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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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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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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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괴암마수조차 당황해 놈은 붉은 눈으로 멀어지는 관산을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 그그그그그극? "


그러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놈이 황급히 관산을 쫓기 시작했지만 놈의 느린 속도를 가지고 정체불명의 남자를 따라잡기에는 애초에 무리였다.


그렇게 뒷덜미를 잡힌 채 점점 멀어지고 있던 관산은 괴암마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오른손 중지를 새워 내밀었다.


' 기다리고 있어라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 '


더 이상 쫓아 갈 수 없다 판단한 괴암마수의 입에서 처음으로 포효 소리가 터져 나왔다.


" 그아아아 "


괴암마수의 포효에 놀란 오이가 관산을 돌아 보며 말했다.


" 호오 괴암마수가 저런 소리를 내다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 녀석이 상당히 열 받아 하는구나 "


" 글쎄요 전 살기 위해 도망쳤던 기억 뿐이 없습니다. "


" 어쨌든 대단하다 내 아들 나이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데 3급 마수의 손에서 살아남다니 굉장해 "


" 아들이 몇 살인데요? "


" 올해 열여섯이지 아마? "


이십 대 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은 남자가 열여섯 살 아들이 있다고 하자 관산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남자의 옆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 내가 젊어 보여서 그러냐? 이상해 할 것 없다. 각성자가 되면 수명이 늘어나고 노화가 느려지니까. 그래서 늙은 각성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


" 아 .. 그렇군요 "


그로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이로서 관산은 각성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 빼앗긴 수명을 복구 시킬 수 있겠어 '


각성계란 세계는 정말 알면 알수록 신비로워 언제나 관산에게 무한한 갈증을 선사하고 있었다.


" 다 왔다. "


평원 중앙에 솟아 있는 작은 바위에 도착하자 처음 보는 남자 두 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들은 묘하게 닮아 있어 한눈에 봐도 형제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관산은 그들이 최대한 눈치채지 못하게 개개인의 특징을 살피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그들이 입고 있는 상의 오른쪽 가슴에 화(禍)란 글자가 수 놓아져 있는 걸 발견했다.


' 화? 관천주가 말한 도화가 바로 이 뜻이었던가..'


그는 관천주의 신비로운 능력에 다시 한번 소름이 돋고 말았다.


" 다녀왔습니다. 형님. "


" 수고하셨어요 둘째 형 "


" 고생했다. 둘째야. 보아하니 괴암마수가 아직 추격을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니 일단 자리를 옮기도록 하자 "


관천주에 잠시 정신을 팔려있는 사이 오이가 다시 관산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오랜만에 노인의 거들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관천주의 위대함을 이제야 알겠느냐? 이 관천주는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엄청난 기적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감당 못 할 재앙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


'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


[ 기령으로 오랜 시간 봉인을 당해 있다 깨어나서 아직 내 기억이 전부 돌아온 건 아니지만 그 일부의 기억만으로도 수많은 강자들이 관천주를 노렸었다. ]


' 강자라면 얼마나 강한 자들입니까? '


[ 아주 강하다. 네가 상상하지 못 할 정도로.. 그들 중에는.. 인간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 자들도 있는데 그 수명 덕분에 엄청난 경지에 다다른 자들도 있지 ]


' 그렇군요. 그런 자들이 존재할 거라 곤 미쳐 생각지 못했습니다. '


노인은 관산의 추임새에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주절주절 이야기 해주었지만 관산은 그 이야기를 듣는둥 마는둥 하며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할 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오 씨 형제는 말없이 한참을 더 달리다 어느 한적한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 이 정도면 마수가 쫓아올 생각을 못하겠지. 여기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


" 예 형님 "


오이가 관산을 땅에 내려놓자 오일이 몇 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 이름이 신평이라고 했었지? 너 혹시 괴암마수에 쫓기기 전에 차 씨 녀석들과 같이 있었던거냐? "


이들에게 구함을 받긴 했지만 아직 신뢰할 수 없던 관산은 이름을 물어오는 오일에게 관산 대신 신평으로 알려 주었다.


' 각성자들의 숫자는 많지 않아서 서로에 관해 모르는 게 없다고 했는데 이자들 혹시 트럭을 찾고 있는 건가? '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생각이지만 아직은 이자들의 속셈을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에 섣불리 대답을 할 수 없었다.


" 차 씨.. 라면... 누굴 말씀하시는 건지.."


" 하하하 망설이는 걸 보니 같이 있었던 게 맞구나. 네 상황을 알기에 이해는 한 다만 이 순간 이후부터는 가급적이면 사실을 말해줬으면 좋겠다. "


사람 좋은 웃음 속에 감춰진 오일의 섬뜩한 눈빛을 발견한 관산은 좀 더 대범하게 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 젠장 좀 더 대범하게 굴었어야 했는데..머뭇거리다 스스로 사실을 인정한 꼴이 돼 버렸구나. '


관산이 후회하고 있던 그때 오이가 경직된 관산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말했다.


" 긴장할 것 없다 사실대로만 말하거라 그럼 별일 없을 테니 "


더 이상 숨길 수 없음을 느낀 관산은 사실대로 말하기로 마음 먹었다.


" ...차 씨가 차수현을 말하는 거라면 그들 남매와 같이 있었던 게 맞습니다. "


" 그래 그 얼굴만 반반한 창년 말이다. "


' 창년? 이 사람들도 그들과 원한이 있는 건가? '


막내 오삼의 말투에서 관산은 깊은 원한을 느꼈지만 아직 이들의 정체를 모르고 있어 일단은 최대한 언행에 조심하며 섣불리 본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 네..마수에게 쫓기기 전까지는 그분들과 같이 있었어요..그런데 그건 왜.. "


" 잘 됐다. 그럼 그들이 물건들을 남겨 놓고 도망친 지점도 알겠구나 "


' 역시 이거였구나. 이들의 목적이 '


오 씨 형제들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되자 관산은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 네 정확히 어딘지 알고 있어요.."


" 오.. 잘됐다. "


관산은 일부러 모든 사실을 밝혀 자신의 가치를 들어냈다. 그러자 오 씨 형제들의 얼굴이 급격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 그곳으로 우릴 안내해 다오. 그럼 평안시로 복귀할 때 너도 데려가 주고 섭섭하지 않을 만큼의 보상도 해주겠다. 어떠냐 이건 너에게 두 번 다시 없을 좋은 제안이다 "


" 으음..."


비록 그가 의도한 상황이었지만 오일의 제안은 확실히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는 괴암마수도 쫓아오지 않은 상황이라 이 상태로 경계 밖을 돌아 다녔다 간 수많은 기형수와 나락들에게 공격을 당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미래야 어찌 됐건 지금은 이들에게 의지를 해야 할 상황이기에 관산은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오일의 제안을 수락했다.


" 알겠습니다. 제가 그곳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


" 잘 생각했다. 시간이 없으니 방향은 이동하면서 알려 다오 "


이후 오 씨 형제들과 동행하게 된 관산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 가면서 중간중간 그들에게 방향을 잡아주었다. 주었다.


" 거의다 왔습니다. 저 능선만 넘으면 돼요 "


" 신평 덕분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너희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라. "


" 예 큰 형님. "


무려 이틀이나 걸려 도망쳤던 거리였는데 오 씨 형제들과 같이 이동하자 불과 몇 시간 만에 사건 현장에 되돌아와 버려 입맛이 썼다.


드디어 마지막 능선을 넘어서자 저 멀리 버려진 트럭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큰 형님 트럭들이 보입니다. "


" 그래 다행히 늦지 않은 모양이야 "


아직은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이미 눈보라도 그쳐 일반인인 관산의 눈에도 멀리 있는 트럭이 보였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트럭이 아니었다.


' 살아 있을까? '


그는 자신에게 운동화를 건네줬던 호문의 생사가 더 궁금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역시나 어디에도 호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 죽었겠지 '


걸을 수 없는 그가 도망쳤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 관산은 더 이상 호문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지구의 방식으로 호문에게 명복을 빌어주고 짧은 휴식을 가진 관산은 오 씨 형제들에게 이끌려 금세 트럭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트럭들은 처음 상태 그대로 남아 있었다.


" 총 10대 분량이지만 우린 세 명 뿐이니 너희들은 최대한 물건이 많이 실린 트럭을 골라라 "


오일의 명령에 오이와 오삼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산은 어느 트럭에 값 나가는 물건이 많이 실려 있는지 대충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 사실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 그런데 형님.. 나머지 트럭들은 이대로 두고 가는 겁니까? "


트럭 하나를 먼저 선점한 오삼이 궁금해 묻자 오일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 앞에 있는 트럭으로 걸어갔다.


" 누구 좋으라고. 그럴 수는 없지 "


그는 트럭 앞에 서자마자 각성력을 끌어올리더니 예고도 없이 맨 주먹으로 트럭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광활한 평원에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육중한 트럭은 장난감처럼 구겨져 버렸다. 그 상태에서 몇 번의 주먹질을 더하자 트럭은 결국 완전히 땅에 주저 앉아 버렸다.


쿠앙


' 굉장하다 '


정말 인간의 주먹질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파괴력이었다.


관산의 눈은 트럭이 아닌 오일의 두 주먹으로 향해있었다. 그의 주먹이 푸른 빛 같은 기운에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 저게 말로만 들었던 각성력이란 거겠지? '


각성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각성력의 실체를 처음 접한 관산의 눈이 또다시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 오호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


오일의 뜻을 파악한 두 동생들도 트럭 부수기에 가담했고 나머지 트럭들 역시 빠르게 고철덩어리로 변해갔다.


여섯대의 트럭을 빠르게 망가트린 오 씨 형제가 마지막 남은 트럭으로 다가오자 관산이 갑자기 그 트럭에 올라탔다.


" 이건 제가 몰고 갈 수 있어요 "


" 네가? 운전할 수 있어? "


" 네. "


오삼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드러내자 관산은 즉시 트럭에 시동을 걸어 보이며 자신이 한 말을 증명했다.


" 잔짜내 어린 녀석의 재수가 보통이 아니야 "


물론 이 세계에서 운전은 처음이었지만 지구에서 수십 년 운전을 했던 경험이 있고 지구의 트럭을 모방해 만든 이런 트럭을 모는 일이라 관산에게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다.


' 사자무언(死子無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날 죽여 오늘 일을 입막음 시키는 것 보다 날 살려 취할 수 있는 이득이 크다는 걸 보여줘야 혹시 모를 살인멸구를 피할 수 있다. '


사실 관산은 끝까지 나서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좀 전부터 잠깐 잠깐 마주치는 오일의 눈빛이 신경 쓰여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 만약이란 건 언제나 나태함에서 찾아오는 법이니까..평안시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긴장을 늦춰서는 안돼 '


오일의 허락을 기다리며 긴장하고 있을 때 드디어 고민하고 있던 오일의 승낙이 떨어졌다. 이로써 당분간은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 흠. 좋다. 그럼 그 트럭은 너에게 맡기겠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히 따라오너라 "


" 네 감사합니다. "


관산은 모르고 있지만 방금 그는 또 한번 스스로의 목숨을 구했다. 그의 예상대로 오일은 방금까지 오늘 일을 목격한 관산을 이 자리에서 죽이려고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 쓸모가 있다면 충분히 이용한 후에 제거해도 늦지 않아 저런 아이 하나쯤 제거하는 거야 일도 아니니까 '


본의 아니게 관산의 처리를 잠시 보류한 오일은 선두의 트럭에 탑승했고 이내 트럭을 출발시켰다.


" 다들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히 따라오도록 해라.. 무사히 복귀하면 좋은 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 하하 형님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


" 가자! "


차례대로 출발하는 트럭들 관산이 맨 마지막으로 트럭을 출발시켜 뒤에 따라붙자 선두에서 달리던 오일이 서서히 속도를 높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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