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참고등어
작품등록일 :
2023.02.27 18:07
최근연재일 :
2023.03.27 23:2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5,584
추천수 :
299
글자수 :
148,425

작성
23.03.23 19:25
조회
133
추천
11
글자
11쪽

24화

DUMMY

수희가 건네준 지도를 가지고 동굴 밖으로 나온 관산은 조잡한 그림이 그려져있는 손수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주변 풍경을 살피기 시작했다.


지도에 따르면 이곳은 창천시보다 평안시에서 더 가까운 곳이었기에 그는 일단 평안시로 복귀를 한 후에 이후 일정을 생각하기 마음 먹었다.


" 복귀하는 동안 경공이나 연습해 봐야겠구나 "


생각을 굳힌 관산은 석실이 있는 동굴 입구를 큰 바위로 가려 놓고 서툰 어풍비행(御風飛行)을 시전해 가파른 절벽을 뛰어 내렸다.


엄청난 속도에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이 부서지는게 느껴지자 숨길 수 없는 희열이 차올랐다.


5개월 전이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관산은 겁도 없이 속도를 높여 가파른 경사를 내리 달렸고 충돌 직전 사뿐히 바닥에 착지했다.


" 20년 내공을 가지고 전력으로 경공을 시전하면 거의 오일 형제들과 비등하겠는걸. "


그들의 속도를 직접 체감해 본 적이 있어서 자신할 수 있었다.


아직 각성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믿을 수 없는 신체 능력이었다. 관산은 자신에게 이런 힘이 생기고 앞으로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주먹을 힘껏 쥐어 보았다. 이제는 차수현도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이 정도 가지고는 모시립은 고사하고 차상호에게 조차 상대가 될지 미지수였기에 충분히 강해질 때까지는 가급적 힘을 숨겨야 한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 그래도 이제 각성자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으니 수명을 충분히 늘리고 난 후에는 공적 점수를 모아야 해. "


대충 생각을 정리한 그는 어풍비행을 연습하며 평안시로 향했고 가는 도중 심심찮게 기형수들의 습격도 받았다.


기형수. 어떤 형식으로 탄생하는 괴물인지는 모르지만 그 모습은 정말 기이하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키메라가 떠올랐다. 돼지 머리를 달고 있는 독수리와 염소 머리에 사자 몸통 코끼리 다리를 하고 있는 생명체. 그리고 발 달린 거대한 뱀까지 지구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 정상적인 게 하나도 없는 행성이 바로 문곡성이었다.


" 마수 정도가 아니라면 너희로는 내 발을 잡을 수 없다. "


관산은 기형수가 나타나는 족족 혈왕장의 마라인으로 놈들의 머리를 갈라버렸고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달렸다.


처음 해보는 실전이었지만 그에게 두려움도 없었다. 지난 세 시간 동안 수십 마리의 기형수를 때려잡고서도 살육에 대한 거부감조차 들지 않았다.


모든 것들이 너무나 익숙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이것 역시 소을순의 120년 경험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후유증 중 하나겠지만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문곡성에서라면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덤벼드는 기형수를 상대로 여러 무공들을 연습하다 보니 관산은 어느새 평안시 경계의 문에 도달해 있었다.


놈들의 피로 인해 옷이 더렵혀졌지만 상당히 괜찮은 경험이었다. 관산이 차후 마수 사냥을 나가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어딘가 낯익은 얼굴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 은소향? '


그랬다. 그녀는 분명 7개월 전에 잠시 동행했던 은소향이 틀림없었다.


관산의 시선을 각성자의 예민한 감각으로 느꼈는지 은소향이 돌아봤지만 그녀는 너무 많이 변해버린 관산을 알아보지 못했다.


고개를 갸웃 거리는 것이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정체 모를 익숙함 정도가 다 일 것이다.


딱히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에 관산도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문이 열리려면 조금 시간이 남아있어 관산은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매화십이검에 빠져 있던 관산의 귀로 경계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곧 사람들이 문 앞으로 몰려가자 관산도 자리에서 일어나 긴 줄에 합류했다. 그렇게 관산은 7개월만에 다시 평안시로 돌아오게 되었다.


창천시라면 모를까 평안시에서 큰 입지가 없는 차씨 남매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관산은 떳떳하게 경계의 문을 통과해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평안시 9구역. 3년간 선별꾼으로 일하면서 겨우 장만한 단 칸 방의 문을 열자 곰팡이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썩어버린 음식들과 검게 변해버린 옷가지들. 관산은 그중에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고 숨겨놓은 금석을 챙겨 다시 방을 나왔다. 이후 그가 향한 곳은 9구역 주택관리소였다.


개인 간 직거래가 금지되어 있어 누구라도 집을 팔거나 사기 위해서는 주택관리소를 통해야 했기 때문이다.


9구역의 주택관리소.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평범하게 생긴 20대 초반의 여자와 40대 후반의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관산을 쳐다봤다.


" 집을 팔러 왔습니다. "


사람이 없는 시간을 틈타 뭔가 이상한 짓을 벌이고 있었던거 같은데 관산은 굳이 신경 쓰지 않고 매매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해 여자에게 내밀었다.


" 음 사실 때 금석 50개를 주셨네요. 지금은 시세가 조금 떨어졌어요. 수수료를 제외하면 금석 40개 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


" 알겠습니다. "


관산이 미련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여자는 즉시 금고로 가서 콩알 크기에 노랗고 동글동글하게 생긴 구슬 40개를 들고 나왔다.


" 여기 있습니다. "


여자가 내민 금석을 받아든 관산은 그녀의 흐트러진 옷매무새 속에 살짝 드러난 가슴을 한번 슥 쳐다봤고 순간 얼굴이 빨개지는 여자를 뒤로하고 주택관리소를 빠져나갔다.


그다음 그가 향한 곳은 평소 자주 가던 암시장이었다. 관산은 그곳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검을 찾아보려고 생각 중이었다.


물론 야장들에게 의뢰할 수도 있었지만 이곳 야장들의 실력으로는 중원성 수준의 균형잡히고 견고한 검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가급적이면 하늘문에서 떨어진 물건을 구하고 싶었다.


" 찾는 물건이 없다면 최대한 실력 있는 야장에게 의뢰를 해야겠지만.. "


마음 같아서는 기문갑을 구하면 좋겠으나 하급 품질도 수천개의 금석을 호가하고 상급은 금석으로는 살 수조차 없어 기문갑은 애초에 염두조차 두지 않고 있었다.


지난 7개월 동안 단 하나도 변하지 않은 암시장의 거리. 관산은 평소 자주 이용하는 가게로 발길을 옮겼고 한 가게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 그대 눈망울에 건배 ]


" 저 간판 아직도 안 바꿨네 "


관산은 지독스럽게 촌스러운 이름을 가지고 있는 가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어서오십..시 .. 어라 관산 너 살아있었냐? "


술집을 가장한 장물 가게의 주인인 50대 남자가 탁자를 닦다 관산의 모습을 발견하고 몹시 놀라워하며 말했다.


" 술탄 아저씨는 제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


" 아니 그건 아닌데.. 이쪽 바닥이 그렇잖아.. 한 달만 안 보여도 죽었다고 생각하는데 넌 벌써 몇 개월 동안 행방불명 되지 않았느냐 "


맞는 말이었다. 담군일을 하는 사람들은 한 달만 안 보여도 80프로는 죽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개미 목숨들이었으니까.


" 잠깐 다른 도시에 좀 다녀왔어요. 그것보다 혹시 이런 형태로 생긴 물건 가지고 있거나 보신 적 있으세요? "


관산은 술탄에게 미리 그려온 장검의 도안을 건네주었다.


" 똑같지 않아도 형태만 비슷하면 됩니다. "


" 이거... 어디서 본거 같은데..."


술탄은 도안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뭔가를 생각해 냈는지 관산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봤다. 듣고 싶다면 정보료를 내라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 여깄어요 "


관산은 그에게 금석 하나를 던져 주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술탄은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고 여전히 관산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 왜요? "


" 작다. "


확고한 술탄의 표정에 관산은 어쩔 수 없이 금석 하나를 더 던져 주었지만 그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 아저씨! 적당히 하세요 "


관산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자신을 노려보자 술탄은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말했다.


" 최소 3개짜리 정보다. "


" 장난치지 마세요. 이게 뭔지도 모르시잖아요. "


관산의 말에 술탄은 가게 뒤쪽으로 향했고 한참 만에 돌돌 말린 그림 한 장을 들고 나와 관산에게 내밀었다.


" 뭡니까 이게? "


" 펼쳐봐라 내가 2년 전에 사들인 그림이니까. "


호기심이 발동한 관산은 그림을 펼쳐 보았고 그곳에는 검 한 자루 선명하게 탁본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탁본된 검집에는 [ 월왕구천검(月王九天劒) ] 이란 이름이 한문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 월왕구천검을 반드시 찾아라 ]


몇 개월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던 관천령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관산은 이검에 뭔가 내력이 있다는 걸 직감했다.


' 굳이 왜 그래야 합니까? '


[ 때가 되면 말해주마. 지금 말해줄 수 있는 건 너와 나 둘에게 좋을 일이란 거다. 월왕구천검은 그 자체만으로도 다시 보기 힘들 정도의 명검이기도 하니까. ]


' 알겠습니다. '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검의 탁본을 살펴본 관산은 술탄에게 금석 하나를 더 던져 주었다.


" 어디에 있습니까 이 물건 "


" 2년 전까지는 민자영이 가지고 있었다. 이 탁본을 건네주며 나에게 물건을 살 사람을 물색해 달라고 했었지..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금액이 너무 엄청나서 그 누구도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


" 민자영? 그녀가 살아있습니까? "


민자영은 관산도 아는 여자이다. 대도 민자영으로 불리는 그녀는 평안시의 유명한 도둑으로 이미 1년 전에 행방불명된 상태이기도 했다.


" 살아있다. 들리는 소문에 뭔가 큰 걸 계획하고 있다곤 하는데..나야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


" 그 여자 어딨습니까? "


관산이 여자의 위치를 묻자 술탄은 또다시 관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보료를 요구한 것이다. 그의 태도로 봤을 때 오늘 관산을 벗겨 먹기로 아주 작정을 한 모양이다.


별수 없이 금석을 건네주자 술탄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민자영이 있는 위치를 말해 주었다.


" 으흐흐흐 민자영은 13구역 유림여관에 있었다. 일주일전 까지는 말이지.."


" 제길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에 정보료를 받다니 ..오늘 이후로 여긴 다신 안 옵니다. "


" 이 바닥이 다 그런걸 어쩌라고 "


화를 참지 못하고 술탄을 노려본 관산은 거칠게 돌아서 가게를 나와버렸다. 하지만 가게를 나오자마자 관산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갑게 변해갔다.


[ 찾으러 가볼 테냐? ]


" 아니요 가봤자 없을 겁니다. 그녀는 절대 한 곳에서 삼 일 이상은 머물지 않으니까요.. 물건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았으니 급할 것 없습니다. "


[ 알았다. 참 그리고 난 당분간 깊은 잠을 자야 한다. 관천주에게서 훔친 네 생명력이 고갈되어간다. 큰일이 아니라면 깨우지 말거라. ]


" 알겠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이 변경되었습니다. 23.03.27 22 0 -
공지 22화 내용이 조금 추가됐습니다. 23.03.21 121 0 -
28 28화 23.03.27 126 6 12쪽
27 27화 23.03.26 145 8 11쪽
26 26화 23.03.25 132 10 12쪽
25 25화 23.03.24 137 9 11쪽
» 24화 23.03.23 134 11 11쪽
23 23화 23.03.22 160 11 12쪽
22 22화 23.03.20 175 11 12쪽
21 21화 23.03.19 157 11 10쪽
20 20화 23.03.18 180 13 12쪽
19 19화 23.03.17 159 12 10쪽
18 18화 23.03.16 170 10 11쪽
17 17화 23.03.15 175 11 12쪽
16 16화 23.03.14 170 11 11쪽
15 15화 23.03.13 190 11 10쪽
14 14화 23.03.12 187 11 12쪽
13 13화 23.03.11 187 11 12쪽
12 12화 23.03.10 199 9 12쪽
11 11화 23.03.10 204 11 12쪽
10 10화 +2 23.03.08 222 11 12쪽
9 9화 23.03.07 215 12 14쪽
8 8화 23.03.06 216 11 11쪽
7 7화 23.03.05 224 10 12쪽
6 6화 23.03.03 233 10 12쪽
5 5화 23.03.02 244 12 12쪽
4 4화 23.03.01 249 11 16쪽
3 3화 23.02.28 265 11 15쪽
2 2화 23.02.27 292 12 11쪽
1 1화 23.02.27 433 1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