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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군
작품등록일 :
2023.05.10 10:30
최근연재일 :
2024.06.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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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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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화

DUMMY

상왕의 세 번째 거래가 끝나고.


야가미 가문이 다시 일본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때.


중국은 지역의 주인이 바뀌었다.


‘진천회’의 등장 이후로 ‘오룡성’이 밀리기는 했다.


그래도 함께 중국을 지배하던 거대문파 전체가 오룡성과 동맹을 유지했기에 쉽게 패권이 넘어가지는 않았다.


바꿔 말하면 거대문파를 제외한 중국의 중소규모 문파나 세가들은 전부 진천회로 돌아섰다는 소리였다.


북부의 진천회, 남부의 오룡성.


서로 대치하던 두 집단의 균형이 깨진 것은 오션 웨이브로 인해서였다.


그것도 단 두 번의 이탈과 한 번의 충돌로.


광천가의 마지막 가주였던 ‘광화진’이 회주로 있는 진천회는 단단한 결속력과 다양한 능력자들이 모인 그 힘으로 쉴 틈 없이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물리쳤으나.


오룡성과 거대문파들은 오직 근접 능력자를 우대하던 기조가 독이 되어 갈수록 연패를 거듭했고 차라리 각자 싸우는 것이 더 좋을 정도로 서로 패배의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서로 반대되는 모습.


길게 이어지는 오션 웨이브에 남부에 남아있던 기술자들이 살기 위해 진천회가 보호하는 영역으로 탈출하기 시작했고.


몬스터와 싸워도 시원찮을 판에 오룡성과 거대문파는 탈출하는 기술자들을 쫓는 데 힘을 사용했다.


그런 이들을 막고 직접 기술자들을 보호해 진천회로 넘어간 오룡성의 첫 이탈자가 있었으니.


우습게도 오룡성을 구성하는 오룡 중 한 곳.


‘제갈란’이 이끄는 ‘제갈세가’.


예상치 못한 이탈자의 등장에 모두 당황했다.


이탈자의 정체를 깨달은 오룡성은 분노했고 오룡 중 하나인 사마위연이 직접 정예들을 이끌고 그들의 배신자를 쫓았으며.


그 움직임에 조금 늦었지만 진천회도 ‘무룡 광무천’을 보내 기술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오션 웨이브 중에 일어난 첫 번째 이탈과 충돌이었고.


결과적으로 기술자들과 제갈란을 따르는 제갈세가는 진천회로 합류했다.


두 번째 이탈은 오션 웨이브 막바지에 일어났다.


대다수 기술자가 제갈세가와 함께 탈출하며 장비의 지급이나 손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던전에 들어가기 힘든 상황에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을 만들 기술자의 숫자도 줄었기에 몬스터와의 전투는 연패가 지속되던 상황.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오룡성과 거대길드의 하부조직들이었고 강요되는 희생을 참다못한 이들이 일시에 이탈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션 웨이브는 그들의 이탈이 있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끝났고.


두 세력의 균형은 진천회로 기울었음에도 그때까지도 지역의 패자(霸者)는 오룡성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의 주인이 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오룡성, 아니 사룡성과 거대문파들의 선택 때문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힘을 모아 오션 웨이브를 버틴 오룡성, 아니 사룡성과 거대문파들.


그들은 웨이브가 끝나자 눈앞에 들이밀어진 현실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어느새 다가온 블랙마켓과 마녀집회가 내민 손을 잡는 선택을 해버렸으며.


그것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했다.






“이것도 세 번째인가 네 번째 물어보는데 말이야.”


“....”


“너무 많이 바뀌지 않았어? .... 그것도 기억하는 것보다 좋은 쪽으로.”


“...그렇지.”


김현아의 말에 박우진은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처럼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대부분이 동료들과 박우진이 기억하던 것보다 좋은 방향으로 변했기에.


튜토리얼의 기억을 공유하는 모두가 조금씩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순조롭게 강해지고 변화의 대부분도 그들을 돕는 듯이 변했지만 그 반동이 언제 올지 몰라서.


그리고,


“그리고 말이야.... 우리들 뭔가를 잊고 있는 것 같지 않아?”


“....”


이어진 질문이 핵심이었다.


처음에는 가장 많은 기억을 보유한 박우진만이 느끼던 점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 모두가 무언가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함을 느꼈다.


오션 웨이브가 끝나고 그 점을 더 강하게 느낀 동료들은 각자의 정비를 위해 헤어지기 전.


새로 합류한 폴라리스 나인과 월드 아카데미부터 함께 했던 최이현에게도 튜토리얼의 기억을 공유하며 길게 이야기를 나눴고.


기억을 공유받은 아크 발렌시아, 최이현, 폴라리스 나인의 지적을 통해 그들이 의문으로 생각하던 점을 풀기도 했으나.


정작 무엇을 잊고 있는지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걸 김현아가 다시 한번 물은 것이다.


“상태창에 있는 이 빌어먹을 시간이 줄어들수록 뭔가를 잊고 있다는 점은 커져만 가.”


“....”


“그런데도 떠올리는 것은 하나도 없어! 없다고!”


“김현아..., 진정해.”


“넌! .... 후우, 좋아! 진정할게. 여기서 떠들 일은 아니었지.”


“이 이야기는 나중에 모두 모이면 다시 하자.”


“그래.”


두 사람의 짧은 대화가 끝난 방으로 사람이 온 것은 그때였다.


-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최이현.


“....”


“....”


“...분위기가 왜 이래?”


그가 들어왔는데도 빈 찻잔을 탁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굴리는 김현아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있는 박우진의 모습에 최이현이 꺼낸 말이었다.


최이현이 말을 꺼내고 나서야,


“왔어? 오늘 대련은 벌써 끝?”


“그래, 왔다. 그래서 왜 이러고 있냐?”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니야.”


“흐음..., 알았어. 그보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밥?”


“어. 무룡하고 회주의 손녀, 제갈란. 세 명이 식사에 초대했다.”


김현아의 반문에 최이현이 대답하자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박우진이 반응했다.


“앞의 두 사람은 상관없는데, 제갈란?”


“그래, 그녀도 함께 간다.”


“그 ㅆ, 아니 아니다. 쯧!”


김현아가 욕을 하려다 말고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넌?”


“나도 가지. .... ‘청결’ 써줄까?”


“써주면 고맙지.”


최이현은 마지막 튜토리얼처럼 기억을 이야기했음에도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다.


‘이 부분도 조금....’


그런 생각과 함께 청결을 최이현을 포함해 모두에게 사용한 후 방을 나섰다.


세 사람은 현재 중국에 있었다.


블랙마켓과 마녀집회, 변절한 미다스가 만든 소란을 정리하며 움직이던 세 사람은 중국에서 ‘혹한의 주인’이 등장했다는 정보를 받았다.


오션 웨이브가 끝나면서 튜토리얼 때와 다른 업적의 획득도 포함해서 이야기를 나눈 후 일행은 두 개로 나뉜 상태였다.


일행 중 네 사람이 유럽에 남고 세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가던 중에 발생한 소란.


세 집단 중 가장 앞장서서 소란을 주도하는 블랙마켓.


어지간한 일로는 암상의 곁을 떠나지 않는 존재의 등장 소식에 세 사람은 곧장 중국으로 향했고.


어째서 혹한의 주인이 중국에 등장했으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


세 사람이 복도를 걸어가자 그들을 알아본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며 길을 비켜준다.


“...불편해.”


“참아.”


“좀 더 빨리 걷자.”


활약한 것이 있다 보니 중국 사람들이 세 사람을 존중하며 보이는 태도겠지만 김현아의 말처럼 불편했다.


빠르게 사람들을 지나쳐 건물 밖으로 나오자 세 사람처럼 ‘청결’을 사용한 듯 마력의 흔적이 남은 네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왔군요!”


“예. 두 사람도 함께 가겠다고 하네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뛰어난 요리사분이 있는 식당이니까요!”


“기대되는군요.”


살갑게 세 사람을 맞이하는 남성이 현 중국의 영웅이자 진천회의 다음 회주로 확정된 무룡 광무천.


그 뒤에서 웃으며 반겨주는 여성은 진천회주 광화진의 하나뿐인 손녀인 광화린.


옆에 서 있는 중년의 여성이 김현아가 욕하려다가 참은 오룡성의 첫 이탈자인 제갈란이었고.


“밥 먹나? 나.”


“사람들도 모두 왔으니 기다리던 밥을 먹으러 가세!”


“응!”


이질적으로 큰 덩치와 반비례하는 어린아이같이 순진무구한 얼굴과 말투의 존재는 광무천의 친구이자 호위로 알려진 ‘금강’이었다.


광무천의 안내를 따라 일곱 명이 움직이자 건물보다 많은 인파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길을 연다.


“쯧....”


“저..., 어딘가 불편하신가요?”


사람들의 행동이 불편해 다시 혀를 찬 김현아에게 광화린이 반응했고.


“반말해요.”


“예?”


“저보다 언니잖아요. 그냥 편하게 말해요.”


“어, 언니?!”


“편하게 대하라니까요?”


자기보다 언니인 광화린이 존댓말을 하자 김현아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광화린은 김현아의 행동이 매우 당황스러운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그런 그녀를 광무천이 챙겼다.


“현아 소저. 사저가 또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많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중국에 머무는 동안 화린 사저와 함께해주시겠습니까?”


“무, 무천!”


“흐음..., 좋아요. 얼마나 더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잘 부탁해요, 화린 언니.”


“아, 네!”


“반말하라니까요.”


“으, 응.”


“한결 낫네.”


김현아가 광화린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졌다.


최이현은 까칠한 겉모습과 달리 상대가 호의를 갖고 다가온다면 똑같이 호의를 가지고 대한다.


‘튜토리얼에서는 그런 점도 있기에 동료로 맞이했던 건데 조금씩 사이가 틀어지더니 우리를 떠났지.’


그때는 12번이나 기회가 있던 박우진이 보기 싫어서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이상한 점을 찾았다.


현재 동료 중 유일하게 아크 발렌시아와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크가 괜한 일로 시비를 걸기 때문이고....’


광무천과 최이현이 매일 대련을 할 정도로 친해진 것도 같은 이유다.


광무천은 진천회를 도와준 세 사람에게 호의를 가졌고 최이현과 같은 관심 분야가 있었다.


‘검’.


튜토리얼에서 ‘검마’라고 불리던 자와 ‘검성’이라 불리던 이는 서로 대화가 통했기에 금세 친해진 것.


‘식사를 초대한 것은 아마 방에만 있는 나와 현아가 신경 쓰여서 그랬나 보군.’


12번의 삶, 아니 튜토리얼의 기억을 간직한 박우진에게 지금 광무천의 모습이 특별하기는 해도 그리 신기하지는 않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은 크든 작든 계속해서 변한다.


그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무언가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변화의 폭이 크기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변하기도 한다.


‘아주 많이 봤지. 나도 그런 사람들과 똑같고.’


그런 의미에서 오룡성의 첫 이탈자인 ‘제갈란’과 광무천의 호위인 ‘금강’도 마찬가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갈란은 원래 광무천이 이끌던 ‘북천회’를 끝까지 괴롭히던 자였고.


금강은 모든 튜토리얼에서 반드시 죽었던 미아 볼텍스 정도는 아니지만,


‘죽었어야 할 이가 또 살아남았군.’


12번의 튜토리얼 중 박우진이 직접 죽인 적이 2번.


그 외에는 존재도 모르게 일찍 죽거나 박우진 직접 손을 쓴 것처럼 끔찍한 악인이 되어 악명을 날리다가 죽던 존재다.


특히 마지막 튜토리얼에서는,


“!!!”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누구였지?! 분명 금강을 죽인 자가 있었는데!’


중요한, 아주 중요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마지막 튜토리얼에서 특정 사건과 인물에 관련된 무언가가 깔끔하게 기억에서 사라졌다.


떠오른 생각의 꼬리를 잡은 채 기억 속으로 깊게 침잠한다.


주변의 상황 따위는 잊은 채 깊게 침잠했지만,


- 턱!


어깨에 올라온 두꺼운 손이 집중을 끊었다.


“아....”


“괜찮나? 나. 걱정한다. 우리. 걱정한다.”


금강의 말에 지금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떠올랐다.


광무천의 식사초대로 식당으로 향하던 길.


그것도 잊고 기억의 공백에 집중한 박우진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올려진 크고 두터운 손과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들.


“미안합니다. 잠깐 생각에 집중하느라....”


“괜찮은 거냐?”


“몸이 안 좋으면....”


“괜찮아. 정말로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집중하느라 그런 것뿐이니까. 걱정해 줘서 고맙습니다, 금강.”


“응.”


박우진의 말에 어깨 위의 손이 조심스럽게 떨어지고 그를 보며 멈춰있던 일행이 움직였다.


이미 끊어진 집중이었기에 떠오른 일은 기억의 한구석에 두고 식당에 도착했다.


식사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광무천의 장담대로 뛰어난 요리에 모두가 만족했으니까.


분위기가 변한 것은 김현아가 아무 말 없이 식사 중이던 제갈란에게 질문을 던지면서였다.


“그쪽은 왜 오룡성을 ㅂ, 이탈했지?”


“혀, 현아야!”


어느새 김현아의 이름을 편하게 부르던 광화린이 놀라서 소리쳤고.


주변에서 요리를 맛보며 대화를 나누던 박우진 등도 행동이 멈췄다.


대외적으로 제갈란과 그녀가 이끄는 제갈세가는 기술자들을 공격하려는 자들을 막고.


오션 웨이브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 그 말 못 믿겠단 말이지.”


“아.., 현아야....”


- 탁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제갈란이 들고 있던 젓가락을 소리 나게 내려놓고 김현아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게 왜 궁금합니까?”


아무 감정도 깃들지 않은 말에 기묘한 압박감이 있었으나 좋았던 분위기를 한 번에 박살 낸 김현아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못 믿겠으니까. ㄴ, 당신 같은 존재를 말이야.”


“....”


한층 더 차가워진 분위기.


오직 금강만이 요리를 열심히 먹는 와중에 제갈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룡성에 대해서 얼마나 압니까?”


“겁쟁이에 패배자들.”


“...틀린 말은 아니군요. 추가로 멍청하게 자기 힘을 깎아 먹은 머저리 집단입니다.”


“....”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광천가와 북부에 자리한 문파들의 몰락은 저희가 만든 일이죠. 제 부모님들이 벌인 일이지만 정말 멍청한 짓이었습니다.”


“사부님에게 듣기는 했습니다. 그 일에 대해 사부님은 우리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했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차라리 광천가가 중국의 모든 문파를 압도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니.”


“흥!”


“변명하고자 하는 말은 아닙니다. 아무튼 북부의 몰락을 꾀한 이들은 그 일의 막바지에 큰 상처를 입고 죽었답니다.”


“그래서....”


“예, 화린 양이 생각하는대로 제대로 성장하지도 않았던 저나 다른 이들이 가주나 문주가 되었죠.”


“....”


“이 땅에서만큼은 제일이 되고 싶던 이들의 욕심이 중국의 힘을 소모했고 제대로 성장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죠. 그 업보가 진천회가 등장하자마자 밀리기 시작한 오룡성에 나타났습니다.”


알게 모르게 쌓이던 불만들이 있었다.


무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우대로 발생한 차별과.


시간이 지날수록 등장하는 압도적인 능력의 더블스킬들.


마력통신망으로 마력만 있다면 혹은 마력석을 구할 수만 있으면 예전보다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정보의 바다는 차단이 불가능했다.


오룡성이 지역의 주인으로서 이룬 업적은 너무나 하찮았고 진천회의 이야기는 날로 커졌다.


사람들은 두 집단을 비교했고 과거에 머무른 오룡성보다 진천회로 끌리기 시작했다.


오룡성의 위기는 점차 커졌고 오션 웨이브에서 미래를 버리는 선택을 했다.


“기술자들을 공격해선 안 됐습니다. 오히려 진천회에 협조를 구하고 남부에 있던 기술자들을 직접 대피시켜야 했죠.”


“하지만 공격했죠. 그래서 란님이 나섰군요.”


“예. 저와 세가의 책사들이 도출한 결과를 열심히 전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쪽의 발언을 무시하더군요. 그리고....”


“‘하오문’이 그 자리를 차지했군요.”


“.... 맞습니다. 그래서 더는 그들에게서 미래를 보지 못한 저는 고심 끝에 이탈, 아니 그들을 배신했습니다.”


그렇게 제갈란과 제갈세가가 오룡성을 이탈했고 그 빈자리를 ‘하오문’이 차지했다.


그리고 그것이 오룡성과 거대문파를 몰락시켰다.


“하오문이 블랙마켓의 하부조직일 줄은 저와 세가의 두뇌들도 정말 몰랐습니다. 저와 세가는 살길을 찾아 진천회로 왔을 뿐.”


혹한의 주인이 중국에 등장한 것은 제갈란의 말처럼 하오문이 그들의 하부조직이란 점도 있지만.


그 하오문을 통해 블랙마켓과 마녀집회가 내민 손을 오룡성과 그 동맹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오션 웨이브가 끝나며 많은 것을 잃은 오룡성은 블랙마켓과 마녀집회의 지원과 함께 진천회를 공격했고.


그 선두에 선 것이 혹한의 주인이었으며 마녀집회의 대마녀 두 사람도 중국의 패권을 둔 싸움에 참여했다.


소란의 근원인 세 집단은 다른 지역보다 많은 지원을 중국에 쏟아부었고 그 막대한 지원에 진천회는 밀리고 있었다.


그때 합류한 것이 세 사람이었고 다행히 혹한의 주인이 ‘혹한의 성주’가 되지 않은 상태.


박우진의 대규모 버프기 지원과 일본에서 이미 ‘검성’이라 불리던 최이현의 신묘한 검 놀림.


마법의 힘마저 밀어버리는 김현아의 화력에 밀리던 진천회가 태세를 정비했고.


정말 제갈량의 후예인 줄은 모르겠으나 제갈란과 제갈세가의 책사들이 내놓은 계책들이 대부분 성공하며 대치를 이어갔다.


승기가 넘어온 것은 죽었다고 알려졌던 미다스의 상왕이 생환과 함께 블랙마켓에 뒤지지 않는 막대한 지원을 사방에 뿌리면서 넘어왔다.


미다스의 지원과 오션 웨이브 때 진천회 덕분에 목숨을 건졌던 기술자들의 필사적인 노력.


갈 데까지 간 오룡성과 거대문파들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의견의 일치까지.


과거에 머무른 지배자가 쓰러지고 새로운 지배자가 중국을 차지했다.


“이야기 잘 들었어. 요리가 식었네. 여기요!”


“....”


김현아는 제갈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별다른 감흥 없이 답하고는 식었다기보다 금강이 모조리 해치운 요리를 다시 주문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사과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주님과는 이미 끝난 이야기였어요.”


“그랬습니까?”


“예, 소회주. 제갈세가는 저처럼 이미 세대가 교체되었기에 회의 수뇌부들도 과거의 원한을 굳이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감정이 남아있기에 공식적으로는 외부협력자의 위치에 존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란님.”


“이쪽이야말로 저희를 구해준 소회주께 감사드립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저희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분이 당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건..., 약속 때문에 그런 겁니다.”


“약속?”


“예. 저를 구해준 귀인과의 약속.”


“귀인이라면?”


잠자코 듣고 있던 박우진이 물었고 때를 맞춰 김현아가 다시 주문한 요리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멈췄던 식사를 계속하죠. 그분에 대한 이야기는 식사하면서 해드리죠.”


“귀인 덕분에 할아버지도 지금은 건강하세요.”


“회주 영감님? 어디 아팠어, 언니?”


“응. 예전의 상처로 힘을 쓰시면 많이 불편해하셨거든. 그걸 치료할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사제를 구해준 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야.”


“뭐, 신기한 약초나 포션이라도 줬어?”


“그건 아닙니다. 그런 약재는 버려졌던 북부에 산더미처럼 많았거든요. 대신 기초적인 약재가 부족했는데 그걸 살 수 있는 많은 돈을 처음 보는 저에게 덜컥 내주셨습니다.”


“약속이라는 거 보니까 무언가 조건이 있었나 봐?”


“맞아, 현아야. 근데 그 약속이 조금 특이해. 뭐였더라? ‘강해져라. 종말을 이길 수 있을 만큼.’”


“사저의 말투와는 달랐고 강요도 하지 않았지만요. 그래도 그 약속 아니 약속을 기억하며 능력을 키웠고 제게 부족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채우려고 노력했죠. 덕분에 금강을 만났고 뛰어난 책사분들을 얻었지요.”


‘귀인이라....’


식사는 그 후로 잔잔히 이어졌다.


김현아는 더 이상 제갈란에게 툴툴거리지 않았고 까칠하면서도 마른 외형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대식가 최이현이 금강과 먹방을 선보이다가 둘 다 나가떨어지면서 식사 자리는 끝났다.


“우윽!”


“해독포션이라도 줄까?”


“아니. 잠깐 앉아있다가 가서 검 좀 휘두르면 괜찮아 질 거야.”


“그래.”


“무식한 칼잡이 같으니.”


“너도 좋아도 계속 시켰잖아!”


“그걸 좋다고 다 처먹냐!”


“그만해. 그보다 소회주가 말한 귀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귀인 말이지? 나도 대련하면서 몇 번 듣기는 했어. 굉장한 총사였다고 하던데.”


“총사라고?”


“그래. 하급 던전이라고는 하지만 총사 혼자서 3일 만에 던전을 소멸시켰다고 했어.”


“오!”


지금의 그들이라면 혼자서 하루도 걸리지 않아 하급 던전을 소멸시킬 수 있지만.


식사가 끝날 때까지 들은 귀인의 정보 중 과장되었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제외해도 대단했다.


“총사라....”


‘우연일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시기가 묘했다.


중국에서 광무천을 구한 총사와 한국의 전라도에서 테러를 막은 알려지지 않은 총사가 동일 인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총사의 행적을 한유수에게 부탁한 상태였다.


‘이것도 한번 전해봐야겠네.’


“어디 가려고?”


“아니. 유수 형에게 연락하려고.”


“귀인이라는 총사에 대해서?”


“그래.”


“혹시 그 총사가 그들의 일원이라고 생각해?”


“그럴 수도 있겠지.”


“흐음..., 나는 아니스한테 연락이나 해야겠다.”


“그럼 나는 이만 연무장에 간다.”


그렇게 세 사람은 각자의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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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204화 24.04.15 182 10 13쪽
208 203화 24.04.13 181 10 14쪽
207 202화 24.04.11 181 12 13쪽
206 201화 +1 24.04.06 186 14 14쪽
205 200화 +2 24.04.02 204 13 16쪽
204 199화 24.03.29 207 15 15쪽
203 198화 24.03.26 205 13 14쪽
202 197화 +1 24.03.25 198 12 14쪽
201 196화 +2 24.03.22 203 12 15쪽
200 195화 24.03.20 212 14 16쪽
199 194화 24.03.19 198 13 15쪽
198 193화 +1 24.03.15 217 14 14쪽
197 192화 24.03.14 214 13 14쪽
» 191화 24.03.12 218 13 21쪽
195 190화 +1 24.03.07 247 12 14쪽
194 189화 24.03.04 237 12 26쪽
193 188화 24.03.02 233 14 15쪽
192 187화 +2 24.02.28 233 14 13쪽
191 186화 +1 24.02.23 241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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