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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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8:07
최근연재일 :
2023.03.2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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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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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4화

DUMMY

[ 씨익 ]


그런 구명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이번에는 바위에서 입이 나타나더니 그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구명진은 분명 바위가 자신을 비웃고 있다 생각 했고 그 순간 뭔가가 날아와 온몸을 간지럽히는 느낌을 받았다.


' 뭐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


이질적인 기운에 흠칫 놀란 구명진은 갑자기 온몸에서 극심한 가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 으으으 가려워 너무 가려워 미칠 것 같아.. '


할 수만 있다면 손톱으로 살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구명진은 이런 가려움을 계속 느낄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눈앞의 바위가 말을 걸어왔다. 아니 생각을 전해왔다.


[ 정말?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


' 으으으 그래 이런 고통을 느낄 바에야 차리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


[ 소원이라고 말해 그럼 그렇게 해줄게 ]


' 으으으으으 소원이야 제발 이 고통을 끝내줘 '


구명진이 소원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정말 구명진의 온 몸에서 작은 균열이 일어났다.


[ 쩌적 쩍 ]


" 으으으으으아아아악 "


서서히 갈라지는 몸뚱아리. 몸이 찢어지는 아픔보다 극심한 가려움이 해소되는 쾌감에 몸을 떨던 구명진은 한순간에 몰려오는 엄청난 고통에 처절한 비명을 토해냈다.


갑작스러운 그의 비명 소리를 들은 담군들과 헌터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버렸다.


" 마수(魔獸)다 마수가 나타났다. "


그나마 선두와 가깝게 있던 한 헌터의 입에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헌터들은 서서히 미끄러지듯이 다가오는 거대한 바위에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들고 있던 구식 총기까지 던져 버리고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담군들 역시 비명을 지르며 그들의 뒤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 살려줘! "


그리고 이들의 맨 앞에는 각성자인 차 씨 남매들이 무서운 속도로 도망치고 있었다.


" 큰 오빠 어떤 놈인지 알아보겠어요? "


" 아마도 3급 괴암마수(怪巖魔獸)같다 "


각성을 한지 이제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각성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차수현은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치는 오빠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 큰 오빠하고 둘째 오빠가 힘을 합쳐도 상대하지 못할 놈이에요? "


" 너. 나. 종호까지 우리 세 사람이 덤비면 죽일 수야 있겠지만 높은 확률로 우리 중 한 명이 죽을지도 몰라. "


" 그렇군요. 우리 중에 한 명이 죽어야 한다니 그게 누가 됐든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역시 도망치길 잘한 것 같아요 "


" 도망가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 거라 싸움이란 건 내가 확실히 이길 수 있을 때 하는 거다. "


" 명심할게요 큰 오빠 "


그녀는 큰 오빠인 차상호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있어서 평소에도 오빠의 말이라면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


" 그런데 놈이 따라오지 않을까요? "


" 일반인들은 힘들겠지만 우리에게 놈의 속도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놈은 손쉬운 담군과 헌터들부터 노릴 것이니 그 시간이면 우리는 충분히 도망치고도 남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


" 음 그렇다면 작업을 좀 해야겠네요. "


차수현은 오빠들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남기고는 급히 방향을 틀어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달려간 방향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비명소리는 몇 차례나 더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수현이 오빠들 옆으로 돌아왔다.


" 귀찮은 짓을 했구나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됐을 텐데.."


" 헤헤 제가 바보인 줄 알아요? 안 죽였어요 "


" 그럼? "


" 몇 놈이 너무 잘 도망가고 있어서 오른발 하나씩 잘라 놓고 오는 길이에요 "


" 녀석 제법 깊은 생각을 했구나 점점 진정한 각성자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


큰 오빠의 칭찬에 헤헤 거리며 웃던 수현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침울해졌다.


" 그러나 저러나 오늘 찾은 약이 수희의 증상에 효과가 있어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


" 부디 그러길 바라야지. 하늘 문 좌표 하나를 살 때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돈이 들어가는데 오늘은 생각지도 못한 마수의 습격으로 그마저 놔두고 도망쳤으니 우리에게 다음 좌표를 살 여력이 보족하니까 "


" 오빠 포기하기는 아직 일러요. 일단 몸을 피한 다음 다시 일꾼을 구해 물건을 회수해요. "


" 그래 그래야지 "


" 형님 평안시로 복귀하시겠습니까? "


" 흠.. 아니다 일단 본가가 있는 창천시로 가자 "


" 예 "


빠르게 달리던 차종호는 차상호의 말에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에 기계를 꺼내 방향을 측정하고는 살짝 방향을 틀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이쪽입니다 형님 "


그리고 그 시각 관산 역시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벌써 무릎 위까지 차오르기 시작한 눈 밭에 엎드려 있던 관산은 방금 전 차수현이 헌터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지켜봤다.


' 독사 같은 년! '


자신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도망친 것도 화가 나는 일인데 다시 돌아와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잘라버리는 그녀의 만행에 엄청난 분노가 끌어 올랐다.


' 낌새가 이상해 황급히 눈 속에 몸을 숨기지 않았다면 필시 내 발목도 잘렸겠지.. 역시 이곳은 잠시라도 방심하면 안돼.. 관산아 지구의 타성에 젖어서는 안돼 어쩌면 너에게 지금 필요한 건 전생의 많은 지식이 아니라 저들이 가지고 있는 비정함 일수도 있다.. '


여전히 눈 속에 숨어 숨소리조차 감추고 있던 관산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주위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 확실히 갔구나 "


차수현이 완전히 돌아갔다 확신한 그는 그제야 눈 밭을 기어 나와 황급히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차수현에게 당했던 헌터 한 명이 관산을 발견하고는 도움을 요청해왔다.


" 도와..다오 "


남자는 관산도 안면이 있는 헌터였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상황이 그렇지 못함을 알기에 남자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죄송해요 아저씨. 도와드리고 싶지만 제 능력 밖이에요. 정말 죄송합니다. "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수가 쫓아오는 상황에서 자신보다 두 배나 큰 덩치를 가진 남자를 이 눈 밭에서 무슨 수로 데리고 나간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 힘드시면.... 죽여드릴까요? "


" 후후 독하구나. 됐다. 어차피 죽을 마당에 괜히 어린 너에게 업보 하나 더 쥐어주고 싶지는 않다. "


" 그렇다면 전 이만. 부디 살아남으시길 "


계속 있어봐야 마음만 아프고 죄책감만 깊어질 거 같아 관산은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런데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돌려왔다.


"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다오.."


어느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린 남자의 목소리에 이끌린 관산이 자신도 모르게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발목이 잘려 고통이 심할텐데 의외로 평온한 남자의 얼굴에서 관산은 그가 이미 환각 성분의 소각제( 消覺劑: 감각을 없애주는 약 )를 복용했다는 걸 알아 차렸다.


" 말씀해 보세요 만약 여기서 살아난다면 ..들어드릴게요 "


" 고맙다 "


짧게 감사를 표한 남자가 품에서 종이에 쌓인 뭔 가를 꺼내 내밀었다. 관산이 물건을 받아 확인해 보니 거기에는 낡고 지저분한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가 담겨있었다.


" 그걸 내 딸아이에게 전해 다오.. 아빠가.. 아니 호문이라는 사람이 좀.... 늦을 것 같으니 기다리지 말고 밥 잘 먹고 있으라는 말도 함께.. 전해..다오 "


" 이건 또... 언제 빼돌리셨대요...."


닳고 닳은 운동화를 보는 순간 관산의 눈이 시큰거렸다. 전생에서 조차 느껴보지 못한 아버지의 부정이 뭔지 그대로 느껴져 왔기 때문이다.


" 후후 네 녀석 눈 피해 훔쳐 낸다고 힘들다. 그리고 이건 의뢰비다. 신기하게 생겨 꽤 오래 간직하고 있었지만 뭔지는 모르겠다. 넌 똑똑하니 용도를 알아내겠지. "


남자가 또다시 상의 주머니에서 탁구공만 한 크기의 목각 주사위를 하나 꺼내 관산에게 내밀었다.


주사위를 받아 든 관산은 특이한 외형을 가지고 있는 주사위를 잠시 살펴보다 말했다.


" 주령구(酒令具) 그러니까 주사위와 비슷한 물건같아요. "


" 역시 넌 뭔지 알아보는구나.. 그게 의뢰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진 게 그거 뿐이라 미안하다. "


"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


솔직히 남자가 건넨 주사위 같은 건 이 세계에서 별 다른 가치가 없었지만 굳이 그걸 내색하지는 않았다.


' 주령구를 닮았지만 주령구는 아닌 것 같은데. '


독특하게 생긴 물건이 그런지 왠지 모르게 자꾸만 관심이 쏠렸다.


' 12면체 주사위와 큐브를 반반 섞어 놓은 모습 '


관산은 당장 주사위의 용도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손에 들린 물건이 절대 지구의 물건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 12면에 새겨진 기이한 문양들은 주역의 12괘들을 닮은 듯 하지만 절대 그것도 아니야 '


이곳에서 중국 고대의 갑골문과 고대 이집트 유물이나 파피루스까지 봐왔던 그였기 그것 만큼은 자신할 수 있었다.


관산이 신비한 주사위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주사위에서 노인의 말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그 소리에 놀라 하마터면 주사위를 떨어트릴 뻔 했다.


[ 여긴 어디야? ]


' 주사위가 말을 해? '


[ 아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 아이야 넌 이곳이 어딘 줄 아느냐? ]


' 설마 날 부른건가? '


관산은 머리 속으로 울리는 늙고 탁한 목소리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 여기에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녀석이 너 말고 또 있느냐? 그런데..이놈 보게 고작 열 다섯의 나이에 육체를 몇 배나 뛰어넘는 정신력을 가지고 있네? 어쩐지 내 목소리를 듣는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구나. ]


주사위가 숨기고 있는 자신의 비밀을 언급하자 왠지 뜨끔 한 관산은 그에게 이 행성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 이곳은 곡문성이라고 불리는 별입니다 '


[ 곡문성? 처음 듣는 별인데 혹시 무슨 계인지도 알고 있느냐? ]


'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 아이고 큰일이군.. 큰일이야 이걸 어쩐다.또 이상한 곳으로 떨어져 버렸네 ]


주사위는 연신 안타까운 탄성을 토해냈지만 관산은 주사위보다는 호문이라는 남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 아저씨 혹시 어떤 말소리 안 들리세요? "


" 말소리? 설마! "


자신의 말에 호문이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자 관산은 그가 주사위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걸 알아 차렸다.


" 아니에요 제가 잘못 들었나봐요 "


" 이 녀석아 그놈들이 다시 온 줄 알고 심장 떨어질 뻔했다.. 아마 네가 바람 소리를 잘못 들은 모양이다.. "


" 네 그런가 봐요.. 그런데 이 주사위는 어디서 구하신 거예요? "


" 그거 한달 전에 헌터 길드 의뢰로 나간 동쪽 경계 밖에서 구한 거다. 길에 떨어져 있는 걸 주은거니 걱정 말거라 절대 훔친 거 아니니까."


" 그런 뜻에서 물어본 건 아니에요. "


" 그래. 이제 가거라 여기서 오래 머뭇거려봐야 좋을 거 없으니 "


확실히 호문의 말대로였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 말하는 주사위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관산은 괴암마수가 쫓아오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 고맙습니다. 아저씨 "


" 내가 사는 곳은 평안시 4구역 12동 131번지다. 그 집은 딸아이와 나 둘만 살고 있으니 혹시나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뭐든 가져가도 좋다. 그러니...잘 부탁한다. "


도대체 멀 잘 부탁한다는 말인지 몰랐지만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의 부탁이니 관산은 일단 알겠다 대답했다.


" 알겠습니다. 살아서 돌아가게 되면 이거 꼭 전해 주겠습니다. "


" 고맙다. 이런 상황에 널 만나 정말 다행이다.. 자 이제 가거라 죽을 때 최대한 큰 소리를 내줄 테니 그 소리가 들리면 죽을 힘을 다해 달려야 한다. "


" 부디 무사하세요 "


호문의 얼굴을 잠시 마주보던 관산은 그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그가 보는 앞에서 운동화를 품속에 넣은 후 몸을 돌렸다.


" 꼭 살아 남아라 "


" 예 "


짧은 대답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나눈 관산은 금세 눈 폭풍 속으로 사라졌다.


얼마나 달렸을까 폭설에 지형이 변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지만 일단은 마수에게서 최대한 멀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관산은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얼마 후 저 먼 곳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바람에 실려 희미하게 들려왔다.


상당히 먼 거리임에도 이렇게 들려오는 걸 보면 호문이 약속을 지킨 모양이었다. 이제는 자신이 그와 했던 약속을 지킬 차렸다.


" 두고 봐 난 절대 쉽게 죽지 않아 "


지독했던 이강식의 끈기로 정신을 무장한 관산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몇 시간 후 생각보다 빠른 속도 쫓아오기 시작한 마수에게서 도망치던 관산은 두 갈래 길을 앞에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곳은 웅장하게 솟아있는 설산으로 이어지는 길. 한쪽은 평평하게 펼쳐진 광활한 대지로 이어진 길이었는데 누가 봐도 후자를 택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관산은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도와줄까? ]


위기 상황에 주사위가 말을 걸어오자 관산은 속는셈치고 주사위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대화를 시도했다.


" 도와주십시오 어르신 "


[ 들고 있는 관천주를 굴리며 원하는 걸 물어봐 그럼 관천주가 알려 줄꺼야 ]


" 이걸 요? "


관산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즉시 주사위를 땅바닥에 굴려보았고 예상치 못한 일을 경험했다.


주사위가 바닥을 구르다 멈추는 순간 그의 몸속에서 뭔가가 훅 하고 빠져나가는 게 느껴지며 극심한 어지러움증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 뭐야! "


몸조차 가눌 수 없는 무기력함에 당황한 관산은 황급히 주사위를 바라보았고 주사위면에서 설산(雪山)이란 글자를 발견했다.


[ 설산(雪山) ]


" 어르신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


관산은 목소리에게 방금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부터 묻기 시작했다.


[ 관천주가 정한 인과의 법칙에 따라 답을 주고 댓가를 가져간 것 뿐이니 그렇게 호들갑 떨거 없다. ]


" 댓가라니요 애초에 댓가 이야기는 안하셨잖습니까?. 좋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럼 그 댓가는 뭡니까? "


[ 댓가는 당연히.. 너의 생명력이지. ]


" 빌어먹을!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뭔가가 빠져나가는 느낌. 갑자기 찾아온 어지러움과 무기력함으로 굉장히 중요한 걸 댓가로 지불한 게 아닌가 했는데 역시나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은 모양이다.


" 이게 무슨 짓입니까? "


관산은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에 주사위를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


[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줬는데 그게 공짜겠느냐? 고작 2년치 수명가지고 째째하게 그러지 마라. ]


"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


노인의 황당한 소리에 분노하던 관산은 문득 노인이 일부러 그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 혹시 제 생명력이 필요하셔서 일부러 숨기신 것입니까? "


[.......]


" 맞군요. "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관산은 그게 긍정의 침묵이라고 확신했다.


"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자의 말을 이리도 쉽게 믿어버리다니 "


[ 이건 억울해 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기뻐해야 할 일이다. 넌 아주 작은 댓가로 죽음의 순간에 살아날 방법을 제공 받았으니까. 이제 선택은 너에게로 넘어갔다. 관천주를 믿고 설산으로 향할지 아님 다른 걸 선택하지 이젠 오로지 네 몫이다. ]


" 어차피 길은 두 곳 50대 50이었습니다. 이미 엄청난 댓가까지 지불했으니 관천주인가 뭔가를 한번 믿어 보지요.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만약 제가 저곳에서 죽게 된다면 죽기 전에 반드시 관천주부터 부셔 버릴 테니까요 "


관산은 분노에 찬 표정으로 오른쪽 갈림길을 택해 설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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