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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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4.15 14:55
최근연재일 :
2023.04.22 22: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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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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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수 :
67,570

작성
23.04.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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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제12화

DUMMY

"술이요?"

"네.."


진심인가?

갑자기 마시지도 못하는 술은 왜?

그리고 상진씨도 아닌.. 왜 나랑?


"술 못 마시잖아요?"

"네.."

"근데 어쩐 술을 마시자고.."

"한번.. 마..셔 볼게요.."

"네?"


...............

뭐야..

그리곤 또 쓰러지려고?

당신 병원 데리고 가는 것도 이젠 좀 귀찮아..


"마실..수 있을..꺼 같아요"


.............

이 아가씨 오늘 왜 이러지?

상진씨 때문에 심란해서 그런가?

아.. 그런 거 같다.

답답함을 털어 놓을 상대가 필요한 거 였구만..


"그럼.. 술자리는 함께 해 줄 테니까.. 민정씨는 그냥 음료수 마셔요.."

"네?"

"아.. 또 술 마시면.. 쓰러질 거잖아요.."

"아.. 네.. 그..래요.. 그럼.."


절대 술은 안마신다는 조건으로 합의를 보고

그녀와 함께 근처 술집을 찾아 길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민정씨 무슨 고민 있어요?"


오뎅빠에 들어오자마자 그녀에게 묻는다.


"아.. 아니에요.."

"아니긴요.. 아까부터 표정도 안 좋고.."

"저.. 표..정 원래.. 이런..데.. "


.................

하긴..


"노래방에서도 막 울었잖아요.."

"저.. 원래.. 그.. 노래.. 부를..땐.. 잘 울..어요.."


..............


"제 노래 부를 때도 운 거 같던데.."

"그땐.. 그냥 좀 웃겨..서.."


..............


"웃겨서? 제가 노래 하는 게 웃겼어요?"

"아.. 아니..에요. 옆에 선화..씨가 좀 웃긴..얘기를 해가..지고 웃..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그만.."


................

뭐야.. 그런 거였어?

근데 왜 이렇게 어설픈 변명처럼 들리지?


"근데.. 김조한 노래.. 자주 불러요? 번호도.. 그냥 막 찍으시던데.."

"네.. 조.. 좋아..하는 가수에요.."

"아.. 그래요?"

"저도 김조한 좋아했어요.. 솔리드 노래 맨날 부르고 다녔는데.."

"그..그래요?"


뭔가.. 흥미롭다는 듯 묻는다.


"네.. 그 뭐냐.. 천생연분하고.. 이밤의 끈을 잡고.. 이런 거.."

"저.. 이밤의.. 끈이 아니라.. 끝.. 이에요.."

"그러니까.. 끈.."

"아뇨.. 끝.. End .."

"아.. 그래요? 어 이상하네.. 난 왜 이제까지 끈으로 알고 있었지?"

"다른.. 사람들..도 많이 헷갈려 하긴 해요.. 훗.."


어?

방금 웃은 거야?

저렇게 웃는 거 처음 본 거 같은데?

웬일이야?

이런 거에 웃는 스타일이었어?


"하하.. 민정씨 방금 웃은 거 맞죠? 와.. 민정씨 웃는 것도 다 보네.."

"어머 죄송해요.."


..............

뭐가 죄송하단 거야..

웃는 게?

이 아가씨.. 가정 교육을 좀 이상하게 받았나?


"근데.. 솔리드 언제부터 좋아한 거에요?"


어차피 가만히 있어봐야 어색하기만 할거..

그녀가 관심 있어 보이는 솔리드에 대한 이야기나 하기로 했다.


"고등학교때 부터요.."

"아.. 그래요? 그때도 솔리드 있었나?"

"그럼요.. 저 중학교인가 초등학교 때부터 있었는데요.."

"그렇게 오래 됐어요?"

"네.. 전 좀 늦게 알게 된 케이스구요.."

"어쩌다 그렇게 좋아하게 된 거에요?"

"아.. 저희 아버지 회사 창립 파티에.. 공연하러 한번 왔었는데.. 그때 실제로 보고.. 너무 좋아서 그만.. 아.."


수줍은 듯.. 두 손으로 볼을 감싸 쥐는 그녀..

..............

중고딩도 아니고.. 무슨 가수 얘기하면서 저렇게 좋아하냐..


근데..

뭐지?

이 아가씨 지금 말 안 더듬는 거 같았는데?

잘 못 들었나?


"하하.. 그럼 얘기도 해봤어요?"

"네.. 그때 김조한씨가 제 머리 쓰다듬어 주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나중에 대학붙으면 꼭 콘서트 티켓 보내준다고.. 아.."


뭐야?

말 잘하잖아..

이렇게 잘하면서 그동안 왜 그렇게 더듬었어?


"하하.. 민정씨.. 오늘 말 잘하시네요.. 더듬지도 않고.. 평소에도 그렇게 말하시면 되겠구만.."

"아.. 저.. 저도 모르게 그만..."


............

저도 모르게 라니..

이 여자 일부러 말 더듬는 거 아냐 혹시?

왠지 뒷통수 치기가 전문인 민정씨라면..

그러고도 남을 거 같았다.


그나저나.. 민정씨가 말을 더듬질 않으니..

내 속도 뭔가 뻥 뚫린 느낌이었다.

아.. 오랜만에 사소한 거에 행복 느끼네..





"민정씨 혹시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이걸 묻고 싶어서 이자리까지 온 거였다.


"네?"


화들짝 놀라는 그녀..

...........


"괜찮아요.. 말해봐요.. 혹시 알아요? 제가 도움이 될지...."


사실 엄청난 도움이 되겠죠..

부끄러우시겠지만.. 말해 주세요.

제가 한번 노력해 볼게요..


"아니에요.. 아직은 없어요"


............

뭐야.. 이 여자 거짓말 할 줄도 아네..


"그래요? 아.."

"봉구씨는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하셨죠? 미국에 있다던.."


급하게 말 돌리는 거 보니.. 있긴 하구만..


"네.."

"부러워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부럽긴요.. 민정씨도 조만간 좋은 남자 만나실거에요.."

"............"


말이 없는 그녀..

역시나 맞군. 그게 상진씨 일거고..


"뭐하시는 분이에요? 봉구씨 여자친구는?"


그나저나 이젠 슬슬 먼저 말을 걸어오는 민정씨였다.

말도 제법 자연스럽게 하는 걸 보면..

조금은 내가 편해졌다는 건가?


"대학생이에요. 졸업반이구요. "

"그래요? 아.. 어학연수 가 있다고 그랬었죠? "

"네.. 보름 후에 귀국해요. 아마 귀국하자마자 바로 출근할 거 같아요. 지난번에 통화 할 때 외국계 기업에 취업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요? 멋지네요.."

"네.. 멋있는 친구에요.. 가끔은.. 제가 너무 안 어울릴 정도로.."


...............


사실

그랬다..

이제까지도 그랬고..

이제부터도 그럴 것이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그녀...

상류층 자녀인 것도 모자라..

앞으로 다닐 회사마저 우리 회사가 쳐다도 못 볼 글로벌 기업이었다.

늘 옆에는 온갖 능력 좋은 남자들이 쫓아 다닐 것이고..

결혼 정보 업체에서는..

수시로 그녀에게 의사.변호사들과의 맞선을 제안 할 것이다.


내가.. 왠지..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닐까..

상심하던 나날들이 잦아지던 요즘이었다.





"아니에요.. 봉구씨도 좋은 분이에요.. 전 오히려 그 여자 분이 부러운걸요?"


............

이 여자..

사람 위로할 줄도 알고..

제법 괜찮네.


"하하.. 고마워요.. 내일 스카프 골라 주실거죠?"

"네.. 그래요.."


건배를 한다.

나는 소주잔을..

그녀는 콜라잔을..


서로 의식하고 있진 않았지만..

부딪쳐 가는 잔들 속에서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해 가고 있었다.





"같이 가드릴까요?"


술집을 나와 길거리에 서서 그녀에게 묻는다.


"네?"

"집까지 가실 길도 멀어 보이시는데.."

"아니에요.. 저 혼자 가도 돼요.. 어차피 반대 방향이시라면서요.."

"뭐.. 저야 가서 다시 택시 타고 가면 되죠.."


오늘은 유난히..

사람이 그리운 밤이다.

그냥.. 누군가가 옆에 있길 바랬고.

그게 단지 민정씨였던 거 뿐이다.

그냥.. 누군가가 위로해주길 바랬고..

그 위로가 하필 민정씨의 위로이길 바란 것 뿐이다.

..............


"그럼.. 그렇게 하세요. 대신.. 갈 때 택시비는 제가 드릴게요.."


...........


"아.. 아뇨.. 괜찮아요. 저 어차피 돈 쓸 데도 없는데요 뭐.."

"아니에요.. 술값도 내셨는데.. 제가 미안해서 안돼요."


.............


"좋아요... 그럼.. 여기까지 택시비만 딱 받을게요.. 그럼 됐죠?"

"네.. 알겠어요. 가요 그럼.."


살짝 미소를 짓더니.. 뒤돌아선다..





이상하다..

지금 내 앞을 걷고 있는 이 아가씨의 갸냘픈 어깨가

왜 이렇게 아련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마치..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라도 기다리는 듯..

애처롭고 가련한 뒷모습을 보이며 걷는 그녀..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버릴뻔 했다.






"봉구씨.."

"네? 아.... 네.."


황급히 정신을 차린다.


"우리.. 저기 좀 들렸다 갈래요?"


그녀가 가르킨 곳은..

한강 고수부지..


"그래요.."


그래..

나도 모처럼 강 바람 좀 쐬자..





"여기 자주 와요?"

"네.. 집에 가는 길에 잠깐씩 들려서 쉬다 가곤 해요"

"아..그러시구나"

"저.. 잠깐만요.."


그러더니 앞에 있는 가게로 들어가..

캔커피를 사 들고 나오는 그녀


"커피 괜찮으시죠?"

"아.. 물론이에요.. 고마워요.."


그리곤 다시 길을 걷는다.





"민정씨.. 민정씨는 이상형이 뭐에요?"

"네? 갑자기 그건 왜요?"


왜긴..

상진씨랑 좀 밀어주려고 그러지..

근데 아까부터 계속 이런 것만 물어봐서..

이상한 오해 같은 거 하는 건 아니겠지?


"그냥.. 민정씨 같은 사람은 어떤 남자 좋아할지 궁금해지네요.. 별 뜻은 없어요.. 하하"

"아.. 글쎄요.. 뭘까요.."

"키 큰 남자 좋아해요?"


하나씩 상진씨의 특징을 물어보기로 했다.


"아니요."


잉?


"그럼 키 작은 남자?"

"아니요.. 뭐 키는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말이에요"

"아.. 그럼 얼굴 하얀 남자?"


유난히 얼굴히 뽀얘서.. 여자 피부 같다는 말을 듣던 상진씨였다.


"전.. 좀 까무잡잡한게 좋던데.."


...........

이 여자 일부러 상진씨 모습이랑 반대로 대답 하는 거 아냐?


"그럼.. 웃을 때.. 보조개 생기는 남자는 어때요?"

"보조개요? 음.. 그것도.. 별루에요.."


.............

상진씨 좋아하는 게 맞나 보네..

상진씨 특징을 다 알고 있잖아..

일부러 다 반대로만 대답하고..


"그럼.. 음.. 또 뭐가 있을까.."

"뿔테 안경 쓴 남자?"

"아 맞다.... 뿔테 안경 쓴... 어? 어라? 어떻게.."

"치... 지금 봉구씨가 계속 상진씨 얘기 하고 있잖아요"


................


"아.. 아니에요.. 그냥 전.."


사실 맞아요.

상진씨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어요.

민정씨 마음이 그냥 궁금했다구요..


"상진씨.. 멋진 사람이죠. 저도 좋아해요. 아마 어떤 여자라도 다 좋아할 거에요.."


................

뭐야 이 애매모호한 대답은..


"하하.. 그래요?"

"네.. 선화씨는.. 행복할 거에요 아마.."


...............

부러워 하는구나.


"사랑은 쟁취하는 거라는데.. 포기하지 마세요.. 민정씨.."


앗차.. 내가 지금 뭐라는 거야..


"네?"

"아.. 아뇨.. 그냥..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구요.."


.............

좀 민망하긴 하지만.. 민정씨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아.. 하하.. 그럴게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고맙긴요.. 민정씨는 할 수 있을 거에요 반드시.."


저도 도와 드릴게요..

힘내세요..


"네.. 저도 힘낼게요.."


..............


"그나저나.. 슬슬 겨울인가 봐요.. 날씨가 제법 춥네요.."


얇은 가디건만 걸치고 있는 민정씨..


움츠러든 어깨가 안쓰러워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걸쳐줘 버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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