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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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루
작품등록일 :
2023.03.01 19:37
최근연재일 :
2023.05.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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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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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질을 빚다.(4)

'6'화부터 에피소드 형식으로 올라가겠습니다!!!




DUMMY

그 이후로,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세 사람은 거실 바닥에 앉기로 했다.


“그러니깐, 저를 팀원으로 데리러 왔다는 말씀이시죠?”


박현우가 아직 믿기 어려운지 한 번 더 물어보자 심은혜는 들고 있던 머그컵을 탁자에 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러려고 왔어.”


“대체 왜죠?”


“그건 얘한테 들어.”


심은혜가 손가락으로 이현호에게 짬을 때렸다.

박현우가 얼른 설명해달라는 듯이 쳐다보자 이현호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냥, 강해서...”


“....!?”


박현우와 심은혜의 머릿속에 느낌표가 왕창 떴다.


‘뭐야...그게 이유야?’


“뭐야...그게 끝이야?”


심은혜가 어이가 없는지 입술을 떼자 이현호는 싱긋 웃었다.


“어, 그게 다야.”


계획이 달라진 김에 설득 방법도 바꾸기로 생각했다.

원래라면 이런 식이 아니었다.

대답이 너무 단출 하자 심은혜는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장난치는 건가?’


이현호의 입에서 이렇게 단출한 답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박현우도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렸다.


“정말...”


“으음..으음...여긴...”


소파에 누워있던 한설아가 정신을 차린 듯 보이자 박현우의 질문은 철저히 묻혔다.


“설아야, 괜찮아?”


“몸은 좀 어때?”


심은혜와 이현호가 상태를 물었지만 한설아는 눈을 끔벅였다.


‘...여긴 어디지?’


눈을 떴는데 천장은 처음 보는 천장이었고, 무엇보다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 시켰다. 그 뿐만 아니라 바닥도 푹신푹신했다.

그 상태로 고개를 살짝 돌려봤다.

그랬더니 언니와 오빠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사람도 같이 앉아있었다.


“꿈이 아니죠?”


“그래, 꿈 아니야. 아직 살아있어.”


심은혜의 말에 한설아는 박현우를 보면서 싱긋 웃었다.


“드디어 찾았다.”


“...응?”


한설아가 뚫어지게 쳐다보자 박현우는 손가락을 자신을 가리키면서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혹시...날 말한 거야?”


“네, 한참 찾아다녔어요.”


“그랬구나...”


박현우는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져 시선을 피했다.


‘차라리 몬스터랑 싸우는 게 더 편하겠어.’


반갑지 않은 손님의 방문에 생활 패턴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런데 곤란한 상황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저기...설아도 눈을 떴으니 네 대답을 들려주지 않겠어?”


이현호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자 박현우는 이현호를 보면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굳이, 지금 물어보다니...’


-진짜, 영악하다니깐. 너무한 거 아니야? 이러면 협박이나 다름이 없잖아?


‘너무해도 어쩔 수 없어.’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고르라니.

이건 선택권이 없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역시,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이거 완전 답정너 아니야?”


박현우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이현호와 한설아, 심은혜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은 저희랑 같이 움직인다는 거죠?”


“그...”


“설아야, 그걸 굳이 물어봐야겠어? 오케이라는 소리잖아.”


심은혜가 말을 가로채자 박현우는 속으로 끙끙거렸다.

웃어른 중에 웃어른이었으니 참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 순간을 즐겼다.


“언니! 성공했어요.”


“그래, 설아야. 우리 성공했어!”


“근데...호칭이 왜 이래?”


박현우가 입을 손으로 가리고 조용히 물어보자 이현호는 싱긋 웃고 알려줬다.


“그냥, 그렇게 부르기로 했어.”


“그렇구나...”


이게 대체...무슨 조합인지


아직도 떨떠름할 뿐이었다.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거는 아닐까 싶어서 볼을 살짝 잡아 당겨봤지만.

역시나...



“꿈이 아니야.”


슬프게도, 고통이 느껴졌다...


*


그렇게 팀원으로 합류한 박현우는 그들의 따라 길거리를 배회했다.

집을 놔두고 그들과 동행을 하게 되자 마음이 심란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하지만

도망치려고 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런 생각은 애초에 버리라고 간접적으로 나마 경고하듯이 포지션이 좀 그랬다.

길거리를 나오기 전, 자기소개를 마친 끝에 이름 정도는 대략 알게 됐는데...

제일 앞에는 이현호가 앞장서고 있었고, 바로 뒤에는 한설아라는 동생과 심은혜라는 어르신이 따라오고 있었다.

도망치지 못하게 앞뒤로 콱 틀어 막고 있었다.


“하아...”


“현우야, 갑자기 왜 한숨을 쉬어?”


심은혜가 물어보자 박현우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냥, 긴장 돼서요.”


“에이~긴장할 거 없어...우리가 너를 잡아먹기나 하겠니? 그리고 말 편하게 해.”


“아니에요. 존댓말이 오히려 편해요.”


“괜찮다니깐...정말로.”


“아니에요. 그래도 연배가 한참 위이신데 싸가지 없게 반말을 찍찍 내뱉을 수는 없죠.”


그 순간, 심은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누군가는 뜨끔거렸다.


-저거...너 들으라는 소식 같은데?


‘그러게, 아마도...’


-아까 네가 재촉한 거 때문이겠지. 가만히 있다가 한 방 먹었네?


“이현호, 현우가 한 말 들었지?”


역시,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심은혜가 시비를 걸어왔다.

하지만 이 정도는 우습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누가...반말하라고 허락한 거 같은데? 그게 누굴까?”


‘저 자식이...’


분명, 돌려 깎은 거였다.

하지만 이현호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때 뭐라고 했더라...오히려 존댓말 들으니깐 늙어 보인다고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


심은혜가 조용해지자 이현호는 입 꼬리를 올렸다.

분위기가 갑자기 축 내려앉자 박현우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현호에게 속삭였다.


“야! 허락을 했다고 해도...이래도 돼? 나이도 지긋하신 분한테...뒷감당할 자신 있어? 무려, 90살이 넘어.”


빠직!


그 순간, 심은혜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돋아났고, 이현호는 의외로 순박한 구석이 있는 박현우에게 한 가지 조언을 알려줬다.


“충고해주는데. 앞으로 나이 얘기는 하지 마!”


“왜?”


“뒤를 돌아봐. 그러면 자연스레 알게 될 테니깐.”


이현호의 말을 듣는 순간, 박현우도 뒤늦게 섬뜩한 느낌을 감지했다.

이 느낌은, 분명 살기(殺氣)였다.

고개를 조심스럽게 돌려봤다.

그런데.


‘화가 잔뜩 나있네.’


이현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됐다.

쉽게 말해, 발작 버튼이었다.

나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 거 같았다.

그렇게 심은혜의 기분을 살피다가 박현우는 이번에는 한설아와 시선이 마주쳤다.

시선이 서로 얽히자 우리는 말을 맞춘 거 마냥 조용히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한설아도 상황을 대충 눈치 챘다.

아니, 모를 수가 없었다.

따가운 시선이 계속해서 느껴지자 뒤통수가 뜨거웠다.


‘화가 단단히 났어.’


비록, 앞을 보고 있지만 눈에서 레이저라도 내뿜는 거처럼 뒤통수가 아주 뜨거웠다.


*


세상이 미쳐 돌아가자 옥상에서 추락사라도 하려는 건지 누군가가 위태롭게 발을 밖으로 뻗은 채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 스릴감을 즐기는지 다리를 흔들기까지 했고, 손에는 한 입 먹은 삼각 김밥을 들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바로, ‘김진수’였다.

그 곳에서 김진수는 입으로는 음식물을 열심히 씹으면서 눈으로는 타워를 감싼 나무에 집중했다.


“저게 대체 뭘까?”


갑작스럽게 등장한 몬스터도 골치 아파죽겠는데 갑작스럽게 등장한 나무도 신경이 쓰였다.


“혹시...전설 속으로만 전해지던 세계수(世界樹)라도 되는 걸까?”


문뜩, 그 생각이 떠오르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쿵쾅쿵쾅!


기분이 오묘했다.

좋은 거 같으면서도, 별로이기도 했다.

아마도 주변이 황폐해져서 그런 거 같았다.

고층빌딩으로 가득했던 서울 한복판이 이제는 없었다.


“다 부서졌네.”


몇 군데가 아직 살아남았지만, 저 건물도 얼마 못가 부서질 게 분명했다.

씁쓸해지자 씹고 있던 내용물을 꿀꺽 삼키고 김진수는 들고 있던 삼각 김밥을 한 번 더 베어 먹었다.

그동안 날아다닌다고 끼니도 제때 먹지 못해, 지금 먹는 게 첫 끼여서 배고픔부터 먼저 달래야했다.

배를 채울 수 있을 때, 배를 채워나야만 했다.


“우선, 먹고 있긴 한데...다음부터는 어떡하지?”


든든하게 먹어야 움직일 힘이라도 생기기 마련인데.

하지만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사실, 이것도 겨우 얻은 식량이었다.

편의점을 갔는데 사람들이 어느새 싹쓸이를 했다.

그래서 이곳저곳 날아다닌 끝에 이 삼각김박 한 개라도 쟁취할 수 있었다.

어렵게 얻은 식량인 만큼 밥알 한 톨도 아껴 먹어야했다.

하지만 한숨이 짙게 나왔다.


“하아...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지?”


눈앞의 광경은 폭격을 맞은 도시처럼 황폐했다.

온 도시가 불타 있었고, 검은 연기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보기만 해도 막막했고, 가슴이 먹먹했다.


“희망이 없어 보여.”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린 시절이 있었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왜 이렇게 가망이 없어 보이는 걸까...

내용물 또 삼킨 김진수는 삼각 김밥이 한 입 크기 정도밖에 남지 않자 그냥 입에 쑤셔 넣고, 손에 묻은 소금기를 떼어내기 위해 손을 털었다.

그로 인해 볼이 빵빵하게 부풀었지만 한 톨도 흘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씹었다.

이제는 식량이 문제였으니 밥알 한 톨도 소중히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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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이번에는 재난?!(1) 23.04.22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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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괴수vs빌런(3) 23.04.18 26 0 11쪽
48 괴수vs빌런(2) 23.04.17 26 0 13쪽
47 괴수vs빌런(1) 23.04.16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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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사냥꾼vs빌런(2) 23.03.14 78 0 13쪽
13 사냥꾼vs빌런(1) +1 23.03.13 85 0 12쪽
12 살인 사건(2) 23.03.12 87 0 14쪽
11 살인 사건(1) 23.03.11 100 0 13쪽
10 쓰레기vs그림자(3) 23.03.10 109 2 15쪽
9 쓰레기vs그림자(2) 23.03.09 119 1 14쪽
8 쓰레기vs그림자(1) 23.03.08 124 1 13쪽
7 성자vs쓰레기(2) +1 23.03.07 152 2 12쪽
6 성자vs쓰레기(1) 23.03.06 178 3 15쪽
5 그림자 빌런 23.03.05 203 5 10쪽
4 자각몽(自覺夢) 23.03.04 226 4 10쪽
3 성좌 탈취 23.03.03 258 5 14쪽
2 현실 수긍 23.03.02 375 5 12쪽
1 탈영(脫營) 23.03.01 648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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