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강화병사,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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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근이
작품등록일 :
2023.03.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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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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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혹스 섬

DUMMY

난 문 앞에 있는 귀족들을 전부 쫓아냈다.


“내일 다시 이야기하시죠. 지금은 피곤합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나와 대화하세! 윌리엄 경!”


“아니, 너가 뭔데? 먼저 이야기한다고······.”


“여기서 떠드시는 분은 내일 안 만날 겁니다.”


“······.”


그제야 귀족들은 조용해졌다.

문을 닫고는 바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제 죽다 살아난 게 고작 2년이다.

또 내 머릿속에는 전생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보물들의 위치가 고스란히 기억되어 있다.


이걸 버리고 기사가 된다고?


말도 안 된다.

기사가 된다면 많은 권리가 생기지만 당연히 의무도 생긴다.

운신이 상당히 제한될 거다.

그럼 많은 보물을 놓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적어도 아직은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베르됭의 왕도를 떠났다.


하루 이틀 정도는 쉬고 이동하려고 했지만, 귀족들 눈에 띄는 바람에 일이 틀어졌다.

그래도 내 목적도 이루었기에 후회는 없다.


떠나지 마시오. 윌리엄 경!


벌써 귀족들의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만 무시했다.

저들이 귀찮게 할 게 너무 뻔히 보인다.


어디로 갈지는 정했냐고?

정했다.

내가 갈 곳은.


저주받은 섬이라고 불리는 코흑스다.


* * *


나는 칸이라는 항구도시로 들어갔다.


칸은 도시답게 많은 인간이 빽빽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양쪽의 상점에선 생선부터 베르됭에서는 보기 힘든 과일까지 다양하게 팔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은 기습에 대응하기 어려워 썩 좋아하지 않지만.

난 그 인간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 인간들이 많은 거리를 지나 배가 있는 항구로 나왔다.

좀전의 시장처럼 인간이 많지는 않지만, 선원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바쁘게 돌아다닌다.


난 항구 근처의 술집을 겸하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갈매기 여관이라는 곳인데 좀 돌아다닌 결과 이곳이 선원들이 제일 많이 드나드는 걸로 보인다.


딸랑딸랑.


조금은 생소한 종소리가 울렸다.

여관 안의 손님으로 있던 선원들이 나를 쳐다봤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어서옵쇼! 어랏? 처음 오셨나 보네.”


“예.”


나이가 못해도 사십은 되어 보이는 이가 인사를 했다.

다른 사용인은 보이지 않는다.

주인장 혼자 운영하는지 모양이다.


나는 주인장의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그래. 뭐 드시고 싶으셔? 아님 마실 거?”


“맥주 한 잔이면 됩니다. 그리고 배 좀 알아봐 줄 수 있습니까?”


마실 걸 주문하며 은화 한닢을 내밀었다.


“자. 맥주는 여기. 어디로 가시게?”


주인장은 익숙한 듯 은화를 챙기며 행선지를 물었다.


“코흑스.”


“가지 마시오.”


코흑스라는 말을 듣자마자 주인장은 이유는 묻지도 않고 가지 말라고 했다.


“거 방랑 기사나 이름 꽤나 있는 용병인 모양인데. 거기는 가지 마시오.”


좀 전의 여유 있게 응대하던 얼굴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굳어 버린 얼굴이다.

돈도 그대로 다시 돌려줬다.


“내 맥주 한 잔 줄 테니 마시고 그냥 가시오.”


“저는 꼭 들어가야 합니다.”


돌려준 은화에 세 닢을 더 올려 줬다.

저 돈이면 넉 달은 주인장 가족이 먹고살 수 있다.


하아.


돈에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인지 주인장은 한숨을 쉬며 돈을 받았다.

그러나 한마디 남기는 건 잊지 않은 듯했다.


“당신 죽어도 내 책임 아니오.”


“당연하지.”


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처음도 아니야.


잔잔한 바다.

바람이 크게 불지 않아, 바다의 에메랄드 빛깔이 그대로 내 눈에 담겼다.


촤라라락. 촤라락.


작은 배가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 모습만 보면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지만.

시선을 조금만 위로 올리면 이야기는 잔혹동화로 바뀐다.


한눈에 봐도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섬.

그 위의 요새가 눈에 들어왔다.


요새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이곳저곳에 이끼가 잔뜩 끼어있고다.

삐죽 솟아난 탑은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다.


그런데 용케도 선착장으로 쓰이는 곳은 낡았지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촤락. 차락착. 턱.


그 선착장에 배가 정박하자 내가 풀쩍 뛰어내렸다.


“바다가 잔잔하다면 내일 정오에 오겠소. 딱 10분만 기다릴 거니까. 늦지 마시오.”


선장이 짧게 내뱉고는 배를 다시 돌렸다.


나는 코혹스 성을 바라봤다.

이곳은 30년 전 이곳의 영주가 악마를 섬겨 제물로 자신의 영지민과 일가족을 바쳤다고 알려진 곳이다.


또 그 과정에서 코혹스 섬은 마계침식 현상이 일어났다.

마계침식 현상은 마기에 강하게 노출되면 일어나는 현상으로 노출된 곳은 마치 마계처럼 변한다.

그리고 마계침식 현상이 일어난 곳은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


다행히 섬에서 일어난 일이라 침식 현상이 육지에 영향을 주지도 않았기에, 베르됭에서도 코혹스 섬을 버렸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 왜 왔냐고?

아다만티움 금속을 얻기 위해서 왔다.


아다만티움은 보통의 철보다 가볍고, 단단해 무기나 갑옷으로 만들기에 좋다.

또 알려진 바로는 마계침식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다.


나는 토너먼트에서 내 성취를 확인했으니, 그에 어울리는 무기를 갖고 싶어졌다.


그런 와중에 이곳이 생각이 난 것이다.

죽기 전에도 난 이곳에서 아다만티움을 채취했었다.


난 배가 좀 멀어지자, 발걸음을 옮겨 섬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좀 이른 시기라서 그런가?


내 기억보다는 성이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때는 성벽이 완전히 무너진 부분이 있어서, 그쪽으로 들어가면 정문의 언데드를 상대할 필요도 없이 바로 내성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무너진 곳이 낡기는 했지만 멀쩡하다.

죽기 전보다 이른 시기에 와서 비교적 상태가 괜찮은 거다.


그렇다고 정문으로 들어가 그 언데드들을 다 상대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다만티움은 내성에 있어 정문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내성에서 가장 가까운 성벽으로 간 다음.

난 무릎을 튕겼다.


텅.


땅을 박차는 소리와 함께 성벽이 순식간에 낮아졌다.

나의 강화된 신체에 마나까지 더해져 성벽을 뛰어오른 것이다.


턱.


난 가볍게 성벽에 착지하며 주위를 경계했다.

다행히 주위에 언데드가 보이지는 않았다.


성벽 안으로 들어서니 마기가 확 강해졌다.


지독하네.


마나홀의 마나가 알아서 내 몸을 휘돌며 보호했다.


‘그러게 이런 곳에는 왜 들어와. 힘들게.’


마나의 잔소리에 잠시 마나를 타이른 다음.

내성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았다.


터벅터벅.


스켈레톤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


수상하다.


저번 생에서는 이렇지 않았다.

무너진 성벽으로 수월하게 내성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엄청난 수에 스켈레톤 전사와 궁수에게 시달리며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전진했었다.


그래서 토너먼트에서 성취를 확인한 지금에서야 코혹스 섬에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스켈레톤 전사는 고사하고 일반 스켈레톤도 보이지 않았다.


스르릉.


수상함에 나는 롱소드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성 문을 열었다.


낡은 경첩에서 비명을 질렀지만, 언데드들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내성 벽으로 들어와서 내성 삼층이다.


안쪽은 해가 떠 있는 시간인데도 매우 어둡다.


난 마나를 얇지만, 넓게 퍼뜨렸다.

심득에서 배운 ‘수면’이다.


이 범위에 들어오는 물체는 물론이고 특히 움직이는 것이면 잔잔한 수면에 파문이 일 듯, 내가 잡아낼 수 있다.

아직은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지만, 좁은 내성이라 충분히 안을 살필 수 있다.


마나가 나에게 겁먹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난 겁먹지 않았다고 했지만 마나는 웃기만 할 뿐이다.


쳇. 잘난 척은.


내 발걸음이 좀 전보다 가벼워졌다.


소리 내지 않으며 걷고 있을 때.

뭔가가 느껴졌다.


몇몇 스켈레톤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켈레톤 병사도 아니고 일반 스켈레톤이다.


딱딱딱.


뼈밖에 남지 않은 얼굴 턱이 탁탁 부딪치며 다가왔다.


뻐각.


다가오던 스켈레톤은 내 롱소드에 그것은 힘없이 쓰러졌다.

아직은 별 시답지 않은 스켈레톤밖에 없다.


일찍 와서 그런가?


그래도 삼층을 착실하게 방 하나하나 돌며 스켈레톤을 정리했다.

만약을 위한 빠른 퇴출을 위해 안전하게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삼층 정리를 완전히 끝내고 나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이층으로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갈 때마다 마기가 강해짐을 느껴졌다.


이층으로 내려온 직후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반 스켈레톤 대신 스켈레톤 병사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부서지는 속도는 다르지 않았다.

이미 내 실력에서는 스켈레톤이 무기를 들고 안 들고는 큰 차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빠각.


스켈레톤 병사의 척추가 부서지며 땅으로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스켈레톤 병사는 손으로 기어 오며 살아있는 자에 대한 증오를 멈추지 않았다.


발로 기어 오던 스켈레톤 병사의 머리를 뭉개버리고 나서야 멈췄다.


1층으로 내려가고 나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일부 검술까지 사용할 수 있는 스켈레톤 기사가 등장한 거다.


그러나 상대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

스켈레톤 기사는 나에게 좋은 검술 연습 상대가 되어 주었다.


쉐에에에엑.


놈이 검을 새로로 그었다.


놈의 옆으로 파고들어.

검을 피하고.

머리를 정확히 노렸다.


꽈직.


내 정확한 찌르기에 스켈래톤 기사는 투구째로 관통됐다.

이놈을 마지막으로 1층도 정리가 끝났다.


최초의 마계침식 현상이 일어난 곳은 지하.


마계와 환경이 가장 비슷한 그곳에 아다만티움 금속은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수면을 전개하면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


“크큭.”


나도 모르게 신음이 터질 정도로 마기가 생각보다 강하다.


마치 누군가가 마기로 짓누르고 있는 기분.


나의 기억과는 너무나 다르다.

그때는 조금 속이 불편한 정도에 불과했었다.


지금은 마기에 ‘수면’을 전개하기 어려울 정도.


다른 시기에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차이다.


뭔가 변화가 생겼다.


내 직감이 불안함을 예언했고.

그 직감에 따라 돌아섰다.


아마만티움이 귀하다고는 하지만 내 목숨보다도 귀하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이미 너무 늦어버린 듯했다.


방금까지 존재했던 계단이 없어지며, 완전한 어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강화된 신체로 인해 어둠 속에서도 잘 볼 수 있지만, 빛이 한 점도 없으면 나도 전혀 안 보인다.


바로 횃불에 불을 붙였다.


화륵.


횃불에 불이 피어올랐지만 가시거리는 불과 1미터 정도.

마치 어둠이 빛을 잡아먹고 있는 듯하다.


마법인가?

그렇다.


이 정도로 가시거리가 짧다면 마법의 밖에 답이 없다.


흑마법사?

그건 좀 모호하다.


내가 알기로는 네크로맨서도 마기를 이용해서 간단한 마법은 부릴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어쩌면 네크로맨서 일수도.


난 생각은 이쯤하고 이동했다.

더 고민하고 있어 봐야 고정 목표만 된다.


‘수면’을 써봤지만 너무 짙은 마기 때문에 그 범위가 가시거리에 불과해 거둬들였다.


1미터 정도면 내 감각으로도 충분······.


쉬익!


몸을 냅다 옆으로 굴렸다.

내 머리 위로 뭔가 지나갔다.


이건 무슨!


스켈레톤 기사의 공격이 아니다.

횃불을 들고 있어 가려진 시야로의 공격.


스켈레톤 기사 따위의 공격이 아니다.

그것은 내 시야를 고려할 정도로 지성은 없다.


그런데 방금 공격은 교묘하게 내 가려진 시야를 이용했다.

그 덕분에 어떤 무기로 공격한 지도 모르겠다.


1미터 밖에서 공격한 것을 봐서는 창이나 그와 비슷한 무기일 것이다.


좀 전의 공격으로 알아낸 건, 총 두 가지.


첫째, 놈은 이 어둠과 시야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지성을 가지고 있다.


좀 전의 공격을 보면 알 수 있다.


둘째, 내가 상대하고 있는 놈은 네크로맨서다.


흑마법사였다면 창과 같은 무기가 아니라, 더 먼거리에서 흑마법으로 날 공격했을 거다.

그럼 날 공격한 건 네크로맨서의 소환물이다.


차라리 다행이네. 어둠 속에서 마법을 날려대면 개같이 고생할 뻔했어.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롱소드를 쥐고 있는 오른손에는 피가 안 통할 정도로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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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갑옷 +3 23.03.26 2,767 54 12쪽
17 던전 +2 23.03.25 2,798 5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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