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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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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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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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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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DUMMY

자주 보다 보니 어느새 친해진 수희가 가끔 이렇게 농담을 해왔지만 그녀의 눈 깊은 곳에 숨어있는 두려움의 정체를 알기에 관산은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 불편하시면 이불을 덮어 드릴까요? "


" 아니야 답답해서 싫어.."


분명 수현과는 다른 성품에 인성을 가진 여자. 관산은 그래서 더욱 그녀가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때 그의 눈빛을 읽었는지 수희가 살짝 웃으며 변형된 손을 들어 관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 그런 눈으로 볼 거 없어.. 각성 비약을 마시기 전에 충분히 각오한 일이니까 "


" 죄송합니다. "


" 널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위안이 돼 분명 나보다 어린 소년인데도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 같고 너에게서 포근한 냄새가 느껴져서 자꾸 이 시간이 기다려져. "


수희가 관산의 볼을 살짝 두드려왔다.


" 좀 전에 수현이가 다녀갔어.. 너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날 치료할 방법을 찾았다고 한참이나 수다를 떨다 갔어..그 방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오빠들의 성격상 분명 좋은 방법은 아닐 거야.. "


그녀의 말에 움직이던 관산의 손이 순간 움찔거렸다. 하지만 이내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다시 그녀의 복부에 피를 흘려 주기 시작했다.


" 별로 안 놀라 내? "


"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셨다면서요. 그런데도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


" 도망치라고....이곳에 계속 머물다간 넌 필시 목숨을 잃게 될 거야. "


생각지 못한 말에 관산은 순간 하던 일을 멈추고 수희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수희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산은 다시 다른 손가락을 칼로 찢어 피를 뽑아 내기 시작했다.


" 제가 도망치면 당장 수희님이 힘들어지실 텐데요.. 두렵지 않으십니까? "


" 두려워 다시 그런 끔찍한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야 한다는 사실도 두렵고 모든 걸 내려 놓고 자신에게 오라는 정체모를 존재의 속삭임이 다시 들려 올 까봐 너무나 두려워.."


" 그렇게 두려우면서 왜 도망치라 하시는 겁니까. "


관산은 진심으로 그 이유가 궁금해 수희에게 물었다.


" 내가 절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아니까. 난 알아 지금도 내 몸속에서 뭔가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걸 .. 지금까지는 그게 뭔지 몰랐지만 오늘 널 보니 비로소 깨닫게 됐어 그게 뭔지.. "


" 뭡니까. 그게 "


" 인간성.. 인간이라면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모든 감정들이 뒤틀리고 변질되고 있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즐거움 슬픔 사랑이 모든 것들이 오직 살의와 배고픔으로 합쳐지고 있단 말이야.... "


수희의 말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락은 몸 만 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그보다 먼저 인간의 내면이 인외의 존재로 변해 버린다는 소리가 아닌가.


" 처음 알았습니다.."


" 사실..언제부턴가 널 조금씩 좋아하게 됐어. 그런데 그 감정이 커질수록 널 먹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져... 널 소유하고 싶단 마음이 커지면서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 또한 커지고 있단 말이야....그러니 제발 도망쳐줘..........흑....흑.."


수희는 조만간 자신이 끔찍한 짓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럴수록 관산은 더욱 많은 피를 흘려주었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 얼마나 버티시겠습니까.. "


"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 상태라면 4일 이상은 힘들 거야.. 그러니 그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해..."


"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냥 무작정 도망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

" 수현이라면 걱정하지 마 최소 반나절은 집을 비우게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오빠들이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줘..만약 오빠들이 돌아와 버린다면 넌 하늘이 무너져도 이곳을 벗어 날수 없을 테니까. "


" 수현님만 문제가 아닙니다. 이곳은 차 씨 가문의 영역이고 여기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절 감시하고 있습니다. "


관산은 그들이 비록 자신이 하는 일에 크게 상관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나 감시의 눈길만은 거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 걱정하지 마 비밀통로가 있어 그곳으로 빠져나가면 바로 마을 밖 낙천강이고..강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이틀 정도 이동하면 창천시 경계의 문에 다다를 수 있을 거야 .. 그리고 이거 .."


언제 그런 걸 만들었는지 수희가 이불 속에서 조잡한 지형이 그려져 있는 손수건을 꺼내 관산에게 건네주었다.


" 거기에는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만들어놓은 은신처의 위치가 그려져 있어. 거긴 경계 밖이라 오빠들도 몰라.. 아빠가.. 우리... 아빠가 나에게 만 가르쳐 준 곳이니까.."


갑자기 목이 매여 오는지 수희는 끝까지 말을 잊지 못했다.


관산이 손수건을 펼쳐보자 그곳에는 정말 알아볼 수 없는 지형과 함께 x 자가 표시되었었다.


이후 수희는 은신처를 찾는 방법과 가문내 숨겨진 비밀통로의 위치까지 알려주고는 다시 정신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그런 수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방으로 돌아왔다. 이후 관산은 복잡한 심경을 뒤로하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 조그만 녀석이 여자 후리는 재주로 목숨을 구하는구나. 망설일게 뭐가 있느냐 그 아이가 이미 활로까지 마련해 주었는데.. ]


" 고민하는 거 아닙니다. 그냥 잊고 있었던 옛 연인이 생각나서 그런것 뿐입니다. "


[ 옛 연인? 허~! 이제 열다섯인 놈이 몇 살 때부터 연애질을 했단 말이냐.. 생각보다 엉큼한 놈이로고 ]


" 그런 거 아닙니다. "


관산은 수희를 구할 방법이 없음을 알면서도 자꾸만 그녀가 걱정돼 쉽싸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애초에 챙길 거라고는 관천주밖에 없던 관산은 모두가 잠든 새벽 방을 나와 수희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불을 켜지 않아 방은 캄캄했지만 창밖으로 비춰오는 달빛에 의지해 주위 사물 정도는 분간할 수 있었다.


" 아직 안 자고 있으셨습니까. "


관산은 침대에 누워있는 수희가 잠들지 않았음을 알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 자는척해봐야 소용없습니다. 안 자고 있는다 아 알고 있으니까요 "


아닌 게 아니라 관산이 다가올수록 수희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져 가고 있었다. 관산은 그녀에게 다가가 허락도 없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 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오른손 팔뚝을 길게 찢어 엄청난 피를 솟아 냈다. 수희가 그걸 알고는 화들짝 놀라 눈을 뜨며 외쳤다.


" 신평! 무슨 짓이야! "


관산의 돌발행동에 수희의 눈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가 왜 그러는지 너무 잘 알기에 수희는 관산의 행동을 제지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제 이름은 신평이 아니고 관산입니다. 당신의 바람대로 오늘 떠나려고 합니다. "


관산의 한마디에 수희는 끝내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미 그녀도 관산이 왜 이 늦은 시간에 굳이 찾아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흐으흑 "


" 수희 고맙습니다. "


과할 정도로 많은 피를 흘려주고 난 관산은 헝겊으로 상처를 압박했고 갑자기 고개를 숙여 수희의 입술에 입을 맞춰갔다.


" 읍! "


관산의 돌발 행동에 수희는 굉장히 놀랐지만 달콤한 타액과 뜨거운 숨결이 목구멍을 간지럽혀오자 그녀는 관산의 목을 두 팔로 끌어안고 더욱 강하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달빛이 비치는 창가에서 두 사람의 뜨거운 입맞춤은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 이제 가야 한다. ]


관천령의 목소리에 관산은 그제야 수희에게서 떨어졌다. 수희의 입에선 진한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 이제 가야 합니다. 제 숨결을 드리고 당신의 숨결을 가져왔으니 이 순간 죽을때까지 기억하겠습니다. "


관산의 뜨거운 눈길을 연인의 눈빛으로 돌려준 수희가 관산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


" 관산 절대 죽지 마.. 백 년이고 천년이고 살아남아서 누구보다 강한 남자가 되어줘..난 오래도록 당신의 기억 속에 남고 싶어.. 그러니 그러겠다 약속해 줘 "


수희의 부탁은 감히 약속할 수조차 없는 힘든 부탁이었지만 관산은 1초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 그러겠습니다.. 백 년 동안이나 살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줌의 숨이라도 붙어 있다면 살기 위해 몸부림치겠습니다. .. "


" 고마워.. 그걸로 충분해 최강의 남자가 될 때까지 나 같은 거 기억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 앞만 보고 달려 "


그녀의 말을 마지막으로 관산은 몸을 돌렸고 그녀의 바람대로 절대 뒤돌아 보지 않았다.


수희의 방을 나온 관산은 조용히 1층 서재로 향했다. 이곳에 수희가 말했던 비밀통로가 존재했다.


그는 수희가 알려준 대로 가장 구석에 있는 장식장으로 다가갔고 책장을 있는 힘껏 밀기 시작했다.


그륵


그러자 정말 책장이 살짝 뒤로 밀리는 느낌이 났다. 관산은 부족한 힘이지만 있는 힘껏 책장을 밀기 시작했고 서서히 뒤로 밀리는 책장에 어두운 공간이 드러났다.


관산은 미련 없이 그곳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책장은 원래 상태로 되돌아왔다.


불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동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둠 속에서 관산은 관천령의 도움을 받아 전력으로 동굴을 달리고 있었다.


[ 멈춰 거기에서 좌로 세 걸음 이동해 동남쪽 방향으로 달려라 ]


관산은 관천령이 시키는 대로 좌로 세 걸음 이동했고 다시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동굴 중간에 있는 장애물을 피하며 방향을 잡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비록 중간에 예기치 못한 돌부리에 걸려 몇 번 바닥을 굴렀지만 관산은 생각보다 빠른 시간 만에 동굴의 출구를 발견했다.


흙벽으로 막아논 동굴 벽을 뚫고 밖으로 나오자 정말 수희의 말대로 눈앞에 기다란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를 생각하자 좀 전에 나눴던 진한 입맞춤이 생각났지만 그는 황급히 생각을 털어 버리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너무 일찍 찾아온 추위 때문인지 강물에선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관산은 추위를 느낄새도 없이 갈대를 잡고 물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해가 떠오르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지만 추격이 시작되면 굉장한 속도로 쫓아올게 뻔해 이후 관산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걷고 또 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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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23.03.16 170 10 11쪽
17 17화 23.03.15 175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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