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말아 먹고 이계에 환생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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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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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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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DUMMY

예상치 못한 공격에 노인은 비명을 토해내며 5미터 뒤로 날아가 버렸다. 평범한 각성자였다면 즉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공격이었지만 다시 몸을 일으키는 걸 보니 각성기 중기와 후기의 경지 차이가 훨씬 대단한 모양이었다.


' 마치 바위를 때린 것처럼 단단했다. '


관산은 노인의 몸에서 느껴지던 단단함에 적잖이 놀란 상태였다. 20년 영기 내공을 모조리 쏟아부은 공격임에도 생각만큼 치명상을 입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연신 심장을 부여잡고 뒷걸음질 치는 모습에서 의외로 큰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얻은 관산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해위 지체 없이 후속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 크윽 이..천하의 답무곡이 ..저런 어린 애송이에게 당하니..."


의외로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관산의 공격에 겁을 먹었던지 노인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공격보다는 피하기에 급급했고 관산은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더욱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다 문득 관산은 자신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지나치게 신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본래의 모습에 비춰볼 때 분명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선 잠시 숨을 고르는 게 좋겠다 싶어 공격 속도를 늦추자 그제야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노인의 몸에서 느껴졌던 단단함이었다.


그 정도의 단단함이라면 분명 큰 상처를 입히지 못해야 맞았는데 노인의 안색이나 행동은 그와 반대로 과할 정도로 힘겨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깨달은 관산은 맹렬히 퍼붓던 공격을 멈추고 노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인도 움직임을 멈추더니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입맛을 다셔왔다.


" 쩝 확실히 눈치가 빠르단 말이지 "


심장을 부여잡고 있던 손을 내리고 허리를 펴자 노인의 파리했던 안색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 무슨 속셈입니까? "


" 조금 아쉬운걸. 5분만 더 공격에 집중하게 만들었다면 독(毒)이 확실히 몸속에 자리 잡았을 텐데.. 하지만 뭐 괜찮다. 시간이야 조금 더 걸리겠지만 이미 네 몸 속에 씨앗이 생겨났을 테니까. 그 씨앗은 네가 각성력을 사용할 때마다 그걸 영양분 삼아 급속도로 자라나 너에게 죽음을 선사할 것이다. "


관산은 독이라는 말에 노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운기를 하며 몸 속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단전에서 전에 없던 작지만 이질적인 기운을 발견했다.


" 삼목비사의 양성독(樣成毒).... "


" 호오 양성독을 알고 있었구나. "


삼목비사를 알고 있던 관산이기에 당연히 삼목비사가 사용하는 기술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각성자가 사용할 수 있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지만 말이다.


" 그것 역시 상급 각성 비약의 효과 중 하나겠군요. "


" 그렇다. 상급 각성 비약이 중급 비약보다 10배나 비싼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기도 하지. 남들에게는 없는 구명비기가 하나 생기니까. "


관산은 자신이 여전히 각성계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걸 깨닫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사실 이건 너무 당연했던 게 각성에 대한 것들은 하나하나가 큰 돈이 되는 지식들이라 혈족이 아니라면 아무에게나 가르쳐 주지 않는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특별한 가르침을 받아본 적이 없는 관산의 입장에서는 모르는 게 더 당연한 것이었지만 강함에 대한 그의 열정과 목마름은 그런 변명이 용납되지 않았다.


' 빠른 시간 내에 각성을 이룬다. 목표는 최소 상급으로 '


각성에 열망을 불태우고 있던 그때 단전에 있던 양성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전을 빠져 나온 양성독이 입맥을 타고 심장으로 향하려고 하자 관산은 일단 흡명마공의 흡력을 일으켜 양성독을 다시 단전으로 빨아들였다.


12성 극성에 달하면 빛조차 흡수해 버리는 흡명마공으로 삼목비사의 양성독 정도 묶어두는 일은 어린애 장난 같은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흡력에 붙들린 양성독은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딸려와 나선력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이 정도면 독기 발작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밖으로 내 보내던지 아니면 성분을 분리해 몸에 해로운 독 성분은 몸 밖으로 배출하고 몸에 이로운 약 성분은 흡수하면 될 일이었다.


단지 조금 걱정 되는 건 흡명마공의 경지가 낮아 싸움을 하면서 나선력을 오래 지속 시키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잘못하면 양성독이 풀려날 수 있었다.


만약 이 같은 일을 노인이 알았다면 기함해 도망쳤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노인은 관산이 양성독에 중독된 상태라고 굳게 믿고 있어서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으로 제 자리에 서 있었다.


" 이제 독이 발작할 시간이 된 거 같으니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구나.. 아 혹시 말이다 네가 사용했던 기술들을 나에게 알려 준다면 목숨은 살려줄 마음이 있는데 네 목숨과 기술을 교환할 마음이 있느냐? "


" 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습니까? 날 너무 순진한 아이로 보셨나 봅니다 "


" 흐흐 역시 그렇지? 항상 보면 의외로 똑똑한 녀석들이 제 수명을 깎곤 하지. "


" 그 말에는 저도 조금 동의합니다. 마침 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


" 처지를 잘 아는구나. 양성독은 신경독이다. 보아하니 독이 발작한 모양인데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무슨 짓을 해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할 테니까. "


노인은 관산의 얼굴이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입가에 선혈이 흘러나오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제법 시간이 지나서 그런 것인지. 노인이 두르고 있던 붉은 각성력도 급격히 약해지고 있었지만 노인은 양성독이 얼마나 강력한 독인지 잘 알기에 관산을 경계하지 않았다.


양성독이 독성을 뿜어낸 이상 가만 놔둬도 관산은 몇 분 내에 죽을 목숨이라 자신했기 때문이다.


마침 노인의 각성력도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경지가 각성기 후기에서 초기로 떨어졌다. 그때 느껴지는 상실감이란 마누라와 자식이 한꺼번에 사라져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크게 다가왔다.


" 아.. 평생을 갈고 닦아 올라선 중기인데 말년에 이런 꼴을 당할 줄이야..떨어진 경지를 회복하려니 너무 화나고 암담하구나. 이 원한 내 손으로 직접 돌려주지 않고 서는 참을 수가 없겠다. "


남아있는 각성력을 모조리 끌어올린 노인은 보란 듯이 관산의 심장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 죽어라 "


절체절명의 순간 관산의 모습은 모든 걸 포기한 사람처럼 무기력하게 보였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애초에 중독조차 되지 않은 관산은 날아오는 노인의 주먹을 향해 회심의 미소를 날렸고 번개처럼 목검을 뽑아 휘둘렀다. 20년 영기 내공을 모조리 담아 매화십이검 중 매화낙락(梅花落落)을 시전한 것이다.


검은 매화 한 송이가 하늘하늘 거리며 노인에게로 날아왔다.


" 어? "


노인은 환영처럼 나타난 검은 매화 한 송이가 팔에 내려 안자 의아해 바라보다 그곳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져 비명을 토해냈다.


" 으악. 내 팔이! 으아아아아악 "


" 도망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


서걱


관산은 잘려나간 팔목을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있는 노인의 오른발까지 잘라 버리고 나서야 안심하고 목검을 거둬들였다.


" 아아악 내 바아아알!


" 손 속이 과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 흡명마공의 숙련도가 아직 많이 낮아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펼칠 수가 없거든요. 이해해 주십시오 "


등골이 시릴 정도로 잔인한 표정과 말투였다.


그는 노인이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아혈과 마혈을 동시에 짚어버리고 즉시 흡명마공을 일으켜 노인의 머리를 움켜 잡았다.


순간 두 눈이 탐욕으로 이글거린 관산은 손바닥에 생긴 흡력으로 노인의 생명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흡명이다 보니 거칠고 투박했는지 노인이 엄청난 고통에 몸을 떨기 시작했지만 관산은 신경 쓰지 않고 점점 흡명 속도를 높여갔다. 그러자 급기야 노인의 눈이 완전히 돌아가버리고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스으으으으으


" 으으으으 "


흡명의 첫 소감을 말하라면 썩 기분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내 것이 아닌 이질적인 기운이 몸속에 들어오자 극심한 거부감이 일어나 본능적으로 배척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최대한 불편한 마음을 누른 채 노인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뽑아내는데 열중하자 어느새 조금씩 요령이 생겼고 속도는 그럴수록 속도는 빨라졌다.


이 정도 속도라면 모든 생명력을 뽑아내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흡력이 생명력과 더불어 영혼의 근간인 영근(靈根)까지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관산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고 말이다.


그가 만약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영근을 빼앗긴 영혼이 환생 자격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았다면 흡명마공을 사용하는데 있어 다른 방법을 고민했을지 모르지만 이것은 소을순 조차 모르고 있었던 일이라 관산이 알 턱이 없었다.


그렇게 노인의 모든 걸 빨아들이고 있던 관산은 생각지도 못한 부 수입을 올리고 있던 중 본의 아니게 누군가의 관심을 끌고 말았다는 걸 미처 몰랐다.


****

관산이 살고 있는 문곡성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어느 거대한 별의 한 석실에서 양초 하나가 화르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앞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겨 있던 노인이 있었는데 그 노인은 막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듯 중얼거렸다.


" 또 어떤 겁 없는 놈이 감히 제1천도를 어기는 것인가. "


노인이 촛불을 향해 팔을 한번 휘두르자 초에서 분리된 불꽃이 석실을 날아 다니더니 이윽고 두 개의 글자를 만들어낸 후 노인의 손바닥 위로 내려앉았다.


[ 관산 ]


촛불이 만들어낸 글자는 바로 관산의 이름이었다.


" 아영아. "


노인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자 20대 초반의 굉장한 미모를 보유한 여자가 석실에 들어와 노인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 부르셨습니까. 집행관님 "


" 이자를 은하단(銀河團) 수배 명단에 올리거라. 죄명은 제1천도 위반이다. "


손바닥에 있는 작은 촛불을 여자에게 건네주자 여자는 촛불을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감히 제1천도를 위반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자인가 보군요. 제 기억으로 소을순 그자 이후로 천 년 만에 처음인 것 같습니다. "


" 그렇구나. 소을순 그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잡아 들이지 못했는데 어쩌면 그자의 제자일지도 모르겠다. "


" 현상금은 얼마나 책정할까요? "


" 일단 영석 100개로 시작하자. 분명 이번 한번으로 끝내지 않을 테니까. 놈은 군하계(軍廈界)에 있으니 일을 맞을 제자를 알아 보거라 "


" 알겠습니다. "


여자가 물러가자 노인은 해야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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