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무림을 불태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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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강약약약
작품등록일 :
2023.05.10 14:02
최근연재일 :
2023.07.06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566
추천수 :
87
글자수 :
201,249

작성
23.05.10 14:07
조회
234
추천
3
글자
9쪽

죽어야 한다

DUMMY

나의 죄는 사랑을 사랑으로 알지 못했던것이다.


그 죄의 삯은 홀로 불로서 치뤘다.





---


"후........X발 좆같네"


금요일 일곱시만 넘으면 독서실 앞은 차들이 줄지어 각자의 헤드라이트를 빛내고 있다.


주말이 존재한다는 기쁨


독서실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바쁨이 존재하고 있다.




바야흐로 대 공시의 시대 나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 합격을 바라는 독서실의 아무개씨가 되었다.


처음 1년은 가벼운 마음이었다.


준비하는 과정도 가벼운 마음이었다.


떨어지고 나서도 가벼운 마음이었다.


“에이 다들 몇 년씩 하는데 나라고 1년만에 붙겠어? 엄마 걱정마 곧 붙을께.”


진지하게 임하고자 다짐했던 2년차는 ‘내가보기엔’ 아까운 점수차였다.


아쉬웠지만 내 과정에서 무언가 핑계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다 잘 했었는데.... 마지막에 시간 분배를 조금 실수한것 같아. 너무 아쉬운데 이것만 조심하면 다음에는 무조건 될 거야.”


이미 붙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까 첫 번째보다 못한 준비와 그 어느 때보다 소홀한 마음가짐에 나는 잡아먹혔다.


책을 보는 시간보다 현직 공무원들의 업무나 고충을 알아보는데 많은 시간을 썻었고 곧 내가 그들의 일부가 될꺼라 믿었다.


믿었다.


“아니야....진짜 이번엔 실수야... 엄마는 나 못 믿어?”


젊은 나이에 사고로 돌아가신, 살아있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빠 대신 돈을 벌며 나를 키워준 엄마.


“나 잘 할 수 있다고!! 알아서 할께!!”


나는 그 마음에 소리치고 큰 고함에 못난 나를 덮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참 꽃같은 사람이었다.


억척스럽고 강하기만 할 것 같았던 엄마가 그 꽃같은 모습을 잊어버리고 나를 뒷바라지 해줄 때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걸 나는 몰랐다. 아니 잊었다.


그 엄마가 억지를 잃어버리고 넘어질 때까지 나는 나만 알았을 뿐이다.


우우우웅


"아 씨..... 누구야?"


공부 욕구 자극 영상을 보며 일종의 공부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던 도중 화면을 가리며 누군가의 전화가 왔다.


괜시리 방해받았다는 느낌이 불편함을 줬다.


반쯤 누운 자세를 일으키고는 폰을 챙겨 독서실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OO병원입니다. 혹시 OOO씨와 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


병원?


"아들입니다? 무슨....."


병원에서 내게 전화를 할일이 뭐가 있을까?


그리고 엄마의 이름은 왜 물어보는것일까?


간호사의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찾아오기 시작한 불안감은 머지않아 현실이 되었다.


손에서 스마트폰이 미끄러지듯이 떨어졌다.






“어.....엄마?....엄마?”


전화를 받았을 때는 꽃집에서 쓰러져 손님이 신고한 엄마가 이미 늦었을 때였다.


“엄마?.....”


옆에서 의사가 뭐라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깨를 덮은 손마저 무감각하며 모든것이 무언가 삐 소리치며 아무 느낌도 들어오지 않는다.


가만히 누워 편히 위를 바라보는 엄마가 너무 편해 보여 이대로 깨우면 안될 것 같았다.


“......보호자분 아직 소리는 들으실 수 있을꺼에요. 마지막 인사를 해주세요”


뭐라 말해야 할까?


꼭 합격 하겠다고? 말 잘들을께요? 사랑해요?


“어.......어....... ”


말 한마디 떼기가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있을까?


“엄....”


삐이이이이이이이이


망할 기계의 소음에 나의 마지막 인사는 묻혔다.


난 마지막까지 가장 멍청한 인사를 하고 말았다.


“...............운명하셨습니다.”


숨이 막혔다.


‘마지막 인사도 못했는데.... 아니 마지막이 맞아?’


비로소 간호사의 손이 내 어깨에 닿았을 때 나는 멈춰왔던 숨이 터져 나왔다.


물아쉬는 숨 속에서 뒷머리가 천개의 바늘로 찌르는듯이 아파왔다.


답답함을 몰아내려고해도 가슴에 돌맹이라도 들어있는것 같았다.


퍽!!!


한번을 쳐도


퍽!!


두번을 쳐도 이 답답함이 풀어지지를 않았다.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숨이라도 먹힌듯 말 한마디 나오지를 않았다.


“허....허!!! 허....헉!!! 허....”


“보호자분!!! 보호자분!!!”


“과호흡인거 같아요. 비닐봉지!!”


그렇게 나는 바보처럼 엄마를 보내주어야 했다.










내가 뭘 하는지 알지도 못한채 일주일이 흘렀다.


엄마는 이미 한줌의 재가 되어 흰 항아리에 담겨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있어도 뭘 해야할지 어떤걸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내 잘못이야'


바닥에 벽에 머리를 아무리 찍어봐도 달라지는건 없었다.


'내 잘못이야'


내 독서실 비용정도는 혼자 내겠다고 알바를 한다고 깝죽대는 동안 엄마는 무얼 더 찾아서 해야 하는줄 알았던것 같다.


엄마는 원래 하던 일에서 암덩이처럼 늘려가듯이 일을 하나씩 늘려갔다.


주말 식당 보조, 아파트 계단 청소, 주말 전단지 알바까지


"나.....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한번 편한적 없이 가버린것이다.


일만 하다가


죄책감이 실제로 날 눌렀으면 했다.


그랬으면 차라리 죽었겠지 싶어서 죄책감이 진짜 무게가 있었으면 했다.


밥이 넘어가질 않으니 안먹는 날도 있었다.


이미 목이 쉬고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웅크려 앉아 살가죽을 벗길듯 팔을 쥐어봐도 손가락만 떨릴뿐이다.


거울을 볼 수도 없었다.


첫날 감을 수 없어 뜬눈이 시려 물이라도 묻히려고 세수하려다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보인 거울은 사람을 비추지 않았다.


거울 안에는 엄마를 잡아먹은 괴물만이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한참을 난동을 부렸고 화장실 거울은 크게 깨져서 볼품없는 벽과 유리조각만 남아있었다.


무서워서 도망치듯 달려나와 엄마의 옆에가서 누웠다.


이젠 볼품없는 조그만 도자기가 되어버린 엄마의 옆에 살며시 누웠다.


"어.... 엄마.... 나 이제....... 이제......"


두 손이 아파서 품에 품으면서도 닿고싶어 이마를 대었다.


그렇게 시간을 죽이다


잠들다


죽이다


어느 날이었다.


쾅쾅쾅!!!


누군가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는지 시끄러움에 눈이 떠졌다.


소란스런 발걸음.


웅성대는 소리 사이렌 소리


그 사이에서 멀리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한참을 집중하다 귀가 제 정신을 찾는듯 들을 수 있었다.


"불이야!!!"


"대피...."


'불......불.... 불......?'


"불!!!!"


집안에도 연기가 자욱했다.


"도....도망!!!"


삽시간에 정신이 들면서 급하게 일어나다 몸에 힘이 없어 넘어졌다.


무릎이 아프고 온몸이 아파도 일어나야 했다.


급하게 문을 열고 나가려다 무심코 뒤돌아본 집에 엄마의 유골함이 열려 쏟아져 있었다.


넘어지면서 떨어졌는지 뚜껑은 저 멀리 날아가 있었다.


산소 결핍에 의한 환상이었는지 남아아있는 죄책감 때문인지 난 그 형태를 '엄마'로 봤다.


그리고 그 볼품없이 흩어져있는 재에 이성이 날아갔다.


"엄마?.....엄마!!! 엄마!!!"


미친듯이 달려가서 피딱지 붙어있는 손으로 재를 퍼올려 담았다.


연기가 점점 다가오면 더욱 고개를 숙였다.


마치 이 모습이 꽃집에서의 엄마라도 되는듯 지금 다시 담으면 살릴 수 있을거 같았다.


"엄마........."


점점 숨이 막혀오고 속이 매캐해도 담아야 했다.


아직 바닥에는 내 가족이 남아있다.


그렇게 두손 가득 엄마를 쥐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참 안타까운 사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새벽 불이난 ♡♡아파트에서 한 청년이 사망하였습니다."


"이 청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청년으로 얼마전 지병으로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청년은 대피하다 어머니의 유골함을 챙기다 봉변을 당한것으로......."


조그마한 20초 남짓 카드 뉴스 하나 그게 우리 죽음의 전부였다.


그저 '유골함을 챙기다 사망한 청년의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나는 죽고 나서야 효자가 되어 한줄 기사에 이름을 알렸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하늘에서는 어머니 만나 행복하세요.


시신마저 회손된 무연고 죽음이였기에 동정의 댓글만이 우리의 유일한 조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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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초일류의 무공 23.06.21 17 1 11쪽
35 초일류로 가는길 2 +1 23.06.20 11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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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대마인 수업 2 +1 23.06.14 1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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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천(魔川) 3 23.06.10 2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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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마천(魔川) 23.06.09 2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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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나의 검은 23.06.07 22 0 9쪽
19 무림이 두개가 되기 까지 +3 23.06.06 34 3 12쪽
18 양하미의 습격 2 23.06.06 24 3 13쪽
17 양하미의 습격 +1 23.06.03 3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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