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 오라버니vs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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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민트
작품등록일 :
2023.03.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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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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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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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DUMMY

어느새 타카라즈카 기념까지 남은 시간은 2주. 그녀의 기록은 다시 좋아지고 있지만, 이 속도로는 최선의 상태로 경기를 맞이할 수 없다.

적성이 불리한 거리에서 맥퀸을 꺾으려면 최선으로도 부족하다.


의지와 집념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지만,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 수는 있어도 반대는 성립하기 어렵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아직 3시밖에 안 됐는데... 라이스는 더 할 수 있어."


사실 라이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재정비와 휴식이었지만, 그런 것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다면 트레이너는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할 트레이너는 가을의 국화상에서 봄의 텐노상까지, 거의 반년간 그녀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없던 사이에 그녀가 어떤 트레이닝을 해왔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자신이 그동안 알려준 대로 했다는 라이스의 말을 믿었을 뿐이다.


거짓말은 아니었지만, 정확한 대답도 아니었다. 때로는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신뢰가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요새 계속 늦게까지 했잖아. 가끔은 쉬어야 해."


그나마 숨기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트레이너도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트레이닝에 제한을 두려했다.


"라이스는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본인도 무리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봄 이후 다리에 통증을 느끼는 일이 잦아졌으니까. 그래도 쉬고 나면 괜찮아지고, 오래 달렸으면 다리가 약간 아픈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넘겼다.


"그러면 한 코스만 더 도는 거로 하자. 그 이상은 안돼."


트레이너는 이미 끝난 이야기라는 듯, 바로 시계를 들어 올렸다. 그로서는 간만에 단호하게 나가자, 잠시 고민하던 라이스도 포기하고 달려 나갈 준비를 했다.


"스타트."


신호에 거의 즉시 반응하여 빠르게 가속한다.

실전이었다면 단번에 선두로 치고 나갈 기세로, 다시 한번 그녀는 트랙을 달려 나갔다.



그렇게, 달려 나가려 했다.


본격적인 중반 속도로 올리기 직전에, 그녀의 다리가 휘청인다.

여전히 앞으로 나가려는 몸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내리꽂혔다.


"라이스!"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일에, 깜짝 놀란 트레이너가 쓰러진 라이스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넘어진 것뿐이야.'


"아... 흐윽..."


그렇게 말하려 해도,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은 힘 빠진 신음소리였다.


간신히 두 팔로 몸을 일으키려다 움직여버린 다리에서 지른 비명이 목까지 차올라 빠져나온다.


"꺄아아아아악!"


그것이, 그날 그녀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발목 골절입니다. 수술은 잘 됐으니, 당분간은 입원하고 지켜봅시다."


우마무스메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으나, 그는 생각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녀가 실신해서 병원에 실려 갈 때만 해도, 정말로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불길한 상상을 멈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례지만 환자의 트레이너 되십니까?"

"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재활이 불가능하다던가..."


그리 말하는 의사의 표정은 싸늘했다. 어딘가 경멸까지 품고 있는 것처럼.

그래도 체면 탓에 말을 고르는 듯 잠시 고민하고 나서야 말했다.


"나중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그것보다 일단 치료는 하겠지만, 다리의 다른 부위에도 피로골절이 진행되어 있습니다. 아프다던가 말이 없었나요? 이 정도면 징후가 아예 없을 리가 없는데."


당황한 트레이너의 말문이 막히자, 그는 간호사가 끄는 병상 쪽에 힐끗 눈길을 주고 나서, 트레이너에 대한 평가를 확정 지은 듯했다.


"남 일에 참견하긴 뭣하지만, 저 친구도 참... 안타깝네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담당의 안위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는 반박이나 변명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한참을 충격에 멍하니 서 있었다.




-----


끔찍한 비명소리, 구급차의 사이렌, 같은 곳에서 트레이닝하던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들의 소란.

하물며 사고의 피해자는 나날이 최고가를 경신 중인 화제의 인물.


한창 바쁜 상황이었지만, 이것은 이사장에게도 중요한 문제였기에 재빨리 정보 통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주 단기간이라면 모를까, 라이스의 사고는 계속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유감. 타카라즈카는 이제 물 건너갔군. 그래도... 최악은 피했지 않나."


"최악, 말입니까?"


감기에 걸린 것뿐이라도, 빨리 나으라며 걱정해주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자신과 가까운 존재일수록, 그 정도가 심할수록 걱정은 깊어진다.


라이스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트레이너의 심정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라이스 양이 기자회견에서 판세를 뒤집기 전에 쓰러졌다면, 나로서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을 거라네. 그녀한테 동정은커녕 조롱만 돌아왔겠지."


이사장 딴에는 나름 라이스의 처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심란한 트레이너에게는 그마저도 곱게 들리지 않았다.


그 울음소리를 들어버린 이상, 머리로는 이해해도 도저히 다행이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감정은 이성과 별개인 법이니까.


그가 별로 납득하지 못한 투여도 그녀는 딱히 책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동안 인정 받지 못했지. 비록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앞으로 어쩌실 생각입니까?"


"뒷일은 나한테 맡기고, 자네는 당분간 트레이너 일에나 집중해. 내가 필요하면 부를 테니까."


당장 그녀는 병원에서 쉬어야 할 텐데,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으려던 트레이너는 멈칫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사장님."


"분명 이겨낼 거야. 우리의 작은 영웅이 얼마나 강한지 자네는 알고 있잖나."





---------------



"라이스 씨가, 다쳤다고요?"


"그렇다는군요. 얼마나 심한지는 모르겠지만, 응급실까지 실려 갔다고 하니 가벼운 부상은 아닐 겁니다. 타카라즈카는 걱정할 필요 없겠어요."


이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당주의 말에 맥퀸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가문의 명예와 사명이라는, 허상을 더 이상 믿지 않았으니까. 적어도 이제 그녀는 진실을 보기 시작했으므로.


"다시 한번, 맥퀸이 메지로 가문의 명예를 드높여줄 거라 믿습니다."


"...네, 할머님."


맥퀸이 직접 라이스의 다리를 부러트려 버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메지로 가문의 수작질이 아니었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테고, 그녀가 이번 사태의 계기가 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 것을 모두 제외한다 치더라도, 잘못을 깨달은 맥퀸은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용기가 없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행동하지 못했더라도.


어렵사리 그녀는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적어도 이것은, 가문에 반항하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었으니까.


"너무 늦었지만, 이제는..."





---------------



안 그래도 피로가 쌓여 있던 상태에서, 기절한 채로 부분 마취까지 당한 라이스가 눈을 뜬 것은 다음 날 해가 뜰 무렵이었다.


"오라...버니..."


그 부름에 제대로 잠들지 못했던 트레이너가 퍼뜩 깨어났다.


"어, 어? 그래! 나 여기 있어."


곧 그것이 잠꼬대라는 것을 깨달은 트레이너는 헛웃음을 지었지만, 소란이 숙면을 방해한 것인지 그녀는 정말로 눈을 떴다.


"라이스, 정신이 들어?"


순간 기숙사에 어떻게 그가 들어온걸까 얼빠진 생각을 하던 그녀는, 어제의 마지막 기억을 되짚어보고 현재 상황을 이해했다.


"여기는 병원이구나... 미안해, 오라버니. 라이스가 걱정을 끼쳤네..."


그는 안도감에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고 말했다.


"얼마나 걱정했는데, 어제저녁부터 계속 잠만 자서."


해석에 따라 책망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을 하는 것은, 트레이너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몰려있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는 라이스의 불안한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은 뭐래?"


"수술은 잘 됐지만, 한동안은 입원해야 해. 재활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 대답에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나서야, 반응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이스, 왜 그래...?"


"그러면 타카라즈카 기념은 어떻게 되는 거야?"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그녀의 안전에 비하면 레이스의 결과 따위는 하찮은 문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출전은 취소다.


하지만 그렇게 사실대로 말하면 그녀는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2주 만에 완치는 불가능해. 취소해야겠지."


걱정과는 달리, 라이스는 울지 않았다.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았고, 화를 내거나, 한숨을 쉬지도 않았다.



그대로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처럼 정지해있다가, 한참 만에 내뱉은 한마디 말이 반응의 전부였다.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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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라이스 샤워의 오라버니' 23.04.30 35 0 9쪽
39 '홀로 여정을 마치는 법' 23.04.26 15 0 6쪽
38 '메지로 맥퀸의 트레이너' 23.04.25 14 0 12쪽
37 '하고 싶은 말, 있지 않았어?' 23.04.24 26 0 10쪽
36 '그리고 절대로 멈추지 말아요.' 23.04.10 22 0 10쪽
35 '끝까지 맥퀸 씨를 방해할거야.' 23.04.09 29 0 10쪽
34 '트레이너 씨와 함께 꼭 행복하시길.' 23.04.08 25 0 10쪽
33 '하늘에 닿을 듯이.' 23.04.07 19 0 11쪽
32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23.04.06 37 0 11쪽
31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요.' 23.04.04 22 0 12쪽
30 '어떤 스위츠보다도 달콤한' 23.04.03 32 0 11쪽
29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23.04.02 32 0 11쪽
28 '유일한 구원' 23.04.01 22 0 15쪽
27 '존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23.03.31 20 0 11쪽
26 '트레이너, 자네의 담당을 믿나?' 23.03.30 20 0 11쪽
25 '라이스는 말이야, 맥퀸 씨를 용서했어.' 23.03.29 18 0 13쪽
24 '오라버니는 지금... 행복해?' 23.03.28 16 0 8쪽
» '늦었지만, 이제는 다를거야.' 23.03.27 23 0 9쪽
22 '이번 경기가 끝나면, 정말로.' 23.03.26 17 0 9쪽
21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23.03.25 17 0 10쪽
20 '이기지 못해도 괜찮으니까.' 23.03.24 19 0 12쪽
19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죠.' 23.03.23 18 0 12쪽
18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23.03.22 17 0 11쪽
17 '말하지 않으면, 전할 수 없는데.' 23.03.21 18 0 16쪽
16 '라이스가 멀리 가버려도, 내가 꼭 따라갈게.' 23.03.20 20 0 13쪽
15 '하나쯤은 뺏어갈 수 있잖아요.' 23.03.19 19 0 13쪽
14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23.03.18 18 0 13쪽
13 '사랑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23.03.17 17 0 10쪽
12 '누구를 위하여 나는 달리나.' 23.03.16 30 0 11쪽
11 '맥퀸 씨, 오라버니를 좋아하는거지?' 23.03.1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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