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후 상속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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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바쮸
작품등록일 :
2023.05.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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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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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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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복선의 시작

DUMMY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에요?"


그냥 두면 수백번 물을 기세다.


어떻게 하긴.

F5 키를 지긋이 눌렀을 뿐.


굳이 이유를 찾자면, 요즘 하는 일마다 술술 잘 풀린다는것 정도?


"어쩜....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대수씨가 그 버튼을 누르니까 갑자기 화면에 팡파레가 빵하고 터지더니, 당첨이란 글씨가 이따시 만하게 나오는 거 있죠? 우와, 진짜 대박이었어요. 대박"


민혜린은 여전히 그 짜릿함에 빠져 있다. 나에게 줄 간장 게장을 포장하며 쉴새 없이 떠들어 댄다.


"너무너무 감사해요. 대수씨. 제가 진짜 맛있는 밥 한번 살게요. 아주 아주 비싼 집에서요. "

"괜찮습니다. 그런데 혹시 슬램덩* 아세요?"

"아, 그 농구 만화요? 얼마 전에 극장에서 하던데요. 그건 왜요?"

"거기에 이런 명대사가 나오죠. '왼손은 거들 뿐' 이라고. 전 '새로고침만 했을 뿐' 입니다."


난 간장게장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묵직했다.


힐링이 꼭 플렉스만 있는 건 아니다.


이런 꽁으로 생긴 음식.

그것도 간장 게장이라니....

하얀 쌀밥에 계란 후라이, 김, 총각무랑 같이 먹으면 환상이겠다.


침이 절로 고인다.


그럼 이만이라고 하며 멋지게 돌아 서려는데, 뇌리에 번뜩 뭔가 떠올랐다.


"저...혹시 강아지 키우지 않아요?"


내가 리버뷰헤븐에 처음 포르쉐를 몰고 온 날.


민혜린은 트렁크에서 개 사료를 꺼냈고, 집으로 들어갈 때 틀림 없이 강아지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강아지가 없다.

개털도 비치지 않는다.


"아.. 친한 언니 강아지에요. 자주 놀러 오거든요. 이 집 구할 때도 같이 도와줬구요. 오늘은 방송한다고 안왔어요."


친한 언니..

방송..??


이제서야 슬슬 실타래가 풀려 나가는 기분이다.


짐작조차 못했던 상황.

여자가 한명 더 있었던 것.


"그 언니가 개인 채널을 해서 말빨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아는 것도 많고, 이사도 많이 다녀봐서 저랑 부동산도 같이 다녀주고 그랬어요. 강아지는 포메랑 비숑 이렇게 두마리 키워요."


그랬구나...


"개 이름이 뭔지 아세요? 포메는 새끈이, 비숑은 빠끈이. 웃기죠?"


새끈이와 빠끈이?

오오, 작명 잘한다.

입에 착착 붙고 좋네.


이제 대충 알겠다.

인터넷 방송 BJ에 대한 오해는 풀렸다.


그보다 민혜린에 대해 궁금했다.


"그럼 하시는 일이?"

"푸드 칼럼리스트에요."


벽에 액자는 각종 자격증 및 요리 경연대회 상장이었던 것.


"어쩐지 주방이 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네. 제가 좀 바꿨어요. 촬영할 일도 많고, 여러 음식도 한번에 해야 해서. 추가로 인덕션도 매립하구요. 수납장도 투명하게 다시 했어요. 이곳 인테리어가 군데군데 너무 올드한 구석이 있어요."


어라? 현진이도 배치도를 그려주며, 똑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대수씨가 이런 대박 행운을 주셨는데, 간장 게장으론 넘 소홀한 것 같네요."


민혜린이 난감하다는 듯, 머리카락을 비비 꼬았다.


"나중에 맛있고 비싼 밥 산다면서요. 그거면 됐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 간장 게장은 제가 담근 거에요. 소래포구 가서 직접 사가지고요.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이모님도 손맛이 기가막힌데 반찬 좀 덜어드릴까요? 새우 볶음 어떠세요?"


마법같은 두툼한 손을 가지신 그 이모님?

음식맛이 어떤지 궁금했는데 완전 땡큐다.


"네. 혜린씨 마음이 편하시다면요."

"참 말씀도 예쁘게 하시네요."


이것도 현진이랑 똑같이 이야기한다.


"제가 일이 그렇다보니 당장 이런 것 밖에 안 떠오르네요. 아님 혹시 식칼 필요하세요. 저 많은데."

"식칼도 좋죠. 주시면 감사하죠."


새로고침 한번에.

난 엄청난 식량을 얻었다.

식칼 두자루는 사은품으로 딸려 왔고.


"그럼 가 볼게요."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고....."


내가 목례를 하려는데, 민혜린이 머뭇거린다.


"네에? 왜요."

"대수씨는.. 못 하는게 없을 것 같아요. 아잉..잘 쉬세요."


뭐가 부끄러운지 후다닥 문을 닫고 들어간다.


아무래도 나.


점점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





변함 없이 새벽이면 눈이 떠진다.

매일 꽂히는 1억의 효과다.


그렇게 눈을 뜰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있다.


매일 매일이 계속 이럴 수만 있다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도 괜찮겠다고.


하지만 돈으로 할 수 없는 일도 많다.


아버지 31살에, 어머니 57살.

죽도록 고생만 하다 돌아가셨다.


지금 내 곁에 없는 아버지, 어머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 분들을 여기로 모시고 오지 못한다.


비싼 호텔 뷔페도 필요 없다.


어머니가 손수 만든 된장찌개가 보글 보글 끓고, 참기름 냄새 가득한 저녁 식사 자리를 딱 한번만 같이 해볼 수 있다면, 난 소원이 없겠다.


늘 뭔가에 짓눌려 얼굴 한번 제대로 펴지 못했는데, 정말 딱 한번만 우리 가족이 모여 앉아 활짝 웃어 보고 싶다.


그런 행복했던 기억을 갖고 싶다.


그래서일까?

요즘 유독 아버지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어느덧, 대박 상속이 있던 날부터 훌쩍 한달이 지났다.


2023년 5월 25일 오전 5시.

알람이 울린다.


난 알람을 끄고는 방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원샷을 했다.


이것은 창신동 옥탑방에서 만든 새벽 루틴.

난 여전히 그것을 하고 있다.


세수를 하고 거실로 나갔다.

밤사이, 도시는 온통 비에 젖었다.


수직 낙하 하는 빗줄기들이 보였다. 한강은 황토물이 되어 넘실거렸다.


창신동 옥탑방에서 떠나던 날도 이렇게 비가 왔었다. 성수동 리버뷰헤븐에서는 처음 보는 비다.


"언제 그치려나."


날씨앱에 들어가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다.


- 하루종일 비


몇가지 일정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고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헤븐 커뮤니티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 입주민은 24시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수영장도 있는데, 그건 근육을 좀 만들고 해볼 생각이다.


웬만한 호텔 부럽지 않은 사우나도 있어, 언제든 흘린 땀을 개운히 씻어낼 수 있다.


난 스트레칭으로 시작해서 러닝 머신 4KM. 이렇게 30분 정도 운동을 한다.


"헉헉헉!!!"


왠지 모르지만, 오늘은 그 어느때보다 전투적으로 러닝 머신을 달렸다.


"이제 7KM로 늘려도 되겠어."


며칠 만에 힘이 붙어서인지, 뛰는 속도를 높여도 몸이 받쳐준다.


물질적 풍요도 중요하지만, 강인함 육체가 되어가는 작은 성과도 무시할 수 없는 기쁨.


"오늘도 제일 먼저 나오셨네요. 회원님."


피트니스 센터에 상주하는 트레이너가 환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네. 이걸 안하면 뭔가 나사 빠진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게 운동의 매력이죠. 작더라도 육체적 성장를 맛본 경험이 있으면, 치맥만큼 끊기 힘들거든요. 그런데 근력은 안하세요? 체형이 완벽하신데요."


전직 축구 국가대표 2군 출신인 트레이너가 말했다.


"전부터 말씀 드리고 싶었거든요. 아무리 기량이 세계 최고 선수들도 30살 넘기면 딱 느낌이 옵니다. 예전 같지 않구나하고 덜컥하게 되죠. 20대 중,후반 같으신데 늦기 전에 얼른 몸 만들어 놓으십시오. 바디 프로필도 남겨야죠."


그때였다.


"여기... 황군! 이게 또 안되는데?"


잠이 없으신 어르신들이 슬슬 내려와 운동을 시작하신다. 황트레이너를 부른 할아버지는 허리에 벨트를 척하니 차고는 버튼을 연신 누르는데, 뭐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저기서 부르시네요. 그럼."

"예. 얼른 가보세요."


서른한살인데 이십대 중, 후반이라니.

난 벽면을 채운 전신 거울을 보았다.


땀에 젖어 찰랑이는 앞머리.

며칠 전에 다시 한 다운펌.

그 아래 썩 괜찮은 얼굴.

한때 추노와 다름 없던 한대수를 떠올리면, 금융치료가 정말 제대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디 프로필이라...


나쁘지 않다. 그것 역시 큰 성공을 견인하는, 소소한 성취 중에 하나가 될 것이기에.


'바디 프로필. 이런건 아무래도 현진이가 잘 알겠지. 이따가 톡 해봐야겠다.'


그렇게 운동을 마치고, 샤워는 집에 와서 한다.


말끔하게 땀을 씻어낸 후, 뜨거운 물에 차를 우려내서 거실 쇼파에 앉았다.


따땃한 차로 먼저 심신을 안정시킨다. 그리고 나서 독서와 명상, 오늘의 영감을 적었다.


거의 딱 맞춰 7시가 되었다.

난 은행 앱을 열었다.


5월 25일 07:00

NHM 신탁 입금 100,000,000원


오늘도 어김없이 1억이 입금되었다.


벌써 한달이란 생각에, 주마등처럼 지난 기억들이 스쳤다.


.. 달빛 창고에서 마지막 파티

.. 한강 공원에 산책 나온 노부부에게 돗자리 드린 것.

.. 건물주이나 대출 이자에 허덕였던 스테이크집 사장.

.. 한무식 회장과 금고.

.. 팔당과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 로드샵에 리트리버 행국이.

.. 매케인과 조우.

.. 나락으로 떨어진 주시아.



해고 당한 후, 나에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진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은 피라미드 제일 하층의 삶이었는데.


그동안 총 40억이 입금됐고, 남은 잔고는12억. 난 28억을 썼다. 허나 이건 고작 한달 반에 불과하다.


아직 3년이 남았다.


그러고보니, 아버지에 대한 조사를 맡긴 매케인이 잠잠하다.


10살 때, 잠시 머물렀던 곳의 위성사진을 보내준 것이 마지막.


일주일동안 아무 소식이 없으니, 좀 예외적이긴 했다. 사실 매케인 걱정은 연예인 걱정만큼 쓸데없지만 말이다.


"이제 아침밥 먹어야겠다."


냉장고에서 이것 저것 꺼내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바로 매케인이었다.


"매케인. 그동안 왜 연락이 없었어요? 어디에요. 지금?"

"찾았어. 한이 10살 때 잠시 팔당에 있었을 때 그 50대 부부 말야."

"뭐라구요? 그 분들을 찾았다구요! 거기 어딘데요?"

"서울에서 좀 멀어."

"그럼 충청도요? 전라도? 아님 제주도요?"


매케인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베트남이야. 베트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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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어나더레벨 +36 23.05.30 26,775 79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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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새로운 에피소드의 시작 +36 23.05.27 30,349 83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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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멋지다 한대수 +47 23.05.23 36,866 9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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