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꽃이 필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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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광대인삼
작품등록일 :
2023.03.02 13:31
최근연재일 :
2023.05.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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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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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3화. 여름. 어디든 가 드립니다

DUMMY

난 황태녀가 웃고 있는 사진 앞으로 걸어 갔다. 믿을 수 없다. 그녀는 저렇게 웃지 못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다니.


“이곳에 황태녀가 저러고 있는 거야?”


부정 할 수 없다. 저건 황태녀다. 율도화라고 해두자. 난 이제 태부군도 아니니. 솔직히 내가 성친대군의 반란에 합류한 이유라면. 뒷통수를 칠 생각이었다. 국민들에게 왕정을 돌려 주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고자 했다.

그게 내가 해서 율씨 가문을 향한 복수였다. 실패했지만.


“민하린? 잘 나가는 한류스타잖아. 내가 저 년 닮았던... 그래. 걔. 어떻게 됐냐? 떠났다면서.”

“하아. 이곳에 왔다 갔지. 그녀를 만났었나 보군.”


배형식 네 놈은 보면 볼수록 장상선을 닮았어. 그 생각만 하면 목을 쳐 버려도 시원치 않아.

순간 뭔가가 울리는 소리가 들려. 저건 전화잖아. 언제적 과학을 쓰고 있는 게야?

그럼 황군 갑사나 월야같은 부대는 없다는 소리렸다?


“야. 내가 대신 받을게. 예. 여기 하늘과 바다 치킨집입니다. 아. 소희 어머님이시구나. 오늘 장사 안 해요. 미안요.”


하늘과 바다? 이런 기름기 가득한 곳에는 쉬이 젖어 버릴 거야. 위든 아래든 오염 된 세상에 온 건지도 모르겠어.


“양념 한 마리 보내 달라던데. 거절했어. 잘했지?”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다가 소 끌고 농사 짓는 동네로 온 기분이야.”

“맥주 더 먹을래?”


무슨 맥주가 이렇게 밍밍해? 소주가 있군. 섞어 보자. 좀 낫네. 그제야 실감이 나. 내가 알던 그곳이 아니구나.

바보 같은 곳에서 바보 같은 놈이랑 바보 같은 음식을 먹어.


“간장 치킨 맛있네.”

“그거 역시 내가 낫다니까. 넌 양념 빼고 잘 하는게 없어.”

“그래. 그럼 너가 하면 되겠구나.”


다시 돌아 갈 수 있을까? 돌아간들 희망이란게 있을까?

무엇보다 여기엔 죽은 내 어머니의 모습이 있다. 평소 보지 못했던 표정과 밝은 목소리. 알고 싶다. 내가 모르던 그 무언가를...

난 여기서 살아야겠다. 비록 바보 같은 세상이라지만. 새롭게 다시 시작 할 수 있어.


“이 세상을 배워야 겠어.”


조선과 제국이 갈라진 때부터의 이야기는 대충이나마 배웠다. 물론 내가 있던 세상에도 그 사실을 아는 자는 많지 않아. 황실에 근무하는 자들뿐이지. 밖에서 그걸 누설했다간 즉시 처벌이니까.

곧 세계를 잇고 있는 길이 끊어 질 텐데. 앞으로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장윤성. 그 자와 이야기를 나눠야 겠지.


“이 보석 안에 핀 꽃. 그것이 다 지면 잠시나마 반쪽을 만나 볼 수 있어. 하지만 다시 꽃이 필 때까지 다시는 만날수 없어.”

“야. 소주를 몇병이나 먹는 거야... 10병이 넘...”

“서로의 반쪽이 신물을 나눠 가지고 세계를 바꾸면. 이렇게 꽃이 피지.”


내가 낀 반지에 박힌 파란 보석 속에 핀 꽃을 보았다. 그 자도 잘 갔구나 싶다. 많이 힘들거야. 모든게 나 때문이니까.

꽃잎이 떨어지는 조건은 하나. 바뀐 세상에서 희노애락을 견뎌내는 것. 설사 한쪽의반지 속 꽃잎이 다 떨어져도 다른 반지 속 꽃잎이 다 떨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해.


“야! 장윤성. 술 안 따르냐? 이 분위기 야릇하지. 내가 여자라면 덮쳐 버렸을 거야.”

“이 자식을 죽여 버릴까?”


참자. 이 스마트폰이라 불린 기기 안에 알림이 떴으니까. 내일 조기축구회. 오전 11시 예약. 총 30명. 어쩌라는 거지?

저 하늘위에 뜬 달은 여전하구나. 내 반지에 반사 된 달빛이 하필 황태녀. 아니. 이 세계에선 민하린이라 했나? 그녀가 나온 사진을 비추고 있어.


“희. 노. 애. 락.”


날 가르치던 AI. ‘미야모토 무사시’가 말했어. 나의 검에 분노가 가득하다. 그렇게 휘두르다간 결국 스스로를 베게 될 것이다.

그 말이 거짓인줄 알았어. 무엇이든 피를 봐야 배우는 구나. 그게 나야.

언제 잠이 들었을까? 일어나 보니 아침이다. 붉은 빛 노을이 끼어 있었다.


“양념 치킨 배달. 성림아파트 101동 401호.”


배형식은 내가 준 보석들을 현금으로 바꿨다. 그것도 하루만에. 여기의 가치로 3억이 넘는 돈이라 했다.

난 그것을 다 주었다. 대신. 그 돼지를 고용했다.


“장윤성! 지금 배달이 밀렸잖아.”


그리고 한 시간도 안 되어 후회 한다. 저 씹어 먹어도 모자른 놈은 날 직원 부리듯이 설쳐댔다.

무슨 배달 주문이 이렇게 많은 걸까? 이 세계에서는 음식을 통신으로 전송하는 기술조차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너무 쉬다 보면 몸이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달리는 것은 내 몸에 활력소가 된다.


“현지율의 어미가 되는가? 양념 치킨 배달 왔네.”

“어머. 윤성 총각. 컨셉 잡았어? 되게 없어 보여. 무슨 사극에 나오는 배우도 아니고. 돈은 만 이천원 맞지?”


믿을 수 없다. 도대체 장윤성은 가게를 어떻게 유지하고 살았단 말인가?

열 번째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재료값부터 따져본다. 이런... 술 값을 제외하면 순 이익이 25%도 안되.


“이 멍청한 녀석. 지금 월세가 문제냐?”

“왜 이렇게 뺀질거려? 삼미아파트 407호. 빨리!”


언젠가 세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을 무렵 결심했다. 난 위에서 군림하는 돼지 새끼들을 다 쓸어 버릴 것이다.

권력을 잡은 것들은 똑같다. 남자든. 여자든. 언제나 채워도. 채워도. 결국 더 먹겠다고 달려 든다. 그래서 난 그들을 돼지라 부른다.

난 결국 생각만 조금 다른 돼지가 되었다. 권력이라는 것도 병인가 보다. 절대 걸리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해도 결국 타락하고 만다.


“알았어. 배달 가야할 곳들 다 정리 해놔. 금방 움직이지.”


힘들다. 어떤 이동수단도 없이 뛰어 가는 게. 하지만 왠지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들어. 왜 일까? 마음만 먹으면 바람처럼 빠르게 달린다. 새 만큼 높이 떠 오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난. 강하다.


“윤성아. 다시 배달 시작했냐? 지난번 예쁘장한 아가씨는?”

“그건 잊으시오. 앞으로 여기 오지 못 할 거니까.”

“사람 인연이란게 그리 쉽게 되는게 아니야. 싸웠어? 빨리 화해를 할 생각을 해야지.”


배달을 하다 보니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나는군. 무엇보다 이 동네에는 꼰대들이 왜 이리 많아?

마지막 배달을 마치니 새벽 1시. 배형식은 이미 집으로 돌아갔다. 흠. 그나마 새벽 공기는 좀 낫구나 싶었다.

그동안 감옥에서 먹고 자느라 너무 찌뿌듯했어. 내 몸의 상태를 따지자면 하루 1시간만 자도 충분해. 가만히 있는 동안 막대만 휘두르니 감질나서 못 살겠더군.


“그런데 어떻게 총리 대신이 나에게 청룡도를 내 준거지?”


그도 성친대군 사람이긴 해. 그런데 나를 경계하고 있었어. 설마. 해오름이가 그의 무의식 속에 메시지를 입력해 놓았을까?

해오름이는 바랬겠지. 내가 청룡도를 다시 잡아 황태녀를 비롯해 황제까지 죽이기를. 그럼 성친대군이 바로 돌아와 황권을 장악했겠지. 내가 증오심에 빠져 있기를 바랬나? 그럴뻔도 했어. 하지만... 왜 그때 죽은 내 어머니. 천상궁께서 나타나셨을까? 그분이 날 잡아 주셨어.

그래서 난 다른 선택을 했어. 그게 많은 것을 바꿨구나.


“아... 윤성아!”

“총리 대신?”


아. 배형식이 말한 저 건너 금은방집 사장이군. 여기서 다 보네.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안되었다 말해야 할지.

자넨 성친대군이 돌아오면 제 1순위로 처단 될거야. 해오름이는 자신이 버린 것을 절대 살려두지 않으니까.


“크하하하. 내가 술 좀 먹었다. 나랑 한잔 더?”

“나와 술을 먹으면 집을 팔아야 될 거요.”


주정뱅이를 거리에 두고 가게로 돌아 왔다. 어머니 사진첩을 둘러보다 잠이 든다. 꿈결을 따라가 보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손이라도 잡아 봤으면.

좀 더 그분께 웃어 줬다면 좋았을텐데.


“새벽 4시로군.”


일어난다. 곧 생닭이 배달 올 것이다. 일단 내가 염지를 해 둬야 한다 그랬지. 난 칼질은 잘해.

생닭 50마리를 다듬고 염지까지 1시간도 안 걸렸어. 이제 아침밥을 먹어 볼까? 이상하네. 여기 이 세계는 뭐든 다 맛있어. 뭐든 짜고 강렬해. 아니면 달거나. 김치 맛도 세니까 밥 한 공기를 다 먹었어. 설거지가 문제군. 예전엔 AI들이 다 해줬는데.


“윤성아! 주방장 왔다.”


배형식 저 자는 아예 여기서 삶의 이유를 찾았나 보군. 닭 튀겨 파는게 그리도 재밌나? 주방 청소 하는 김에 설거지도 좀 해,


“어? 배달 오더 들어 왔네. 우와. 이 자식 아직도 살아 있었어?”

“목소리에 담긴 그 감정. 뭐야?”

“야. 민형이 알지? 할머니 찾아서 이 동네 뜬 생선가게 아들. 배달이야. 양념. 후라이드. 간장. 3마리 씩. 거절할까?”

“첫 손님은 바보 손님. 뭐 하나 준비도 안 되었는데 배가 고파 고양이 발로 오셨네.”


내 어머니 천상궁님께서 하셨던 말이지. 언제나 휴일이 되면 나. 연향. 그리고 어머니는 굳이 음식 전송을 받지 않고 걸어서 국수 집에 갔어.

제국이 부유해진 이후로 누가 팡(빵)이 아닌 밀가루 음식을 먹냐 묻지만. 어머니는 국수를 그리도 좋아 하셨네. 특히 첫손님으로 가는 것을 말이야.


“가겠어. 주소가 어떻게 되나?”


경기도와 가까운 시골이야. 뛰어서 30분이면 충분해.


“야. 여기 차 타고 가도 30분은 걸려. 그 동네는 치킨집도 없냐?”

“내가 사장이다. 만들어.”


배형식은 툴툴대며 반죽을 만든다. 민형이라고 했나? 그 바보 손님에게 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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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제 124화. 에필로그. 하린이와 꽃별이 23.05.01 14 1 10쪽
123 제 123화. 에필로그 (3) 23.04.30 13 1 9쪽
122 제 122화. 에필로그 (2) 23.04.30 20 1 9쪽
121 제 121화. 에필로그 (1) 23.04.29 16 1 9쪽
120 제 120화. 겨울. 그리고 다시 봄 23.04.29 20 1 9쪽
119 제 119화. 겨울. 종착점 (4) 23.04.28 18 1 10쪽
118 제 118화. 겨울. 종작점 (3) 23.04.28 18 1 10쪽
117 제 117화. 겨울. 종착점 (2) 23.04.27 16 1 10쪽
116 제 116화. 겨울. 종착점 (1) 23.04.27 15 1 10쪽
115 제 115화. 겨울. 늦은 건 아니죠? 23.04.26 19 1 10쪽
114 제 114화. 겨울. 너의 세계 23.04.26 18 1 10쪽
113 제 113화. 겨울. 너 잡으러 온 귀신이다 23.04.25 15 1 10쪽
112 제 112화. 겨울. 대피 23.04.25 17 1 10쪽
111 제 111화. 겨울. 디펜스 게임. 23.04.24 20 1 10쪽
110 제 110화. 겨울. 질서. 23.04.24 15 1 10쪽
109 제 109화. 겨울. 설마가 사람 잡다 23.04.23 22 1 11쪽
108 제 108화. 겨울. 목적이 뭐야? 23.04.23 14 1 10쪽
107 제 107화. 동짓날의 밤 23.04.22 20 1 10쪽
106 제 106화. 겨울. 바뀌었다? 23.04.22 21 1 10쪽
105 제 105화. 겨울. 그러지 말고 일어나 23.04.21 19 1 10쪽
104 제 104화. 겨울. 그냥 죽자 23.04.21 20 1 9쪽
103 제 103화. 겨울. 넌 아직 아무것도 몰라 23.04.20 20 1 10쪽
102 제 102화. 겨울. 이상해 23.04.20 16 1 10쪽
101 제 101화. 겨울. 괴물이었다. 23.04.19 16 1 10쪽
100 제 100화. 겨울. 삐에로의 등장 23.04.19 14 1 10쪽
99 제 99화. 겨울. 메시지가 왔어. 23.04.18 17 1 9쪽
98 제 98화. 겨울. 여기는 어디일까? 23.04.18 1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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