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인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악령군
작품등록일 :
2023.05.10 10:30
최근연재일 :
2024.06.13 16:03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98,479
추천수 :
3,395
글자수 :
1,558,954

작성
24.03.07 15:45
조회
245
추천
12
글자
14쪽

190화

DUMMY

[괜찮나, 예정보다 시간이 지났는데?]


[....]


아는 이들만이 참석한 장례식의 한편.


그곳에 자리한 상왕, 레인 그레이의 머릿속으로 보물고의 문지기였던 환수가 말을 걸었다.


[알지도 못하던 이의 죽음을 추모하는 일이다. 하루 정도 머물렀으면 예의를 갖춘 것 아닌가.]


[....]


[그 노인이 그리 중요한가?]


[...어르신은....]


그 물음에 여태 침묵하던 레인이 답했다.


[그 분만이 유일하게 저를, 진심으로 상왕으로 여기며 도와주던 분입니다.]


[그런 이유로?]


[별 것 아닌 이유로 보이겠지만 제가 그 사람, 아버지를 대리하던 초기에 미다스가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어르신 덕분이었습니다.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를 지지했으니까요.]


[그에게 강력한 힘이라도 있나? 수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있는 것 같지만 본인은 그다지 강해보이지 않던데?]


[힘이 한 종류입니까?]


[....]


레인의 반문에 머릿속에서 대화를 나누던 환수가 조용해졌다.


조용해진 머리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그녀에게 다가오는 이가 보였다.


“게센님께서 찾으십니다. 저를 따라오시길.”


“네.”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나서는 레인에게 조용해졌던 환수가 다시 질문했다.


[...이걸 기다렸나?]


[어르신은 대답이나 결정을 뒤로 미루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거래는 불발되지 않았나?]


[호의는 보였으니까요. 그러니 한참 정신이 없을 텐데도 저를 부르지 않습니까?]


[흠....]


환수가 다시 조용해졌고 레인은 안내자를 따라 처음 안내되었던 방보다 저택의 훨씬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좋겠는데....]


[그러지 마십시요.]


[네 미약한 능력으로도 느껴질텐데?]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나설거다. 계약자를 쉽게 잃으면 나에게도 영향이 있으니.]


[감사합니다. 그래도 괜찮을 겁니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군.]


생각보다 저택의 깊숙한 곳으로 향하자 보물고의 문지기에서 그녀의 호위가 된 환수의 말처럼.


그녀의 미약한 능력치로도 사방에서 이쪽을 주시하는 것이 느껴졌다.


환수가 나서려는 것을 만류한 레인이 자신감만으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감시가 삼엄한 곳은 중요한 장소다.


보통 그런 곳에는 중요한 물건이나 인물이 있기마련이고.


레인이 직접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선 이런 장소를 거쳐야 했기에 그녀에겐 익숙했다.


쿠즈노하 레이무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는 한창.


이런 장소에 불렀다는 것은 게센만이 아니라 이곳의 중요한 인물도 함께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야가미의 가주려나?’


레인의 생각이 야가미 가문의 가주에 닿았을 때.


그녀를 안내하던 이가 검게 칠해진 문 앞에서 멈추고 레인에게 시선을 보냈다.


준비가 되었냐는 듯한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자 검은 문을 두드린 후 옆으로 물러났고.


그녀를 주시하던 느낌과 함께 그림자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동시에 문이 열렸다.


“왔습니까. 들어오시지요.”


처음 그녀를 맞이했던 때와는 달아진 말투의 게센이 문을 열고 그녀를 맞이했다.


게센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자,


“한 조직의 수장이 왔는데 인사가 늦어서 미안하오.”


“...아닙니다. 이쪽이야말로 가주에게 인사를 하지 않아 죄송합니다.”


“바쁜데 쓸데없는 말은 그만 둡시다. 게센.”


“우선 앉아서 이야기 합시다, 가주. 와서 앉으시오.”


레인의 예상처럼 야가미의 현 가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열린 문을 닫고 레인이 방석에 앉자 게센의 입이 열렸다.


“상왕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


레인이 아닌 상왕으로 대하겠다는 듯이 존대로 바뀐 게센.


“대신 거래의 내용을 바꾸었으면 합니다.”


“내용이라면....?”


“일본을 가장 마지막으로 감찰하고 그때 저희 가문의 능력자들을 데려가 주셨으면 하는 것. 그것이 저희의 제안입니다.”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거래 내용을 바꾸자는 말에 반문하자 게센이 답한 후 가주에게서 엉뚱한 말이나왔다.


“게센이나 저희나 한 곳에 사감이 아주 많습니다.”


‘저희? 가문을 뜻하는 건가? 그리고....’


게센과 야가미 가문이 사감이 있을 만한 곳이라면.


“일본....”


“예. 일본에 말이죠.”


“....”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서 당혹스럽겠죠. 게센이 다시 은상으로 복귀해 당신을 도와주길 바란 거래에 저희의 사감을 꺼냈으니.”


“...예.”


“물론 거래의 내용을 바꾸는 만큼 게센만이 아니라 저희 가문도 당신을 돕겠습니다.”


“그 말씀은?”


“제가 은상의 직위에 있을때 빈틈없이 일을 할 수 있던 이유는 가문의 힘을 빌렸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은 게센의 능력이지만요.”


“그것도 쿠즈노하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가주.”


“그 친구의 힘이 컸다고는 해도 거기까지 도달한 것은 분명 네 능력이 맞다.”


“....”


“아무튼 게센을 도우면서 가문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본에서 도망치며 줄었던 가문의 힘이 다시 늘어났으니까요.”


가주의 말로 게센이 은상의 직위에 있을 때 가문의 힘을 빌리고 그 대신 가문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운 것도.


그들과 일본 사이에 깊은 감정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알겠지만,


“한데 그거랑 거래 내용을 바꾸는 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그 질문에 가주의 얼굴에 스산한 미소가 맺혔다.


“일본에는 결계가 처져 있습니다, 상왕.”


아는 이들은 모두 아는 이야기였다.


덕분에 일본에서는 사이비들이 벌이는 테러가 없다.


없어야 했지만,


“그건 어느 시점부터 사라진 것 아닙니까?”


레인의 말처럼 그 결계는 사라졌다.


그래서 다른 지역이 블랙마켓과 마녀집회, 변절한 미다스가 벌인 소란과 싸우는 동안.


일본은 오션 웨이브의 피해를 복구하지도 못한 채 두더지처럼 튀어나오는 사이비들과 싸우는 중이었고.


상왕의 귀환과 함께 행해진 미다스의 지원을 기꺼이 받은 지역 중 한 곳이다.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멍청한 자들이 원래 막아야 할 것을 막지 않고 용도를 바꾸면서 그 난리가 벌어지는 것뿐.”


“바꿨다?”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도 이해는 갑니다. 두려웠겠죠. 쫓아낸 저희 가문이 한국에 자리잡은 채 힘을 키우고, 지우려고 했던 쿠즈노하가 이름을 떨치고 있으니.”


“그 말은....”


“예. 결계는 사이비가 아닌 야가미 가문을 막고 있는 겁니다. 멍청하게도....”


“쿠즈노하는?”


“그 결계를 만든 중심이 쿠즈노하인데 어떻게 막겠습니까? 사이비들까지 막지 못하게 된 이유도 쿠즈노하가 일본에서 사라지며 결계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겠죠.”


“음....”


“우리가 이런 제안을 한 이유? 우리에겐 등을 돌렸지만 아직 쿠즈노하를 잊지 않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본에 피해를 주려는 것은....”


“알아서 자멸해가는 곳을 뭣하러? 아, 물론 우리의 손을 잡고 탈출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일본이 힘들어지긴 하겠군요. 하지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침묵하는 레인에게 가주와 게센은 재촉하지 않았다.


그 태도에 계속해서 들던 위화감이 증폭됐다.


사감이 있다고 한 것치고는 온건한 이유와 거래가 이루어지면 좋고 불발되어도 상관없다는 태도.


‘두 사람 다 거래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아. 어째서일까? 꼭 미다스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겠지. 그런데도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이건 호의군요.”


생각 끝에 나온 말에 찻잔에 시선을 고정하던 게센의 시선이 레인에게 향하고.


스산한 미소를 짓고 있던 가주의 얼굴이 부드럽게 변했다.


“맞다. 우리의 제안은 네가 보여준 호의에 대한 보답이다.”


“연기가 조금 부족했으려나?”


“‘누님’의 연기는 충분히 악당같았으니 그 웃기는 모습 좀 치우시죠.”


“너무하는구나, 게센. 이 누나에게 그리 심한 말을 하다니.”


“늙어서도 그 장난질을 볼 줄은 몰랐소.”


‘누님? 누나? 무슨 소리를..’


레인의 말과 함께 변한 분위기와 원래대로 돌아온 게센의 말투.


게센과 비슷한 풍채를 하고 있던 가주의 모습이 흐물거리며 사라지고.


정갈하게 일본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노년의 여성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어?!”


“왜? 재밌지 않느냐! 저 얼빠진 표정을 보렴, 호호호!”


“쯧!”


혀를 차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티를 낸 게센이 가주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레인에게 말했다.


“미다스와 거래를 하지 않아도 일본에는 들어갈 수 있다.”


“쿠즈노하가 함께하기 때문에.”


“그래. 그런데도 너에게 제안한 것은 고마우니까.”


“돌아가신 분의 목숨을 가지고 거래를 요청한 겁니다만....”


“상인이잖나? 넌 그 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정중하게 거래를 요청한 것이야. 무엇이 문제지?”


상왕이라 불리며 미다스 전체의 흐름을 조율했던 레인이지만,


“.... 직접 대면해서 하는 거래는 역시 잘 모르겠네요.”


“불발되긴 했지만 상인으로서는 잘 한거다. 그래서 네 선택은?”


“하아.... 하죠. 그 거래.”


그렇게 레인은 상인으로서 세번째 거래를 성공했다.





- 짝짝짝!


“축하한다, 게센! 늙어서 고생하는구나!”


“누님도 도와주셔야 하는 일입니다.”


“호호호! 내가 직접 나설 일이 뭐가 있겠니? 가문의 능력자들이 바빠지겠지! 원로들은 좋아하겠구나. 가문이 정체성을 잃어간다고 한탄하던 이들이니.”


거래를 마친 레인이 자리를 비우고 두 사람만 남은 방에서 가주와 게센이 대화를 나누었다.


가볍게 말하는 가주였지만 그녀가 그 원로들을 설득하기 위해 움직여준 것을 안다.


“감사합니다, 누님.”


“에잉! 넌 너무 눈치가 빨라. .... 그래서 상인으로 성공한 것이겠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쿠즈노하의 도움이 컸습니다.”


“나도 다시 말하지만 그것도 네 능력이란다.”


“....”


“....”


“그보다.... 동생이 눈을 감기 전에 한 말이 신경쓰이는구나.”


“...예지 혹은 예언 같은 말이긴 했습니다.”


“그녀가 잠드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그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어.”


“예지나 예언에 대한 대가로 말입니까? 하지만 왜....”


“원래 죽었어야 할 상처였지 않느냐? 오사카에서 너흴 구해준 능력자 덕분에 살기는 했지만 알았겠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미래를 보았다는 말입니까?”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됐겠지. 종말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세상이 점점 변해가니까.”


“후우....”


깊은 한숨을 쉬는 게센.


그런 게센에게 가주가 다른 주제를 꺼냈다.


“그리고 ‘참쇄의 주술사’말이다만....”


“알아낸 정보가 있습니까?”


“묘해.”


“?”


“묘하게 비슷한 이들이 있어.”


“무슨 뜻입니까?”


“모습이나 사용하는 기술 등은 다르지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행동이 비슷한 이들이 있다.”


"...."


“너희와 ‘캐나다’의 사람들을 구한 ‘현상금 사냥꾼’으로 유명한 총사, 빌런과 사이비들에 대한 증오를 숨기지 않고 학살을 벌이고 다니는 ‘참쇄의 주술사’, 지금 유명한 영웅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이탈리아 남부를 지킨 이름 모를 전사까지. 비슷해.”


“우연은...”


“아니, 우연이 아니야. 거기다 그 셋이 전부도 아니고.”


“더 있다는 말입니까?”


“방금 말한 셋이 가장 유명하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일정시기마다 모습을 감추는 능력자들. 하나가 나타나면 하나가 사라지지. 두 명 이상이 다른 지역에서 나타나지 않아. 또, 공통적으로 던전을 적극적으로 소멸시키고 다니고.”


“그럼 누님의 생각은 그들이 전부....”


“한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하려는 말이 뭔지는 알아. 그 모든 인물이 한 사람이라면 미친 행적이지. 인간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행적이니까.”


“그런데도 그렇게 생각하신 겁니까.”


“한 사람은 나도 너무 심한 가정이라 생각해. 아마도 동료가 몇몇 있겠지. 그렇다면 더 대단하지.”


가주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미친 자들이었다.


던전소멸주의자들 중에서도 극단적인 이들과.


빌런과 사이비들을 증오하는 이들 중에서도 사무치는 원한을 가진 자들.


그들이 합쳐진 것처럼 보이면서도 하나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보였기에.


“으음....”


“네게 돌아온 황금패는 빼앗긴 것이 아니란 말이야. 빼앗았다면 너에게 돌려주라는 말도 없었겠지.”


“그건 그렇죠. 그럼 제가 걱정하는 친구는 휴식기 일 수 있다는 소리군요.”


“그렇겠지? 세상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다가 주술사가 움직이면서 휴식하는 중이겠지.”


“이럴 줄 알았으면 패가 아니라 연락처를 교환할 것을 그랬습니다.”


“나도 이렇게까지 바쁘게 그리고 은밀하게 움직이는 능력자는 처음 봤다. 정보를 얻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그래도 감사합니다. 우선 레이와 세이, 그리고 강룡부대분들에게는 그렇게 전달하죠.”


“그러렴.”


가문의 심처에서 가주와 게센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상왕의 방문에서 시작된 일.


야가미 가문은 쿠즈노하 레이무의 장례식이 끝나는 대로 상왕을 따라 움직일 이들을 선별할 것이고.


일본은 그들이 내치고 지우려했던 이름이 돌아오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괴인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70화 기준 주인공 상태 및 기술 현황 24.02.05 265 0 -
공지 비정기 연재로 바꿉니다. +1 23.09.04 137 0 -
공지 연재 시간은 오후 3시 45분 입니다. 23.08.15 997 0 -
217 212화 +3 24.06.13 149 12 15쪽
216 211화 24.05.31 125 13 15쪽
215 210화 +1 24.05.23 145 12 15쪽
214 209화 - 내용추가 +1 24.05.06 189 12 20쪽
213 208화 +1 24.04.30 178 12 17쪽
212 207화 24.04.23 169 11 14쪽
211 206화 +1 24.04.20 183 12 23쪽
210 205화 24.04.17 179 11 15쪽
209 204화 24.04.15 180 10 13쪽
208 203화 24.04.13 180 10 14쪽
207 202화 24.04.11 179 12 13쪽
206 201화 +1 24.04.06 184 14 14쪽
205 200화 +2 24.04.02 203 13 16쪽
204 199화 24.03.29 206 15 15쪽
203 198화 24.03.26 203 13 14쪽
202 197화 +1 24.03.25 197 12 14쪽
201 196화 +2 24.03.22 202 12 15쪽
200 195화 24.03.20 210 14 16쪽
199 194화 24.03.19 197 13 15쪽
198 193화 +1 24.03.15 215 14 14쪽
197 192화 24.03.14 213 13 14쪽
196 191화 24.03.12 215 13 21쪽
» 190화 +1 24.03.07 246 12 14쪽
194 189화 24.03.04 236 12 26쪽
193 188화 24.03.02 232 14 15쪽
192 187화 +2 24.02.28 232 14 13쪽
191 186화 +1 24.02.23 240 1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