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기돌발 오징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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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day7
작품등록일 :
2023.03.13 11:14
최근연재일 :
2023.04.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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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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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 스물여덟

DUMMY

28




멀어져가던 의식도 안개가 걷힌 것처럼 맑아져 갔다.


빠르게 망가져 가던 몸에 이 정도의 약효가 나타날 정도니, 이후에 생길 후유증이 두렵기까지 했다.


나대통은 잡념을 지웠다.


거센 후유증이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부터 처리해야 했다.


나대통은 올곧은 시선으로 바로 앞에 있는 몬스터를 노려보았다.


타투건으로 의태한 몬스터. 놈의 몸 전체가 거의 복구된 상태였다.


잘렸던 두 다리가 전보다 더 튼튼히 복구돼 있었고, 잘렸던 양팔도 복구되기 직전이었다.


앞으로 몇 초 후면 몬스터는 다시 피 튀기는 싸움에 돌입하려 들 것이다.


나대통은 미간을 가운데로 모으고 말했다.


“아쉽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나대통의 촉수가 하나의 거대한 검이 되었다.


이윽고 검이 유백색의 궤적을 남기며 몬스터를 갈랐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검에 몬스터는 아주 반듯하게 이등분 되었다.


나대통은 멈추지 않고 거대한 촉수검을 휘둘렀다.


머지않아 몬스터는 신체 부위가 하나씩 떨어져 조각난 모습이 되었다.


나대통은 마지막으로 거대한 촉수검을 여러 갈래로 나눴다.


다발의 촉수가 몬스터의 조각 난 몸을 공격했다.


바람마저 얕게 썰리는 소리가 났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나대통 앞에 있는 몬스터는 더는 재생 할 수 없을 만큼 발부터 머리까지 잔혹하게 세절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재생조차 못 한다.


나대통은 그런 표정으로 숨을 내쉬었다.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잘게 잘린 몬스터 사체 위에 작은 큐브가 떠올랐다.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붕 뜬 작은 큐브는 싸움의 종식을 알리고 있었다.


나대통은 큐브를 보고 나지막이 웃었다.


자신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 몬스터를 죽였다는 증거.


그게 바로 앞에 있었다.


마침내 이겼음을 앞에 있는 증거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큐브는 결사적으로 싸운 자신에게 적잖은 위로가 되었다.


나대통은 그 마음을 곱씹다가 손을 내밀었다.


일순 번쩍 하고 빛이 일었다.


큐브는 더 작은 큐브 입자로 변해 제자리에서 휘돌았다.


나대통은 입자가 몸에 흡수 되도록 팔을 쭉 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나대통은 의아했다. 흡수가 시작되고도 남을만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큐브 입자는 그 자리에 있었다.


게다가 흡수되긴커녕 아예 다른 모양으로 변하려 했다.


‘뭐야··· 아직도 뭔가 남은 건가?’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는 건가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큐브는 생명체가 아닌 사물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잘 보니 그 모양은 한 자루의 검이었다.


새하얀 순백의 검은 분류하자면 도(刀)에 속해 있었다.


어림잡아 105cm 정도 돼 보이는 순백의 도는 새하얀 눈으로 만든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창백했다.


검을 잡고 가르면, 물질 속의 보이지 않는 형질.


이를테면 사람을 베었을 때 그 마음마저 벨 것 같은 창백한 칼날을 가지고 있었다.


좀 전의 큐브는 이제 온데간데없고 그런 검 하나만 허공에 둥 떠 있었다.


나대통은 조심스레 손을 검에 가져다 댔다.


그렇게 검을 잡은 순간이었다. 주위로 보이지 않는 잔잔한 일렁임이 일어났다.


나대통은 시원스레 밀려오는 밤바다의 파도에 발을 담근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저 검을 잡은 것만으로 청량한 감각의 편린을 맛보고 있었다.


편린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 뒤 나대통의 머리 속에 알림음이 띠롱 하고 울렸다.


‘신성심검(神聖心劍)’


신성심검을 쥔 자는 두 가지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신성심 기일섬(神聖心 氣一閃). 베어낸 대상의 해악을 떨어뜨립니다.


둘째는 신성심(神聖心). 검을 쥔 자의 저주와 내상을 통찰할 수 있습니다.


현재 검의 주인은 환약이 일으키는 내상. ‘양두구육’에 대한 피해를 받고 계십니다.


검의 주인이 내상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까지 앞으로 1분 37초···.


나대통은 눈이 커졌다.


숫자가 내려가는 소리. 그게 머릿속에서 또박또박 들려오고 있었다.


머릿속의 경고가 사실이라면 정말 위험하다.


₩시의 비가 서서히 멎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가 그치면 변신이 풀리게 된다. ₩시의 내부에서 쓰러질 경우 여자에서 남자로 돌아가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도 있었다.


머릿속의 경고가 사실이라면 지금은 일단 뛰어야 했다.


나대통은 검을 든 채 발을 뗐다.


네 발자국 뛰었을까. 심장이 쿵쿵 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쇳덩이로 심장을 두방망이질 하는 것 같았다.


“으윽···.”


나대통은 그렇게 심장을 붙잡고 헉헉거렸다.


이젠 더는 뛰지 못할 정도로 발이 무거웠다.


몸 이곳저곳이 얻어맞은 것처럼 부어올랐다.


무엇보다 심장이 터지기 직전처럼 뜨거웠다.


괴로움을 억지로 참으며 주변을 살폈다.


적어도 폐건물에 들어가 몸을 숨겨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대통은 자신의 측면에 무너질까 말까 한 폐건물을 발견했다.


나대통은 한 쪽 발을 질질 끌고 어떻게든 폐건물을 향해 걸었다.


머지않아 폐건물에 정면에 섰을 때였다.


나대통은 윽, 하는 외마디와 함께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폐건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 것이다.





*





하얀 천장.


나대통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제일 먼저 하얀 천장이 보였다.


알싸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건드렸다.


주위를 둘러보자 넓은 병실의 내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침상 5개는 더 들어올 만한 내부였지만 침실은 달랑 하나밖에 없었다.


하나 있는 침상은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었다.


‘1인실인가. 가격이 장난 아닐 텐데.’


나대통은 자신밖에 없는 빈 병실을 둘러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고개를 돌리다가 문득 시선을 멈췄다.


시선이 고정된 곳은 창문이었다.


벽의 한 면을 메우는 큰 창문. 그 너머로 고층 건물들의 꼭대기가 일직선 상으로 보였다.


시선이 얼어버린 이유는 자신이 고층 병실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서가 아니었다.


창문으로 비추는 자신의 모습 때문이었다.


반사된 자신의 모습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의 모습이었다.


아직 변신이 풀리지 않은 것이다.


나대통은 침을 꿀꺽 삼키며 머리를 회전시켰다.


밖에 비나 눈이 오고 있는 건가?


창문 너머를 보았다. 밖은 적적한 어둠이 서린 평범한 밤하늘이었다.


눈이나 비는 오고 있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놀란 나머지 침실의 이불을 차버렸다.


그렇게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이불 맡에 가려졌던 물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쓰러지기 직전 얻었던 검이었다.


나대통은 본능적으로 검을 만졌다.


-신성심검, 신성심(神聖心)이 검의 주인을 통찰합니다.


현재 검의 주인은 환약이 일으키는 내상. ‘양두구육’에 대한 피해로 평소의 이성적인 자신과 내면의 어두운 자신이 뒤바뀐 상태입니다. 내상을 치료하기 전까지 증상은 유지됩니다.


“···뭐라는거야?!”


너무 놀라 거의 윽박지르다시피 소리쳤다.


그러자 넓은 병실의 한 구석에 있던 문이 철컥 하고 열렸다.


“···크라켄 씨?!”


문을 열고 들어온 건 AK였다.


복부에 붕대를 감고 있는 AK가 나대통 쪽으로 빠르게 뛰어왔다.


“크라켄 씨, 괜찮아요?”


나대통은 거기에 대답하지 못하다가, AK가 의사를 부르려고 하자 허겁지겁 괜찮다고 말했다.


당황한 마음을 어떻게든 억누르는 나대통은 얼른 머리를 회전시켰다.


현재 상황을 냉정히 바라보아야 했다.


자신을 이해시키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시 후 나대통은 눈을 꼭 감다 뜨는 것으로 이런 말을 자신에게 되새겼다.


‘오히려 좋아.’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자신이 여자라는 건 지금도 능력이 유지된다는 뜻이었다.


기후 밖으로 나가면 힘을 쓸 수 없는 일반 선수와 다르게 자신은 기후 밖에서도 능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촉수는 힘을 덜 주는 것으로 평범한 머리칼처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정체를 들킬 걱정도 없었다.


단점은 딱 하나였다.


다년간 같이해 온 다리 사이의 절친.


그 놈과 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나대통은 억지로 부정적인 생각을 밀어 넣었다.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만 마음에 남겼다.


잠시 후 나대통은 주제를 바꿔 AK를 향해 입을 열었다.


“복부는 아프지 않아요?”


“그 쪽 몸부터 걱정하셔야죠.”

“제 상처는 경미한 편이에요.”


AK는 자기 상처에 대해선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대통을 우선시했다.


나대통은 AK의 부축을 받으며 반 강제로 침대에 다시 눕게 되었다.


얌전히 침대에 누운 나대통에게 AK가 물었다.


“정말 의사 선생님 안 불러도 되겠어요?”


“멀쩡해요. 그보다······.”


나대통은 숨을 길게 뱉어내고 말을 이어붙였다.


“어떻게 됐어요? 제가 쓰러지고 난 후에.”


“그건···. 제가 말하는 것보다 방송을 보는 게 빠를 거예요.”


AK는 그렇게 말한 뒤 실내에 있는 텔레비전을 켰다.


키자마자 화면 안에 정갈한 아나운서가 나왔다.


“₩시에 현장에 나와 있는 김기자입니다.”

“보시다시피 ₩시에 1년 전부터 내리던 비는 현재 그친 상태입니다.”


텔레비전 속 화면 전체가 비가 그친 ₩시를 보여주었다.


“불과 몇 시간 전 거대한 알이 ₩시 중심에 나타났었는데요.”

“그 안에서 부화한 몬스터가 죽은 뒤 ₩시의 비가 멈추었다고 합니다.”


“몬스터를 죽이기 위해 많은 선수들이 참여했으며, 그 안에서 집계된 사망자만 80명이 넘어 많은 시민이 슬퍼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보다 낮은 톤으로 말을 계속했다.


“부화한 몬스터의 섬멸에 앞장선 건 희생된 선수들과 더불어···.”

“‘루삥뽕 엔터테인먼트’ 임원 타투건 씨.”

“···워터 씨.”

“···AK 씨.”

“···개인 BJ 대학생 검사 씨.”

“그리고···.”

“크라켄 씨입니다.”


나대통은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타투건과 워터의 몸 상태였다.


곧 그에 대한 답이 아나운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현재 타투건 씨와 워터 씨는 중태로 집중치료실에서 수술 중에 있다고 합니다.”

“시민의 한 명으로 조속한 호전을 기원합니다. 다음으로.”

“저희 방송국에서 단독 입수한 영상을 틀어드리겠습니다.”


타투건과 워터의 상태가 많이 심각해 보였다.


나대통은 마음이 뒤숭숭해져 텔레비전을 끄려 했다.


그런데 AK가 이를 막았다.


“문제는 지금부터 나올 동영상이에요.”

“영상은 이미 플랫폼에서 확산되었어요.”


AK의 진중한 목소리에 나대통은 리모컨을 내려놓고 화면을 보았다.


잠시 후 보이는 영상에서는 나대통이 나왔다.


정확히는 촉수에 힘을 준 나대통이었다. 그 맞은편에는 타투건으로 의태한 몬스터가 있었다.


둘은 거리를 벌렸다가 좁히면서 싸우고 다시 공중으로 올라갔다가 지면으로 곤두박질치며 싸움을 이어갔다.


나대통은 그 장면을 보고 피부에 기억된 치열한 전투였다며 속으로 되뇌었다.


어느새 전투는 종막에 다다라있었다.


동영상 속 나대통은 몸을 회복한 상태로 몬스터 앞에 당당히 섰다.


그 뒤 몬스터의 육체를 훅훅 갈라버리고, 마침내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 나대통의 모습이 영상에 비쳤다.


일순 영상 속 나대통이 휘청했다.


마지막 일격을 가하지 못하고 휘청하더니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반대로 몬스터는 재생되기 시작했다.


영상 속의 나대통은 고통을 참는 얼굴을 하다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별사탕 모양의 알약.


이때 영상 속 카메라의 줌이 확 당겨지며 알약을 클로즈업 했다.


아무리 봐도 의도적인 클로즈업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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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촉수 스물아홉 23.04.19 20 1 12쪽
» 촉수 스물여덟 23.04.18 43 1 12쪽
27 촉수 스물일곱 23.04.16 19 1 11쪽
26 촉수 스물여섯 23.04.15 25 1 11쪽
25 촉수 스물다섯 23.04.14 23 1 12쪽
24 촉수 스물넷 23.04.13 21 1 13쪽
23 촉수 스물셋 23.04.11 27 1 11쪽
22 촉수 스물둘 23.04.07 34 1 11쪽
21 촉수 스물하나 23.04.05 29 1 11쪽
20 촉수 스물 23.04.04 34 1 12쪽
19 촉수 열아홉 23.04.01 30 1 12쪽
18 촉수 열여덟 23.03.31 23 1 11쪽
17 촉수 열일곱 23.03.30 37 1 11쪽
16 촉수 열여섯 23.03.28 27 1 11쪽
15 촉수 열다섯 23.03.26 19 1 11쪽
14 촉수 열넷 23.03.24 30 1 11쪽
13 촉수 열셋 23.03.23 32 1 12쪽
12 촉수 열둘 23.03.22 28 1 12쪽
11 촉수 열하나 23.03.19 22 1 12쪽
10 촉수 열 23.03.18 28 1 11쪽
9 촉수 아홉 23.03.17 32 1 12쪽
8 촉수 여덟 23.03.16 26 1 11쪽
7 촉수 일곱 23.03.15 35 1 12쪽
6 촉수 여섯 23.03.14 44 1 11쪽
5 촉수 다섯 23.03.13 56 1 11쪽
4 촉수 넷 23.03.13 41 1 13쪽
3 촉수 셋 23.03.13 49 1 14쪽
2 촉수 둘 23.03.13 58 1 14쪽
1 촉수 하나 23.03.13 14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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