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강화병사,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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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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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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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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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앙 자작

DUMMY

문밖에서 바스티앙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윌리엄 경 일단 문을 열어주게. 얼굴 보고 대화하세.”


“저는 자작님과 얼굴 볼 생각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하하, 그러지 말하지 말게. 이건 분명 빛의 신 루 뜻이네. 운명이라는 말이지.”


“바스티앙 자작님. 그냥 돌아가시죠. 저깟 놈이 뭐라고 여기까지 직접 오셔서······.”


“저깟 놈이라니! 윌리엄 경이라고 부르게. 자네 동료 기사에게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네. 서로 친하게 지내야지.”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나 화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화가 났다.

바스티앙이 찾아온 일로 인해 다른 용병들의 눈에 띄게 될 거다.


그럼 신체강화병사의 주의를 끌어 나를 경계할 거고, 난 발렌틴의 엘릭서 ‘위즈덤’을 지키기 힘들어지게 된다.

바스티앙의 의도는 어떤지 몰라도 나를 방해하고 있는 거다.


“다음에 또 오겠네. 진정되면 그때 또 보세.”


‘그런 일 없을 겁니다.’라고 되받아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른 용병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윌리엄 경? 그럼 용병이 아니라 기사였던 거야? 그런데 왜 이번 의뢰에 나온 거지?”


“그것만 이상한 게 아니야. 방금 바스티앙 자작님께 말하는 거 봤지? 확실하게 기사였던 거야 그것도 바스티앙 자작이 탐낼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그럼 고용주님이 윌리엄에게만 잘 해주는 것도 기사라는 걸 알고······.”


바스티앙 일행이 떠나자마자 오해가 연기처럼 퍼져나간다.


벌써 머리가 지끈거렸다.


바스티앙이 다녀간 후에는 예상대로 다른 용병들은 나를 다르게 대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1층 술집에서 나를 보는 용병들의 눈빛이었다.

내 눈길을 피하며 무시하는 인간이 대부분이기는 했지만, 아예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인간도 있었다.


악셀처럼.

그는 내 눈빛은 전에는 별 감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적의를 감추지 않았다.


그냥 신체강화병사라고 써놓고 다니지 그래.


그러나 나는 그의 눈빛을 애써 모른 척했다.


굳이 시체랑 싸울 필요는 없으니까.


그때 오드가 다가와 말을 더듬었다.


“윌리엄 겨경. 지난번에는 제가 ㅈ자잘 모르고 무례를······.”


“오드씨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같은데 저는 기사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바스티앙 자작님을 대하던 말투나 행동에서는······.”


“그건 왕도에 있을 때 토너먼트에서······.”


“혹시 경께서 우승하신 겁니까? 흐흐흐.”


“······레오씨 제 말은 듣고 있는 거죠?”


“흐흐. 말씀 편하게 하십쇼. 윌리엄 경.”


전혀 안 듣고 있다.


아무래도 한참을 이걸로 다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바스티앙이 그렇게 유난을 떨고 돌아갔으니 어쩔 수 없다.

내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으이구. 본인이 아니라고 하잖아. 그만들 혀. 이놈들아.”


“흐흐. 혹시 어르신은 혹시 미리 알고 계셨던 겁니까?”


“에구. 레오야.”


“예. 어르신 말씀하십쇼.”


“사람 말을 좀 듣거나 닥쳐.”


“······.”


“그리고 윌리엄. 나랑 같이 이야기 좀 하지.”


나는 발렌틴을 따라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방에는 온갖 마도구가 가득하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여관방이 아니라 연구실로만 생각할 정도다.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등을 기댔고 나는 침대 옆에 있던 의자를 꺼내 앉았다.


“그 혹시 진짜 기사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


“진짜로 아닙니다. 그 이야기하실 거면 나가겠습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발렌틴이 외쳤다.


“아아 그게 아니라! 왜 사람을 끝까지 듣지를 않고 그래. 젊은 사람이.”


“그럼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아··· 혹시 바스티앙 자작과 잘 아는 사이면 부탁 좀 해줄 수 있나 싶어서.”


“바스티앙 자작에게요?”


“내가 꼭 필요한 재료가 하나 있는데······.”


이후 이야기를 발렌틴이 주저리주저리 설명해 줬지만.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나 트롤의 피가 재료로 꼭 필요하다.

마침 라발 영지 근처에 트롤이 있단다.

토벌 후 트롤의 피를 채취할 수 있게 해달라.


“저도 도와드리고 싶지만 저는 바스티앙 자작과 친한 사이가 아닙니다.”


“좀 전에 보니 그런 거 같지는 않던데······.”


“그건 그 인간 아니, 바스티앙 자작이 저를 좋게 봐주신 겁니다.”


“그게 중요한 거여! 바스티앙 자작이 너를 좋게 생각한다면 호의적일 거 아니야.”


“어르신이 직접 찾아가시면 되지 않습니까.”


“난 바스티앙 자작과는 전혀 접점이 없다구. 그런데 대뜸 찾아가서 트롤의 피가 정말 비싼 거는 알지만 좀 나눠 달라고 하면 너 같으면 주겠냐?”


“······.”


“거봐, 니 생각도 다르지 않지?”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했다.

발렌틴이 아무리 마법약 부분에서는 최고이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처음 보는 마법사다.

굳이 트롤의 피를 주려고 하지는 않을 거다.


“그냥 구입하는 게······.”


“좀 전에 말했잖여! 정말 비싸다고. 구입해서 만들려면 한 병도 겨우 만든단 말이야! 에구.”


“그럼 트롤의 피가 더 있으면 엘릭서를 몇 병 더 만들 수 있는 겁니까?”


“그려. 고블린의 뇌수나 약초 같은 재료는 충분해. 문제는 트롤의 피야. 트롤이 꽤 토벌하기 어렵지만 피는 모든 엘릭서의 기반이 되는 재료야. 그래서 비싼 거여. 만약 바스티앙 자작이 도와준다면 더 만들 수 있어.”


아마 전생에서는 구입을 해서 만들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질 수 있다.


내 결정에 따라서 또 이번에는 정당하게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럼 제가 바스티앙 자작을 만나보겠습니다.”


“참말이여?”


“대신! 트롤의 피를 얻게 된다면, 저에게 엘릭서 한 병 주십시오.”


“······엘릭서가 귀한 건 알고 있지?”


“하지만 제 덕분에 귀한 걸 더 만들 수 있죠. 또 주신다면 제 의뢰금은 받지 않겠습니다.”


“에잉! 어쩔 수 없구만. 좋아.”


발렌틴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보니 무척이나 아까운 모양이지만.

그녀는 내 제안을 수락했다.


저번처럼 그녀에게서 빼앗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이다.


* * *


내가 라발 성으로 찾아가자, 바스티앙은 다른 기사들까지 데리고 나를 마중 나왔다.


옆의 기사들은 용병 따위를 마중 나온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두 명의 기사들의 표정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난 깔끔하게 무시했다.


“하하. 어서 오시게. 윌리엄 경. 역시 나는 그대를 또 만날 줄 알았네. 여기 동료 기사들과 인사하게나.”


바스티앙은 다른 기사들까지 전부 데려와 나에게 인사까지 시키려고 했다.


“잠깐. 바스티앙 자작님.”


“음? 왜 그러나?”


“저는 그보다 다른 이야기를 하러 왔습니다.”


“다른 이야기라니?”


“트롤이 인근에 발견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이렇게 자네가 와줬으니 내 마음이 이렇게 편해지네.”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부탁 하나 들어드릴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아, 그래. 우리 윌리엄 경이 하는 부탁이라면 내가 들어줘야지 뭔가 그 부탁은?”


“트롤의 피를 얻고 싶습니다.”


“아아, 트롤의 피 당연히 줘야지. 같이 어차피 토벌하고 나면 줄 생각이었네. 팔면 꽤 짭짤하거든.”


“예. 감사합니다만 제 말은 그게 아니라······.”


계속해서 나를 이미 기사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걸 정정하는 겸해서 말은 길게 했지만.


결국은 하고 싶은 말은 몇 문장 안 됐다.


나는 기사가 될 생각이 없다.

트롤 토벌을 돕고 대가로 피를 얻고 싶다.


그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바스티앙의 표정은 굳어졌다.


“안돼. 그럴 생각 없네. 돌아가게.”


“저 말고도 다른 용병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한다면 영지의 병사들이 상할 일 없이 토벌할 수 있을 겁니다.”


“내가 트롤 토벌하든 말든 내 영지고, 내 일이야. 너 따위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지.”


바스티앙의 친근하던 말투는 온데간데없었다.

그의 말투에는 이미 차가워졌고, 눈빛에는 배신감이 보였다.


“내 네놈을 믿었거늘.”


진짜로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다. 바스티앙은 진짜로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난 어이가 없었다.

한번도 기사가 되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도망까지 쳤었는데,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옆에 있던 기사들은 이때다 싶어 바스티앙에게 말했다.


“미천한 용병 따위와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 없습니다. 이놈은 쫓아내고 이만 들어가시죠. 자작님.”


“그러지, 내 진작 그대들의 말을 들을 걸 그랬어. 시간만 버렸군. 들어가세.”


바스티앙은 처음 맞이할 때와는 다르게 찬바람을 내며 들어가 버렸다.


기사가 되어준다고 말했어야 했나?


아니다. 난 아직 어딘가에 묶이면 안 된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만약 기사가 된다고 해도 바스티앙의 기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전형적인 고집불통이다.

밑에 있어 봐야 고생길이 훤하다.


나는 다시 여관으로 돌아갔다.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발렌틴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윌리엄. 어떻게 됐누? 도와준다고 하든?”


“아뇨, 기사가 되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냥 들어가 버렸습니다.”


“엥? 용병들이 영지 병사들 대신 싸워준다고 말해봤어?”


“예. 당연히 말했죠. 그런데 트롤을 토벌하든 말든 자기가 결정한답니다. 저 따위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에잉. 아쉽구만 그래. 영지민들에게 토벌하는 게 더 좋을 텐데. 엉 그놈이 말이야 째째한 게 아주 못됐어. 다른 기사들도 있으면서 에잉.”


발렌틴은 아쉬움에 바스티앙을 욕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슬쩍 물었다.


“저희끼리 토벌하죠. 그것까지 뭐라고 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


“우리끼리 어떻게 해. 으이구. 너가 꽤 실력있다고 다른 이들까지 그런 건 아니야. 영주도 토벌할 때는 기사 네 명에 병사 수십 명은 데리고 간다구.”


“기사만 트롤 토벌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잉? 혹시 다른 생각이 있는 거야?”


“트롤은 뛰어난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불로 상처를 지진다면 그 능력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리죠.”


“난 또, 그걸 누가 몰라? 그렇다고 통구이를 만들어 버리면 피를 못 뽑아. 이놈아.”


“저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


“흐잉? 더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는 거야? 뭔데 그래?”


“일단은 다른 용병들을 불러주시죠. 저희끼리 토벌한다면 그들의 동의는 필요할 겁니다.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그녀의 얼굴에 약간의 희망이 스쳤다.


발렌틴의 부름에 고용한 모든 용병이 일 층으로 모였다.

갑작스럽게 모인 터라 용병들이 무슨 일인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 바빴다.


“무슨 일이래? 들은 거 있어?”


“아니, 나도 갑자기 부르길래 나온 거야.”


마지막으로 발렌틴까지 자리에 앉자, 나는 일어서서 말했다.


“이렇게 갑자기 모이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크지 않은 목소리지만 마나를 살짝 실은 덕에 다른 용병들에게까지 목소리가 전달됐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부 모이라고 하신 거죠?”


오드가 내게 물었다.

난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희는 트롤을 토벌할 계획입니다.”


“트롤? 혹시 바스티앙 영주의 요청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기사의 지원은 없다는 이야기네요. 그럼 안 됩니다.”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내 계획을 들려주었고,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준비할 게 꽤 많기는 하지만, 나쁜 생각은 아니네요.”


“좋아! 이거 성공만 한다면 한 몫 단단하게 잡겠는걸.”


그렇게 용병들은 트롤을 토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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