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갈등

고양이가 되지 않은 게 다행이긴 하지만! 그 이유를 몰라서 정말 궁금했다.....
다음날도 엄마 아빠를 도와 펜션 정리를 하고 있는데 형빈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머! 형빈씨?”
“네, 세영 씨. 요 며칠 보이시지 않으시던데 어디 가신 건가요?"
"네 전 잠시 쉬려고 휴가 중인데....."
세영은 형빈이와 카페를 다녀온 뒤! 한 번도 저녁에 나가지 않았다. 물론 밤에 형빈이네 집으로 뭉치로 변했어도 찾아가지 않았다.
"세영 씨가 안 보인 뒤 뭉치도 안 나오더군요?..."
”그런가요? 전 형빈 씨와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세영은 말로는 맞장구를 치고 있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꾸 형빈 씨가 부담스럽고 신경 쓰이기 시작하였다.
”뭉치도 안 보이고 세영 씨도 안 보여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몰라요.“
"어머? 그래요..."
세영은 서로 마음을 확인한 건 아니지만 그냥 가볍게 형빈과 계속 만나는 것이 왠지 싫었다.
처음엔 그냥 아는 선배로 만나고 싶었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욕심이 생기는 거 같아 스스로 포기하기로 했다.
"곧 기다리면 뭉치가 형빈 씨 찾아갈 거예요."
자신보다는 둘의 관계를 형빈 씨는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대처해 나가고 있었지만 세영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왠지 자존심도 상하고 괜히 이러다가 나만 빠져들면 마음만 아파질 것 같아서였다.
“형빈씬! 잘 계신 거죠?"
"네! 잘 있어요. 전 세영 씨가 별안간 안 보여서요.“
”제가 생각할게 있어서 잠시 서울을 떠났어요.”
하지 만 형빈은 그런 사정을 모르는 자신이 실수를 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은 차 한잔 마시고 강가에다 돌 몇 번 던진 죄밖에 없었는데 세영이 안 보이자 걱정이 된 것이다.
”세영 씨 혹시 저를 피하시는 건 아니시죠?“
”호호호. 제가 왜 형빈 씨를 피해요?“
”하하하. 전 저를 일부러 피하는 것만 같아서 매우 초조했는데···“
형빈은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뭔가 실수한 거 같은데 뭘 실수한 건지 전혀 모르겠다......
"여보세요?”
“네 말씀 하세요.”
“세영 씨 지금 계신 곳은 어느 지역이죠?“
"네, 이곳은 강원도···?“
"아니 혼자 휴가라도 가신 겁니까?"
"아니에요. 저희 부모님이 강원도에서 펜션을 하고 계셔서 잠시 휴가 겸 내려왔어요.“
"전! 너무 궁금해서 세영 씨 아르바이트하는 곳도 찾아가 봤습니다."
"어마, 그러셨군요?"
세영은 잠시지만 감동받아서 가슴이 뭉클거렸다.
”그런데 공사 중이라 아무도 안 계셔서 세영 씨에 관한 걸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머, 제가 걱정만 하시게 했군요.”
“그리고 이상한 게 세영 씨가 안 보이는 뒤로는 뭉치가 안 보여서 걱정도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길냥이는 아프면 어디로 숨는다고 하던데 걱정이군요.”
“아닐 겁니다. 뭉치는 슬기롭고 건강해서 어딘가에 안전하게 있을게에요.”
"그래도 그렇지 이상하네요.“
”뭐가요?“
”그동안 거의 저희 집에 놀러 오곤 했었는데 며칠은 통 못 봤습니다."
“고양이는 가끔씩 혼자 지내는데 습관이 있어서 그럴 게에요.“
“전 혹시 세영 씨도 안 보이길래 뭉치를 데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요.”
“호호호. 그런가요? 그렇지 안아도 전 어디론가 휴가를 떠나고 싶었는데···”
“정말요. 그럼 혹시 지금 뭉치랑 함께 있는 건 아니겠죠?”
"호호호. 글쎄요. 제가 뭉치를 데리고 있을 수도···“
"농담하지 마세요! 정말 뭉치 어디 있어요?"
세영은 형빈이 너무 걱정하는 거 같아서 결국은 자신이 뭉치를 데려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미안해요 형빈 씨, 사실은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산책로에서 뭉치를 만났어요."
”어, 정말요?“
"네, 그런데 뭉치가 가지 않고 절 따라오더라고요.”
“그래서요?”
“혹시 몰라서 잠시 제가 데리고 왔어요."
세영은 일단은 형빈을 안심 시키기로 했다.
"정말요? 거기 주소 좀 대주세요.”
“호호호. 왜, 오시게요?”
“네, 거기 무슨 펜션입니까?"
"왜요? 정말로 오시게요?”
"네, 제가 3일 정도 세영 씨네 펜션을 예약해도 되지 않습니까?"
세영은 형빈이 별안간 온다는 것에 겁이 벌컥 났다.
이상하게 이곳에 온 뒤로 아무리 잠을 자도 고양이로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세영은 핑계를 만들었다.
"뭉치가 야생기가 있는지 여기 산속을 맘대로 돌아다녀서 나도 통 볼 수가 없어요."
"알았어요. 제가 일단 거기 갈 테니까 주소 좀 찍어 주세요."
”정말로 오시게요?“
"어차피 저도 여름에 휴가를 보내야 되니깐, 이왕이면 세영 씨도 볼 겸 뭉치도 볼 겸 거기서 3일만 휴가를 보내고 싶어요.”
세영은 어쩔 수 없이 주소를 찍어 줬다.
형빈은 뭐가 급한지 다음 날 오전에 세영이네 부모가 운영하는 펜션에 도착했다.
"세영아~"
"네~"
"잠깐 나와 봐, 봐! 저 사람이 누구니?"
“어머 벌써 오셨나 보네?”
"너 찾아온 거 같은데?“
"응! 엄마 아는 선배예요."
"아는 선배?"
윤희는 궁금해서 딸에게 물어보다가 딸내미가 사귀는 남자가 아니라니까 실망하고 말았다.
”선배도 선배 나름이지 혹시 너에게 관심 있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 아닐까?“
"아냐 나랑 아무 상관 없는 그냥 선배야···”
"근데 왜 찾아왔어?"
"날 찾아온 게 아니라 엄마 아빠 가 펜션 하니까 오신 거야.“
”얘는 그러니까 관심이 있는 거지!“
”아녀요. 어차피 휴가 가는 거 우리 펜션 사용하라고 내가 부탁한 거야."
"그래? 좋다 말았네.“
"뭐가 좋다 마라?"
"응! 나는 너에게 빠져서 여기까지 쫓아온 남잔 줄 알았지!"
"후후후. 엄마 딸이 그런 재주나 있겠어?"
"야! 네가 어때서 넌 엄마 닮아서 이쁘잖아?”
“엄마가 그렇게 예뻤어?”
"그럼, 내가 아가씨 때는 얼마나 인기 좋았는지 알아?“
”그래 내가 본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는데요.“
호호호호.
“이것아 내가 아빠가 하도 쫓아다녀서 어쩔 수 없이 결혼했는데···”
"호호호. 설마 아빠처럼 멋진 사람이 엄마를 쫓아다녀?“
"정말이다.~~"
"아빠한테 물어볼까?"
"아니야 됐어! 이것아...."
“호호호. 빈방 있지 엄마?"
"응. 다행히 여름 끝말이라 오늘부터는 방 하나가 여유가 있어.”
"그래? 난 또, 엄마가 하도 시집가라 시집가라 해서 내 방이라도 빌려주려 그랬는데~“
"정말? 그럼 우리 방 없다 그럴까?"
호호호호···
"됐어! 엄마 농담도 못 해!"
"여보 여기 손님 오셨는데 왜 준비 안 하고 있어?"
"네 지금 나가요. 세영이 선배랍니다."
"어 그래? 그 청년 정말 멋지던데.”
형빈은 빨간 스포츠카를 한쪽에 세우고 간단한 짐을 풀었다.
"안녕하세요. 윤형빈이라고 합니다."
“아! 어서 와요.”
"세영 씨 부모님 되시죠?"
"네! 맞아요!"
"3일 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점심은 먹었나?"
창호가 물었다. 창호는 서글서글한 형빈이 왠지 딸내미 선배라니 더욱 호감이 절로 간다.
“아직 못 먹었습니다.”
"그럼 우리 함께하지?“
"네! 감사드립니다."
윤희는 신이 나서 이것저것을 부지런히 만들었다.
“호호호호. 차린 거는 별로 없지만 많이 먹어요. 총각”
“네, 감사합니다. 맛있게 보이네요. 어머님!“
”어머머, 어머니라니? 잘생긴 총각이 어머니라고 하니깐 기분이 좋아지네요.“
”엄마!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야 괜히 확장해서 상상 말아요.“
”알았어 이것아.“
”아, 아닙니다. 괜찮다면 전 어머니라고 계속 부르고 싶습니다.“
”거봐, 이것아! 총각이 계속 그렇게 부르고 싶다고 하잖아.“
세영의 엄마와 아빠는 서글서글한 형빈이 유들 거리며 어머니, 아버님하고 자신들을 부르자 잘 생신 총각이 딸에게 관심을 갖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형빈과 세영은 점심 식사 뒤, 펜션 옆에 있는 작은 계곡으로 갔다.
그곳에는 그리 크지 않은 계곡이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었고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햐~ 여기 정말 좋네요.“
"네! 너무 좋죠! 엄마 아빠가 이 계곡에 반해서 이곳으로 5년 전에 오시게 됐어요."
"정말 이런 곳에서 며칠 쉬면 글도 너무 잘 써질 것 같네요.”
"호호호. 다행이네요.“
"참, 뭉치는 어디 있어요?"
"글쎄요? 애가 이상하게 계속 저와 숨바꼭질만 해요."
“그런가요?”
"엄마, 아빠도 다른 고양이들은 봤지만 뭉치는 못 봤나 봐요!"
"그럼 혹시 길을 잃는 거 아닐까요?"
"설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 꼭 형빈 씨한테 갈 거예요.”
세영과 형빈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저녁을 맞이했다.
계곡 사이로 비구름이 뭉쳐서 이리저리 흘러내리더니 기압골 차이로 빗방울이 되어 쏟아져내리기 시작한다.
“세영 씨 안되겠어요. 그만 들어가시죠?”
“네, 아무래도 그래야겠네요.”
“그럼 우리 저곳에 모닥불을 피우고 커피나 마시죠?”
펜션 뒤편에는 비를 피하고 작은 모닥불을 피울 수도 있는 아기자기한 장소도 만들어져 있어서 연인들이 좋아하는 곳이 있었다.
그런데 세영은 좀 전에 계곡에서 물에 빠져서 형빈의 품에 안겨서 당황스럽고 아직도 가슴이 콩닥 콩닥거렸다.
그때 가슴을 얼떨결에 형빈의 손에 잡혀서 더욱 창피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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