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너 여자 생겼니

세영은 요즘 바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짬짬이 일전에 생각해 두었던 유튜브를 운영 중이다.
낮에는 코코를 소재로 하여 코코가 느끼는 자연과 바람과 꽃의 향기 와 고양이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이야기로 꾸미고...
야옹~옹
밤에는 자신이 경험하는 자연과의 교류를 유튜브로 방송으로 표현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생각 이 외로 소재의 진실성이 전해졌는지 하루가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청취한다.
형빈도 세영이 새로 시작한 유튜브 방송을 기쁘게 환영했다.
"와! 세영 씨 정말로 느낌이 좋네요."
"그렇죠 그렇죠!"
“네 세영 씨와 길냥이들이 마치 잘 짜인 스텝 같아요.”
“어머! 그런가요. 그러면 안 되는데···"
“왜요?”
“전 자연스러운 길냥이들과 제가 어우러져서 따스한 감정을 교류하는 걸 보여줬으면 했는데···”
“지금 잘 짜인 스태프들이 함께 한편의 드라마를 찍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그런가요?”
“네, 그래요. 그러니까 이젠 우리 둘만의 시간도 갖기로 해요.”
“둘만의 시간이라면?”
“잠시 이리 와봐요.”
“어머! 형빈 씨!“
그리곤 북한강에서 경험했던 연인끼리의 사랑의 숙제를 복습하고 예습하는 것에도 둘은 게으르지 않았다.
오늘도 둘은 산책을 핑계 삼아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곳 만을 찾아서 서로 포옹하며 달콤하고 달달한 사랑을 속삭인다.
"...!”
형빈은 오늘도 키스를 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세영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 안돼!“
하지만 세영은 얕은 신음 소리를 내며 형빈의 머리칼을 잡아당겨 안는다.
"형빈 씨..."
형빈은 세영의 파르르 떠는 가슴 끝을 살짝 이빨로 자근거리다 세영의 귓불에 속삭였다.
”사랑해요. 세영 씨....“
그때 세영의 주위를 빙빙 돌던 코코는 별안간 나타난 점박이의 걸 떡 걸림에 날카로운 발톱으로 응징하고 있었다.
카아 아이··· 야옹
달달하고 짜릿한 두 남녀의 하루하루가 그렇게 길냥이 들의 다툼과 계절의 변화를 천천히 느끼면서 지나간다.
딩동댕 딩동댕
"누구세요?"
"나다 인마!"
"어, 아버지 연락도 없이 별안간 한국에 어쩐 일이세요?"
"어쩌긴! 네놈이 하도 안 건너와서 엄마와 함께 네놈이 뭐하나 불시에 왔다."
"아무리 그래도 말씀을 하시고 오셔야죠?"
"인마! 내 집에 내가 오는데 너한테 허가받고 와야 돼?"
"그래도 제가 숨겨둔 여자라도 함께 있으면 곤란하실 텐데···“
“여자? 그래 그런 숨겨둘 여자는 있고?”
“왜 없어요. 저도 이제 곧 장가도 가야 될 텐데!”
"하하하. 그럼 다행이고.“
남편인 정훈과 아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자영은 아들이 하는 말을 듣고는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너 설마 우리가 모르는 여자 생기건 아니지?"
"아니 엄마, 내가 나이가 몇 살인데···”
“설마! 너 우리도 모르게 사고 친 건 아니지?”
“하하하. 내가 일일이 거기까지 보고 하면서 사귀어야 돼나요?"
"애 봐라! 그럼 엄마, 아빠한테 얘기하고 만나야지?"
"그래요! 그럼 기다리세요.”
“뭘?”
“제가 여자가 생기면 뽀뽀해도 되나요. 이젠 손잡아도 되나요? 일일이 보고하고 사귈게요... 하하하하”
“그러면 나야 좋지. 호호호호.”
"아마! 그럼 모두 도망가서 전 혼자 살게 되겠죠...“
"네가 어때서 도망가?”
”누가 그런 남자를 좋아해요. 혹시 아빠가 과거에 그랬나요?“
”얘는 네 아빠가 얼마나 상남자인데 일일이 그런 걸 부모에게 보고하겠니!”
“거봐요. 엄마부터도 싫찬아요.”
"인마! 난 너를 미리 가진 후에나 장인 장모님이 알았어.”
“흥! 자랑이셔, 그때 내가 얼마나 창피했는데···”
하하하하···
"안심하고 기다리세요. 저도 곧 손주가 생기면 그때 인사드릴게요."
"뭐라고. 정말 있긴 있는 거니?"
"글쎄요? 요즘 고양이처럼 귀여운 여자를 제가 사귀고 있거든요."
"얘! 농담하지 말고··· 엄마 아빠는 네가 결혼이 늦어질까 봐 자꾸 걱정이 돼!"
“형도 있잖아요?”
"네 형은 같은 미국 땅에 있는데 뭐가 그렇게 바쁜지 얼굴도 볼 수 없더라..."
"그럼, 형수님은 잘 안 놀러 오셔요?"
"야! 네 형도 잘 안 오는데 며느리가 오겠니?"
"그런데 저한테는 왜, 기대를 하세요?"
"기대가 아니라 네가 하도 연락이 없으니까 궁금해서 그렇잖아.“
“그래 인마! 연락 좀 하고 살자!”
"네 얼굴 한번 보려면 맨날 인터넷이나 뒤져서 나 볼 수가 있으니까 그렇지."
”왜, 인터넷을 보세요.“
”그렇게 안 하면 널 볼 수가 있니?"
“매일 보고 싶을 때 영상통화하시면 되잖아요.”
“야! 매일 머리가 쥐나도록 글 쓰는 아들에게 어떻게 수시로 전화를 해?“
하하하하
”어때요. 그렇다고 글이 안 써지나요.“
”그래도 그렇지."
”어쨌든 들어오세요."
형빈네 부모님은 10여 년 전 큰아들 유학 때문에 미국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원래 아버지가 국제 통이라 현직에 있을 때 이곳저곳을 근무했는데,
그래도 미국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경험 때문에 엄마 아빠는 그냥 미국에서 살기로 했다.
"근데 너, 요즘 유명인이 다 됐더라?“
”유명인은 무슨.“
”돈도 잘 번다면서?"
하하하...
“왜! 공부 안 한다고 포기한 아들이 성공하니까 이상해 보이나요?"
“우리가 널 왜, 포기해?”
"엄마, 아빠가 일찍 절 쿨하게 포기해서 성공했는데···”
“야, 그건 포기가 아니라 네가 관섭을 싫어해서 놔둔 거지.”
“여하튼 두 분 공이 크죠... 하하하.”
"그래! 네 여자도 쿨하게 포기할 테니 일단 만들어봐라.“
”그래, 제발 좋은 여자 만나서 너 꼭 닮은 아들딸 낳아라.“
"정말? 제가 아무나 데려와서 아들딸 만 낳으면 되는가요?"
"그래라 재주 있으면 해봐.”
“흥! 너처럼 까다로운 놈한테 누가 걸려들겠니?”
“OK, 절대로 딴 말 하지 마세요.”
“오냐, 일단 데리고 와봐!”
어차피 형빈이 부모는 외국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이라 며느리나 남녀 관계에 대한 조건에 대해서는 쿨하신 편이었다.
그리고 크게 인성교육에 문제가 없으면 아무리 고아라고 하더라도 크게 상관 안 하는 분들이다.
다만 본인들이 보기에 성실한 사람이고 똑똑한 사람이면 인정하고 수긍할 수도 있는 서양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
"일단! 우리 여기서 보름 정도 있다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네 알겠습니다."
하면서도 형빈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이제 서서히 세영이와 가까워져서 집에도 한번 데려오려고 그랬었는데···
엄마 아빠가 보름 씩이나 계신다기에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흠! 집은 그래도 깨끗이 잘 관리했군.“
"근데 형은 좀 어때요?"
"뭐, 말로 먹고사는 놈이라서 매번 그렇지.”
형빈의 형은 미국에서 국제 변호사로 활동 중이시다.
"형은 언제나 모범생이니 잘하고 계시겠죠?"
"야! 네 형은 너무 갑갑해.“
”맞아요. 재미도 없고, 그래도 어렸을 때 보면 너는 엄마랑 잘 통했었는데?“
자영은 막내아들을 보며 아쉬워했다.
"이제 너도 커서 어떨는지 모르지만, 장가가면 우리 같이 살까?"
"정말요?”
"네가 좋다고 하면 나야 좋지.”
“며느리가 매일 애들만 맡기면 어쩌시려고?"
"내가 보모니 애만 맨날 보게!”
"하하하 거 봐요, 요즘 누가 같이 살아요. 제가 한번 물어는 볼게요..."
"너 정말 있기나 하니? 한번 우리 보여주면 안 될까?"
"다음에 기회 되면 한번 인사드릴게요."
디디 딕 디디 딕
"여보세요?"
"아! 세영 씨 나 오늘은 산책 못 나갈 거 같은데?"
"왜요?"
"응! 엄마 아빠가 별안간 미국에서 오셨어!"
"부모님이 미국에 계셨어요?"
"내가 말 안 했구나, 우리 엄마 아빠는 미국에 거주 중이라...“
”어머 그러셨군요.“
”그런데 말도 없이 별안간 오셨네요."
"그래요? 그럼 저도 오늘은 그동안 미루었던 일들 좀 정리할게요.“
"그래요 세영 씨~"
그리곤 형빈은 조용히 속삭였다.
"사랑해. 세영 씨!!”
"크크크 저도 사랑해요.“
세영은 그동안 밀렸던 일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기지개를 켰다.
이제 뭐 하지? 형빈 씨 보고 싶은데···
”그래 오늘은 뭉치가 되어서 형빈 씨에게 놀러 가야지!"
그동안 세영은 고양이 꿈을 꾸지 않았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 형빈하고 매일 데이트하다 보니 고양이 꿈을 꾸지 않은 것 같다.
세영은 집안 정리로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미지근한 물로 씻다가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니···
늘씬한 자신의 몸이 김 서린 거울에 비추어있다.
"어머! 또 커졌네?”
그런데 세영은 자신의 가슴을 만져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상하다 예전보다 가슴이 조금 더 커진 거 같았다.
"사랑을 하면 가슴도 커지나?"
하긴 형빈의 점잖지 못한 손이 요즘 유독 세영의 가슴을 기회만 있으면 만지려 하니 아마 그래서 조금 커진듯했다.
"형빈 씨가 하도 만지고 입으로··· 그래서 그런가?"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톡톡 치대던 세영은 탄력 있는 자기 몸매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새벽이슬 초롱 초롱 여울질 때면 보랏빛 사랑으로 피어나리라
길고 긴 밤 모진 유혹 견디어가며
님만 위해 꼬옥 다물었던 보랏빛 봉우리였건만
님을 위해 따스한 봄바람도 흘려보내고 뜨겁고도 진득한 여름 유혹도 이겨 냈다네
이제 해맑고도 영롱한 아침 햇살 되어
나에게 다가서는 그대만을 위해서라면
나 오늘
수줍고 수줍게 미소 지우며 살며시 살며시 그 고운 꽃 수술 모두 내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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