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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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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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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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 아니 어쩌면 이번 달도 넘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


관산은 일단 조급한 마음을 최대한 진정시키고 진전 없는 흡명마공을 익히는 일도 중단했다.


대신 그는 모산파 12부적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관천령이 원인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 원인이 무엇입니까? "


[ 내가 수십가지 원인을 생각해봤다. 너의 자질에서부터 혹시 기를 느끼지 못하는 신체를 가진 게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해봤지만 그건 아니었고 흡명마공의 구결이 잘못됐나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모든 상황을 하나씩 지워가니 결론은 하나 더구나 ]


"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요 "


[ 이 행성의 대기에는 대자연의 기(氣)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호흡으로는 기가 느껴지지 않은 것이고 이곳에 사는 인간들도 각성이란 독특한 방법을 개발했는지 모른다. ]


" 그럼 전 어떻게 되는 겁니까? "


[ 어떻게 되긴 멀 어떻게 돼 무공을 익힐 수 없는 거지 ]


" 하아..이제 와서 그런 무책임한 말씀을.."


관산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깊은 탄식을 토해내며 눈을 감아버렸다. 그는 끝없이 이어지는 시련에 조금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 욕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반응이 어째 뜨뜨미지근허다? ]


" 제가 원래 이렇습니다. 지금까지도 행운이라고는 없는 인생이었지요. 오죽했으면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10살 때까지 거지 소굴에서 자랐겠습니까...병에 걸려 죽을뻔한 적도 수도 없이 많았고 구걸하다 맞아 죽을 뻔 한 적도 부지기수였습니다. "


[ 확실히 평탄한 삶은 아니지만 그런 아이들이라면 중원성에도 넘치고 넘친다. 무림 지존인 천마 역시 유년시절 그런 환경에서 자랐고 비봉황(非鳳凰)이란 무림의 여제는 10살 때까지 거지 소굴에서 자라다 11살 때 납치되어 사창가에 팔려갔다고 알려져 있다. 그녀는 그곳에서 20살 때까지 몸을 팔았지. 그들에 비하면 네 상황은 딱히 나쁘다 하기 어렵다. ]


" 그렇습니까? 대단한 사람들이군요. 절 그런 인물들에 비교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만 저도 아직 포기한 건 아닙니다. 지켜야 할 약속도 있으니 아직은 좀 더 발버둥을 쳐 봐야지 않겠습니까. "


관산은 아직도 품 속에 들어있는 낡은 운동화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 그렇지. 넌 호문인가 하는 녀석과 약속을 했었지..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니 좋은 소식도 하나 알려주마 ]


" 말씀하십시오. "


[ 대기에 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생명이 자라는 곳에는 반드시 기가 존재한다. 그게 토기든 수기든 대자연의 기가 없이는 절대 생명이 살 수 없으니까.. ]


" 쉽게 말씀해주십시오 "


[ 흡명마공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이곳의 환경이 어떨지 몰라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식물이 자라는 땅에는 반드시 토지의 기운을 비정상적으로 흡수하는 영약이란 게 존재 한다. 그 영약들을 구해 먹을 수만 있다면 그 속에 담긴 대자연의 기운으로 흡명마공을 익힐 수 있다는 소리다. ]


관천령의 설명에 관산은 그가 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 신외지물(身外地物).. "


[ 네 표정을 보니 역시 이곳에도 그런게 존재하나 보구나 ]


" 예 이 행성에도 영약들이라 불리는 물건들이 존재합니다. 그것들은 모두 각성비약을 만드는 재료들로 쓰이며 이곳 사람들은 영약들을 통틀어 신외지물이라 부릅니다 "


관산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의견이라 생각했다. 평생을 식물 연구에 매달렸던 전생의 이강식 역시 바로 지구의 오래된 약초들에서 추출한 물질로 결국 삼라수라는 성장 촉진제를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말이다.


" 당장 알아봐야겠습니다. "


그는 즉시 몸을 일으켜 제임스가 머물고 있는 옆 방으로 향했다.


똑똑똑


" 박사님 신평입니다.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 들어오너라. "


관산이 안으로 들어가자 제임스는 의자에 앉아 영어로 적혀 있는 의학 서적을 고심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무슨 일이냐? "


" 궁금한 게 있어서 조언을 구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


" 그래?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앉아라 "


" 감사합니다 "


관산은 제임스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그가 보고 있던 책의 제목을 확인했다.


[ 인체신경해부학 ]


그가 책 제목을 확인하고 있을 때 제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마침 나도 모르는 단어가 있어서 널 찾아가볼까 생각중이었는데 잘 왔다 이 참에 서로의 고민을 해결해주면 되겠구나 "


" 그러셨습니까? 제가 아는 단어라면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


" 그래 뭐가 궁금해서 날 찾아온 것이냐? "


" 다른게 아니라 신외지물의 종류와 그것의 효과 그리고 생김세가 궁금해 찾아왔습니다. 혹시 박사님에게 그것에 관한 전문 서적이 있다면 빌려 볼까 해서요 "


" 갑자기 신외지물은 왜? 약초쟁이라도 되려고? "


" 그것도 나쁠 것 없고 알아두면 언젠가 쓸 때가 있을 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눈앞에 그런 게 있는대 뭔지 알아보지 못해 지나친다면 그것 만큼 억울할 일도 없잖습니까 "


제임스는 관산의 뜬금없는 부탁에 다소 어리둥절했지만 워낙 제멋대로 행동하는 관산이다 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자신의 가방에서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내 내밀었다.


[ 만약초본(萬藥草本) ]


" 받거라 이거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단 빌려주는 것은 내일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 까지다. "


" 예? 이렇게 두꺼운 책을 어찌..그렇게 짧은 시간에 다 본단 말입니까? "


" 싫으면 말거라. 이건 내 조부님께서 물려주신 가보와 같은 책이다. 행여나 필사라도 당한다면 난 뭘 먹고 산단 말이냐? 이 정도도 난 정말 큰 맘을 먹은 것이다. 네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기지 없다면 절대 내어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


"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까지 돌려 드리겠습니다 "


관산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제임스는 만학초본을 건네 주자마자 그가 보고 있던 의료 서적을 내밀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 이거 이거 이거 이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냐. 내 실력으로는 도무지 해석이 되 질 않는구나 "


" 이건.."


관산 역시 전문적으로 의학을 배운적은 없었지만 대충 어떤 뜻인지는 알아볼 수 있어 제임스에게 뜻을 해석해 주었다.


" 오. 확실히 그렇구나 네 뜻으로 해석하니 다음 문장이 이해가 간다. 어린 녀석이 이정도로 깊이 미어를 이해하고 있다니 놀랍다 놀라워 "


그는 이후에도 그동안 막혀있는 문장이나 단어를 줄줄이 관산에게 묻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관산은 최대한 뜻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제임스에게 무려 2시간이나 붙들려 질문 공세를 받은 관산은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늙은 녀석이 학구열이 대단하구나 ]


피곤했지만 관산은 쉬지 못하고 즉시 만학초본을 펼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만학초본은 그 두께 만큼 내용도 방대했다.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관산은 일단 약초의 이름과 생김새 그리고 약초가 가지고 있는 특징 만을 중점적으로 외우기 시작했고 그가 모든 내용을 한번씩 확인하는 것 만으로 어느새 날이 환하게 밝아 버렸다.


" 고작 한번 살펴 보는 것 만으로 끝나버렸구나 "


관산은 진한 아쉬움을 느꼈지만 결국 책을 덮어야 했다. 이제 이걸 제임스에게 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 걱정할 것 없다. 내가 다 외웠으니 나중에 필사를 하면 된다. ]


" 정말이십니까? "


[ 본좌에게 이까짓 건 일도 아니다. ]


관천령이 한껏 거드름 피우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관산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대단하십니다. 그렇다면 혹시 흡명마공과 모산파12부적술 신체개조대력조양술까지 외우고 계신 겁니까?. "


[ 당연하지. 기억하는 것과 외우는 것은 엄연히 틀린 문제지만. 글자 자체를 기령에 각인 시키는 방법으로 책 몇 권 정도는 단 한 글자도 틀림없이 외울 수 있다. ]


" 아.. 그렇군요. 어쨌든 그 정도 만으로도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 착각하지 마라 이놈. 네가 현재 관천주의 주인이라 협조하고 있지만 난 엄연히 관천주와 별개의 존재다. 널 도와줄지 그렇지 않을지는 오로지 내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걸 명심해라 ]


" 꼭 명심하겠습니다. "


그는 일단 걱정거리를 해소해 홀가분한 마음으로 만약초본을 제임스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수희에게 자신의 피를 흘려주러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좋은 아침입니다. 수희아가씨 "


" 어서와. 신평 "


수희의 상태는 현재 정체 상태라 말할 수 있었다. 물론 관산의 피로 회복이 되긴 했지만 그 회복된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고 있어 결국 답보 상태가 되고 만다.


하지만 예전처럼 극심했던 통증은 사라진 상태라 수희는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 고통은 좀 어떠세요 "


" 괜찮아 네 덕분에 이제 참을 만해.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 별 말씀을 .."


수희는 의외로 정신력이 강한 여자였던지 처음 정신을 차리고 마주한 자신의 변한 모습에 그다지 놀라지 않아했다.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관산이 치료를 위해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냈다.


" 이런 거 징그럽지 않아? "


이불이 걷어내자 그녀의 복부에서 튀어나온 촉수가 관산을 알아보고는 그의 얼굴에 촉수의 끝을 비벼왔다.


" 솔직히 처음에는 징그러웠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


" 너무 솔직한 거 아냐? 그래도 숙녀의 몸인데.. 그렇게 빤히 가슴을 쳐다보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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