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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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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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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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그렇게 트럭 네 대가 사라지고 잠시 후 드디어 차 씨 남매가 트럭 한 대를 끌고 사고 현장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봐야 했다.


" 큰 오빠 설마 괴암마수가 이런 걸까요? "


차수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자 차상호가 말없이 부서진 트럭에 다가가 손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 아니 틀림없이 각성자 짓이다 "


차상호가 가리킨 곳에는 누가 봐도 사람의 주먹이 확실해 보이는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 오빠 말대로네요.. 누군가 주먹으로 박살을 내놨어요 "


" 둘째는 누구 짓이라고 생각하냐? "


차상호의 물음에 종호는 주먹 자국들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고 이내 뭔 가를 알아내고는 두 눈을 번뜩였다.


" 형님 이건 오 씨 형제의 주먹 자국입니다. 트럭을 이렇게 만든 범인은 오 씨 형제들이 틀림없습니다. "


" 확실해? "


" 네 트럭에 남아있는 주먹의 형태와 크기가 그들의 주먹과 일치합니다. 그리고 형님 주변을 둘러보세요 부서진 차량이 6대 밖에 없지 않습니까. 나머지 트럭은 오 씨 형제들이 가져간 게 확실합니다."


" 확실히 그렇구나. 트럭 4대가 사라졌어. "


" 놈들 세 명이서 네 대를 어떻게 가져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멀리 가진 못했을 테니 지금이라도 뒤를 쫓아야 할 것 같습니다. "


" 그래 알겠다. 갈섬! 이리 오너라"


차상호가 일어나며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이름을 호명하자 트럭 짐 칸에 타고 있던 사람 중 한 중년인이 허겁지겁 뛰어와 차상호 앞에 바짝 엎드렸다. 그는 차 씨 가문에서 잡다한 일을 처리하고 있는 하인 중 한 명이다.


" 예 도련님 "


" 넌 다시 창천시로 돌아가 트럭 여섯 대와 물건을 옮겨 담을 담군들을 수배해 오너라. 이 물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가문으로 옮겨 놓아야 한다. 알겠느냐? "


" 알겠습니다. "


" 하나라도 빠트렸다간 모든 책임을 너에게 물을 것이다. "


" 명심하겠습니다. "


평소 차상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갈삼은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연신 허리를 숙여 대답하기 바빴다.


그런 갈섬을 거만하게 내려다보고 있던 차상호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종호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 종호야 흔적을 찾아라 "


" 이미 찾아놨습니다 형님. 절 따라 오세요 "


차종호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바퀴 자국을 쫓아 달려나가자 상호와 수현도 종호의 뒤를 따라 달리 시작했다.


트럭이 남긴 바퀴자국을 전력으로 쫓던 그들은 중간에 몇 번 기형수의 습격을 받긴 했지만 등급이 낮은 놈들이라 수월하게 물리쳤고 평안시를 몇 키로 남겨두지 않은 지점에서 겨우 오 씨 형제가 몰고 있는 트럭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 잡았다. 이 개자식들 "


" 휴우.. 위험했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놈들이 안전 구역으로 들어갔을 테고 그럼 우린 닭 쫓던 개가 될 뻔했습니다 형님 "


" 그러게 말이다. 놈들이나 우리나 상족이란 작위가 있어서 그 특권으로 물건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으니까 "


" 오라버니들 말씀 중에 죄송한데 오 씨 형제들도 우리를 발견한 것 같은데요? "


수현의 말대로 달리던 트럭들이 속도를 줄이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들이 따라왔다는 걸 눈치챈 오 씨 형제들도 이곳에서 결판을 내려는 속셈인 모양이었다.


" 힘든 싸움이 될지도 모르니 마음 단단히 먹어라 "


"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형님 "


차 씨 남매가 속도를 높여 다가가자 트럭은 완전히 멈춰섰고 차에서 내린 오 씨 형제들은 가만히 차 씨 남매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는 두 가문 사람들이 평안시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지점에서 드디어 맞닥뜨렸다.


" 오 형 오랜만입니다. "


" 차 형도 오랜만이오. 우리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주한 게 벌써 10년만인것 같소


" 그렇습니까? 시간이 정말 빠르군요 마지막 대결 이후 벌써 그렇게나 많은 세월이 흘렀다니 말입니다. "


5미터의 거리를 두고 마주한 차상호와 오일이 마치 친구를 만난 것처럼 상대를 향해 안부 인사를 건네고 있었지만 뒤쪽에 있는 그들의 동생들은 상대를 노려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 그때는 각각 두 명의 각성자를 보유한 가문들이었는데 이제는 어느새 세 명으로 늘어났으니 흐른 시간 만큼 차 형이나 나나 늙었다는 말이겠지요 "


" 그런가요..저야 아직 사십대 후반이지만 오십을 넘어선 오 형께서는 확실히 늙긴 늙으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런 판단을 하셨겠지요 "


차상호가 은근슬쩍 오늘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왔다.


" 경계밖에 버려진 물건에 주인이 있습니까? 누구라도 먼저 차지한 사람이 임자인데 차형은 그 나이 먹도록 그런 간단한 관례 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가문을 이끌 수나 있을지...쯧쯧쯧 "


오일의 비꼬는 소리에 차종호와 차수현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 뭐라? 오일 말을 가려서 해라! "


분을 참지 못한 차종호가 벼락같이 소리를 치르며 앞으로 나서자 차상호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 둘째는 언행에 조심하거라. 오 형 아무래도 동생들의 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입니다. 인사는 이것으로 끝내지요. "


" 그럽시다. 마침 내 동생들도 손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니까 "


" 그럼 대결은 관례처럼 인원수대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오 형과 나 둘만 단판으로 끝내시겠습니까? "


" 단판도 나쁘지 않지만 동생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고 싶기도 하군요 이왕 모두 만났으니 각자 상대를 골라 대결하고 먼저 2승을 차지한 쪽이 물건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것으로 하지요 "


" 알겠습니다. "


간단하게 합의를 끝낸 차상호와 오일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고 바로 동생들과 상의를 하여 대결 순번을 정했다.


그때 트럭 아래에 숨어 이들의 동태를 주시하던 관산은 이목이 흐려진 지금이 도망갈 적기 임을 깨닫고 급히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그도 각성자들의 대결을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일단은 목숨이 우선인지라 감히 그런 만용을 부리지는 못했다.


주변을 빠르게 살피던 관산은 멀지 않은 곳에 평안시에서 뻗어 나온 것으로 의심되는 관 하나를 발견했다.


' 베수관인가? '


만약 배수관이 맞다면 분명 중간 중간 환기구가 뚫려 있을 테니 거기를 통한다면 충분히 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냄새가 조금 걱정이 됐지만 그깟 냄새 쯤이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고 배수관은 평안시와 연결되어 있어 배관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걱정도 없어 일석이조였다.


' 좋아 해보자 '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세부적인 계획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차상호의 목소리가 들려와 관산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 아 참. 오 형 혹시 조력자를 두고 계신 겁니까? "


" 무슨 말이오? "


" 오 씨 형제들은 3명인데 가져가신 트럭이 4대 여서 하는 말입니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조력자를 두고 있나 해서요. 대결 중 갑자기 습격 당하면 숫자에서 불리한 우리만 낭패이지 않습니까 "


"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는 당신들도 아는 자이니까. 신평 이리 나오거라. "


오일이 갑자기 자신을 호명하자 관산은 깜짝 놀랐고 한 순간 모든 계획이 틀어졌음을 직감했다. 그 순간 관산의 입에서 처음으로 욕설이 튀어나와 버렸다.


" 이런 씨팔 .."


" 씨팔? 이름이 씨팔입니까? 신평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목소리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다행히 차상호가 지구의 욕설을 알아듣지 못해 오일에게 반문하자 오일의 뒤에 있던 오이가 관산이 있는 곳을 돌아보며 말했다.


" 신평이 맞습니다. 신평! 꾸물거리지 말고 이쪽으로 오거라 "


오이까지 재촉하자 이젠 더 이상 머뭇거릴 수도 없다는 걸 느낀 관산은 황급히 바지 주머니에서 관천주를 꺼내 바닥에 굴렸다.


' 이곳에서 살아 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 '


관천주가 움직임을 멈추는 순간 극심한 어지러움이 느껴졌지만 관산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관천주에 나타난 글자를 확인했다.


[ 차(此) ]


무슨 의미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는 빠르게 관천주를 회수하면서 트럭 바닥을 기어 밖으로 나왔다.


" 지금 나갑니다. "


" 엇 너는? "


그가 트럭 밑에서 기어 나오자 역시나 차 씨 남매 중 차수현이 가장 먼저 관산을 알아보고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 너 아직 살아있었어? "


" 오랜만에 뵙습니다. "


며칠 전 일이 생각난 관산은 가급적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수현은 좋게 넘어갈 마음이 없는 듯 다시 그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려왔다.


' 저런 쌍년이 끝까지..'


정말 울화가 치미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수모도 참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행성에서 각성자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너무나 막강해 그녀가 자신을 밟아 죽여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상황에 비교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이곳에서 힘이 없는 인간은 언제든 강자에게 밟혀 죽을 수 있는 개미 같은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낀 관산은 마지못해 수현에게 다가갔다.


" 너 재주 좋다? "


짜아악


그녀와 가까워지자 역시나 예상대로 귀싸대기가 날아왔다. 피할 수도 없는 빠르기. 이미 각오하고 있어서 인지 처음 만큼 충격이 크진 않았다.


" 왜 이러십니까? "


입 안쪽이 터져 버렸는지 피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 뭐 왜 이러 십니까? 혹시 죽여 달라는 말을 그런 식으로 하는 거니? "


" 제가 뭘 잘못했다고 만날 때마다 이러십니까? "


관산의 도발적인 태도가 당황스러웠는지 차수현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모욕 당했다는 생각에 각성력까지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 이자식이 감히 상족에게 불순한 태도를 들어내?. 당장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라 그러지 않으면 정말 죽어버리겠다 "


" 잘못한 게 있어야 용서를 빌 거 아닙니까? "


" 너 이색기 끝까지! "


관산은 죽으면 죽었지 더 이상 차수현에게 만큼은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 차수현도 그런 관산의 각오를 느꼈는지 아름다운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르며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 오냐 소원대로 죽여주마 "


수현은 정말 관산을 죽일 마음으로 각성력을 주먹에 둘렀고 있는 힘껏 관산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짜악


" 건방지다 꼬마. "


그런대 그때 죽음을 각오한 관산은 차수현이 아닌 차상호가 휘두른 뺨을 맞고 뒤로 날아가 버렸다.


" 크으으윽 "


엄청난 위력이었지만 다행히 각성력은 담겨있지 않아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 어린아이라 한번은 봐주지만 다시 한번 그런 태도를 보였다간 수현이 아닌 내 손에 죽을 것이다. 그리고 셋째 너도 우리만 있는 자리가 아니니. 장난은 그만둬라. "


" 네 오빠 "


차상호의 한마디에 수현은 즉시 들고 있던 주먹을 내렸고 오이가 몸을 일으키고 있는 관산을 불러 들였다.


" 신평 싸움에 휘말려 죽기 싫으면 그만 일어나 이쪽으로 오거라 "


그나마 이 자리에서 오이가 유일하게 관산을 챙겨주고 있었다.


' 이렇게 된 이상 관천주를 믿어보는 수밖에..'


관산은 오이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지만 그가 아닌 차수현 뒤로 걸어갔다.


" 너 이제 보니 사람 볼 줄 아는구나? "


차수현은 당연히 오이에게 갈 줄 알았던 관산이 자신들 쪽에 서자 나름 흡족해 했지만 오이는 좀 의외였던지 관산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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