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꽃이 필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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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광대인삼
작품등록일 :
2023.03.02 13:31
최근연재일 :
2023.05.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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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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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화. 여름. 너를 슬프게 하기 싫어

DUMMY

“태부군 저하. 큰일 났습니다. 지금 시위대들끼리 도심 한가운데에 엉겨붙어 난리도 아닙니다.”


화면창이 나타났다. 3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서로 죽자고 싸워 댄다. 경찰들이 그들을 말리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도화가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이 사회에 이민자들이 90%가 넘지. 대부분 세계의 격동기에 제국이 운 좋게 얻어낸 땅이야. 그들에게 제국이 어떻겠나? 상당수의 빈곤층들은 이민자들. 그들 내에서도 한족. 만주족. 일본부. 아라사. 모두 입장도 다르고 생각도 달라. 그런 그들에게 먹이감을 던져 주셨다?”

“그럼 어쩌려고 그랬는데? 그냥 진압해?”

“허락 받지 않은 시위는 불법이다. 잡아 가둔 뒤 달래는 과정에서 천천히 제안했어야 해. 무턱대고 다 보는 자리에서 그렇게 달콤한 걸 던져 버렸으니. 굶은 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화면창을 눌러 사건의 전말을 본다. 처음엔 분열된 시위대가 따로 간격을 두고 만났다. 서로 입장을 전하다 누군가가 화를 낸다. 그리고 싸움이 붙었다.


“군을 투입할 수 있는 건 황제 폐하. 아니면 총리 대신이지. 내가 직접 총리 대신을 만나러 가야겠어.”


내가 도화를 말리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라졌다. 혼자 가버리다니. 상궁들이라도 붙여 줄걸 그랬나?


“연상궁님.”


연상궁님이 다가온다. 노령인데도 참 움직임이 빠르시다. 언제나 말이 없지만 존재감 쩔지.


“태부군님. 잠깐 산책이라도 하실까요?”


나와 연상궁님은 밖으로 나왔다. 어차피 이 궁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오랜만에 자유다 싶으니 참 좋다.

그러고 보니까 여기 궁궐 근처에 나무들에 꽃이 피었어. 향기가 좋아.


“아카시 나무들입니다. 지금은 점점 꽃이 사그러 들 때죠.”

“아카시아 꽃들이예요?”

“여기에선 그런 단어는 쓰지 않죠.”


연상궁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 준다. 나도 웃었다. 처음이다. 이렇게 우리 둘이서 대화를 나눠 보는게.


“전 어렸을 적에 이 나무가 좋았습니다. 제국에서 모든 산과 들에 소나무만 있는건 재미가 없다며 심었던게 이 나무 들이죠.”

“예뻐요. 비록 때가 지났다지만. 그래도 향기가 가득 남았네요.”

“어렸을 적엔 저 꽃으로 제 어머니께서 전을 해주셨죠. 하지만 무엇보다 꿀벌들이 가득 따오는 꿀이 더 좋았답니다.”

“와. 정말 맛있었겠어요.”“만들어 드릴까요?”


연상궁님 미소가 더욱 짙어진 기분이야. 거절 할 수가 없잖아. 화로와 팬을 소환 시키셨어. 반죽을 즉석에서 금방 하셨어.

난 궁궐 근처 아카시아 꽃들을 땄어. 제국의 장점이 뭐냐면. 공기가 깨끗하니까 어떤 나무든. 풀이든. 참 깨끗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연상궁님은 내가 따온 아카시아 꽃잎을 얹은 전을 부치셨어.

우리는 궁궐 근처의 정자에 앉아서 전을 먹어. 입안에 꽃 향기가 돈다.


“언제나 저 꽃을 볼때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먼 곳으로 가시던 그날까지. 절 애 취급 하셨죠.”

“그러셨어요? 연상궁님은 어떻게 이런 음식을 만들 줄 아세요?”

“아무리 기기가 모든 것을 해주지만. 그래도 사람이 나은것도 있죠.”


그러게. 너무 맛있어서 3판째야. 오내지 눈물이 핑 돈다.


“태부군 저하. 기운을 내소서. 저하는 잘 할려고 그랬던 것 아닙니까.”

“아시잖아요. 저... 하성영 아니예요.”

“전 오히려 다행이다 생각합니다. 저하는 오히려 그 사람보다 더 따스해요. 충동적이긴 하지만. 그래서 많이 실수를 하지만. 그래도 최근 황태녀 저하의 웃음이 많아 졌다는건 압니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제국의 날씨는 철저히 기상국에서 조정한다지? 비도 딱 정확한 날짜에 정해진 만큼만 내리고. 그래서 이 세상은 좀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했어.

그래서 무작정 한번 나서 본건데. 잘 안됐네. 그런데 가슴이 아픈건. 도화가 내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갔다는 거야.


“저하. 눈을 감고 여름의 바람을 느껴보세요. 아무리 모든게 정해진대로 되더라도 결코 바꾸지 못 하는게 있습니다.”

“뭔가요? 절대적인 과학이 못한다는 그게?”

“계절의 향기. 그걸 맡을 줄 아는 사람들이 있죠. 여름의 향기가 오는 군요. 모든 걸 놓아 보세요. 그리고...”


우리는 더 말이 없다. 바람을 맞으니 여름의 향기가 뭔지 알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설명할 수 없어.

입안의 꽃 향기와 여름의 바람. 뜨거워 져가는 햇살. 그리고 모든걸 놓아 버린 지금.


“태부군 저하! 큰일 났습니다.”


안도희 상궁님. 소도 때려잡을 덩치로 뛰어오니 무섭잖아요. 이리 와서 전 같이 먹... 큰일?


“보겸군이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화면창이 나와 영상 하나를 재생 시킨다. 시위대와 보겸군의 협상 장면이다. 보겸군은 분열 된 시위대의 모든 대표자들을 불렀다.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하기로 했다.

이거 완전 도둑놈이다 싶었다. 하지만 나도 따지고 보면 남의 것을 내가 한 것처럼 굴었으니 큰 소리 칠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그렇지. 밥상을 차려 놨는데. 반찬 위치 잘못 놨다고 멋대로 다시 놓은 다음. 내가 다 쳤다 구라 치는게 어디 있어?


“아. 내가 이룬 공적이 이대로 넘어 가는 거예요?”

“그게 문제가 아니오라. 이게...”


안상궁이 내가 보는 영상의 재생대를 뒤로 놓는다. 그러자 보겸군의 책사. 해오름이가 나와서 비판 성명을 내는 장면이 나왔다.


“아무리 상황이 심각했다지만. 어떻게 제국군을 투입 할 생각이었습니까? 가뜩이나 본 민족과 이주민들과의 화합이 우선시되는 지금의 시대에. 저희 보겸군께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자기 몸을 아끼시지 않...”


제국군을 이끌고 앞장을 서는 도화의 모습이 아래 영상으로 첨부되었다. 난 급히 수백여개의 화면창을 띄웠어. 모든 리플들을 모두 내 뇌로 전송 시켜. 이건 위험해. 하지만 지금 모든 상황을 알고 싶어.

온다. 느낌이 온다. 수많은 이들이 내 안에서 소리치는 기분. 미칠 것 같아. 그래도 찾아야 해. 내가 해야 될 일을. 그리고. 지속적으로 악플을 다는 자들을.


“안상궁. 태부군 저하를 뫼셔라.”

“그만! 나 건드리지 마요.”


내가 여관방에서 이틀동안 너튜브만 뒤져 진태씨를 찾았지. 난 한다면 해. 실마리를 잡았어.

먼저 악플러 6명. 화면창에 그들이 분류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을 알려주는 댓글들을 선별한다.


“보겸군에게 항의 공문 보내세요. 그리고 기자회견 준비해요.”


이건 내가 직접 해야 할 일이다. 화면창을 꺼버리니 좀 낫다. 궁궐로 돌아가니 코에서 코피가 흐른다.

그걸 닦고 기자들 앞에 서니 빛이 가득해 앞을 보기도 힘들다. 수백? 수천장의 사진이 찍혔을 거다.


“저희 황태녀 저하는... 사회의 안정을 위해 나서신 겁니다. 보겸군측의 일방적인 비난에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그럼 태부군 저하는 황태녀 저하의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총리 대신 님과 충분한... 논의 끝에 나 서신 겁...”


그 다음 기억이 없다. 다만. 아는 대로 말하자면. 난 쓰러졌다. 그걸 받아 준건 도화였다. 그녀가 날 잡고 소리를 질렀던가?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대고. 주변에선 궁인들이 달려왔어.

결국 난 수술을 받았다. 원래라면 두개골을 쪼개야 하지만 무선으로 컨트롤 되는 그런 신세계적인 것으로.


“회복까지 30일은 걸릴겁니다. 뇌가 터져버렸다고 할까요? 지능을 다시 복원하고 기억들을 모두 재조합 하는데 그 정도도 빠른겁니다.”


이번엔 입원도 하지 못했다. 연상궁님께서 나를 위한 발표 탓이었다. 태부군에게는 아무 일 없으니 이번일로 황태녀와 소속 내명부를 흔드는 일은 범죄로 칭한다.

난 결국 궁궐에 유폐 되었다. 35일. 죽지도 살지도 못한채 기억이 쪼개지다 다시 붙는 것을 견뎌내야 한다.

연상궁님이 황태녀의 경합 전략을 맡게 되면서 전국 유세를 제안 하셨다.

연해주. 만주. 대륙 해안. 식민지. 본토까지 빠듯한 일정을 돌고 오면 토론회.

황제는 국민들에게 보겸군과 도화의 토론 날짜를 발표했다. 경합이 진행된지 90일째 되는 날이란다. 그리고 남은 9일간 국민에게 판단을 맡긴 뒤 그 반응을 보고 황제가 후계자를 직접 지명을 하겠다고 한다.


“보겸군이 진국과의 국정 문제를 해결하고 왔네. 그의 수족인 호위 부대. 월야가 국경을 뚫었나봐. 반대파들을 해임시키고 새로운 정부를 세웠지. 그 공훈을 황제께서 아주 칭찬을 했어.”


도화는 떠나기 전날.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섰다. 여름의 향기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덥다. 그냥 안에서 에어컨 바람이나 쐬는게 낫겠다 싶어도... 그래도 난 햇살을 받아 좋았다.

너가 해주는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난 듣기만 하지.

학창시절 사진도 봤어. 이 세상에도 학생들은 교복을 입는구나. 치마 짧게 줄였다가 혼났다는 얘기는 식상한데. 너가 그랬다니까 신선해.


“자! 내가 치킨을 사 왔네. 국민들은 이 음식을 통닭이라 부르기로 했어. 자네가 만든 양념통닭보다 더 맛있다는 게 놀라워.”


뇌 치료에 젓가락질이 도움 된다 하니. 난 어린 애가 엄마에게 배운다는 심정으로 잡아 본다. 여러번 젓가락을 놓치지만 도화는 기다려 주었다.

작은 조각을 잡아 입에 넣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까? 씹으니 도화가 박수를 쳐 주었다.


“어때? 맛있지. 그대가 만든 것 보다 더 맛있어서 눈물이 나오지? 어서 일어나. 그리고 나와 같이 이런걸 먹으러 다녀야지.”


도화야. 괜히 너스레 떨지 마. 미안해하지도 말고. 그냥 내가 너 위해서 나대다가 다리가 찢어 진거야.

내가 퇴원 하는 날. 넌 저 멀리 어디에 있을까? 이 세상도 우리가 먹고 살기는 힘들다. 그래도 난 기어이 일어 날거야. 너를 슬프게 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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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제 122화. 에필로그 (2) 23.04.30 20 1 9쪽
121 제 121화. 에필로그 (1) 23.04.29 16 1 9쪽
120 제 120화. 겨울. 그리고 다시 봄 23.04.29 20 1 9쪽
119 제 119화. 겨울. 종착점 (4) 23.04.28 18 1 10쪽
118 제 118화. 겨울. 종작점 (3) 23.04.28 18 1 10쪽
117 제 117화. 겨울. 종착점 (2) 23.04.27 16 1 10쪽
116 제 116화. 겨울. 종착점 (1) 23.04.27 15 1 10쪽
115 제 115화. 겨울. 늦은 건 아니죠? 23.04.26 19 1 10쪽
114 제 114화. 겨울. 너의 세계 23.04.26 18 1 10쪽
113 제 113화. 겨울. 너 잡으러 온 귀신이다 23.04.25 15 1 10쪽
112 제 112화. 겨울. 대피 23.04.25 17 1 10쪽
111 제 111화. 겨울. 디펜스 게임. 23.04.24 20 1 10쪽
110 제 110화. 겨울. 질서. 23.04.24 15 1 10쪽
109 제 109화. 겨울. 설마가 사람 잡다 23.04.23 22 1 11쪽
108 제 108화. 겨울. 목적이 뭐야? 23.04.23 14 1 10쪽
107 제 107화. 동짓날의 밤 23.04.22 20 1 10쪽
106 제 106화. 겨울. 바뀌었다? 23.04.22 21 1 10쪽
105 제 105화. 겨울. 그러지 말고 일어나 23.04.21 19 1 10쪽
104 제 104화. 겨울. 그냥 죽자 23.04.21 20 1 9쪽
103 제 103화. 겨울. 넌 아직 아무것도 몰라 23.04.20 2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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