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제1화

내 이름은 김봉구..
나이 스물 아홉
국내에서도 알아주는 중견 기업 입사 2년차..
월급쟁이다.
대기업 갈 실력도 충분했지만..
난 돈 보단 하고 싶은 일을 택했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뿐이다.
면접관 조차도..
왜 이런 곳에 지원 하냐는 질문을 했을 정도니 뭐..
하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일만 열심히 잘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회라는 곳이..
혼자 사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울림에 익숙치 않던 나에게..
역시나 회사라는 곳은
방향을 찾기 어려운 아마존 밀림 같은 공간이었다..
힘들지만..
여러 번 그만두고 싶은 충동도 생겼었지만..
그래도 꿋꿋이 버티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역시나 그녀 때문이었으리라..
1년 전에 어학 연수를 떠나..
다음 달이면 귀국하게 되는...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있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녀..
이지연..
이제 곧 그녀가 오는 것이다.
"이봐 봉구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입사 동기인 상진씨가.. 커피를 들고 오며 묻는다.
이상진..
훈훈한 외모와 유머러스한 성격 탓에 인기가 많은 사람..
일도 잘하고 상사들에게도 잘하고.. 분위기도 잘 띄우고..
가끔은 왜 하필 상진씨 와 입사 동기가 되어서 늘 비교 당하는가..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이런 나를 그나마 이곳에서 가장 잘 챙겨주는 사람이기에
질투심의 한편에 고마움도 간직하고 있다.
"아.. 아니에요."
입사는 같이했어도 나보다 한 살이 많았기에.. 말은 높인다.
"그래? 난 또 멀리 있는 여친 생각하는 줄 알았지.."
커피를 건네며 슬쩍 웃는다.
"아.. 사실.. 좀.. 하하.."
"그렇지? 역시 그렇네.. 그나저나 이제 슬슬 올 때 안됐어?"
"다음 달에 와요.."
"아 그래? 어이구.. 이제 봉구씨 궁상맞은 솔로 생활도 끝났네. 부럽구만.."
"하하.. 상진씨는 뭐 맘만 먹으면 아무나 애인 만들 수 있는데 뭐가 부러워요.. "
"아냐.. 나도 사실.. 쑥맥이라.. 실전에만 들어가면 잘 안되더라고.."
"하하..농담은.."
"그나저나 들었어? 이번에 여자 신입 2명 우리 부서에 배치된다네.."
"아 그래요?"
"기대되지 않아?"
"뭐가요?"
"뭐긴.. 여자들이 온 다는데.. 혹시 알아? 최고의 퀸카들이 들어올지.."
"아.. 하하.. 전 뭐 딱히 관심이.."
"에이.. 여친 있다고 자랑하는 거야? 하하.. 봉구씨 여친 오기 전에 바람 나면 어쩐데?"
"글쎄요.. 제가 바람이 날려면 최소한.. 전지현 급은 돼야 할 거 같은데.."
"뭐야? 하하하하.. 봉구씨 지금 보니까 자신감이 엄청 나구만.."
웃자고 한 얘기긴 한데..
생각해보니 사실은 사실이다..
최근 몇 년 간
그녀보다 이쁜 여자를 본 적이 없다.
그녀를 사랑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객관적인 남자의 시각에서 봐도 그럴 거라 확신했다.
나중에 상진씨에게 제일 먼저 소개 시켜줘야겠군..
"자.. 오늘 신입 부원 두 명이 들어왔습니다. 자 각자 소개 좀 해주세요.."
차장님이 부원들을 불러 모아 새로 온 직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오오오오~~~~~~~"
남자들밖에 없던 공간이어서 그런지..
너무나 열렬한 환호 소리..
훗..
그렇게들 좋은가..
"안녕하세요.. 김선화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구요.. 처음이라 잘 모르는 게 많을 테니 아무쪼록 잘 부탁 드립니다."
"오오오오오~~~~~~~~~~~"
엄청난 환호..
..............
이쁘고 화려한 외모에..
자신감까지 넘쳐 보인다.
뭔가 커리어 우먼의 전형이랄까..
"봉구씨... 저 친구 대박인데? 엄청 이쁘지 않아?"
옆에 있던 상진씨가
예상대로 귓속말을 해온다.
"하하.. 그러게요. 이쁘긴 하네요.."
"저기요.. 선화씨는 혹시 남친 있습니까?"
갑자기 상진씨가 손을 번쩍 들더니.. 그녀를 향해 외친다.
"네? 아.. 아직 없습니다.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말에 거침이 없다.
"오오오오~~~"
부서 내 모든 남자들이..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듯하다.
흠.. 이러면 저 옆에 친구는 좀 부담스럽겠는 걸?
다들 선화씨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는 와중에..
나의 관심은..
그 옆에 서 있는..
평범하고 촌티가 물씬 풍기는..
기가 잔뜩 죽어있는 또 다른 한 명의 신입 부원에게 쏠려있었다.
............
안타깝네..
이건 마치.. 내가 상진씨랑 비교되는 거랑 똑같은 상황인 건데....
차라리.. 먼저 소개하지.
"자... 그럼 민정씨도 소개해주세요.."
"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
이런..
"저.. 저기.. 저는... 윤민정.. 이라고 하는데.."
그녀의 쥐 죽은듯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다들 침묵을 유지해준다.
"그런데.. 전.. 저는.."
..............
왜 저래...
"저기요.. 잘 안 들려요.. 크게 말씀해주세요"
박대리가 그녀를 향해 외쳤다.
"네? 아.. 네.. 저.. 저는.."
하지만 결국 말을 재대로 잇지 못하는 그녀..
에휴.. 나보다 더 심하게 소심한 사람도 있긴 있구나..
그래도 난 저 정도로 떨진 않은 거 같은데..
아무튼 그녀의 소개 한 중간에서..
부서 내 모든 사람은 서로 웅성 거리기 시작한다.
"자.. 모두 집중하세요. 이 친구는 윤민정이고.. 나이는 25살.. 이죠?"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앞으로 이 두 친구.. 미숙한 점도 많을 테니.. 잘 가르쳐주고.. 챙겨주고 그러리라 믿습니다.."
"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대답해 준다.
"자 그럼 선화씨하고 민정씨는 잠깐 저 좀 따라오시고.. 다들 밤에 회식 있을 예정이니.. 참고하세요"
"예~~"
휴게실에 모여 다들 담배와 커피를 들고..
수다의 장을 펼치고 있다.
"선화씨는 다들 건들지 마세요.. 제 여잡니다.."
"박대리 이거 왜 이래.. 나 솔로 생활 10년째 인거 알잖아. 나한테 양보해.."
"저기요.. 다들.. 왜 이러십니까.. 저 무시하시나요? 제가 찜하면.. 다들 포기 하셔야 되는 거 알죠?"
훗.. 상진씨의 저 엄청난 자신감..
하긴.. 상진씨라면.. 선화씨를 애인으로 만드는 거야.. 식은 죽 먹기 일 거 같았다.
"그나저나 봉구씨는 왜 아무 말이 없어?"
"네? 저요? 아.. 저도 뭐.. 하하.. 이쁘데요.."
"봉구씨는 워낙 이쁘신 여친님이 계셔서.. 화선씨로는 성에도 안 차신답니다.."
상진씨 한마디에.. 갑자기 관심이 내게 집중된다.
"오.. 봉구씨 여친 있었어?"
.............
"진짜? 없어 보이게 생겨 가지고.. 제법이네.."
.................
장성훈 대리..
뭔가 짜증 나는 스타일..
말 한마디 한마디 재수 없게 하는 것도 능력이다..
"하하.. 장대리님이 잘 몰라서 그런가 본 데요.. 봉구씨가 의외로 능력자라니까요.. 여친이 전지현 급이랍니다."
"진짜? 상진씨는 봤어?"
"아니요. 근데 봉구씨가 그러는데 정말 이쁜가 보더라구요."
"푸하하하.. 그걸 믿어? 봐야 알지.. 딱 봐도 뭐.. 하하하하"
....................
아니.. 지금 내 앞에서 저런 말을 어쩜 저렇게 뻔뻔하게..
아.. 정말 회사 상사만 아니면 주먹이라도 한번 날리고 싶네.
지갑 속에 있는 사진을 꺼내어 보여줄까 하다가
여친 자랑이나 하는 팔불출처럼 보이고 싶진 않아..
도로 집어 넣어 버린다.
두고 보자..
나중에 그녀 귀국하면 제일 먼저 저 인간에게 보여주고 말리라..
"오.. 선화씨.. 이리와요.."
선화씨와 민정씨가.. 휴게실에 들어온다.
"어머.. 고마워요.."
커피를 받아 드는 그녀들..
하지만.. 역시나 모든 이들의 관심은 선화씨에게만 향해 있었다.
좀 심하지 않나?
이놈의 외모 지상주의.. 정말 싫다..
선화씨가 너무 유난히 이뻐서 그렇지..
옆에 민정씨도 딱히 못 생긴 건..
...................
흠.. 좀 자세히 보니.. 못 생긴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좀 꾸미면.. 이쁠거 같은데..
아닌가?
아무튼 좀 챙겨줘라 이것들아..
확 커피 집어 던지고..
니들 같은 외모 지상주의 때문에.. 사회가 멍들어.. 이 속물들아..
라고 외치고 싶었다..
"어때요? 처음 회사 나온 소감이.."
선화씨와 일당들.. 에게서 동떨어져 있던 나와 그녀..
내가 먼저.. 한마디 건네주었다.
"네? 아.. 그게 저.. 그냥.."
....................
얘 무슨 언어 장애 있나?
말을 왜 이리 못해?
이렇게 말을 더듬어서 어떻게 면접은 통과 한 거야?
"재밌어요?"
내가 왠지 말이라도 가르쳐야 할 거 같은 느낌..
"네.."
고개를 숙이고 수줍음을 타는 그녀..
어휴.. 답답하다..
일이나 재대로 하려나?
그냥.. 모르는 척 지내는 게 더 좋을 거 같은데?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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