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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ek
작품등록일 :
2023.03.30 22:00
최근연재일 :
2023.05.0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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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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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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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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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나이저

DUMMY

“노다지다!!”


곤잘레스가 번쩍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아닌게 아니라 존시 주변으로 한참을 찾아헤매던 원혼의 결정,

새까만 마석이 층층이 쌓여있는 것이었다.


“뭐 해, 빨리 거들어!”


그새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마석을 뿌리채 뽑아내는 곤잘레스였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차마 눈을 뜰 수 없는 수준의

희뿌연 석회가루가 사방에서 날리고 있었다.

김연풍은 그저 멍하니 굳어버린 존시를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채였다.


- 스, 스톰..?


그런 그의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한 친숙한 음성이 들려왔으니.


“···? 테레사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산넘어 산이었다.

거대한 바위 너머 벨루아 어학원의

간판 직원 테레사가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던 것이다.



- 저, 스톰님? 괜찮으신건가요?


임무를 멋지게 완수한 제임스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어왔다.

이에 김연풍이 부르르 머리를 털며 우선순위를 정리한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두 분 아녔으면 왔던 길 도로 올라가고 있었을거예요.”


- 감사는 무슨, 상황 잘 정리되면 나중에 저희 집이나 한 번 들러주세요.

제임스가 정말 기뻐할거예요. 물론 저 역시 크나큰 영광일겁니다.

- 언제든 불러주십쇼!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갈라진 땅이 다시금 몸살을 한다.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 본드네 부부였다.


<저 석고상, 레미 보내던 날 우리집 근처에서 서성이던 그 놈 아니냐옹..?

왜 저기 저러고 있는거다냥···>


밉상 존시에 테레사까지. 어학원에서 단체로 현장학습이라도 온 건가.

구덩이 너머 여태 눈물을 훔치는 그에게 김연풍이 영문을 물어왔다.


“대체 어떻게 된거야, 어디 다치진 않았어?”


- 으, 응.. 흑.. 나는 괜찮은데··· 존시.. 우리 존시가···흐아앙···


익숙한 얼굴의 등장에 아예 목놓아 대성통곡을 하는 테레사였다.


‘우, 우리 존시? 아빠 빽 등에 업은 재수탱이라더니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거야···?’


그런 그를 겨우 진정시켜 듣게 된 사연은 이러했다.

얼마 전 담력 테스트를 다녀왔다는 존시의 일행이

숲에 심상찮은 기류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려왔고.

이에 동물에 대한 그 마음만큼은 항상 진심이었던 존시가 여자친구

테레사와 함께 ‘순찰’을 돌러 단둘이 이 곳에 발을 들였다는 것이다.


“테레사! 존시는 몰라도 너는 그것보단 분별력 있잖아.

가루의 숲 상황이 어떤지 뻔히 알면서 둘이 왔단 말야? 아무런 대책도 없이?”


속상한 마음에 김연풍이 언성을 높였다.

공부 머리는 영 꽝이었어도 사리분별엔 밝은 테레사였다.

이렇듯 우연히 마주치지 못했더라면···


- 처, 처음엔 우리도 엄청 조심하면서 초입 부근이나 들락날락하는 수준이었어.

근데 이게 두 번, 세 번째가 되니까··· 존시가 마음이 놓인 건지

자꾸만 더 깊숙이 들어가..흑···더라고···흑흑··· 네 말대로 내가 말렸어야 하는 건데···


정답보다 오답을 더 많이 외치던 멍청이 존시는,

김연풍와 같은 애니멀 텅 스킬의 소유자였다.

먹을 것을 잔뜩 챙겨 숲을 오가던 그에게 굶주린 사슴 한 마리가

숲의 사정을 설명해주었고, 이에 투지에 휩싸인 철부지 두 명이

싸구려 지팡이를 구입한 게 현 사태의 화근이었다.


어느새 테레사 옆 자리를 잡은 곤잘레스가 거들었다.


“정확히 무슨 주문을 시전한거지?”


- <스토나이저> 였어요. 그러게 체리가 하는 말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고

수차례 경고를 했는데..흑···


그 말에 김연풍의 미간이 단박에 좁혀진다.

‘체리’는 단언하건데 오벨리오 거주민들 중 가장 무례한 인물이었다.

막무가내 벨라보다 더 심각한 싸가지의, 공주병 말기

제멋대로 기분파 벨루아 어학원 D반의 실세였던 것이다.

김연풍이 구태여 체리를 떠올리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어학원 스케줄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기억에서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스토나이저>···? 설마, 바위로 바위를 깨려는 심산이었던거야?

나 원, 참. 야. 파란마리. 네 친구들 죄다 저렇게 돌머리들이냐.”


[NEW! 주문 : [스토나이저] / 스펠 타입 : 경직 / 계열 : 돌&땅

대상을 일시간 ‘석화’시키는 주문으로 몬스터 외의 대상에겐

그 시전이 금기시되어있다. 시전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에 비해

지속 시간이 매우 짧다.

이에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이지 않아 이름값을

못 하는 주문이라 조롱당한다.

*시전 대상이 자신보다 상급일 경우 주문 자체가 튕겨져 나오게되니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주문이므로 웬만하면 사용하지 말도록 하자.

*마법사를 동경하던 ‘인간’이 만들어낸 주문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상태창을 확인한 김연풍이 아연실색하였고.

이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존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을테다.

게다가 독사같은 체리의 감언이설까지 더해졌다면.

연달아 주문을 시전했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무려 마석을 대치한 상황이었다.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냈겠지.’


- 어떡하면 좋아요, 우리 존시..

이대로 영영 굳어버리는 건 아니겠죠? 네? 분명 방법이 있을 거 아녜요 흑흑···


그렇게 한동안 눈물콧물 범벅이 된 테레사의 푸념이 이어져갔다.


- 사람이 말하는대로 간다고, 제, 제가 평소에 하도 걸어다니는 조각이라 불러대서

이 사단이 난 건지..흐어엉··· 존시야, 조금만 참아. 여기 네가 그렇게 존경한다던

스톰도 와있으니까 금방 해결해줄거야..흐엉···


‘존경? 존시가, 나를?’


“파란머리 네가 이 바보들 우두머리였냐? 어지간하네.”


잔뜩 겁에 질린 모습 그대로 굳어버린 존시.

물론 방법은 있을 것이다. 다만 알맞게 지팡이를 휘두를 수 있는 자가

당장 여기 없을 뿐이었다.


“너 뭐 하는거야 지금!”


메시지창을 띄워 상대팀을 호출하는 김연풍에게

곤잘레스가 호통을 쳐보였다.


“애는 다시 살리고 봐야죠. 설마, 가이드님 지금 ‘내기’ 때문에 이러시는 거예요?”


<냐앙··· 설마, 그렇게까지 비인간적이실라고옹..>


이에 곤잘레스가 순식간에 낯을 붉혀왔고.


“그, 크흠. 누가 그렇데? 당장 여기 테레사양부터

먼저 챙겨야 할 거 아냐. 얼마나 무서웠겠어. 자, 이것 좀 마셔봐요.

그러다 탈수 증세 온다고.

이게 웬만한 자양강장제보다 훨씬 효과 좋은 건데 내가 특별히···”


그렇게 상대 조의 합류를 기다리며

마석캐기에 여념이 없는 김연풍의 무리였다.



***


> 뭐, 뭐어? <스토나이저>로 마석을 깨?그것도 인간이?

돌로 바위, 아니.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냐 그거 완전? 푸하하!


아리아가 배를 잡고 웃어댔다.

마법 나뭇잎에 올라타 고상히 모습을 드러낸 그녀의 조 역시

빈손인 건 매한가지였다.


- 언니! 지금 그럴때야? 여기 학생 울고 있는 거 안 보여?


아리아의 조롱에 테레사가 한층 더 서럽게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래도 저렇게 웃는 걸 보니 상황이 아주 심각한 건 아닌가보군.’


아무렴 아리아가 그 정도 막장(?)은 아닐테다.

겨우 웃음을 멈춘 마녀가 곧바로 제안을 건네온다.


> 마석 위치. 그걸 알려준다면 네 멍청한 남자친구도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줄게. 뭐, 애초에 사람이었던 적은 있나 싶지만. 푸흡.


아마도 원혼의 결정을 제 힘으로 찾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가 아닐까 싶었다.

과장된 웃음 뒤에 가려진 분노. 아닌게 아니라 아리아의 머리칼이

그 여느 때보다도 붉게 타오르고 있던 것이었다.

이에 잔뜩 주눅이 든 테레사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답해왔다.


- 모, 몰라요 저는··· 정말이예요.


존시에게 숲의 전반적인 상황과 마석 위치를 알려줬다던 은사슴.

당연하게도 테레사에겐 애니멀 텅과 같은 스킬이 존재하지 않았고.

정보를 얻기 위해선 존시를 먼저 깨우는 수밖에 없었다.


> 만에 하나 약속을 어긴다거나 정보가 잘못되었을 경우.

석화 상태가 그리워질 정도로 내가 너희 둘을

아주 갈갈이···


빈 손으로 재주부터 부릴 마녀가 분하다는 듯 이를 갈아댔다.

이에 김연풍이 겁도 없이 옳은 말을 시전하였고.


“그럴 애들 아닙니다.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부탁하는 사람

태도가 그게 뭡니까?”


챗니스와 세레나, 심지어는 곤잘레스까지 그런 김연풍과 아리아를

번갈아가며 쳐다보고있었다.

곧 터지고 말 시한폭탄에 대비하여, 거리를 멀찍이 유지한 채로.


‘김연풍 잠 못 자고 돌아다니더니 드디어 미친거구나. 아, 친구들 욕 좀 했기로서니.’

‘아니지, 아니야. 아무리 전설의 마녀면 뭐해. 성품이 저따구니

다들 혀를 내두르고 피해다니지.’


동시에 상반된 생각을 하며 눈을 질끈 감는 김연풍이었다.


[기품&화술 스탯 각 90, 150 충족, ‘카리스마 협상가’ 스킬이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NEW <카리스마 협상가> : 의미없는 논쟁이 지겨우시다고요?

주변에 고집불통 골칫덩이가 활개를 치고 있나요?

더 이상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올곧은 기개와 더불어 품위있는 당신의 말씨가

무리에 평화를 가져다 줄 거예요. 두려워말고 의견을 피력하세요.

모두가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법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제안’을 강요할 경우 스킬은 자동 삭제됩니다.]

[‘듣는 능력’ 역시 말하는 것 만큼 중요합니다.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법을 잊어버리지 마세요.]


이 비범한 스킬의 발동 시점은 ‘즉각’이었다.

분노의 마녀 아리아가 일순간 고민에 잠겨 입술을 깨물더니,

한숨을 폭 내쉬는 것이 아닌가.


> ···나도 심란해서 그래. 대체 이놈의 마석들은 다 어디 짱박혀있는거야?

거기 학생, 불쾌했다면 사과할게요. 내가 지금 정신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


무안한 듯 한차례 헛기침을 한 아리아가 곧바로 지팡이를 고쳐잡는다.

고마워요. 김연풍이 입을 벙긋거리며 자신의 진심을 전했고.


- 나 지금 뭘 본거야? 마석이 마녀한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나 혹시?

“오래 살고 볼 일이군··· 저 녀석 입에서 미안하단 말이 나올 줄이야.”


> <리퀴파이>!


석화 무효, 즉 딱딱히 굳어버린 존시를 도로

미지근한 인간으로 만들어 줄 주문이었다.

화려하게 휘두른 지팡이 끝에서 노란 빛줄기가 쏟아져나왔다.

빛은 즉시 존시를 감싸안아, 그를 집어삼킨 석고에 균열을 일으킨다.


‘툭, 투두둑···’


이대로 깨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에 사로잡힌

여행자 일동이 동시에 안도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석고는 금이 간 채 부숴지는 것이 아니라, 녹아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 존시!!!


의식이 돌아온 존시가 굳어있던 포즈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어리둥절. 갓 태어난 새끼 동물처럼 우왕좌왕하는

그의 멍청한 몸짓에 절로 웃음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냥··· 아리아님 말이 맞긴 맞다냥. 저러고 무슨 마석을 제거하겠다고옹..>


그러거나 말거나 한달음에 남친을 폭 껴안은 테레사가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환히 웃어보였다.

택도 없는 바보들의 재회였지만, 감동이 밀려오는 장면임엔 틀림 없었다.

감성 충만한 세레나가 붉어진 눈시울로 간식거리를 내밀었다.


- 가, 가므사함미다아..


아직 덜 풀린 혀로 감사인사를 전하는 존시였다.

이윽고 김연풍과 눈을 맞춘 그가 삐그덕 몸을 일으켜

꽤나 어색한, 그렇지만 확신에 찬 포옹을 건네보인다.


- 넌 별로 친하지도 않은 날 두 번이나 구해줬어.

이걸 대체 무슨 수로 갚아야 할 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이번엔 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네가 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면 참 기쁠 것 같아.


절반은 김연풍의 추측이었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김연풍이 씩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에 물개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테레사였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공식적인 동료가 되었다.

상태창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 존시가 덜 성장한 탓에, 그 능력이나

쓰임새가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미리 알았더라면. 그 날 과연 아리아에게 똑같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을까.


먼 훗날의 김연풍이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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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정화 23.05.03 24 1 10쪽
» 스토나이저 23.05.02 23 0 12쪽
29 달밤의 내기 23.05.01 32 0 12쪽
28 마침내 주문 시전 23.04.29 35 1 13쪽
27 고난의 훈련 23.04.28 34 1 11쪽
26 레미와 숲요정 23.04.27 37 1 12쪽
25 코코의 우물을 향해 23.04.26 41 1 12쪽
24 필드 앤 우드 23.04.25 44 1 12쪽
23 한밤중의 모험 (3) 23.04.24 46 1 12쪽
22 한밤중의 모험 (2) 23.04.22 53 1 12쪽
21 한밤중의 모험 (1) 23.04.21 54 2 12쪽
20 프랑스 자수 23.04.20 56 1 12쪽
19 퍼플 몰의 퀘스트 23.04.19 53 1 11쪽
18 예술의 눈 23.04.18 57 1 13쪽
17 방랑자 제이 23.04.17 61 1 12쪽
16 제야의 광산 23.04.15 63 2 12쪽
15 벨루아 아트 23.04.14 61 2 12쪽
14 드로잉 23.04.13 68 2 12쪽
13 아티 밸리 23.04.12 72 3 13쪽
12 작별 23.04.11 71 3 12쪽
11 재회 23.04.10 73 3 13쪽
10 통역 23.04.08 76 2 13쪽
9 반장 김연풍 23.04.07 81 2 14쪽
8 어학원 D반 23.04.06 82 2 12쪽
7 스마트칩 23.04.05 87 3 12쪽
6 오벨리오의 공작가문 23.04.04 98 2 12쪽
5 성장 23.04.03 109 3 13쪽
4 첫 아르바이트 (2) 23.04.02 114 2 12쪽
3 첫 아르바이트 (1) 23.04.01 133 4 12쪽
2 오벨리오의 흉가 23.03.31 18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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