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어쩌다 할 뻔했네

세영 또한 형빈이 꿈속에서 착각하고 하는 사랑의 고백이지만 설레며 자기도 모르게 키스를 받아주고 있었다.
세영은 도톰한 입술을 살짝 움직여서 살며시 벌리면서 사르르 떨었다.
형빈은 세영의 오물거리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며 부드러운 세영의 입천장을 휘젓고는 바르르 떠는 통통한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자극했다.
"아하......"
부드럽고 도톰한 세영의 입술의 촉촉함이 형빈의 입안 가득 퍼진다.....
세영은 힘이 쭉 빠지며 달뜬 신음 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세영의 몸은 길냥이로 변화는 과정에서 사랑을 하게 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스스로 달콤하고 남성을 유혹하는 향기를 뿜어내게 된다.
"나 어떻게 자꾸 왜?"
아마 이것도 길냥이로 잠시 변했다 돌아오는 과정에서 생기는 몇 가지 부작용 중 하나 같았다.
세영은 신체적으로 요 며칠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키가 더 자라고, 가슴도 더 커지고, 히프는 탱탱해지고 허리는 잘록하며 유연하게 변해갔다.
"요건 평소 바라고 바라던 소원이었지만...."
처음엔 왜 이렇게 변화가 있는지 몰랐는데 얼핏 생각나는 게 자신이 진화하고 있는듯한 생각이 들었다.
어이없게도 그건 길냥이가 우수한 종의 수컷을 선택하기 위해 암내도 풍기고 건강한 수컷을 유혹해서 개체 수를 늘리는 본능이었다.
그래서 세영도 건강하고 멋진 남성을 유혹하는 본능을 자신도 모르게 발휘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내가 왜? 난 사람인데···“
”어머 혹시 내가 길냥이처럼 개체 수를 늘리려고 하는 것처럼 남자에게 이렇게?“
지금 세영의 몸이 여자로서 그렇게 진화하는 과정 같았다.
얼굴도 조금씩 점점 이뻐지고 피부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몸도 육감적이고 매력 있게 점점 더 변해갔다.
"대박!!”
하지만 미치겠다.
형빈하고 잠시 감정이 묘하게 분위기가 조성되면....
지금처럼 몸에서 상대방을 끌어당기고 남성을 유혹하는 특유의 살 내음이 저절로 풍긴다.
게다가 나도 모르게 교태까지 부리고 요염한 여자로 변한다.
"아잉.... 어쩜 좋아!"
모든 걸 종합해 보면 최고의 선물이지만 그래도 상당히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조금은 걱정도 된다.
형빈은 세영 특유의 살 내음에 취해서 점점 입술을 세영의 봉긋한 가슴으로 옮기고 있었다.
"어머나 안돼!"
"세영 씨...."
"어머머 난 몰라!“
하지만 세영은 자신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최대한 풍기며 이상하게 형빈을 유혹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세영이 몸을 빼려고 비틀면서 비명을 질렸다.
"몰라 몰라, 나! 다시 길냥이로 돌아갈래...”
그러자 세영의 몸이 점점 작아지면서 길냥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잠깐 사이에 형빈에게 안겨서 꼼지락거리던 세영이가 서서히 뭉치로 변해 있었다.
야아옹···
뭉치의 울음소리에 얼떨결에 정신이 돌아온 형빈은 별안간 허탈해졌다.
방금까지 분명히 아름답고 유혹적인 여자와 뭔가를 막 시작하려고 한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이상하네 분명 세영 씨 같았는데?“
”꿈이었나?“
형빈은 약간은 비몽사몽했지만 아직도 이불 속에 여자의 진한 살냄새가 배여있었다.
야아옹 야아옹···
형빈의 가슴에서 빠져나온 뭉치는 조금 열려있는 창문에서 잠시 멈칫멈칫하더니 재빠르게 담을 넘어 사라졌다.
그리고 어수선한 며칠이 지나간다.
"안녕하세요. 윤형빈 씨 되시죠?"
"네! 윤형빈이라 합니다."
"일전에 전화드렸던 이재호 기자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광화문 근처로 나온 형빈은 이제 한창 싱그럽게 알알이 맷혀가는 은행열매를 보며 호텔 로비에 들어셨다.
턱 선이 부드럽게 잘생긴 남자가 자신을 소개하기에 형빈은 간단히 수인사를 나누었다.
"요즘 소문에 새로운 장르의 소설을 준비 중이라던데?"
"아.... 네 현재 구상만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어느 정도 완성되시면 제게 살짝 정보 좀 주십시오..."
형빈은 눈꽃 송이처럼 보송한 빙수에 여름 과일 몇 쪽이 올라간 빙수를 한입 물었다.
그러자 달콤한 연유가 올라간 팥빙수는 수저 가득히 입안에서 녹고 있었다.
“달군요.”
“네 뭐라 하셨죠?”
“아, 빙수가 달다고요.”
“하하하 난 또 쓰고 계시는 소설이 달달하다는 줄 알았습니다.”
형빈은 잠시 머뭇거리며 망설이다
이재호 기자에게 자신이 구상 중인 스토리에 대해서 살짝 맛보기로 정보를 주고는 일어섰다.
“그럼 전 이만!”
“네, 파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거리로 나오자 광화문 근처는 한창 연두색으로 변하고 거리 곳곳은 새롭게 조경을 정비하느라 어수선했다.
하지만 도시는 더욱 싱그럽게 수목으로 덥혀버렸다.
사람들이 걷기엔 더욱 정서적인 이쁜 길로 변해가고 있었다.
한적한 청계천에 도착하자.
줄지어 흐느적거리는 잉어떼와 긴 목에 힘을 빼고 송사리를 노려보는 백로는 어느 시골의 풍경을 옮겨 놓은 것 같았다.....
햇살에 반사되는 물결에
피라미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회색 시멘트 고가는
세월의 흐름에 밀려가고
네가 있던 그 자리엔
매연을 뿜으며 줄 따름 치던 자동차 대신
신바람 난 피라미가 달리기하는구나
청계천 맑은 물에
그 옛날 빨래하던 여인네는 어디 가고
이제는 시원한 바람결에
머리 감는 수양버들 사이사이로
눈 큰 잉어만이 입을 맞추며 유유히 흐른다.
형빈은 창백하고 삭막했던 도시와 괴물 같은 빌딩이 거울처럼 맑은 청계천 물빛에 투영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검게 늘어진 태양의 그림자 뒤로는 반짝이며 이쁘게 빛나는 거인 같은 빌딩들이 밤하늘에 점점이 먹혀가고 있었다.
그리고 초 여름이 쫓겨가는 이 밤에 세영은 오늘도 바삐 뛰고 있었다.
헉~헉~헉...
뭉치로 변해서 형빈의 집으로 오는 중에 오늘도 멍청한 수고양이가 어찌나 들이대던지 지금 이리저리 피하고 있는 중이다.
야옹~옹....
언젠가부터 시커먼 점이 얼굴에 꽉 박힌 점박이는 세영에게 반했다.
머리통은 또 엄청 커서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놈이 아까부터 뭉치를 따라온다.
양 옹~
“징그럽게 다가오지 마 멍청이야."
묘한 게 어떻게 된 건지 길냥이가 되면 세영은 사람 말과 고양이 말이 동시에 다 들린다.
다만 내가 말을 할 때는 사람은 못 알라 듣는지? 길냥이에게 밥을 주는 아주머니에게
“저 시커먼 놈 좀 쫓아 주세요.”
야아옹···이아 옹
“아우 이뻐라 어디서 이렇게 이쁜 얘가 갑자기 나왔지?”
아무리 내가 사정을 해도 이쁘다고 머리만 쓰담아주기만 한다.
"아줌마 애 좀 쫓아주세요."
그러나 아주머니에게 아무리 사정을 해도 이쁘게 미소 지으며 그 아주머니는 뭉치의 머리를 쓸어 주면서 간식을 주신다.
“그래그래 우리 아가 배고프지?”
야아옹···
세영은 점박이를 째려보면서 다짐을 한다.
”내가 기필코 내일 사람으로 돌아가면 네놈을 꼭 기억해 뒀다가 거세 수술을 시키리라···“
이아 옹 스르르르···
”그러면 다시는 나에게 걸 덕되지 못하겠지!“
하지만 일단은 어제 사귄 코코에게 이놈을 넘기고 튀어야 되는데 코코가 보이질 않는다.
야옹... 양...
세영이 찾는 코코는 어제 그동안 눈여겨보던 암고양이였다.
세영은 밤새도록 점박이에게 쫓겨 다니다 오늘은 그냥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세영은 퇴근 후 천천히 집을 향해서 산책길을 걷고 있었다.
여기저기 이쁜 강아지가 자신의 주인을 따라서 옆으로 지나가는 또 다른 강아지를 보면서 짖거나 냄새를 맡고 있다.
"풋! 쟤네는 왜 그렇게 서로의 엉덩이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을까?"
세영이는 푸르른 하늘을 한번 쳐다보며 크게 기지개를 켰다.
저 멀리 몽실몽실한 강아지 모양의 구름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천천히 모습이 흩어지듯 풀어지며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햐아 기분 좋은 하루다!!"
오늘은 다행히 빵을 사 가는 손님 중에 진상 같은 고객들은 없었다.
세영은 혹시라도 뭉치가 보이지 않을까 하고 이리저리 살피며 걸었지만
이상하게 자신이 뭉치로 변하자 늘 산책로 앞에서 오고 가는 아주머니에게 사랑을 받던 뭉치는 자신이 길냥이로 변하고부터는 보이지 않았다.
"힝! 정말로 내가 뭉치 대신 길냥이가 되다니!!"
야아옹 야옹!
그때였다.
세영이 걸어가는 옆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노오란 금잔화 꽃을 비집고 나왔다.
"어머 코코야!"
세영은 코코를 보자마자 너무나 반가워 코코를 부르며 다가서서 가방에 가지고 다니던 고양이 간식을 조금씩 나누어 주었다.
"얘 너 어디서 뭐 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나오니?"
"야아옹 양 옹!"
코코는 마치 세영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을 하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세영의 손등을 혀로 핥으며 야옹거렸다.
"내가 어젯밤 너를 얼마나 찾아서 다녔는데!!"
세영은 어젯밤 시커먼 점박이 때문에 고생을 한 것을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졌다.
점박이는 유독 뭉치를 좋아해서 앞발로 할퀴고 구박을 당해도 계속 쫓아다녔다.
몇 번이고 세영은 뭉치에로 변해있을 때 점박이를 구박하며 자신의 주위에서 떨어지라고 경고했지만 점박이는 뭉치를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그리고 하마터면 그동안 소중하게 지켜온 처녀성을 어이없게도 빼앗길 뻔했다.
세영은 길냥이 숫자를 늘리는 일이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풋!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이놈의 도둑고양이 만나기만 해봐라!!"
"크르르릉 야옹!!"
바로 그때 맛있게 간식을 먹고 있는 코코의 옆으로 큼직한 길냥이가 어슬렁거리면서 다가왔다.
"크아릉! 야옹!!"
얌전하게 간식을 먹던 코코는 신경질적으로 울면서 커다란 수고양이를 앞발로 할퀴었다.
"야아옹 그르르!!"
커다란 점박이는 코코가 사나운 발톱을 세워 크르릉 걸리자 멈칫거리다 세영의 손끝에서 달랑거리는 고양이 간식을 보면서 천천히 코코의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뭐야 너, 그 도둑고양이구나!"
"야아옹!"
커다란 점박이는 세영의 앞에서 귀엽게 야옹야옹 거리며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윙크를 하면서 다가왔다.
게다가 간식을 달라며 꼬리를 강아지처럼 세우고 흔들고 있었다.
"흥, 안 그래도 너 잘 만났어! 이놈의 도둑고양이!!"
세영은 어젯밤 밤새도록 쫓겨가며 당했던 화풀이로 점박이 옆구리를 발로 뻥하고 차버렸다.
"이야 옹 크르릉!!"
별안간 날아든 세영의 발이 점박이의 옆구리를 살짝 스쳐간다.
"어머나 뭐 하는 짓이야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