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특성이 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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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작품등록일 :
2023.03.09 22:16
최근연재일 :
2023.04.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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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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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재앙




"어머니!! 여기서 당장 탈출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혁아, 엄마가 소원이 있어."


"소원은 저도 있습니다! 얘기는 일단 나중에..!!"


"미안하구나. 길게 설명해 줄 수는 없지만, 이기적인 엄마를 용서해주겠니?"


"나가서..!! 나가서 들을게요. 뭐든!!"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를 그만두고 억지로라도 어머니를 어디든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고 앞장서던 청년은, 곧바로 손등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이물감 때문에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어머니?"


"혁이 너는.. 네가 아직 배 속에 있을 때 이미 나를 한 번 구했단다. 몰랐지? 그러니까 아가, 이번엔 엄마가 널 구할 수 있게 해주렴."


"그럴 수는 없어요. 저 이제, 성인입..니다. 제가.."



혼란스러운 정신을 간신히 수습하며 늦게라도 주삿바늘을 뽑아보지만, 벌써 정맥으로 퍼져나간 약물은 그의 의식을 고장 난 전등처럼 순간순간 흐려놓고 있었다.


이대로 잠들면 영영 어머니를 잃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떠나질 않았다. 억지로라도 버텨보려고 이를 악물고서 다시금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끌어보려 해도, 자꾸만 힘이 빠지는 몸은 그의 의지를 배신한 지 오래였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 * *




2027년 3월 25일. 목요일 정오.


그날은 유독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았고, 따스한 봄의 기운이 살랑거리며 괜히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가지마다 보송한 꽃망울을 조롱조롱 달고서 만개할 준비를 마친 벚나무를 보며 누가 당장 자기 머리 위로 운석이 떨어지는 상상을 하겠는가.


하지만, 재앙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의 인식 범위 밖에서 서서히 몸집을 키우다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때에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이횩씌~ 오늘 점심도 지겨운 학쉭인가요?"


"아니, 집에 들리는 김에 시켜 먹게"


"왜?"


"과제 두고 와서"


"아, 미친! 그거 오늘이었냐?! 코, 콩쥐야,, 나 조떼써;;"


"재수강 어서오고~"


"개객기야.."



이를테면 너무나 일상적으로,



"선배님~ 점심, 뭐야 왜 니만 있어?"


"예슬아, 혁이 대신 오라버니가 같이 먹어줄까?"


"헐~ 선.배.님이 사주시는거에요?"


"아무렴 서씨 집안 곤쥬마마신데 당연히 사드리, 겠냐?"


"헤헤.. 인스타 디엠 확인 부탁드릴게요~"


[깝ㄴ]


[ㅗㅗ]



점심메뉴를 고민하며 오전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그런 때에 말이다.



"꺄아아아악..!!!!"


"지진이다!! 책상!!!"


"비켜!!!!!"


"아!! 밀지 말라ㄱ..!!? 썅,, 저, 저게 뭐야..?"



그날,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이 세계 각지의 터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찢겨나가며 악마들이 거주한다는 지하 세계가 열리고, 흉측한 모습의 괴생물체가 끝을 모르고 기어 올라와 지상으로 쏟아지면서부터..


2차 세계대전 이후 비교적 평화롭던 지구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괴, 괴, 괴물...!!! 도망쳐!!!!!!"


"앞에 뭐 해!!!! 빨리 나가라고!!!!!"


"씨xx!!! 다시 들어가란 말 안들려?!!!!!"


"서예슬!!!!!!"


"여기, 여기 누가 119 좀 불러주세요!!!!"



수십억 명의 비명이 하늘을 울리고, 수십억 명의 피가 땅을 적셨다.


인류가 수천 년의 긴 시간 동안 세대를 거듭하며 차곡차곡 발전시켜 이룩해낸 찬란한 현대 문명이 한낱 쓰레기 더미가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물리력이 통하지 않는 적 앞에서는 어떠한 저항도 무의미했고, 인간이 만든 무기는 오히려 멸망을 앞당겨오는 결과만 초례하고 말았다.


그러나,


모두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죽을 차례만 기다리고 있던 그때,


나라마다 주요 도시의 중심부에서 빛기둥이 솟아오르면서 끔찍한 괴생물체들이 땅 밑으로 되돌아갔으며, 수습되지 못하고 길바닥에 널려있던 시체가 모두 하늘로 떠오르더니 거짓말처럼 옷만 남기고 사라졌고,


마침내 하늘에서부터 신성한 목소리가 울려 살아남은 자들에게 닿았다.



[그대들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타락하여, 만물의 아버지이신 창조주께서 진노하시니 오늘날 이와 같은 심판을 마주하게 되었다. 지옥의 악마들이 처형의 집행자가 되어 땅을 가르고 나오니, 그대들의 문명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되리라.]


[허나, 창조주께서 피조물을 사랑하시니 그대들이 고통 속에 부르짖는 소리에 탄식하여 새로운 기회를 약속하셨다. 나는 신을 섬기는 선지자이며, 사명을 맡은바 그대들에게 구원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구원'이라는 단어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들에게 대항할 힘을 주겠다. 그들은 죄를 지어 죽음 이후 지옥으로 이송된 자들이며, 이지를 잃고 퇴화하였으나 그대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속죄하여 고등한 존재로 돌아가기 위해 마지막까지 그대들과 대적하리라.]


[이제 신의 축복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대들에게 임할 것이나, 피를 토하고 살을 찢어야만 그대들의 터전을 되찾을지니, 승리를 쟁취하고 구원을 얻으라. 이는 신의 마지막 자비가 될 것이다.]



목소리가 사라진 후에야 사람들은 계시가 있는 동안 시간이 멈춰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허공에 남겨진 옷가지들이 떨어지는 것을 멍하니 보다가 일부는 본인이 마침내 완전히 돌아버린 게 아닌지 확인하려고 그 옷들을 더듬어보기도 했다.


기적이 다녀간 이후,


살아남은 모든 사람에게는 동일한 내용의 음성 메시지가 전해졌다.



[서바이벌 퀘스트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전지대로 이동합니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완료하세요.]



인류가 줄줄이 찢겨나가는 동안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복잡한 기계 장치 속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던 말쑥한 청년에게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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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18 안부 23.03.29 32 0 12쪽
18 1-17 친구 23.03.27 47 1 12쪽
17 1-16 우연 23.03.25 39 0 12쪽
16 1-15 손절 23.03.18 41 0 12쪽
15 1-14 보답 23.03.17 42 0 12쪽
14 1-13 구조 23.03.17 42 0 12쪽
13 1-12 생존자 23.03.16 53 0 12쪽
12 1-11 박멸 23.03.16 44 0 12쪽
11 1-10 추리 23.03.15 44 0 13쪽
10 1-9 예술 23.03.15 43 0 12쪽
9 1-8 터널 23.03.14 44 0 12쪽
8 1-7 영물 23.03.14 47 0 12쪽
7 1-6 각오 23.03.13 50 0 12쪽
6 1-5 자신 23.03.13 49 0 13쪽
5 1-4 진가 23.03.12 55 0 12쪽
4 1-3 축복 23.03.12 77 0 12쪽
3 1-2 이별과 만남 23.03.11 87 2 12쪽
2 1-1 에러 23.03.11 109 2 12쪽
» 프롤로그 23.03.10 146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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