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안에 괴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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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바딕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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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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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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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26. 그와 그분

DUMMY

“아... 자기 희생...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로군요~”



에단은 두 생명체의 육중한 몸이 빠르게 골목 속으로 사라지자,


대광을 향해 빨간 장갑을 뻗으면서 감격에 젖은 듯이 말했다.



“누가 자기희생이라고 했지? 나는 여기서 너를 죽이고, 너희들이 재창하는 그분의 정체를 밝혀낼 것이다.”



대광은 주변에 사력으로 띄워둔 수십 개의 작은 구슬들을 단 3개만이 남게 크게 뭉친 뒤,


그중 하나를 머리 위로, 나머지 두 개를 자기 양옆에 배치했다.



‘구상형 사력의 장점은 사력으로 특정 물체를 구상화만 한다면, 자기 몸을 방어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더군다나 내 구슬들은 ‘미리 입력된 명령’ 덕분에 극소량의 사력만으로도 조종할 수 있다. 게다가...’



대광은 양옆에 있던 두 개의 구슬을 원반 형태로 변형하여,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지네를 빙- 둘러, 에단을 향해 날렸다.



‘내 구슬은 물의 성질을 지녀 형태 변화가 매우 유동적이지. 제아무리 감지에 특화된 사력자라도, 사력만을 보고 내 구슬의 형태 변화를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할 터.’



팅! 윙-이이이


확실히 에단을 향해 곡선으로 날린 두 개의 원반은 그의 팔에 부딪혀, 톱날처럼 빠르게 돌아갔다.


하지만, 에단의 팔은 잘리긴커녕, 단단한 철에 부딪힌 것처럼 불꽃을 튀기면 빠르게 헛돌 뿐이었다.



‘‘사만’으로 방어했군.’



저 오만한 자...


저 엄청난 수의 벌레들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만약 본인이었다면, 이 엄청난 수의 벌레들을 달려들게 해, 빠르게 결판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그 값을 치를 때가 되었다고, 대광은 생각했다.


윙---잉!


에단의 팔에서 도는 두 개의 원반이, 더욱이 회전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해,


이윽고 그의 팔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내 구슬로 만들어진 원반은 처음엔 내 사력을 이용해 돌다가, 점차 상대방의 사력을 뺏어와 동력으로 삼는다. 이로써, 상대방이 쓴 ‘사만의 사력’은 급격히 고갈될 것이고, 방어는 뚫린다.’



대광은 이제 이틈을 타, 여기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라면 이번 공격으로 결판을 내야 했지만, 생각보다 단단한 그의 ‘사만’에,


에단이 슬슬 눈치챌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저 원반의 파쇄법은 양팔을 포기할 각오로 사만을 완전히 푸는 것. 실력자라고 소문이 자자한 ‘신수 해방 교단’의 교주가 그걸 눈치채는 것쯤은 시간 문제겠지...‘



대광은 에단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리에 사력을 집중하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벌레에게는 여러 사냥법과 방어법 존재하죠.”



대광은 에단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


미리 머리 위에 띄워두었던 구슬에 무엇이 탐지되어,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중 ‘의태’는 상당히 쓸만해, 저도 많이 써먹고 있답니다.”



뒤에서 나타난, 또 한 명의 에단.



“?!”



대광의 주변으로 벌레들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아... 가여운 자로군요. 왜 벌레들이 자신에게 달려들지 않을까? 라 생각하셨죠? 왜 그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자신을 무시하고 있을까? 라 생각하셨죠? ‘오만’하다고... 생각하셨겠죠.”



대광은 뒤에서 걸어오는 에단에, 즉시 두 개의 원반을 불러들여, 자신의 양옆에 배치했다.



“저는 신수 해방 교단의 두 번째 야수, ‘자선하며 물어뜯는 자’ 에단. 다만, 당신의 희생은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답니다. 그러니... 당신의 헌신에 자선해서, 두 생명체를 추격하는 건 그만두겠습니다.”



빨간 장갑.


대광은 그것이 마지막 기억으로,


벌레들의 탁한 물결에 휩쓸려, 세상에서 남김없이 사라졌다.



----------



나는 인근 골목에서 느껴지는 익숙하고도 이질적인 기운에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지?”



말단 마을의 경비 대장, 김류나는 펼쳐 든 지도에 무엇을 적다 말고 내게 말했다.



“아니다. 그보다...”



나는 여운이 남아 떠도는 골목 속 어떠한 기운을 애써 무시하며, 김류나에게 말을 이어갔다.



“대장급 직함을 지니고, 길 안내를 해주겠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군.”



우리는 말단 마을에서 나와, ‘바벨탑’으로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김류나가 배낭을 짊어진 채, 골목의 한쪽 구석에서 나와,


우리에게 길을 안내해 주겠다는 뜻밖의 제안을 한 것이다.


이에 두 소년은 환영하는 분위기였고,


최수호는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일단 그녀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하... 너희에게 칼을 겨누었던 그 싸이코 새끼가 마을 이장과 측근 세력을 열 명 넘게 죽였어. 아마, 당분간 이 말단 마을은 남은 세력 간의 충돌로 피바람이 불 테지... 그리고, 그 단상에는 분명 ‘경비 대장’이었던 내가 올라갈 테고.”



김류나는 손에 든 지도를 접어, 안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너희들은 사력자이니, 충분히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테지, 그러니, 내가 바벨탑까지 조금 위험하지만, 최단기로 가는 길로 안내해 주지. 원래라면 이곳에서 바벨탑까지 일주일이 넘게 걸릴 테지만, 내가 안내해 주는 길로 간다면 3~4일... 조금 덜 쉬고 간다면 더 빨리 갈 수 있을 거야.”



김류나는 어떻게 할래?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 길을 안내...”

“좋아! 가자고.”



그녀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 우리를 앞장서며 걷기 시작했다.


애초, 김류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따라올 생각인 것 같았다.


나는 진하게 짐승의 잔향으로 그을리는 골목의 하늘을 슬쩍 올려다본 뒤, 김류나를 따라 걸었다.



----------



비공식 게이트, 바벨탑의 주둔지 있는 한 음식점.



“아~ 이 몸은 골목대장이라고. 정말이라니까.”



그곳을 순찰 삼아 지나가던 서관호는 한 남자의 큰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나는 단지 다른 골목대장들과 다르게 소유욕이 없어서 이러고 있는 거라니까. 하하하”



서관호는, 흘끔 음식점 안으로 고개를 내밀어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그래그래. 맞아. 이번에 골목대장들이 가인더들을 전부 흡수해 세력이 엄청 커졌지. 그래서 나도 한 소리 들었다니까. 다른 대장들은 열심히 세력을 키우고 있는데, 너는 뭐하냐고...”



군데군데 구멍 뚫린 허름한 츄리닝 복장의 한 남자.


그가 한 팔에 끼고 있던 유일한 무기인 도검마저,


검집과 손잡이 부분이 낡아 한 대 툭 치면 부서질 것처럼 보였으니,


그런데 이렇게 허점투성이인 그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자신을 골목대장이라고 어필하며,


주변에 모인 구경꾼들에게 신나서 이야기를 주절이 떠들고 있었다.



“뭐? 그런데 왜 아직 안 쫓겨나고 여기 있나고? 뭐... 내 실력이 너무 출중해서 그런 거지. 나는 골목대장 중에서도 행동 대장으로, 항상 최전방을 맡는다는 말씀.”



... 뭐,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안다는 듯이,


그의 허풍에 실실 웃음을 흘리면서 이 고단한 골목에서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골목대장이라는 분이 왜, 이런 누추한 바벨탑에 오셨을까?”



서관호도 다른 구경꾼들처럼 웃음을 실실 흘리며, 그에게 말했다.



“뭐, 이 바벨탑을 내 거로 만들고 싶어서 말이야. 내가 아무리 소유욕이 없다지만, 이대로 너무 아무것도 안 한다면, 단장이 싸워 주지 않는다고 해서 말이지.”



그는 덥수룩한 수염을 긁적이면서,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래? 그런데, 바벨탑은 천하의 G.G.E조차 내놓은 ‘비공식 게이트’라고. 그런 바벨탑을 어떻게 점령하실 건데요?”



이번엔 서관호가 아닌 다른 구경꾼이,


그가 팔에 끼고 있던 낡은 도검의 검집을 손으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아무리 골목대장 나으리 라도, 이런 낡은 도검으론 어림도 없을 텐데 말이죠.”

“어허...”



그러자 남자는 팔에 끼고 있던 도검을 쥐며, 능글능글하게 웃어 보였다.



“내 검을 함부로 만지다가는 큰코다칠 거야~ 이 검은 사력이 깃든 사(死)검이라, 주인이 아닌 자가 만지면 싫어한다고.”

“아~ 그래? 그렇다고 치자. 히히히”



남자의 도검을 툭툭 친 구경꾼이,


재밌다는 듯이 다시 한번 그가 쥔 도검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갑자기 뒤로 벌러덩 넘어지며 몸을 벌벌 떨었다.



“뭐... 뭐야? 내 몸이... 이상해...”



뒤로 넘어진 구경꾼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떨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엉덩방아 찧기를 반복하다,


결국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구... 구경은 여기까지 하자고...”



그 말을 끝으로, 남자를 둘러싸고 있던 구경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니면 남자에게서 무엇을 느낀 건지 몰라도,


일제히 자기 자리를 찾아 흩어졌고,


그곳엔 이젠 서관호만 남아, 남자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당신, 그에게 사력을 날린 건가?”



사력, 그것을 일반사람이 느끼면,


뼛속까지 시린 오한이 감돌거나,


아주 높은 곳에 섰을 때와 같은 극도의 공포가 느껴진다거나,


살기와도 같은 죽음의 기운이 엄습해 온다고 한다.


본인도 사력자를 연구했을 때 이런 기운들을 느낀 적 있었고,


어떠한 사력자들은 사력만으로 일반인을 기절까지 시켰으니,


이 남자가 구경꾼을 주저앉게 만든 것도 어쩌면 사력이 아닐까라고, 서관호는 생각한 것이다.



“뭐, 비슷한 거지~”



남자는 특유의 능글능글한 웃음을 서관호에게 비춘 뒤,


미리 시켜두어 다 불어 터진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



서관호는 그런 남자의 옆에 앉았다.



“당신... 이 아니라, 혹시 성함이...”

“‘진 유백화’... 짧게 진이라고 불러.”

“진...”



서관호는 이 남자의 이름을 들어본 적 없었다.


최근에 올라온 골목대장의 명단에서도,


‘신수 해방 교단’의 주교들 명단에서도,


그의 이름과 비슷한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진 유백화’라는 인물이 ‘골목대장’이라건 역시 허풍이라는 뜻인가?



“진, 나와 함께, 바벨탑에 도전하자. 내가 프랜즈로 옆에서 보조해 줄 테니까.”



뭐가 어찌 되었든, 우선은 그를 옆에 두고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설령 진짜 골목대장이라면, ‘골목대장’의 동향을 알 수 있어 좋았고,


그가 진짜 골목대장이 아니라도 사력자는 거의 확실했으니까,


바벨탑에 경기자로는 더할 나위 없었다.



“크... 역시 라면은 조금 불어야지 맛있지. 여기! 밥 한 공기추가!”



진은 서관호의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시킨 밥 한 공기를, 남은 라면 국물에 말아서 열심히 먹기 바빴다.


서관호는 라면을 먹는 그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여기 음료 두 잔도 주시죠.”



지나가던 식당 아주머니에게 주문했다.



“... 크... 잘 먹었다...”



진은 품위라곤 찾아볼 수 없게,


게걸스럽게 밥을 만 라면을 순식간에 먹어 치우더니,


뒤늦게 서관호가 시킨 음료를 바라봤다.



“이 음료는... 사주는 건가?”

“뭐, 음식도 제가 살 테니까, 대화하는 값이라고 생각하세요.”

“오! 이 친구, 거래에 아주 능통한 친구네!”



진은 음료를 단번에 들이킨 뒤, 휴지를 뽑아 입을 닦았다.



“그래, 나를 경기자로 바벨탑에 참가시키고 싶다고?”

“네~ 대신...”



서관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목소리를 작게 낮추었다.



“당신이 ‘사력자’라는 걸 증명해 준다면요... 저희 쪽에서 ‘참가 티켓’까지 마련해 드리죠.”

“흠... 나는 바벨탑의 정문으로 곧장 쳐들어갈 생각이었는데? 깔짝깔짝 경기에 이기면서 바벨탑을 접수하는 건 내 성향에 맞지 않거든.”



진 유백화라는 이 남자... 역시, 미친 건가?


아무리 사력자라도, 바벨탑을 단신으로 쳐들어갈 생각을 해?


딱 봐도 산처럼 커다란 저 탑을,


자신보다 더 강한 사력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저 탑을,


아니 이런 생각을 떠나서 애초 현실미가 없는 진의 무차별적인 발언에,


서관호는 무슨 말로 맞받아쳐야 할지 조금 막막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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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4 - 36. 들판 위에서 (완결) 25.04.07 8 0 13쪽
199 4 - 35. 들판 위에서 25.04.03 7 0 12쪽
198 4 - 34. 저주받은 곳 25.04.01 8 0 12쪽
197 4 - 33. 저주받은 곳 25.03.28 8 0 12쪽
196 4 - 32. 저주받은 곳 25.03.25 8 0 12쪽
195 4 - 31. 방주 25.03.21 9 0 12쪽
194 4 - 30. 방주 25.03.17 9 0 12쪽
193 4 - 29. 수정된 장 25.03.14 9 0 12쪽
192 4 - 28. 수정된 장 25.03.11 8 0 12쪽
191 4 - 27. 수정된 장 25.03.08 8 0 12쪽
190 4 - 26. 최초의 왕 25.03.05 9 0 12쪽
189 4 - 25. 최초의 왕 25.03.04 9 0 12쪽
188 4 - 24. 바라는 자들 25.03.01 8 0 13쪽
187 4 - 23. 바라는 자들 25.02.26 9 0 12쪽
186 4 - 22. 바라는 자들 25.02.23 11 0 12쪽
185 4 - 21. 피어난 장 25.02.20 9 0 12쪽
184 4 - 20. 피어난 장 25.02.18 9 0 12쪽
183 4 - 19. 피어난 장 25.02.16 8 0 12쪽
182 4 - 18. 지금까지 25.02.13 9 0 12쪽
181 4 - 17. 지금까지 25.02.10 10 0 12쪽
180 4 - 16. 지금까지 25.02.09 12 0 12쪽
179 4 - 15. 각오한 장 25.02.06 9 0 12쪽
178 4 - 14. 각오한 장 25.02.05 9 0 12쪽
177 4 - 13. 각오한 장 25.02.02 9 0 11쪽
176 4 - 12. 퇴장과 입장 25.01.30 9 0 12쪽
175 4 - 11. 퇴장과 입장 25.01.28 10 0 13쪽
174 4 - 10. 집결 25.01.25 10 0 12쪽
173 4 - 9. 집결 25.01.22 10 0 12쪽
172 4 - 8. 집결 25.01.20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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