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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3.03.11 09:33
최근연재일 :
2023.05.10 09:29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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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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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2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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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서로의 미래를 건 협상

DUMMY

케이아는 어떻게든 설득해보기를 시도한다.

“ 저는.. 용사가 될 마음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히로인들을 키운 것이지 다른 의도가 없습니다. “

“ 후후.. 그런 걸 순순히 믿을 것 같으냐? “

“ 단지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서는 용사라는 존재가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용사를 샤를리에나 릴리에, 혹은 여기 계시는 프릴리아 교수님을 용사로 세울 계획만 했을 뿐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케트릭 메르칸테. 여긴 더이상 게임이 아닙니다. 현실이에요. 얼마든지 우리가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

진심이었다.

지금까지 그러기 위해서 달려왔다.

자신은 위험한 전투를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겁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겁쟁이라고 한 사람에게 그리모어를 쥐여주고 마왕과 싸우라고 한다면 백 명 중 백 명은 두려움에 떨고만 있을 것이다.

케이아의 진심을 들은 케트릭은..

비웃는다.

“ 그런 주제에 마법 연습은 열심히 하더군. 히로인들과 함께 말이야. 시험성적도 꽤 잘 나왔다지? 능력치는 충분히 올랐나? 티엔과의 호감도는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던데. “

케트릭은 드디어 만나자마자 죽이려 들지 않고 대화를 한 진짜 목적에 대해 말한다.

“ 최초의 그리모어는 네녀석이 가지고 있겠지? “

아.. 어딘가 단단히 꼬인 느낌이 들었다.

샤를리에가 변태라면서 소리치며 이상한 소문을 케이아에게 뒤집어씌우지만 않았어도 그 시험을 열심히 치지 않았을 텐데...!

애초에 능력치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최초의 그리모어가 탐났던 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단순히 케이아의 최애 캐릭터가 티엔이었을 뿐인 건데....!!!!!!!!!!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해도 이 상황에서 절대 믿지 않을 말들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일단 상대는 완벽하게 케이아가 용사가 될 마음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용사가 된다면 케트릭을 죽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전제를 뒤집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케트릭의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는 것이 좋을까.

“ ..저는 용사가 될 마음이 없습니다. 최초의 그리모어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 거짓말이다. 케이아 네 녀석이 티엔의 호감도를 먼저 올려둔 이유는 분명 천공섬으로 가는 활로를 열어 최초의 그리모어를 얻기 위해서야. “

진짜 아닌데...

케이아는 답답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케트릭 역시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한다.

진짜로 케이아는 최초의 그리모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일까?

케이아를 위험에서 지켜줄 정도로 호감도를 쌓았는데도 부족한 걸까?

아니면 오히려 지켜준 것 때문에 호감도가 내려간 걸까?

아.. 이 가능성도 있구나.

케트릭이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머리가 돌기 시작한다.

케이아에게 최초의 그리모어가 없다고 한다면 지금 이렇게 대화할 필요가 없다.

만약 용사가 될 마음이 없다고 해도 살려줄 이유는 없다.

불안한 씨앗을 괜히 남겨둘 이유는 없으니까.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케이아의 입이 천천히 열린다.

“ ...어떻게든 안 되겠습니까? 당신과 마찬가지로 저는 살고 싶습니다. 아주 조용히. 얌전히 살아가도 불만은 없습니다만.. “

케트릭은 다시 그리모어를 펼친다.

“ 안타깝군. 이 세계에서 게임의 시나리오를 아는 녀석은 단 한 명으로 족해. “

그 순간 케이아도 프릴리아도 그리모어를 펼쳐 든다.

수많은 악마들이 동시에 달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세 명은 영창을 시작한다.

“ [어둠이여. ... ] “ “ [흙이여! ... ] “ “ [얼음이여! ... ] “

-케에에에에엑!!!!!

-콰콰콰콰콰!!!!!!!!!!!

거대한 어둠이 흙으로 쌓은 장벽에 부딪히며 넘쳐흐르는 어둠이 얼음을 깨부수다 주위의 악마들까지도 덮친다.

-쩌적.

어둠과 흙과 얼음과 악마가 뒤섞여 부딪히는 가운데 케이아가 서 있는 비교적 연약한 땅이 점점 갈라지기 시작한다.

“ 읏..! 이런...!! “

“ 케이아..! 무너져 내리는 것보다 뛰어내리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할 겁니다!! 제가 막고 있을 테니 얼른 뛰어요!! “

프릴리아가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확실히 여기에 있다가는 확실하게 죽는다.

점점 케이아와 프릴리아의 옆에 악마의 시체가 날아오고 있었으며, 가끔씩 살아남은 악마들도 덤벼들고 있다.

흙을 억지로 쌓고 쌓아보고 있지만, 점점 뚫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쪽은 아직 학생과 교사. 저쪽은 왕국에서 인정한 펠리트 왕국 최고의 마법사다.

“ 큭...! 얼음보단.. 흙이 더 오래 버틸 겁니다..! 먼저 뛰세요!!! “

이 말 역시 사실이다.

애초에 흙 마법 자체가 방어마법에 특화된 마법이기 때문에 얼음보다 훨씬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 어서 말 들어요 케이아 프란츠!! “

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다.

결국, 케이아는 프릴리아의 말을 따라 절벽 끝으로 달려 폭포가 있는 오른쪽으로 뛰어내렸다.

두 명의 마법으로 아슬하게 버티던 케트릭과 악마의 공격을 한순간에 프릴리아가 혼자 도맡게 되었다.

“ 큿...!!!! “

케이아는 이미 뛰어내렸다.

그렇다면 이제 프릴리아의 차례다.

-콰아아아아아아!!!!!!!!!!!!

“ 꺅!!! “



한순간에 어둠이 절벽을 밀어붙여 버리는 것과 동시에 케이아와 프릴리아가 있던 땅을 파괴해버렸다.

“ ...그래. 평소라면 이쯤에서 물러났지. “

케트릭은 처음 프란츠가를 무너뜨릴 때도, 도적들을 보냈을 때도 경험했다.

케이아는 분명 이러고도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 흥.. 악마들을 가지고 한다는 짓이 고작 어린애 하나랑 계집애 하나를 쫓는 것이라니.. “

케트릭의 뒤에서 악마가 투덜거린다.

“ 아까의 대화를 들었으면 충분히 죽일만한 가치가 있지 않았나? “

악마는 케트릭의 말을 듣더니 코웃음 칠 뿐이다.

“ 흥. 저깟 꼬맹이가 용사가 되는 것보다 내가 천사가 되는 게 훨씬 빠르겠군. “

물론 악마는 천사가 될 수 없다.

천사를 혐오하기 때문에 천사에 관한 이야기조차도 꺼내기 싫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 큭큭.. 저 녀석을 살려뒀으면 악마가 천사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볼 뻔했군. “

“ ..아무튼, 이 정도면 네놈이 요구한 조건은 다 들어줬다고 생각하는데? “

불안정한 마왕을 진정시킨 악마들은 그 이후 케트릭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악마의 계약.

상대가 원하는 단 하나의 무언가를 이뤄주고 나머지를 전부 빼앗는 악마들만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왕의 부활이라는 악마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아이템들을 받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빼앗지는 못하는 계약이었다.

더군다나 계약 내용이 정말 이상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도 아닌 평범한 아이를 죽이는 일에 동참하라니...

물론 원치 않은 타이밍에 마왕을 부활시켜버리기는 했지만, 아무튼 필요한 아이템을 모을 수고를 덜었다.

인간은 어차피 죽여야 한다. 그 상황에서 케트릭이 중요한 인물을 죽이는 것에 협력하라고 했다.

악마들에게 있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인간들이 사는 지형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어디에 어떤 악마들을 배치할지 미리 구상해 놓을 수 있을 테니까.

그 어디를 봐도 악마에게 좋은 조건만 있었다.


케트릭 역시 더는 악마들이 멋대로 활개 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케이아를 죽이기 위해 악마의 힘을 빌렸지만 결국 먼 미래에는 자신이 용사가 되어 마왕을 해치워야 한다.

이 이상의 정보를 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마침..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악마들이 알아서는 안 되기도 하니까.

“ 나는 저 녀석을 죽이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다. 하지만 살아남았지. 이번에도 나는 저 녀석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악마는 케트릭이 하는 말을 이해했다.

“ 쳇.. 귀찮은 걸 담당하라고 하는군.. “

“ 어차피 천사도 지금은 바쁠 테니 상관없지 않겠나? 너희들 입장에서도 인간들의 땅을 분석할 좋은 기회일 텐데? “

쯧..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다니..

악마에게 있어서도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 저 녀석들이 죽은 것을 확인하고 나면 지옥으로 돌아가겠어. 그로써 우리의 계약은 종료다. “

“ 후후.. 정말 매정하게 말하는군. 악마니까 인간을 사냥하는 데 있어서 실수하지는 않겠지? 그럼 또 보도록 하지. “




“ 푸하..!!! 으윽.. 켁...! 읍...! 웩..!! “

잠시 정신을 잃었던 케이아는.. 아니.. 잠깐이 맞을지는 모르겠다.

얼마나 정신을 잃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케이아는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

여전히 다리는 물에 잠겨있는 것으로 보아 계속 강을 떠내려가고 있었나 보다.

“ 으윽... 큽... 교.. 교수님..!!! “

어떻게든 몸을 가누고 나뭇가지를 붙잡아 강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시도한다.

발목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써서는 안 된다.

“ 으읏... [불이여. 나 케이아 프란츠의 이름으로 따뜻하게 밝혀라.] “

-화륵.

케이아의 눈앞에 따뜻하고도 편안한 빛이 떠오르자 차가웠던 몸이 조금씩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점점 체온을 되찾자 조금씩 주위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한다.

분명히 기절했으며, 아직 해가 뜨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렇게 오랜 시간 기절하지는 않은 느낌도 들었다.

정말로 냉정하게 생각하자면.. 오랜 시간 기절해 있었다면 결국 체온이 내려가 케이아는 죽었어야 하는 게 맞다.

교수님은.. 안타깝게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절벽 위에서 그대로 추락했다면 죽었을 것이고 오른쪽의 폭포를 향해 뛰어내렸다면.. 케이아와 마찬가지로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거기다 절벽 위에서 마주친 적들은 악마를 잡아먹는다는 악마.

케이아가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아채고 미리 죽이러 온 또 다른 플레이어. 케트릭 메르칸테다.

이대로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죽었겠다고 생각할 리가 없다.

분명.. 추격해 오겠지.

“ 후우... 후우... 일단.. 벗어나자... “

케이아가 나뭇가지에 걸려있던 것은 분명 의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는 것은 프릴리아 교수가 폭포로 떨어졌다는 가정하에 더 멀리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크다.

케이아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강이 흐르는 방향대로 억지로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 윽...! 교수님...!! 프릴리아 교수님..! “

강을 따라 한참을 내려간 케이아는 일자로 흐르던 강이 갈라지는 부분까지 왔다.

아니.. 갈라진 게 맞는 건가..? 무언가에 막힌듯한 기분인데..

“ ..교수님..?! 교수님!! “

강줄기가 갈라진 부분까지 다가가자 케이아는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프릴리아 교수는 자신을 얼음으로 감싸서 충격을 흡수한 채로 강에 떠내려온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몸을 파고들 것 같은 얼음을 그 짧은 순간에 이 정도로 세밀하게 마법을 짜내다니.. 역시 교수는 교수인가..

“ [흙이여! 나 케이아 프란츠의 이름으로 이 강을 건너갈 길을 만들어라!] “

길이 만들어지는 것과 동시에 케이아가 빠르게 달려나가 프릴리아가 갇혀있는 얼음까지 다가간다.

“ [불이여..! 나 케이아 프란츠의 이름으로 최대한 조심스럽게.. 아니.. 그 쫌 빠르게.. 이거 좀 녹여봐...!!] “

강물이 출렁이며 방해하지만, 케이아는 겨우 다 말려놓은 자신의 옷이 다 젖든 말든 어떻게든 얼음을 녹여내 프릴리아 교수를 꺼내기 위해 불꽃을 피운다.


작가의말

음음 드디어 둘이 붙었군

마음에 들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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