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키스로 남성을 알수 있다.

“뭐 그래서 어쩌나 보려고 혀로 내 입술에 살며시 침을 바르며 눈을 감았더니 내게 키스를 하더라고!“
"어머머! 그래서.....?"
"까짓것 한번 그 자식의 위 입술을 살짝 깨물었더니...."
"그랬더니 어떻게 했는데?"
"흥분되어 내 입속에 자신의 혀를 밀어 넣고 있더라!“
"그, 그래서?"
"그래서 천천히 음미하며 견적을 내봤는데···“
"견적을 내다니?"
“별안간 무슨 견적?”
미정과 세영은 별안간 혜선이 견적을 낸다는 말에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의아해하면서도 호기심에 두 눈을 반짝인다.
“호호호. 사랑의 견적.“
”사랑의 견적? 그런 건 어떻게 내는데?“
”호호호. 난 키스만 해보면 상대가 어떤 남자인지 다 알아!“
”어떻게?“
"그런 것 있잖아 이 남자가 그걸 잘할 수 있나 없나 알아보는 것.”
“그런 걸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봐?”
“왜 없겠니 이 언니가 오늘 나만의 노하우를 알려줄게.”
“어, 어떻게 알아?”
“호호호. 그런 걸 알아보는 방법 중에 한 가지를 내가 직접 남자에게 테스트해 봤지.”
“키스를 한 거야?”
”응, 아주 진하게 했지!“
“그, 그래서? 어땠는데?”
“별로일 것 같아서 그냥 왔지 뭐!“
”왜?“
”키스를 해봤는데 자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서 그냥 패스 시켰다."
미정이 궁급한지 다시 한번 물어보고 재촉했다.
"뭐? 키스만 해보고 정말 그런 것도 알 수 있어?"
"그럼 알 수 있지 이놈이 과연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잘할 수 있나 없나 정도는···“
다시 맥주잔을 비우며 혜선이 말을 이어갔다.
"오늘 밤에 내가 이 남자를 태우고 끝까지 달린다면 어떨지!”
”달린다고?“
”응, 밤새도록 달릴 텐데 미리 알아봐야지 과연 나에게 아찔하고 맛있는 섹스를 경험하게 해줄 수 있나 없나 정도는···“
"설마! 그게 가능해?"
"그 정도는 키스만 해도 견적이 나오지 까르르....”
“만약 견적이 안 나오면?”
미정이 눈까지 반짝이며 혜선을 재촉한다.
“내가 견적도 안 나오는 넘을 힘들게 태우고 왜 밤새워 몸을 흔드니?”
“그래서?”
“뭘 그래서야 별로일 것 같아서 패스시키고 집으로 고고씽 했다."
“정말?”
"왜? 더 궁금하다면 이제부터 소설로 얘기해 주랴?"
우린 그렇게 웃고 떠들고 즐겁게 놀다가 얼마 후에 헤어졌다.
"잘 가 세영아.“
”그래 정미도 잘 가고···“
그렇게 혜선은 친구들과 헤어지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혜선은 차 문을 열려다가 뒤돌아 보았더니 아까 자신을 흘끔거리던 키가 크고 제법 잘생긴 그 남자가 서있었다.
"왜? 저한테 무슨 볼일이 있나요?”
"네,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미정은 별안간 장난기가 또 나왔다. 그리고 묘하게 표정을 바꾸고 말했다.
"한번 말해보세요."
혜선이 보기엔 그 남자가 제법 번듯한 외모에다 성격도 깔끔한 게 뒤끝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호기심에 뻔한 수작이겠지만 들어나 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저한테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 게 뭐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아까 나 훔쳐본 게 다던데?“
까르르...
"네 맞습니다. 하지만 훔처보진 않았습니다.“
"그래서요. 안 훔쳐본 걸 말하려고 불려세웠나요?"
"아뇨, 한번 사귀어보고 싶어요.”
까르르...
"솔직하게 말한다면서 거짓말을 하네요?"
"네? 제가 무슨 거짓말을..."
"사귀어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절 어떻게 해보려고 오신 거 아닌가요?"
"네...?"
사내는 자신의 속마음을 혜선이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당황했다.
"전 솔직하게 말한다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는 남자친구는 안 키워요."
혜선이 묘하게 웃으며 차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남자가 팔을 잡았다.
"저 그럼 솔직하게 감정을 표시해도 될까요?"
"글쎄요? 만약 제가 앞에 계신 분에게 호감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말을 받아주고 있겠나···“
남자는 혜선의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무슨 자신이 생겼는지 그대로 혜선의 입술을 자신의 입으로 막았다.
"어머···”
혜선은 사실 아무 남자나 만나지 않는다.
정말 자신이 맘에 드는 남자가 아니면 만나지도 않기 때문에 사실은 키스는 몇 번 해봤지만
섹스는커녕 몇 년째 남자와 한 침대에서 포옹도 못해봤다.
다만 아까 미정에게 남자 고르는 법을 설명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몸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래서 혜선은 사내가 그런대로 괜찮아 보여서 견적을 제대로 내 보기로 했다.
혜선의 부드럽고 달 찍한 혀가 남자의 입천장을 휘젓는다.
그리고 사내의 혀를 자신의 혀로 훑어내리자 남자의 혀끝에 그 모든 것이 전해졌다.
“흡!”
남자는 몇몇의 여자와 키스를 해보았지만!!
혜선처럼 달콤하고 정말 맛있게 자신의 입을 세밀하게 음미하는 여자는 처음 경험하고 있었다.
자신을 농락하듯이 혀로 뒤집고 엉키며 정열적인 키스는 처음으로 접해봤다.
아니, 당해봤다.
"제법 키스는 잘하네요?”
“그런가요? 나 이런 거 잘해요.“
혜선은 오늘은 남자들의 시선을 덜 받으려고 도수 없는 안경을 멋으로 쓰고 나왔다. 그리고 화장도 거의 안 하고 나왔다.
그녀는 그냥 있어도 이상하게도 남자들의 시선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아니 매력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남자의 본능적인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그냥 가만히 아무 짓도 안 했는데도 이상하게도 그녀는 야해 보인다.
그게 싫어서 그녀는 가끔 안경을 쓰고 다녔다.
안경을 쓰면 섹시한 매력을 감출 수가 있기에 가끔 테가 두꺼운 멍하게 보이는 안경을 일부러 쓰고 다닌다.
그리고 워낙 표정연기와 분위기를 그때, 그때 사황에 맞게 연출하고 다니는지라···
“햐아!”
며칠 후에 안경을 쓰거나 벗으면 한두 번 본 사람들은 전혀 혜선을 알아보지 못했다.
혜선은 보들보들한 입술로 사내의 아래입술을 살며시 물어 쥔다.
그리고 혀로는 입안 곳곳을 부드럽게 휘젓고 사내의 쫄깃한 윗 입술도 사르륵 혀로 핥았다.
"헉!"
사내는 짜릿함을 느끼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혜선은 사내의 아래위 입술을 비집고 다니다 끝으로 보너스로 자신의 타액을 사내의 입안으로 듬뿍 넣어준다.
“햐아···”
그리곤 살며시 오물오물 입술과 잇몸으로 깨물어 주고 있었다.
사내는 자신이 어떻게 해보려고 혜선에게 접근했으나
오히려 또 한 명의 사랑의 견적서 대상자로 영역 표시만 당하고 있었다.
남녀 관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오늘만큼은 혜선이었다.
사내는 그냥 사냥감에 불가했다.
그렇게 한동안 꼼짝도 못 하고 입술만 탈탈 털리며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지금 혜선은 마음껏 남성의 매력 값어치로 견적 평가를 매기는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사내는 꼼짝없이 입술만 유린당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자리를 옮길까요?”
“글쎄요. 후회할 거예요."
“왜죠?”
“당신은 절대로 날 못 이겨요.”
혜선은 오늘만큼은 짜릿한 스릴을 즐긴다 하더라도 나름대로 자신의 선을 지키고 있었다.
여자로서 첫 문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열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여태껏 그것만은 아이러니하게도 지키고 있었다.
“저도 여태껏 져본 적이 없는데.”
“호호호. 그런가요?”
“네, 자신 있습니다.”
남자는 자신 있게 대시했지만 어차피 혜선은 이 남자와는 만리장성을 쌓을 마음이 애초부터 없었다. 다만 그동한 무료함을 지우기 위해 생긴 거는 그럴듯해 보여서 그동안 굶주렸던 키스나 실컷 해보려는 생각이기에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아녀요. 난 나보다 못하는 남자랑은 그 짓은 절대로 안 해요.”
혜선은 그렇게 오랜만에 맛있는 키스로 견적만 살짝 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는 곧바로 집으로 가버렸다.
며칠 후, 세영은 길을 떠돌던 고양이들 중 가장 우아하고 매력적인 암컷과 친구가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코코, 황금빛 털이 부드럽게 빛나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였다.
어차피 밤이 되면 세영도 고양이가 되었기에, 고양이 세계에서도 홀로 외로이 남지 않으려 했다. 그는 학창 시절에도 화려한 인싸는 아니었지만, 어디서든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곳에서도 뒤처지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껄떡대며 다가오는 수컷들만은 피하고 싶었다. 아직 사랑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원치 않는 관계에 휘말려 길냥이의 삶을 반복하는 암컷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수컷들에게 도망치던 어느 날, 세영은 마침내 코코를 만났다.
“코코야! 나 바빠서 그런데 저 머리만 큰 점박이 좀 어떻게 해줘.”
코코는 가늘게 눈을 뜨고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어머, 어제는 나한테 치근덕거리더니 이제 너한테도 그러네? 흥! 정말 싫어.”
“제발 부탁이야, 코코.”
“싫어! 나는 그런 바보 같은 숫놈 상대하기 싫다고!”
“내 부탁 들어주면 내일 이곳에 있으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언니가 네게 맛있는 간식을 줄 거야.”
코코는 코를 킁킁거리며 한참을 생각하다가 되돌아섰다.
“그 말, 어떻게 믿지?”
“믿어봐. 내가 거짓말할 리 없잖아.”
코코는 세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어차피 손해 볼 건 없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그럼 언제쯤?”
“해가 저물어갈 때 여기 있으면 정말 아름다운 아가씨가 맛있는 정어리를 줄 거야.”
코코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약속 꼭 지켜! 대신 난 저 바보 같은 점박이 녀석을 처리해 줄게.”
그렇게 코코는 싫어도 부드러운 몸짓으로 긴 꼬리를 살짝 흔들며 점박이에게 다가갔다.
“야옹~”
그녀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매혹적이어서 점박이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온 순간, 코코는 날렵한 발톱을 세워 점박이의 얼굴을 할퀴고는 쏜살같이 달아났다.
그 사이, 세영은 바람처럼 형빈을 찾아 사라졌다.
다음날
따뜻한 봄날 밤, 세영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터뜨렸다.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수다에 빠져 있던 그녀는 문득, 자신의 변신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길냥이로 변하는 일이 아무 때나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낸 순간, 그녀의 마음은 한결 놓였다. 집에서 잠들 때만 변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제는 더 이상 갑작스러운 변화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평온한 며칠이 지나고, 퇴근길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어둑해진 거리,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둘씩 줄어들 무렵, 세영은 아주 우연히 형빈을 마주쳤다. 아니, 우연이라기보다는··· 마치 형빈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고양이들이 간식을 얻어 먹던 익숙한 골목, 그곳에서 형빈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안녕하셨습니까.”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 그러나 그 속엔 묘한 긴장감이 깃들어 있었다.
세영은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건넸지만, 가슴속은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머, 안녕하세요!"
그녀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형빈 역시 가느다란 웃음을 띠고 그녀를 바라보며 묻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세영은 순간 눈을 껌벅이며 혼란스러워했다.
“뭐가요?”
“뭉치.”
단 한 마디.
그 말에 세영은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곧게 뻗은 콧날, 단단한 이목구비, 그리고 깊고 맑은 눈동자.
오늘따라 형빈의 얼굴이 더욱 뚜렷하게 다가왔다. 그의 콧등이 유난히 길고 날렵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정말 잘생기고 멋진 코를 가지셨네요.”
세영은 놀랍게도, 생각지도 못한 말을 저도 모르게 내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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