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5] : 자격증
영미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준비를 마친 후 아기와 함께 다음 나라로 출발했다. 이번에는 서버고속도로를 이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려면 차가 필요했다.
영미는 태블릿을 꺼낸 후 펜으로 자동차를 그렸다. 잠시 후 빨간색 자동차가 완성됐다.
태블릿을 도로로 향하게 한 다음 실행 버튼을 눌렀다. 앞에 빨간색 자동차가 나타났다. 영미는 아기와 함께 자동차에 탑승했다. 시동을 켜자 계기판에 불어 들어왔다.
이제부터 여행이었다.
자동차 밖으로 꽃 농장이 보였다. 다양한 색의 꽃들을 키우고 있었다.
"튤립국에 볼 게 많았는데. 아쉽다."
영미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달렸다. 잠시 후 향기마을의 끝에 다다랐다. 도로는 서버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영미는 핸들을 조정해 서버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이후 규정 속도에 맞춰 차를 몰았다. 서버고속도로에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영미는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
아기 역시 독특한 환경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돌국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자 서버고속도로의 끝이 나타났다. 이곳을 빠져나가면 돌국으로 갈 수 있었다.
"돌국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이 뭐였더라?"
영미는 잠시 생각했다. 어제 분명히 태블릿으로 확인한 상태였다.
"맞아! 축성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지."
돌국으로 진입하자 커다란 성이 눈에 들어왔다. 위용이 넘치는 모습이 그 무엇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영미는 자동차를 몰면서 성 옆을 지나갔다.
이때부터 차가 조금씩 막히기 시작했다. 결국 속도가 느려지면서 완전히 멈추었다. 이후 차는 앞으로 나갈 생각을 안 했다.
"어라. 차가 많이 막히네. 공사 중인가?"
잠시 기다리면 교통체증이 해소될 줄 알았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이전 그대로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영미는 아기와 함께 자동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도로를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길게 늘어선 자동차를 따라 한참을 걸어갔다.
앞에 장벽마을이 보였다. 장벽마을 역시 곳곳에 돌리 지어진 건물이 보였다.
"돌국은 돌을 좋아하는구나."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드디어 길게 늘어선 자동차의 끝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영미는 궁금증을 느끼며 그들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에는 워커가 있었다. 그들이 입은 조끼에 환경이라는 단어가 보였다. 그들은 환경인이었다.
특이하게도 환경인은 손바닥을 땅에 붙이고 있었다. 손바닥을 통해 열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었다.
순간 도로가 늪지처럼 흐물거리기 시작했다.
영미와 아기가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으아앙
울고 있는 아기를 진정시켰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때 환경인이 다가왔다.
"아기가 많이 놀랐나 봐요."
"죄송합니다. 조용히 시킬게요."
"놔두세요. 아기인데요."
환경인은 아기에서 친환경 인형을 선물했다. 아기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
영미가 환경인에게 질문을 했다.
"왜 도로를 망가트리는 거죠?"
"자동차가 가모라의 환경을 오염 시키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힘을 합쳐 도로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건 불법이에요?"
"이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가모라는 오염 때문에 완전히 파괴될 거예요."
환경인이 아기를 쳐다본다.
"혹시 생각해보셨나요?"
"네?"
"이 아기가 컸을 때 가모라가 없어진다고 생각해보세요. 가모라는 현세대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입니다."
영미는 환경인의 메시지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영미는 자기 생각을 정리한 후 환경인에게 물어본다.
"혹시 저도 환경인을 도울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우리를 도우려면 힐링다이버가 되면 됩니다."
"힐링다이버요?"
"네. 힐링다이버 중에 가모라를 치료하는 일을 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디지털 힐링다이버라고 부릅니다."
영미가 깜짝 놀라며 물어본다.
"제가 그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누구나 가능합니다. 단, 자격증을 따야 해요."
"꼭 자격증을 따서 여러분을 도울게요."
"감사합니다."
영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이후 영미는 공부하기 위해 돌국에 있는 대리석도서관에 들렀다.
도서관은 전체가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다. 웅장함이 느껴졌다. 영미는 도서관 한편에 놓인 대리석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아기야. 여기는 조용히 해야 해. 알았지?"
"엄마."
"그래. 우리 아기 착하지."
영미는 아기에게 그림책을 들려주었다. 아기가 신기해하며 그림책을 보았다. 영미는 옆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미리 구해놓은 책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힐링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생명마법을 공부해야 했다.
찾아보니 힐링다이버는 일반과 전문으로 나뉘었다. 디지털 힐링다이버는 전문에 속했다. 하지만 전문을 따려면 일반 힐링다이버 자격증이 필요했다.
영미는 일단 일반 힐링다이버 자격증에 도전했다.
책의 첫 장에는 감정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생명마법은 평온이라는 감정을 필요로 했다. 영미는 과거에 배운 불마법을 참고하며 공부했다.
"평온한 감정이라? 한동안 느끼지 못한 감정인데. 어떡하지?"
영미는 평온한 마음을 갖기 위해 자신의 과거 경험을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전 아기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를 때를 기억했다.
"그래. 그걸 생각하면 되겠구나."
순간 영미의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제 감정을 잡았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페이지를 넘겼다.
다음 장에는 생명마법의 종류가 나열되어 있었다.
"와. 많다."
영미는 전부 암기하기 시작했다. 양이 너무 많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영미는 왕립아카데미에서 받은 수업을 기억했다.
"만약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그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면 나눠서 하십시오. 그러면 생각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미는 공부할 분량을 체크했다. 그리고 일반 힐링다이버 자격증 시험일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대충 한 달 정도 남았다. 영미는 공부할 분량을 남을 날로 나누었다.
그렇게 하루 분량이 나왔다. 이후 영미는 다시 한번 나누었다. 이번에는 30분 단위로 공부량을 분리했다.
그러자 조금 접근이 쉬워졌다.
이때부터 영미의 폭풍 암기가 시작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영미는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영미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휴. 끝났다."
겨우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영미는 일반 힐링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벽이 더 남아 있었다. 일반을 획득했으니 이번에는 전문에 도전할 차례였다. 전문 과정에 디지털 힐링다이버가 포함되어 있었다.
영미는 다시 도서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큰 벽에 가로막혔다. 디지털 힐링다이버는 이론보다 실기가 더 필요했다.
난처한 상황에서 누군가 영미에게 다가왔다. 그는 환경인이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반갑습니다."
"공부는 잘되세요?"
"일반 힐링다이버 자격증은 취득했는데요. 추가로 디지털 힐링다이버 자격증을 따기가 어렵네요."
환경인이 영미의 말에 공감했다.
"아마 혼자서 어려울 거예요."
"원래 그런 건가요?"
"실습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혼자서 할 엄두가 나지 않아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영미가 관심을 가졌다.
"어떻게요?"
"제가 실습을 도와드릴게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를 따라오세요."
영미는 아기와 함께 대리석도서관을 나왔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디지털보건소에 들렀다.
돌국의 디지털보건소 역시 8개의 블록을 가지고 있었다.
환경인은 영미를 수습자 블록으로 데리고 갔다.
"이곳은 전문 힐링다이버 자격증을 따고 처음으로 오는 곳이에요. 실습을 하는 곳이죠."
"제가 벌써 여기와도 될까요?"
"원래는 안 되는데. 제가 특별히 허락받았어요."
"감사합니다."
영미는 환경인과 함께 실습을 시작했다.
"잘 들으세요. 암석은 종류에 따라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으로 구분합니다. 우리는 이 중 변성암에 집중해야 합니다."
"왜요?"
"변성암은 단단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우리는 변성암을 조각해 의료기기를 만듭니다."
환경인이 샘플을 보여줬다.
변성암이 다양한 형태로 조각되어 있었다. 환경인은 이중 비둘기 조각으로 다가갔다.
"이 조각은 찰과상을 치료합니다. 다친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조각상이 동작하죠."
때마침 수습자 블록으로 환자가 들어왔다. 찰과상을 입은 상태였다. 환자는 비둘기 조각 앞에 다가가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비둘기 조각의 표면에서 엷은 빛이 났다. 그와 함께 환자의 찰과상이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영미가 깜짝 놀랐다.
"신기하네요."
"돌국의 의료기술을 가모라 최고입니다."
환경인이 영미에게 질문했다.
"디지털 힐링다이버가 된다고 하셨죠?"
"그러면 통제 과목을 잘 알아야 합니다."
"통제요?"
"네. 전문 힐링다이버는 여러 과목을 배우는데요. 디지털 힐링다이버의 경우는 시험 볼 때 통제 과목을 중점적으로 확인합니다."
"확실히 익혀야겠네요."
영미가 다시 질문했다.
"어떻게 배우죠?"
"여기로 따라오세요."
환경인이 영미를 다른 돌조각으로 데리고 갔다.
수습자 블록 한편에 돌로 만든 컵이 있었다. 컵의 겉면에는 독특한 문양이 장식되어 있었다.
"여기 보이는 것은 통제의컵입니다."
"특이하게 생겼네요."
"돌국의 전통 무늬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예요?"
"전에 환경인이 도로의 열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을 보셨죠?"
영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돌로 만든 컵 역시 똑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이 컵을 사용하면 도로가 흐물거리게 만들 수 있다는 건가요?"
"네. 반대로 딱딱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특이하네요."
"모두 가모라를 치료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환경인이 설명을 마치자 영미가 질문했다.
"통제의컵 사용 방법은 알겠는데요. 어디에 활용해야 하는지 아직 헷갈립니다."
"디지털 힐링다이버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환경에 나쁜지 보는 눈이 필요해요. 이는 경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네요."
"일단 디지털 힐링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한 후 경험을 쌓으면 됩니다."
대략적인 실습이 마무리되었다. 영미는 환경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후 영미는 디지털 보건소 평가 블록에서 자격증 시험을 받았다.
평가 과목으로 통제의컵이 나왔다. 영미는 자신감을 가지고 평가에 임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영미는 오랜 공부 끝에 자랑스러운 디지털 힐링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자격증을 취득한 후 평가 블록을 나오는 영미에게 환경인이 다가왔다.
"합격하셨어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축하드려요. 앞으로 많은 활동 부탁드려요."
환경으로부터 아기를 받으며 물어본다.
"저 혹시 이곳 돌국에 정착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여기가 마음에 드셨나 봐요."
"사람들도 친절하고요. 무엇보다 힐링다이버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가끔 공부를 위해 정착하는 플레이어가 있더라고요.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보세요."
이후 영미는 장벽마을에 작은 집을 하나 구했다.
"아가야 여기가 우리가 지낼 집이야. 어때?"
"엄마."
"그래. 너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구나."
영미의 돌국 생활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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