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기돌발 오징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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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day7
작품등록일 :
2023.03.13 11:14
최근연재일 :
2023.04.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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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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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 열넷

DUMMY

14




핵심을 꺼내라고 했지, 중간 내용을 뚝 자르라는 말이 아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듣자는 거야 당연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점을 빼라는 게 아니에요. 이게 뭔 말인지 알잖아요.”


“아. 이해했어요.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저희 기업은 매년 시청자 투표로 사장을 뽑습니다.”

“개인방송을 통해 최다 득표를 받은 출마자가 사장이 되는 거죠.”


희한한 기업이네. 그런 가벼운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고.


기업이 무슨 장난인가.


그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자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회사 설립 13주년인 지금.”

“현재 사장은 8년 째 1위인 저희 언니입니다.”

“이번 선거는 제가 꼭 언니를 이겨야 해요.”


여자는 끝부분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커졌다. 그만큼 진심인 건 알겠다.


한편으로 불쑥 어제 본 광고의 젊은 여사장이 떠올랐다.


아까부터 이상하다 싶은 건, 그 여사장과 앞에 있는 여자가 닮았다는 거였다.


설마 하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켜서 빠르게 알아봤다.


얼마 안 가서 나대통은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제의 그 여사장이 루삥뽕 엔터의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기에 앉아 있는 건 사장의 여동생이라는 뜻이다.


나대통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상태로 총알처럼 내용을 정리하고 눈을 떴다.


“요는 언니를 제치고 사장이 되고 싶다는 거고.”

“그러기 위해선 저희 BJ가 필요하다는 거네요?”


“매니저님은 역시··· 머리 회전이 남들이랑은 다르시네요.”


여자가 은색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나대통은 이게 칭찬 받을 일인가 싶었다.


“칭찬해주시는 와중에 죄송한데, 질질 끌지 않고 묻겠습니다.”

“얼마까지 주실 수 있어요?”


여자는 웨이브 진 은색 머리칼을 뒤로 슥 넘기고 입을 열었다.


“투표 기간은 3개월입니다.”

“3개월 전속계약 조건으로 선금 100만원.”

“거기에 다달이 200만원 씩 드리죠.”

“저희 둘이 합방 중에 발생하는 소득은 7대3. 그쪽 BJ가 7이에요.”


“······.”


“단언하는데 무명 BJ에게 이렇게까지 대우하는 기업은 절대 없을 거예요.”


나대통은 잠시 턱을 긁다가 나지막한 음성으로 천천히 말했다.


“8이요. 저희 쪽이 8입니다. 또한 저희 팀이 우승하지 못해도요”

“방금 말씀하신 전속계약금은 무조건 주셔야 합니다.”


여자는 곧 갸름한 턱을 끄덕이곤 강한 시선으로 대답했다.


“좋아요. 하지만 BJ의 컨셉은 이쪽 요구사항에 맞춰주세요.”

“그리고 최대한 우승에 대해 진취적이어야 해요. 그거면 되요.”


나대통은 속으로 씩 웃었다.


솔직히 이 정도면 하늘에서 돈다발이 뚝 떨어진 거나 다름 없었다.


“좋아요. 그 정도면 저희 BJ도 절대 불만 없이 승낙할 겁니다.”


나대통은 간이 책상 반대편에 있는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자는 알몸인 나대통이 건넨 손을 꽉 잡았다.


거래가 성립되는 순간이었다.


대화가 매듭지어진 뒤였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대통은 현관까지 여자를 배웅해주었다.


여자가 현관 앞에 서서 계약서를 건네며 말했다.


“계약서를 두고 갈 테니 BJ 이름이 들어가게 서명해주세요.”

“가까운 시일에 받으러 오겠습니다.”

“그리고 매니저님 번호는 이미 업계에 밝혀져서 여러 전화가 올 겁니다.”


그 말을 하자마자 나대통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나대통은 여자가 보는 앞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스마트폰에 적힌 번호는 나대통이 아예 처음 보는 번호였다.


같이 있는 여자가 번호를 보더니 픽 웃으며 이런 말을 뱉었다.


“번호를 보니 누군지 알 것 같네요.”

“아쉽지만 제가 더 빨랐어요.”

“지금 와서 저와의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경우 없는 말은 안 하시겠죠?”


어떤 집단에서든 신용은 곧 이미지로 이어진다.


그게 이쪽 업계에서는 다를 거라고 나대통은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가져가 수신 거절 버튼을 눌렀다.


여자는 화답하듯 정중히 인사하고 안심한 얼굴로 돌아갔다.


며칠이 지나고 나대통은 계약을 끝내고 100만 원이란 돈을 계좌로 받을 수 있었다.


그게 나대통에게 선수가 되고 나서 ‘첫 수입’이었다.





*





루삥뽕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실.


호랑이 모양의 소파에 누워 있는 사람은 걸치기만 하면 값싼 것조차 비싸게 보이는 고결한 여성이었다.


그런 여성은 루삥뽕 엔터의 사장이었고, 얼마 안 가 심기가 불편한 투로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연락 하기 바로 전에.”

“그것도 넷째 동생이랑 계약을 해버렸다고?”


질문은 멀지 않은 거리에 서 있는 비서에게 향해 있었다.


이내 비서는 시선을 땅에 내려 박고 조심스레 말했다.


“네···. 설마 그렇게 빨리 움직이셨을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신기하네. 이런 기분은. 뭘 빼앗긴 적은 한 4년만인가.”


사장은 일어나지 않고 무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게 기분 나쁜 표현임을 알아챈 비서는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제 불찰입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가서 새 계약을 제안하고 오겠습니다.”

“아니면 어차피 자사의 계약이니까, 힘으로라도 저희 부서로.”


사장은 그 말을 끊었다.


“됐어. 나를 앞지를 정도로 독이 올랐잖아.”

“이런 건 가족 싸움이 아닌 사장으로 받아줘야지.”


비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말은 그대로 두겠다는 건가요?”


거기에 답하는 사장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고혹적으로 돌아와 있었다.


“출마에 관련 없는 BJ들 있잖아?”

“그 친구들 시켜서 겁만 조금 줘.”

“그러면 알아서 무너질 거야.”

“막내는 행동만 빠르지 판단능력이 심각할 정도로 형편없거든.”


비서는 상황을 파악했다는 얼굴로 답했다.


“그렇군요. 그렇게 되면 갈피를 못 잡다가 다른 출마자에게 잡아먹겠네요.”


“응. 조금 비참해지겠지만···. 이 정도는 해야 나중에 나중에 더 힘을 키우지.”


비서는 알겠다는 대답을 끝으로 사장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실내에 사장은 슬며시 눈을 감았다.


약간 아쉬운 마음이 남은 사장은 천천히 혼잣말했다.


“외적으로 닮으면 가치관도 닮을까.”

“조금 궁금했는데. 결국 알 수 없게 돼 버렸네.”





*





<₩시>



무너져 내린 고층 건물의 잔해.


그게 도로 여기저기에 굴러다녔다.


잔해 탓에 제대로 걷기조차 마땅치 않은 길 위에서, 나대통은 하품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조금 더 조마조마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라진 긴장감은 좀처럼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인다.


3시간째 발견한 몬스터가 하나도 없었다.


단 1마리도 말이다.


‘₩시’라고 말할 것 같으면, 1년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아직까지 그치지 않은 곳이었다.


즉, 이 시의 보스 격은 지금도 살아있다.


따라서 몬스터로 개판이어야 하는 장소였다.


하지만 폐허가 된 도시의 잔해만 길가에 굴러다닐 뿐이었다.


제대로 된 몬스터라곤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나대통은 언젠가부터 적응 돼버린 자신의 촉수를 손가락으로 꼬며 말했다.


“이 길 맞긴 한 거예요?”

“몬스터가 있어야 방송을 키던가 하죠.”

“방송조차 못 켜고 있잖아요 우리.”


톡 쏘는 투정은 앞에 있는 여성에게 한 것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 문제의 여성을 보았다.


여성은 짧은 민소매를 입어 배 밑의 하얀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


언뜻 보면 싸 보이는데 그런 느낌이 안 드는 것은 그 위에 입은 라이더재킷 때문이었다.


간단한 조합에도 연예인들만 느껴지는 아우라가 펼쳐지는 이 여성의 네임은 ‘AK47’다.


왜 이름이 아닌 네임으로 부르냐고.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이 여성의 직업을 알려주면 된다.


난데없이 집으로 찾아와 계약을 권유한 이 여성도 알고 보니 선수였다.


선수는 통상 네임으로 불린다. BJ네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어쨌거나 계약서 적힌 대로라면, 사장의 여동생인 이 여성과 3개월 동안 합방을 해야 한다.


목표는 출마 인원 4명 중 최다 표를 받는 것이다.


계약서도 큰 문제 없었고 선입금까지 받아서 불만이 없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는 말이다.


AK는 시청자를 늘리는 데 ₩시가 가장 좋다고 어필했다.


많은 몬스터를 죽일수록 출마자는 높은 관심을 받기 때문에, 몬스터가 상주하는 ₩시가 상대적으로 지지율 확보가 쉽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큰 틀에 있어 ₩시에 온 것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몬스터가 코빼기도 안 보일까.


메타버스 구역으로 들어와 선수로 변한 뒤, AK와 만나고 나서 줄곧 이 꼴이었다.


벌써 3시간이다. AK와 길을 헤맨 시간이 말이다.


분명 거기엔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고 나대통은 생각했다.


골치가 아픈 것은 이에 대해 고민해보자고 말을 꺼낼 때마다, 조금만 더 가면 몬스터가 나올 거라고 AK가 고집을 피워서였다.


아무래도 AK의 판단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행동력이 있지만 그 판단이 약간 허술한 타입.


AK가 그런 타입이었다.


나대통은 슬슬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인내심으로 화를 죽이며 이렇게 말했다.


“잠깐만요. 다리 아파서 그런데 조금만 쉬었다 가요.”


엄살을 부린 건 AK를 떠보기 위해서였다.


나대통은 아예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제야 밑도 끝도 없이 앞만 보고 걷던 AK도 걸음을 멈췄다.


한숨을 뱉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AK에게 꿀밤을 먹여주고 싶었지만 이 악물고 참았다.


나대통은 AK가 바로 앞까지 오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계약서엔 적혀 있지 않던데요. 혹시 말이죠.”

“BJ가 아닌 선수로서 제게 바라시는 점은 없을까요?”

“사냥에서 전위를 맡는다거나.”

“길을 앞장 서서 찾아준다거나!”


AK가 답답하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당신에게 바라는 점은 딱 하나에요.”

“그건 바로 컨셉. 저희 언니와 비주얼이 똑같으시잖아요?”

“그러니까 그 흉내를 내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거에요.”


나대통은 그 말을 곱씹은 뒤 속으로 서글프게 웃었다.


방금 말본새로 대충 견적이 나왔다.


그러니까 AK는 겉모습 하나만 보고 계약을 권유한 것이다.


선수로서 함께 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생사를 함께 한다는 건데, 거기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게 훤히 보였다.


겉면만 본다고 해야 할까.


내실이 상당히 얕지만 뭐 좋다.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뚜렷해졌으니까 말이다.


‘꼴통 같은 년. 현 시간부로 길잡이 역할은 이 나대통이가 한다.’


나대통이 그런 결심을 하는 때였다.


옆에 있던 AK가 이제 좀 움직이자며 쿠사리를 주었다.


나대통은 그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고 앉은 채로 스마트폰을 켰다.


근처에서 방송하는 BJ를 샅샅이 찾아볼 필요가 있었다.


현재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는데 이 방법이 가장 알맞다고, 나대통은 생각했다.


그 같은 짐작은 얼마 안 가 고스란히 들어맞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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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촉수 스물하나 23.04.05 29 1 11쪽
20 촉수 스물 23.04.04 34 1 12쪽
19 촉수 열아홉 23.04.01 30 1 12쪽
18 촉수 열여덟 23.03.31 23 1 11쪽
17 촉수 열일곱 23.03.30 37 1 11쪽
16 촉수 열여섯 23.03.28 27 1 11쪽
15 촉수 열다섯 23.03.26 19 1 11쪽
» 촉수 열넷 23.03.24 31 1 11쪽
13 촉수 열셋 23.03.23 32 1 12쪽
12 촉수 열둘 23.03.22 28 1 12쪽
11 촉수 열하나 23.03.19 22 1 12쪽
10 촉수 열 23.03.18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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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촉수 여덟 23.03.16 26 1 11쪽
7 촉수 일곱 23.03.15 35 1 12쪽
6 촉수 여섯 23.03.14 44 1 11쪽
5 촉수 다섯 23.03.13 56 1 11쪽
4 촉수 넷 23.03.13 41 1 13쪽
3 촉수 셋 23.03.13 49 1 14쪽
2 촉수 둘 23.03.13 58 1 14쪽
1 촉수 하나 23.03.13 14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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