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요괴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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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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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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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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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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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찾아가다

.




DUMMY

6화


“꺄아아악!”


민규가 사는 아파트는 아비규환이었다.

갑자기 배수구, 하수도, 베란다 창틀을 타고 올라오는 쥐떼가 아파트를 덮었다.

사람들은 지붕에서 뚝뚝 떨어지거나, 베란다에 쌓아둔 박스 사이로 수없이 쏟아지는 쥐떼를 보고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에.. 엘리베이터로 가! 얼른!”

“아빠, 아빠! 쥐! 쥐!”


사람들은 일단 아파트를 떠나려 했지만, 곧 집으로 다시 뛰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계단은 시커멓게 쥐떼가 뒤엎었고,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사람 신발만큼 커다란 쥐떼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복도에는 어떻게든 쥐떼와 멀어지려는 사람들이 서로 등을 붙이고 엉엉 울고 있었다.

2,3층 주민들은 밖으로 매트리스와 이불을 던지고 그 위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 그래서 강성이는 너희가 죽인 거라는 거지?”


민규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를 뒤로하고, 윤권에게 다시 물었다.


“하핫.”


윤권은 즐겁다는 듯 낄낄 웃었다. 집 안 꼴은 가관이었다.

쥐떼들이 온 집안을 점령했다. 아파트에 있는 쥐들이 명령을 받은 쥐라면, 이 곳에 있는 쥐들은 일반 쥐가 아니었다.

서묘족이 되지는 못 했지만, 그 후보에 들 수 있는 쥐들이었다.

500ml 생수병만한 크기에 꼬리가 길게 이어졌다. 눈은 시뻘겋게 달아올라있고, 발톱은 장판을 찍을 때마다 구멍이 콕콕 찍혔다.


위압감이 느껴질만큼 수천마리의 쥐떼가 모두 민규만을 쏘아보고 있음에도, 어떤 반응도 보이질 않았다.

아니, 굴러가는 비닐봉지를 봐도 이것보다는 훨씬 더 반응이 있을 것 같았다.


“아닙니다. 저희가 그럴 리 있겠습니까.”

“어떻게 믿지?”

“생각해보십시오. 제 주인께서 원하시는 것은 형님인데, 형님하고 처음부터 싸워서 뭘 하겠습니까? 차라리 저희 스타일이라면.. 그 친구분을 미끼로 형님을 옭아맸을 겁니다.”

“.... 그럼 누구지?”

“누구긴요, 처음에 정보를 받은 쪽 아니겠습니까?”


윤권은 딱 하고 손가락을 부딪혔다. 그러자 온 아파트를 뒤덮은 쥐떼들이 다시금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밖에는 경찰차에 소방차, 기자와 구급차가 와 있었다.

쥐떼들은 삽시간에 움직여 계단을 사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계단에서 뛰쳐 나오기 바빴다. 민규가 있는 곳에서 지하까지 계단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서 있지 않았다.

윤권은 이제 여기를 벗어날 생각이었다.


“자, 이게 제 명함입니다.”


윤권은 싱크대 위에 자신의 명함을 올려두었다.


“아마 다른 쪽에서도 움직일 겁니다. 제가 이렇게 시끄럽게 일을 벌인 이유가 뭔 지 아십니까?”

“... 뭔데?”

“다른 사람들 보라고 그런 거죠, 뭐. 이 정도로 일을 키웠음에도 형님을 건들지 못했다 이렇게 말입니다.”

“그래서?”

“형님을 탐내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을 겁니다. 형님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말입니다.”

“나는... 내 친구를 그 더러운 판에 끌어들인 사람만 찾으면 돼.”

“.. 찾기 쉬울 겁니다.”

“너는 알고 있어?”

“압니다만, 형님도 알고 있을 겁니다.”

“뭐?”


윤권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저 사람은, 코 앞까지 불행이 찾아와도 인정하고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 모두가 처음은 그러하니까.

윤권은 쥐가 만든 벽을 지나,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그 누구도 윤권의 흔적을 찾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윤권은 민규에게 빚을 하나 지어놓는 것도 괜찮겠지 생각했다.


“만나보셨잖습니까, 이름까지 알려드릴까요?”


-


“제.. 제발, 제발! 이번 판에는 진짜, 진짜 자신 있다니깐요!”

“아이고, 정뚜. 그 얘기 도대체 몇 번째요?”

“내가.. 내가 잘 물어다 주잖아요! 그러니까.. 딱 1천만원만 더 대 줘요.”

“허헛. 이봐요, 정뚜. 그 쪽 애기들 그만 받으라고 위에서 내려왔어.”


정뚜는 정유진. 강성의 장례식장에서 민규와 만난 바로 그 직장상사였다.


“... 뭐라구요?”

“정뚜가 보내주는 애들, 다 뒤끝맛이 별로라고 위에서 이제 그만 받으래.

그러니까 돈 더 빌리고 싶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와. 우리 정뚜 정도면.. 어디가서 돈 많은 놈팡이는 물어올 수 있잖아?”


킬킬킬-


기분나쁜 웃음소리가 들렸음에도 정유진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하우스장이 성회롱을 하는 것보다 더 충격인 것이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은, 다니는 회사 신입들을 데리고 올 수 없다는 얘기가 너무나 충격이었다.

정유진은 이를 으득 물었다.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했는데!

하우스장의 앞으로 바짝 다가갔지만, 투명한 아크릴 판이 가로막고 있었다.

하우스장은 피식 웃으며 정유진에게 오만원권 세장을 내던졌다.


“자, 오늘은 이걸로 집에 가고.. 그만 가쇼.”

“.... 진짜로.. 진짜로 내가 신입들 데려와도.. 안 받아줄 거에요?”

“어쩌겠어? 우리야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건데, 하지 말라잖아.”

“이번 신입은 진짜 괜찮아요! 저번 ... 그 새끼처럼 혼자 자살할 놈 아니라구요!”


바락바락 지르는 소리에 하우스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

아무리 자기 목숨값, 아니 자기 가족 목숨값을 가지고 도박판을 벌리는 곳이라고 해도 자살이라는 단어가 쉽게 넘어갈 곳은 아니었다.

하우스 안이 고요해지는 걸 너무나 싫어하는 하우스장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


“... 씨발.. 적당히 봐줄랬더니만.”


하우스장은 아크릴판을 휙 하고 안으로 끌어 당겨 열었다.

자기가 뭘 한 건지 아직 이해를 못하는 정유진의 목을 잡아다가 쾅- 하고 아크릴 판에 패대기쳤다. 피가 튀고, 악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정유진을 향해 달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하우스 안은 다시금 소란스러워졌다.

정유진을 몇 번이나 패대기친 하우스장이 씩씩 거렸다.


“적당히 봐줄랬더니만, 어디서 개소리를 지껄여? 내가 죽였어? 어? 우리 하우스에서 그 새끼한테 공사라도 쳤냐고!”


정유진은 파들파들 떨리는 몸으로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지만, 완력의 차이는 벗어날 수 없었다. 하우스 안의 손님들 들으라고 버럭 버럭 소리지르는 하우스 장의 말은 모든 게 거짓이었다.

바로 멱살을 잡힌 정유진과 하우스장이 서로 합을 맞춰, 신입들을 벗겨먹은 게 몇 번인가.

손으로 샐 수 없었다.


정유진은 인사부 팀장과 오랜 친구였고, 면접에도 참여할 만큼 신임을 얻고 있었다.

면접을 볼 때마다 정유진은 혼자 살거나, 가족들과 교류가 없는 지원자를 찾았다.

그리고 그 지원자를 뽑도록 밀어붙이곤 했다.

그러다가 뽑힌 직원을 천천히 감아, 하우스에 데리고 왔다.

보통은 신입 환영회때, 카드를 가볍게 치는 임원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야망을 부추기면 끝이었다. 카드를 배울래? 내가 잘 아는 곳이 있다.

나랑 같이 가자, 그러면 너에게 [사기]칠 사람은 없다. 라고 속삭였다.


정유진을 찰떡같이 믿는 신입들은 그렇게 하우스에 찾아왔다. 처음에는 돈을 따고, 하우스장이 자주 찾아오지 말라며 동생처럼 살뜰히 챙겨주었다.

그렇게 천천히 스며든 신입들은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돈을 따면 즐거웠고, 그냥 구경만 하러 찾아오기 시작하면 게임은 끝이었다.

어느 순간 정유진은 그 신입에게 [그만 가]라며 화를 내고 빠졌다. 그 이후는 하우스장의 독무대였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꽤 괜찮은 중소기업] 정직원이 가능한 대출등에 있었다.

너무 대기업은 시끄러우니, 야금야금 파먹혀가는 곳이었다. 정직원이지만 신입이니, 어느새 회사에서 사라져도 누구도 찾지 않았다.


그러나 강성 사건 이후, 정유진은 [팽]당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나타나기만 해 봐, 아주 얼굴을 갈아버릴 테니까.”


하우스장은 으름장을 놓았다. 정유진을 내쫓는 것으로 보일 테지만, 아니었다.

정유진은 이제 도박판을 떠날 수 없었다. 여기를 나서는 순간, 다른 도박판을 찾을 거였다.

그리고 그 도박판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기에 하우스장은 더욱 더, 실컷 잔인해질 수 있었다. 원래는 자기 판에서 싹 다 벗겨먹을까 했지만, 이 여자는 볼 때마다 재수가 없었기에 다른 하우스장에게 넘기기로 한 참이었다.

지금까지 자기를 대접해야 할 것 아니냐고 바락거리던 여자에게, 실컷 분풀이를 할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흐.. 흐윽..


하우스장에게 얻어터진 정유진은 얼굴을 대충 스카프로 가린 후, 도로를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원래대로라면 집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오늘은 그 차를 탈 자신이 없었다.

하염없이 걸어가던 정유진의 옆에, 차 한 대가 속도를 늦췄다.


“... 혼자 어디가세요?”


초로의 중년 여인이었다. 50이 넘었을까.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인은 정유진이 혼자 도로에 걷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으니 타라고 했다. 정유진은 잠깐 멈칫했지만, 무해한 얼굴의 여자의 차에 올라탔다.


“어휴. 얼굴이 왜 그래요?”


여자는 쯧쯧 혀를 차며 뒤에서 물티슈를 찾으라고 했다.


“어.. 없는데요?”


정유진의 말에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요? 매번 차에 실어두는데. 그런데 얼굴..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혼자.. 걷다가 굴렀어요.”

“... 그래요, 뭐 말하기 힘든 일도 있죠.”

“...”


차는 한참을 달렸다.

하우스답게 아주 깊은 동네에 처박힌 탓에, 대로변까지 나가는데는 한참이 걸렸다.

운전하던 여자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맞다. 앞에 열어 볼래요? 그 안에 대일 밴드 있어요. 우리 손주가 하도 넘어져서 내가 챙겨둔 거 있거든요.”

“... 괜찮은데.”


정유진은 솔직히 좀 귀찮았다. 이 여자의 배려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여자는 얼른 손짓을 했다.


“열어 봐 요. 어휴.. 그렇게 두었다가 이쁜 얼굴에 흉지면 어떡해요.”

“.... 네.”


달칵-

대시보드가 열렸다. 검정 비닐봉지에 뭐가 들어 있는 지 대시보드를 다 채우고 있었다.

검정 비닐봉지를 열자 무언가 검고 투명한 네모 상자들이 있었고 그 위에 대일밴드가 보였는데, 멈칫 손이 나가지 않았다.

비닐 봉지 안의 네모 상자들은 전부 뜯지 않은 새 화투패였다.

비닐을 뜯지 않은 화투패가 가지는 의미를 알기에, 정유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달달달 떨리는 손으로 대일 밴드를 꺼내 얼굴에 붙였다. 그때까지 대시보드를 닫지 않았다.

여자는 고개를 흘깃 했다가 깜짝 놀라며 운전하다가 대시보드를 쾅 닫았다.


“... 그.. 시.. 심부름이에요.”

“시... 심부름이요?”

“응. 내가 종종 심부름을 하려고 사놓는 거에요.”


정유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모든 하우스에는 [심부름꾼]이 있었다. 그네들이 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새로운 카드나 새로운 화투를 사오는 일이었다.

어떤 탄[사기를 치려고 화투패나 카드에 표시를 하는 것]을 쓸지 모르니, 화투패는 매번 새 것을 뜯는 게 불문율인 곳이 많았다.

비닐로 봉인된 새 화투패를 뜯는 게 일이다보니, 심부름꾼들은 새 화투패를 쟁여두는 게 일이었다.

그걸 모를리 없는 정유진이었다. 바로 1시간도 전에 하우스장에게 얼굴이 팅팅 부을 정도로 얻어터졌지만, 정유진의 눈이 반짝였다.


“... 심부름장소에.. 저도 갈 수 있을까요?”

“.. 지금요?”

“네. 꼭 가고 싶어요, 저... 데려가 주세요.”


초로의 연인은 속으로 풋 하고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려는 그 순간.


콰콰쾅!


차가 무언가를 들이 받았다.

아니 들이받은 걸까, 무언가가 들이 받은 걸까,


콰가가강!


도로 밖으로 튕겨나간 차를 바라보며 주변을 휘휘 둘러보는 사람이 있었다.

늦은 시간, 인적없는 도로답게 불빛 하나 없었다.

민규는 후우- 하고 한숨을 쉬며 도로 밖에 튕겨나간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윤권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장례식장에서 본 그 정유진. 그 사람이 형님의 친구를 그 지옥으로 끌고 간 사람입니다.”




제 글을 읽고 잠시라도 즐거우시기를 바랍니다.


작가의말

제 글을 읽고

잠시라도 즐거우셨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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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남자, 서묘족 23.03.16 19 0 13쪽
3 3. 방문 23.03.15 21 0 12쪽
2 2. 샤먼 23.03.14 22 0 12쪽
1 1. 장례식장 23.03.14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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