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강화병사,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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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근이
작품등록일 :
2023.03.0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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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3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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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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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DUMMY

이제 숙소에 거의 도착했다.


땅만 보며 수레를 끌던 나는 고개를 들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듣기 싫은 목소리다.


내 생각과는 반대로 바스티앙은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오. 윌리엄 경. 어서 오시게. 수레를 혼자 끌고 온 건가? 전투도 치렀을 텐데. 힘도 좋지. 우리 영지의 기사라면 당연한 거겠지만. 하하.”


“······.”


“유그 경. 뭐하나 동료기사가 혼자서 끌고 있는데. 좀 도와주게.”


“···알겠습니다. 자작님.”


“필요 없습니다.”


“어허. 윌리엄 경. 유그 경과 아직 친하지 않아서 그런가? 그런 건 걱정하지 말게. 차차 서로를 알아 가면 되는······.”


“저는 자작님의 기사가 아닙니다.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요.”


바스티앙의 웃는 낯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다시 표정을 풀며 말했다.


“크흠크흠······ 혹시 저번 일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인가?”


“아닙니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싫은 겁니다. 더 이상 저를 귀찮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난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수레를 끌었다.


끼리릭. 끼리리릭.


바스티앙은 수레가 지나가는 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바스티앙은 처음 받아본 말에 당황한 듯했고, 유그는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들의 기분까지 신경 써주고 싶지 않다.

적어도 지금은.


같이 일하던 용병들이 죽어서가 아니다.


전투를 트롤과 오거까지 두 번이나 치렀고, 용병들의 시신도 수습했으며, 여기까지 수레를 혼자서 끌었다.


나는 좀 쉬고 싶었다.


“윌리엄 겨······.”


바스티앙이 단호한 말에도 미련이 남았는지 날 불렀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끊었다.


“아! 그리고 오거는 제가 토벌한 겁니다. 오거 부산물에 대한 소유권은 제게 있습니다. 건들 생각하지 마세요. 확인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머리는 보여드릴 테니.”


난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여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일 층 주점에 모여 있던 발렌틴과 오드 일행은 나의 등장에 모두 놀라 했다.

나는 오드 일행에게 짧게 상황설명과 시신의 장례를 부탁하고 잠들어버렸다.


* * *


난 그날 한숨 푹 자고 일어나 발렌틴과 오드 일행을 만났다.


그들은 일 층 주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윌리엄. 어여 와서 어찌 된 일인지 좀 알려줘. 아주 궁금해 죽겄어!”


“흐흐. 맞아요. 저도 궁금합니다. 진짜 저는 오거의 수급을 보고서야 믿었다고요. 대체 오거는 어떻게 토벌하신 거예요? 그것도 혼자.”


“그것보다. 다른 용병들 시신은 어떻게 잘 처리가 됐습니까?”


“아아. 윌리엄 그건 걱정하지 말게나, 용병 길드에 말해서 시신을 수습했으니. 어서 말이나 해주게.”


“······나도 궁금.”


다른 이들이 모두 내가 어떻게 오거를 토벌했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나는 오거 가죽이나 벗기러 가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들은 내가 놔줄 때까지 아무래도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진실을 말해 줄 수 없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나도 직접 겪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다.

그래서 진실을 말해 주지 않았다.


우연히 동굴에 들어갔는데 죽은 기사의 기록을 발견했다고, 그것을 읽고 마나하트를 익혔다고, 그럼에도 운이 매우 좋아서 토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금 생각한 얄팍한 거짓말이었지만 어쨌든 그 말에 속아 넘어가 주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구려······.”


“그러게요. 쟝 아저씨 흐흐. 윌리엄씨는 완전 운이 넘쳐흐르시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윌리엄씨. 정말······.”


“흐흐. 대장 우는 거예요?”


“레오. 닥쳐.”


“에이구 어쨌든 이제 잘 됐어. 덕분에 오거 모가지도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말이야. 헤힝.”


“이제 오거 가죽이나 벗기러 가시죠.”


“흐흐흐. 그래요. 저희 목숨도 구해주셨는데 그정도는 해드려야죠. 오거 가죽도 비싸다는데 윌리엄씨 엄청 부자 되시겠네요.”


“그려. 맞구먼. 계약은 트롤까지 였으니. 윌리엄 너 부자 되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계약을 다르게 할걸 에잉.”


오드 일행과 발렌틴 그리고 나는 다시 오거의 사체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사체는 거의 온전히 남아 있었다.

들짐승이 뜯어 먹으려고 해도 질겨서 먹기도 힘들 거다.


“어르신. 트롤 가죽도 온 김에 벗겨 갈까요?”


“오드! 좋은 생각이여. 이게 오거 가죽보다는 질기지 않아도, 신축성이 좋아서 또 쓰이는 부분이 있거든.”


본래는 오거 가죽을 벗기러 왔지만, 트롤 가죽도 벗겼다.

늦은 아침 시간에 나왔지만, 영지로 돌아갔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다.


나는 라발 영지의 들어가면서 시선은 우리 일행에게 집중되었다.

오거의 가죽과 트롤의 가죽을 굳이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게 오거 가죽이야? 아니면 그 옆에 있는 가죽인가?”


“나도 몰라, 저런 몬스터를 봤어야지.”


“기사들도 어쩌지 못한 오거를 저 용병 한 명한테 죽었네.”


“용병이라뇨! 윌리엄이에요! 용사 윌리엄!”


영지민의 대화에 아녜스가 끼어들었다.


“용사 윌리엄?”


“네! 오거를 죽였으니, 오거 살해자! 윌리엄.”


“응? 하하핫. 꼬맹이 말이 맞네. 오거 살해자 윌리엄.”


“꼬맹이 아니에요! 아녜스에요!”


“그래그래 꼬맹아.”


갑자기 이상한 소문이 퍼지는 듯하다.

그것도 굉장히 낯 뜨거운 소문이.


영지민의 눈길이 수레의 가죽에서 내게로 향하는 게 가까워진다.


갑자기 얼른 여관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내게로 향하는 영지민의 눈길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얼른 들어가시죠. 벌써 배가 고프네요.”


“엥? 그래? 아직 좀 이른 시간인디. 벌써 배가 픈 겨? 그럼 어여 가자고!”


수레에 타고 있던 발렌틴이 재촉했다.


“흐흐. 마침 저희도 배고팠습니다. 얼른 가시죠!”


끼릭끼릭. 끼리리릭.


수레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빨라졌다.

그렇게 우리 일행은 일찍 여관에 들어갔다.


하지만 바로 방에 올라가지는 않고 가볍게 맥주 한 잔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죽은 용병들에 대한 애도와 오거를 토벌한 나에 대한 축하의 의미였다.


그러나 그 자리는 오래되지 않았다.

기어코 영지민들이 여관 일층으로 들어와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영지민들이 우리 일행에게 다가오거나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그냥 빤히 쳐다봤다.

그 눈빛에 얼굴에 구멍이 뚫릴 지경이었다.


“흐흐흐. 이거 윌리엄씨 쳐다보는 거 때문에 구멍 나겠는데요?”


“윌리엄씨. 불편하시면 올라갈까요?”


“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드씨.”


짧은 술자리는 끝나고 각자 방으로 올라갔다.


“편히 쉬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그려그려, 내일 보고 가죽을 팔던지 하자고.”


* * *


쨍그랑!


바스티앙이 평소 아끼던 장식용 사기그릇이 무참히 깨져 나부낀다.


“이런 제기랄! 이 바스티앙이 평민 따위에게 그런 취급이나 받다니! 젠장!”


“고정하십시오. 바스티앙 자작님.”


“그 용병놈이 예절도 못 배워서 그런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치욕를······ 그리고 당신은 기사라고 따라와서는 내가 그런 치욕을 당할 동안. 뭘 한 거야. 어? 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서있었어? 엉?”


“그것이 아니라······ 악!”


평소 책상 위에 있던 장식품 하나가 유그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래도 바스티앙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계속해서 기사들에게 막말을 퍼부었다.


“그깟 용병놈은 오거까지 토벌해서 떡 하니 목도 따오는데 우리 기사들은 뭐하는 거야 그 펜꽂이도 못 피하고. 내가 저런 놈을 기사라고! 장원도 주고, 권리도 주고! 에이 빌어먹을. 썩 꺼져 이 새끼들아!”


바스티앙의 막말에 다른 유그와 바질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밖으로 나갔다.

나가는 유그의 이마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휴. 내가 정말. 그 용병놈을 그대로 놔둬야 하는 거야?”


바스티앙은 자기 스스로 되물었지만, 뭔가가 특별히 떠오르지는 않았다.


크게 분노한 탓이었다.


바스티앙은 윌리엄에게 최선을 다했다.

직접 찾아가기도 했고, 친절하게 말하면서 먼저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것도 여러 번.


그런데 윌리엄이라는 놈은 어떤가?


직접 찾아가도 만날 생각이 없다며 돌아가라고 하지를 않나.

친절하게 굴어도 태도는 쌀쌀 맞기만 했다.


그것도 귀족인 나한테.


이 새끼가 감히 그깟 검술 실력 조금 좋다고.

하등한 용병 주제에.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그냥 두었다가는 라발 영지의 아니, 베르됭의 신분 질서가 위태로워 질 것이다.

윌리엄 그 새끼에게도 충분한 형벌을 내려줘야 한다.


그 형벌은 죽음이 적당하겠지.


벌써부터 윌리엄 그 놈의 목을 따 성문에 걸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하핫. 어떤 방법으로 죽이는 게 좋으려나?

웬만하면 그놈도 엄청난 치욕을 안기면서 죽이는 게 좋겠다.

그렇게 해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똑같은 복수가 되겠지.


바스티앙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서 웃었다.


다른 이들이 본다면 혼자 화를 내다가 웃다가 미친 게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상관없다.


내가 지금 웃긴데. 뭐 어쩌라고.


바스티앙 난장판이 되어버린 집무실에서 생각했다.


윌리엄 그 놈을 죽일 방법을.

받은 그 치욕을 되돌려주면서 죽일 방법을.


“하핫. 하하하핫. 그 방법이 좋겠네. 그렇게 하면 되겠어. 그 새끼도 이 방법에는······.”


* * *


“크흠크흠. 이상으로 바스티앙 자작님께서 전하라는 말씀은 다 전했소. 자, 어떻게 할 생각이오?”


“지금 말씀 드려야 하는 겁니까?”


“바스티앙 자작님께서 꼭 답을 받아오라고 하셨소. 그러니 지금 답해주시오.”


“그럼 잠시 다른 용병들과 상의를 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오. 다른 이들도 모두 초대한 것이니.”


나는 옆에 있던 다른 동료들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들으셨죠? 같이 저녁 식사하자고 하는데.”


“흠. 좀 확실히 찜찜한 구석이 있기는 하네요. 최근에 들은 말이나 행동으로 봐서는 뭔가가 분명히 있어요.”


“그려. 오드 말이 맞아. 저번에 윌리엄에게 들은 말도 그렇고 마냥 좋은 의도가 있는 건 아닌 거 같구먼. 에이그 그냥 거절하지?”


“그렇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귀족의 식사 참석 요청입니다. 거절하는 걸 빌미로 곤경에 빠뜨리려는 생각일 수도 있어요.”


“흐흐흐. 쟝 아저씨도 그렇고. 너무 나가시는 거 아니에요? 다른 영지민 눈치가 보이니 초대할 걸 수도 있어요. 트롤뿐만 아니라 오거까지 토벌해줬는데 그냥 보내면 뒷말이 나올 겁니다. 그걸 의식한 걸 수도 있어요. 엘로이즈 너 생각은 어때?”


"···상관없어."


“에잉. 그러고 보니 레오 말도 일리는 있구먼. 이럴 때는 사람 속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마법약이 있었으면 좋겠구먼. 한번 만들어볼까?”


발렌틴과 오드 일행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사이가 좋지 않는데 승낙하기는 찜찜하고 그렇다고 거절하기에는 그것을 빌미로 시비를 걸 수도 있다.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가나 위험하다면

내 발로 가는 게 차라리 좋다.


절대로 끌려가지는 않을 거다.

다시는.


“이왕 이렇게 된 거 가시죠. 밥이나 배터지게 먹고 오자고요.”


“윌리엄씨가 그렇다면 저희도 좋아요.”


오드를 시작으로 만장일치로 초대에 응하는 걸로 결정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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