 맡았으며 그 향기가 주는 아련함을 거슬러 올라가 끝내 한 여자의 얼굴을 기억해 냈다.


" 희.....정. "


그 순간 그의 내면에서 기억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때부터 관산은 뭘 보든 그것의 이름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 빌딩. 전광판. 자동차. 비행기. 스마트폰 .."


분명 생소한 물건들임에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들처럼 물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있을 때 처음 보는 남자가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50대 초반의 중년 남자. 작은 키에 누가 봐도 못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와 마주서자 관산은 이번에도 남자의 이름까지 기억해 냈다.


" 이강식? "


남자는 관산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자 기특한 듯 웃으며 어린 관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말했다.


" 다행이다. 나보다 훨씬 잘생겨서. "


이강식은 11살의 관산을 아들처럼 품에 안고서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 절대 눈을 때지 말고 하나도 남김없이 기억해라 "


관산은 이유는 몰랐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이강식의 말에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던 푸른 하늘에서 정체 불명의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이강식은 그대로 하늘을 날아 그 남자의 옆으로 다가갔지만 남자는 관산과 이강식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관산이 정체불명의 남자를 확인하자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머리에 기다란 뿔이 하나 나 있어 도저히 인간으로 생각되지 않은 남자였다.


그 남자는 신기하게도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칼 위에 올라선 상태로 지상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가 지상을 내려 보며 말했다.


" 갑자기 삼라수(森羅水)가 느껴져 와봤더니 마원은하(魔元銀河)에 인족이 이렇게나 많이 존재하는 행성을 만나다니..놀랍구나 "


그때 그의 옆에 누군가 번쩍하고 나타나더니 그의 말에 동조했다.


" 그렇습니다 사형 저도 이름조차 없는 변방의 행성계에 이런 특이한 문명을 이룬 인족이 살고 있을 줄 정말 몰랐습니다. 사형이 이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칠뻔 했으니 이건 모두 사형의 공로입니다. 장문인께서 정말 기뻐하실 겁니다 "


남자는 사제의 칭찬에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 나 혼자 모든 공을 독차지할 맘은 없네. 오늘의 공로는 이곳에 있는 모든 제자들과 공평하게 나눌 것이니 사제는 제자들에게 알려 삼라수를 찾아내고 이곳을 속히 점령하라 이르게 "


" 알겠습니다 "


번쩍하고 나타났던 남자는 다시 번쩍하고 사라졌고 그 후 푸른 하늘에서 수만명의 뿔 달린 사람들이 나타나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 사형께서 모든 공로를 함께 나눌거라 약속 하셨다. 제자들은 속히 행성을 점령하고 삼라수를 찾아내라 반항하는 인족은 모조리 죽여도 좋다.


그때부터 아름답던 행성은 지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뿔 달린 남자들의 손짓 한번에 화려했던 건물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사람들은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그들은 남자 여자 노인 아이 할 것 없이 절대 손 속에 자비를 두지 않았다. 그때 관산과 이강식이 있는 쪽으로 만삭으로 배가 불러있는 여자 한 명이 도망쳐 왔다.


그녀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쳐 왔고 관산은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지만 결국 오른쪽 뺨에 별 모양의 상처가 있는 남자에게 붙잡혀 배가 갈리고 아이까지 꺼내 지고 말았다.


그 남자는 아이를 데리고 하늘 너머로 돌아가 버렸다.


" 우엑 "


관산은 간신히 참고 있던 구토를 참지 못해 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 괴롭더라도 보거라 그리고 기억해라. "


이강식은 지구라는 행성이 어떻게 멸망해가는지 모든 상황을 강제로 지켜보게 만들고는 " 잊지 말거라 " 라는 한마디를 남겨 놓고 사라져 버렸다.


그 순간 관산은 세상이 터져나가는 것 같은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온다 생각했고 그 느낌에 너무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 으악 "


너무 끔찍한 장면들에 정신을 차린 관산은 한 동안 몸을 떨어야 했다. 그가 봤던 모든 게 꿈이란 걸 알았지만 꿈속에서 봤던 장면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쉽게 떨쳐 버릴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 모를 기억에 괴로워 하던 관산은 자신에게 그런 장면을 보여줬던 이강식을 떠올렸는데 그 순간 이강식이란 인물이 지구에 살았던 50년의 기억들이 봇물 터지듯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10대 그의 20대 그의 30대 마치 어린 관산이 직접 겪었던 기억처럼 너무나 생생하게 솟아나던 기억들은 그의 나이가 오십에 뿔 달린 남자와의 대면을 마지막으로 끝이났다.


남자가 이강식에게 했던 마지막 질문들은 바로 삼라수를 어떻게 얻었는가 였지만 이강식은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고 팔다리를 뽑히는 고문 속에서 죽어갔다.


그제야 관산은 진실을 알게 됐다. 외계인들을 지구로 불러들인 물건은 바로 유전공학자였던 이강식이 개발한 식물 촉진제라는 사실을 말이다.


' 내 탓이 아니야.. 난 관산이지 이강식이 아니라고!..'


그 사실에 관산은 너무 큰 죄책감에 빠져 들었고 충격으로 정신까지 붕괴될 조짐이 나타났지만 강한 자기 부정으로 간신히 무너져 내리려는 정신을 붙잡았다.


' 난 이강식이 아니야... '


하지만 끝없이 솟아나는 전생의 방대한 기억으로 인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어린 관산의 자아가 흔들리는 건 막지 못했다.


그 일 이후 관산은 이강식이란 인물에 점점 빠져 들었고 너무 강한 전생의 기억으로 인해 당연하게도 이강식이란 인물에 동화되기 시작했다.



그의 전생 이강식은 참 불쌍한 남자였다. 160의 작은 키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뚱뚱한 몸을 가진 그는 신체적인 결함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못생긴 얼굴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언제나 멸시와 조롱을 받으며 살았지만 끈기 하나 만큼은 대단해 뛰어난 재능없이 노력만으로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명문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멸시와 조롱은 끝나지 않았다. 부당한 대우는 끝없이 이어졌지만 이강식은 절대 자기 자신을 비관하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 평생 처음 사귄 여자친구가 자신이 아닌 그의 친구를 선택했을 때도 이해한다며 진심으로 두 사람을 축복해주던 그였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런 그를 바보라고 말했지만 그럴수록 이강식은 공부와 운동에 매달렸고 미친 노력 덕분에 그는 최연소 유전공학 박사라는 타이틀과 누구도 감히 덤비지 못 할 무술 실력까지 거머쥐었다.


그렇게 평생을 운동과 유전공학이란 분야에 매달리던 관산은 나이 50에 결국 식량 문제를 해결할 물건을 만들어냈다. 그게 바로 식물의 성장을 획기적으로 빠르게 만들어주는 성장 촉진제였다.


하지만 지구를 살릴 물건이라 생각했던게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줄이야..이강식의 기억은 어린 관산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기억들이었다.


" 이강식.. 이곳은 지구와 전혀 다른 곳이야 너에 지식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세상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나에게 뭘 어쩌라고 그런 기억을 되살려 주는거야 "


그 날 이후 하루 아침에 전생을 기억해 버린 관산은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두 가지 기억에 자아는 관산과 이강식을 오가며 극심한 혼란을 겪었고 그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자신이 만들어낸 물건을 계기로 지구라는 문명이 멸망한 기억은 감당 못할 죄책감을 만들어내 시도 때도 없이 그를 괴롭혔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관산은 전생의 기억으로 현생을 바라보기 시작했으니 그런 삶이 어찌 행복하겠는가.


누가 뭐라 해도 지금의 그는 지구인 아니라 곡문성인이었지만 이곳이 이세계라고 느껴져 정신적인 고통이 이 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국 관산은 전쟁을 기억하게 된 일을 천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1년 정도 그렇게 방황하던 그는 이강식의 기억을 최대한 억누르며 살아가다 우연히 찾은 암 시장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말았다.


바로 그곳에서 멸망했다 생각했던 지구의 물품들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굉장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관산은 즉시 물건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물건들이 경계 밖 하늘 문이라는 곳에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 후부터 관산의 담군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벌써 4년이나 지난 이야기였다.


잠깐 옛일을 되새기는 동안 눈 발은 더욱 굵어져 바닥에 쌓이고 있었다.


' 지구와 이곳은 완전히 다른 곳이야. 비록 지금은 전생의 기억으로 이런 상황이라도 하고 있지만 각성자 마수 기형수 나락들 존재하는 이곳에서 지구의 기억은 살아 남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아.. '


이곳에서는 살인이 큰 죄가 안된다. 비록 모든 나라에서 금하고 있는 건 맞지만 계급이란 게 존재하는 곳이어서 가장 낮은 계급의 관산은 정말 개미와 같은 처지였다.


' 각성자가 휘두르는 주먹 한 방이면 바로 저승행인데..이런 곳에서 평등? 인권? 자유? 그딴 지구의 통념을 내세웠다간 맞아 죽기 쉽상이야 그러니 난 이강식이 아닌 관산으로 살아가야 해.. '


그가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자 모두 탑승했으면 출발한다! 다들 잘 매달려 떨어지면 그대로 놓고 갈 테니까 "


구명진의 출발 소리에 담군들이 하나 둘 자세를 고쳐 잡았고 옛 상념에 잡혀있던 관산도 서둘러 트럭 옆에 만들어 논 발판에 올라탔다.


그들은 그 상태로 몇 시간을 트럭에 매달려 평안시로 복귀해야 한다.


쓰레기들로 가득 찬 트럭에 매달려 복귀하던 관산은 갈수록 굵어지는 눈발에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한 두 시간도 아니고 앞으로 몇 시간을 더 가야 하는데 가벼운 옷차림으로 폭설을 얼마나 견뎌 낼 수 걱정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세 시간 후 살을 파고 드는 추위에 연신 손을 불어가며 힘겹게 트럭에 매달려 가던 관산은 갑자기 선두의 차량이 멈춰서는 걸 보았다. 선두 차량이 멈춰 서자 그 뒤를 따르고 있던 차량들 역시 멈춰서는 건 당연지사였다.


" 무슨 일이야? "


후미 차량에 탑승해 있던 대장 차상호가 차에서 내려 선두에 있는 차종호과 차수현에게 다가갔다.


" 형님!. 앞에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담군이나 헌터들 눈에는 폭설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각성자인 그들의 눈에는 전방에서 뭔가가 보이는 모양이었다.


" 기다리고 있어 "


차 씨 형제 중 가장 실력이 좋은 첫째 차상호가 앞으로 걸어나가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 눈 폭풍 속에서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의 눈에 집 체만 한 검은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 구명진 이리와봐 "


차상호가 책임자인 구명진을 호령하자 그가 허겁지겁 달려 나왔다.


" 예 부르셨습니까 "


" 저기 저 바위 본 적 있어? "


차상호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정말 그에게도 웬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위의 크기가 10미터를 훌쩍 넘길 정도여서 지리에 익숙한 구명진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 어? 이상하네.. 저도 저런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상족(上族) 눈 때문에 지형이 바뀌어 뭐라 확신하지는 못하겠습니다. "


구명진의 보고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차상호는 구명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살펴보고 오라 지시했다.


" 자네가 잘못 봤을 수도 있으니 더 가까이 가서 확인해봐 확실히 처음 보는 바위인지 아닌지 말이야 "


" 제가요? 알겠...습니다 "


구명진은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꼈지만 상족인 차상호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눈보라로 가시 거리가 짧아 조심히 앞으로 나간 구명진은 차상호가 만족해 할 만큼 만 접근한 후 즉시 돌아오기로 마음 먹었다.


눈 덮인 바위는 누가 봐도 수상해 구명진은 바위 앞 10미터 지점에서 돌아가기로 하고 몸을 돌렸다.


' 개자식들 .. 이쯤 했으면 만족했겠지? '


그런데 그때 몸을 돌리던 도중 무심결에 바위를 바라본 구명진은 바위에 생겨난 눈이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피처럼 붉은 눈에 구명진은 너무 놀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 씨팔 좆댔네 '


" 구명진 확인했으면 빨리 돌아오지 않고 뭐하고 있어 "


뒤쪽에서 차명진이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지만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어쩐 일인지 몸이 전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 개자식아....... 몸이 .. 말을 안 듣는다고.. 보고 만 있지 말고 제발.....와서 ..구해줘..'


구명진은 자신도 모르게 똥 오줌을 쏟아냈고 자신을 미끼로 던진 차상호가 빨리 달려와 구해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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