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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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8:07
최근연재일 :
2023.03.2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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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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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DUMMY

관산이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모시립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말하라.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


도무지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느낀 관산은 차라리 정면 승부를 보기로 마음먹고 모시립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저도 그 이름이 가진 의미를 알고 말한 건 아닙니다. 절 쫓는 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다 우연히 알게 된 이름입니다. "


" 어디서 어떻게 "


" 사실 저에겐 남들이 모르는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위기가 닥치면 머리속으로 아주 잠깐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른다는 겁니다. "


잠깐 이야기를 멈춘 관산이 모시립을 바라보자 그는 표정 없이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표정만 봐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


" 그래서? "


일단 모시립이 이야기를 계속 들어볼 의향은 있는 것 같아 관산은 다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차종호가 제 목덜미를 낚아 채는 순간 불현듯 모시립이란 단어가 머리속으로 떠올랐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소리내 외쳤던 겁니다. "


피식


이야기를 마치고 모시립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는 순간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게 보였다.


' 역시 믿지 않는구나.. 하긴 나라도 그렇겠지 '


"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언젠가 너와 비슷한 자를 만나본 적이 있어서 일단은 믿어보겠다. 이제 네 말이 사실인지 확인을 해봐야겠지? "


" 어떻게 말입니까? "


" 간단하다. "


점점 잔혹해 지면서 냉막해지는 모시립은 표정에 관산은 순간 오금이 저려와 다리에 힘이 풀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무너지면 반드시 죽을 것 같은 예감에 그는 필사적으로 다리에 힘을 쥐어 짜고 있었다.


" 자칭 예언자 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맞춰야 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네가 스스로를 증명해 낸다면 살려줄 것이다. "


모시립이 자리에서 일어나 관산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모시립은 일부러 한 걸음 걸어올 때마다 엄청난 중압감과 어깨를 누르는 것 같은 압박감을 발산했지만 관산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모시립이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 호..어린 녀석이 정말 제법이다. 네 그런 용기가 마지막 기회를 만들어 냈다만 이건 정말 마지막 기회다. 그러니 반드시 활로를 찾아내 보거라 "


바로 앞까지 다가온 모시립이 엄청나게 큰 손바닥으로 관산의 작은 머리를 움켜 쥐었다.


머리에서 느껴지는 강한 압력에 관산은 극심한 통증과 죽음의 공포를 동시에 느끼기 시작했다.


" 으으으으 "


" 여기서 조금만 힘을 더 주면 너의 머리는 분명 두부처럼 으깨질 것이다. 이 정도 죽음의 공포라면 네 능력을 발현시키기에 충분하겠지. "


" 제 말은..... 사실입니다. "


" 진실은 남이 판단해 주거는 거다. "


모시립은 관산의 말을 무시하면서 천천히 조금씩 손아귀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 크으으윽 "


" 믿어주지 않는 진실은 죽은 진실이지. 그리고 나 같은 강자는 진실도 거짓으로 만들 수 있고.. 그러니 날 믿게 만들어라 그럼 거짓도 진실이 될 수 있다.. 약육강식이란 바로 그런것이니까. "


모시립의 오만스러울 정도로 과한 패기에 그대로 노출된 관산은 전신이 떨려오며 온 몸에 식은땀이 흘러 내렸는데 극심한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와중에 그의 심장 만큼은 맹렬히 두근거리고 있었다.


' 진정한 강자란 이런.... 거구나 '


지금 이 순간 관산이 느끼는 감정은 공포가 아닌 동경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조여오고 있는 자에게 느끼는 동경이라니 좀 어이없는 상황 같았지만 관산은 막연하게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바램은 막연한 듯 하지만 확고하기도 했다.


시시각각 심해지는 압력에 크게 심호흡을 한번 내쉰 관산은 손에 쥐고 있는 관천주를 땅으로 떨어트렸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 내 수명 중 1년을 댓가로 모시립의 생각과 그 생각에 대한 답을 알려줘..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앞으로 네가 나타내는 글자를 대륙어가 아닌 한글로 해 줬으면 좋겠어 '


땅에 떨어진 관천주가 소리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빠르게 글자들을 배열했다.


[ 복령(茯笭) 구숙자 ]


관천주는 관산의 바램대로 글자를 정말 대륙어가 아닌 지구의 한글로 표기해주었다.


' 됐다! '


예상은 했지만 관천주가 답을 내놓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


" 모시립님이 생각하시는 건 복령이라는 것이고 그걸 가지고 있는 자는 구숙자란 자입니다. "


관산의 말에 모시립은 흠칫 놀랐다. 그의 변하는 안색을 보니 모시립은 복령의 위치까지는 모르고 있었던 게 분명해 보였다.


" 호오.. 정말이었구나.. "


" 제 말 믿어 주시는 겁니까? "


" 믿는다. 내가 복령을 찾고 있다는 아는 사람은 단 두 명 뿐이니까.. 정말 대단하다. 관산 약속대로 널 살려주겠다. "


" 고맙습니다. "


" 대신 모시립이란 이름을 다신 입에 담지 말거라 ? "


" 그렇게 하겠습니다. "


관산이 알겠다 하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모시립은 어느새 귀신처럼 사라져 버렸다.


" 아.. 살았다. "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관산은 바닥에 대짜로 드러누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긴장이 풀리니 몸에 있던 힘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버려 도저히 두발로 서 있기 힘들어서이다.


[ 저놈 꽤 강하네.. 중원성의 절정 고수 정도는 될 거 같은데. ]


" 절정이든 초절정이든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분명 경계의 문에서 벌어진 테러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겁니다. 그런 자와 엮였다 간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기 십상입니다. "


관산이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진절머리를 치고 있을 때 관천령이 미처 그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해 왔다.


[ 너 근데 이곳이 어딘지는 아냐? ]


" 젠장 "


당연히 알 턱이 없지 않은가.


" 여기가 경계의 문에서 어디쯤입니까? 어르신은 모든 상황을 지켜 보셨으니 대충은 아실 거 아닙니까? "


[ 축하한다. 넌 지금 수희라는 아이가 준 지도 속에 그려져 있던 목적지에 도착한 상태다. ]


" 정말입니까? "


관산은 관천령의 말이 진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주머니를 뒤져 지도를 찾아보았지만 어쩐 일인지 손수건이 보이지 않는다.


" 어떻게 된 겁니까? "


[ 놈이 널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그가 앉아 있던 곳으로 가보거라 ]


관천령이 시키는 대로 모시립이 앉아 있던 곳으로 가보자 정말 그곳에 손수건이 놓여 있었다. 아마도 그가 깔고 앉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 이 지도를 보고 찾아온 겁니까? "


[ 그래. 네 몸을 아주 알뜰하게도 뒤지더구나.. ]


그 정도로 뒤졌다면 모시립은 당연히 관천주도 살펴 봤을 테지만 관산은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관천주는 오로지 자신만 다룰 수 있는 물건이기에 그가 말해주지 않은 이상 어떤 물건인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손수건을 챙긴 관산은 즉시 밖으로 나가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고 그가 있는 동굴이 엄청나게 높은 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일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서 일일이 지형과 손수건에 그려진 그림을 비교하는 것으로 관천령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았다.


" 정말이로군요.."


[ 너무 좋아할 것 없다. 이곳은 인간들의 도시와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 절대 너 혼자 힘으로 돌아갈 수 없다. 수명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썩 좋은 상황은 아니란 말이지 ]


"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당분간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니 동굴을 좀 더 살펴봐야겠습니다. "


다시 동굴로 돌아온 관산은 동굴 초입부터 천천히 수색을 시작해 나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동굴은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조금씩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나타났다.


잘 닦인 바닥과 다듬어진 벽면 그리고 중간중간 다른 곳으로 뚫려있는 또 다른 통로까지 누가 봐도 천연 동굴은 아니었다.


관산은 그런 동굴을 관천령의 눈에 의지해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관산은 벽에서 타다만 횃불을 하나 발견했고 가지고 있던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화륵


의외로 불은 쉽게 붙어 동굴을 밝혀주었다. 횃불 덕분에 이동 속도가 올라간 그는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막다른 곳에서 다다르면서 그곳에서 제법 큰 석실을 하나 발견했다.


" 이건! "


이런 곳에 석실이 있는 것도 믿지 못할 일인데 벽돌처럼 쌓아 올려 만든 석실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어 관산의 눈을 의심케 만들었다.


" 저 귀한 월광석으로 집을 만들어 놓다니 "


관산은 석실을 만들 때 사용한 재료를 단번에 알아차렸고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저거 한 덩이면 한 달은 먹고 살 수 있는데... "


[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 보거라 ]


" 예.."


관천령의 재촉에 고개를 끄덕인 관산은 석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는 돌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죽어있는 푸르스름한 백골 하나를 발견했다.


" 저 백골 이곳을 만든 자일까요? "


[ 그러진 않을 것이다. 이곳이 만들어진 지 수백 년은 지나 보이지만 그 시신은 생각보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자이니까. ]


" 뼈가 푸르스름하게 변한 걸 보니 죽은 지 오래된 거 같아 보이는데요 "


[ 아니다. 저자는 생전에 독에 중독되어 죽은 것이다. 세월에 독기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중독의 흔적은 남는 법이지.. 대게 저런 흔적을 남기는 건 독사나 독충들의 독이었을 확률이 높지 ]


그런 건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려 던 관산은 시신 옆에 종이 한 장이 떨어져 있는 걸 확인하고 가까이 다가가 종이의 내용을 확인했다.


편지의 정체는 충격적이었다.


[ 사랑하는 딸 수희야. 제발 네가 이 편지를 보기 바란다. 너는 반드시 상호야 수현을 조심해야 한다..그들은 ..]


편지의 내용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관산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 이 사람 설마! "


그제야 백골의 주인이 누군지 짐작한 관산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종이와 백골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 차수현은 분명 자신의 아버지가 7군단에 있다고 했었는데.. 그가 왜 여기에.. "


[ 이자는 죽은 지 2년 정도 됐을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 그 년이 거짓말을 한 게 틀림없어. ]


" 그러니까 왜 요? 설마 편지의 내용처럼 차수현과 차상호가 자신의 아버지를 시해라도 한 것일까요? "


[ 정황상 의심은 간다 만 .. 증거가 부족하니 확증 할 수는 없겠구나 ]


관산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분명히 이 남자의 죽음에 차상호와 차수현이 연관되어 있을거란 사실이었다.


" 흐음 ..어쨌든 수희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많이 슬퍼할 겁니다.. "


[ 그렇겠지.. 어쩌면 이 자도 자신이 중독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이곳의 지도를 믿을 수 있는 막내 딸에게 맡겼을지 모른다. 그는 분명 후일을 도모하려고 한 거 같은데. 애석하게도 그의 계획은 죽음으로 실패하고 말았구나. ]


듣고 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같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은인의 아버지였기에 관산은 유해를 조심히 추슬렀고 그를 동굴 밖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묻어 주었다.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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