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안에 괴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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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바딕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4
최근연재일 :
2025.04.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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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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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34. 중독

DUMMY

‘파악된 인질들의 숫자만 5000명이 넘어가고 있어... 진짜 미친놈들인가?’



‘신수 해방 교단’


골목으로 내려간 적 없는 최관룡은 이들을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었지만,


G.G.E나 국방부 장관이 올리는 ‘골목 세력 보고서’에서 빠지지 않는 단체로,


최근엔 ‘공식 게이트’까지 테러하여 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킨 요주의 단체로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골목에 기생하는 사이비 종교 단체로서, 몇 명의 주교를 중심으로 최소 10만 명 이상의 광신도를 두고 있으며,


신도가 아닌 어떠한 사람들은 약물이나 특수한 방법으로 조종하고 있다고 했다.



‘G.G.E는 이런 기생충 따위로 처리하지 못하고 말이야... 그냥 주교나 교주를 잡아서 죽이면 되는 일 아니야?’



골목이라고 해 봤자,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고 길이 조금 미로 같은 곳이니까,


드론들을 풀어서 위치를 확인 후, 중화기로 날려 버리면 그만 아닌가?


뭐... 그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첨단 방위 기술이 집대성 되어있는 G.G.E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최관룡은 인질들의 정보가 적힌 명단을 옆에 있던 여비서에게 넘기며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뭐... 이건 기회라고 봐도 되겠지? 지금 대처를 잘해 둔다면, 국민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대통령도 가능한 이야기라고. 클클클’



지금 고층 사람들의 온 시선이, 이 바벨탑에 집중되어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공식 게이트’ 대폭발 사건 이후, 고층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었고,


G.G.E와 현 정부의 무능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


뭐... G.G.E는 희생된 요원들에게 보상을 넉넉하게 해두고, 언플을 기가 막히게 해서,


어찌어찌 도마 위에서 몸이 절반 정도 빠져나와 있긴 했지만...


아무튼, 이로써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기회만 잘 대처한다면,


앞으로의 길이 탄탄대로처럼 펼쳐질 거라는 뜻이었다.



“장관님. 방금 연락이 왔는데요... 앞으로 30분 후쯤, ‘정전민’이라는 G.G.E의 정보 참모장이 이곳에 도착한다고 하네요?”

“G.G.E의 정보 참모장...? 갑자기 왜요?”

“자세한 건 와서 설명해 준다고, 급한 일이라고 밖엔 말해주지 않았어요.”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은 바벨탑 근처에 임시로 만든 비상근무 사무실.


바벨탑에 대한 G.G.E와의 의논은 내일 이곳에서 하기로 약속 잡혀 있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오늘 이렇게 불쑥 방문하다니,


최관룡은 일단, 손거울을 들고 외모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



나는 소녀가 내게 내민 사과를 바라보다가,


옆에서 마침내 고개를 드는 커다란 꽃들을 바라봤다.



“달콤해. 달콤해...”



소녀는 어느덧 사라지고, 내 주위로 꽃들이 가득 찼다.


해바라기처럼 커다란 키에, 씨앗 대신 무수한 입들과 무수한 눈알들이 붙어 있는 꽃들이,


나를 보며 살랑, 살랑 고개를 흔들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나는 베기 시작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실로 달콤한 향기를 찾아, 과실의 향기를 찾아, 꽃들을 베고 또 베었다.



“사랑해요.”



피내음이 사방에 뒤덮일 때까지,


피가 안개처럼 얼룩져 보일 때까지,


그날 내가 보았던 들판에 다다를 때까지,



“당신은 우리의 왕이 될 사람.”

“당신은 우리의 선지자가 될 사람.”

“당신은 우리의 예수가 되어 비로소 십자가에 못 박힐 자이니, 오로지 믿음으로서 나아가는 당신은 우리에게 해방을 선사할 자이다.”



소원에는 보상이 따른다.


운명을 결정짓는 보라색의 꽃은, 보상으로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노니.


내가 당신을 보고 그날 느꼈던 감정은, 쉬고 싶었다.


그렇기에 보라색의 꽃은 나를 들판으로 안내했고,


나는 마침내 그들을 죽이지 않을 수 있었다.


다만, 그에 대한 보상으로 나는 들판으로 가기까지,


풍기는 달콤한 향기에 중독될 수밖에 없었다.



“하...”



나는 내가 쥔 검으로, 꽃들의 머리를 베었다.



“사랑해요.”



조아리면서, 떠벌리는 꽃들을 향해...


나는 보랏빛으로 물든 단도를 휘둘렀다.



“자... 그분이여. 이제, 올라가실 시간입니다. 당신의 왕좌에 앉아서, 그저 우리들의 믿음을 받드시옵소서.”



나는 그렇게 말하는 꽃의 머리도 베어 낸 뒤,


마침내 보이는 들판에서 멈춰 섰다.



----------



“뭐? 이번 일에서 손을 떼라고?”



최관룡은 앞에 있던 G.G.E의 정보 참모장인 정전민에게 두꺼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면서,


잔잔하면서도 언짢은 듯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하하하... 이 친구, 세상 물정이 이렇게 어두워서야... 이번 일은 국민분들이 지켜보고 있고, 또 내가 비공식 게이트 안보 관리 장관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이 몸이 바벨탑 사건에서 빠지겠다고 하면, 과연 국민분들과 다른 높으신 분들이 나를 어떻게 볼 텐가?”



자신은 지금까지 수백, 수천의 사람을 상대하면서 그 사람의 의도와 관심을 분석해 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더러운 정치적인 노름에서 이겨내어, 지금의 장관직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건 분명, 자신이 내세울 점이자, 아직도 정치적인 싸움에서 써먹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이런 의미로 최관룡은 지금의 상황..,


지금 이 ‘G.G.E 정보 참모장 정전민’의 협박성 말투는, 어딘지 위험하게 느껴졌다.


원래라면, 뒤로 슬쩍 한발 물러나면서 G.G.E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넘겨줬을 테지만,


최관룡은 그것보다 이제 슬슬 자신도 장관직을 넘어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앉아 보고 싶다고,


조금 과감하게 도박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장관님은 이번 바벨탑 사건에서 빼지 못하신다는 거죠?”

“... 그렇다만... 그런데, 말투가...”



탕!


한 발의 총성이 정전민의 손끝에서 울려 퍼지니, 이어서 탕! 탕! 탕!


유리창을 부수며 건물 밖에서 날아온 무수한 총알들이, 사무실 안을 뒤흔들었다.



“네... 사령관님, 최관룡 장관이 거부하여, 그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전부 사살했습니다. 그럼, 이곳을 정리한 다음 기지로 복귀하겠습니다.”



정전민은 탕! 한 발 더, 쓰러진 최관룡 장관의 머리에 총을 쏜 뒤 뒤돌아 사무실을 나갔다.



----------



눈앞에 보이는 들판 위,


그곳에서 다시금 한 소녀가 내보인 달콤한 과실 하나.



“하...”



내 입에서 한기가 뻗어 나왔다.


한기는 들판 위로 자욱하게 봉오리 지다가,


한 마리의 갈등으로 변해 안개처럼 사방으로 피어갔다.



“이곳엔 여명도, 죄악도, 과거도, 미래도, 없습니다. 단지, 그분과 과실 하나뿐이죠. 아담과 하와가 원초적 욕구를 범했던 이 과실은, 한 입 내디뎠기에 인류는 비로소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입들이 달린 해바라기꽃이 내 귓가로 뻗어와 속삭였다.



“달콤한 만찬을 즐기시죠.”



만찬... 그래, 내 삶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나는 골목 속 어딘가에서 태어나자마자, 쓰레기들이 쌓여 만들어진 작은 산에 버려졌다.


그곳에서 나는 차갑게 식어가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가인더들이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를 수집해 아지트로 데려갔다고 한다.



“아기 고기는 먹어본 적 없는데... 뭐, 성인보다야 연하고 맛있겠지.”



당시의 아기였던 나는 죽음이라는 게 뭔지 몰랐을 텐데,


그저, 쓰레기들 더미에 버려졌을 때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몸이 천천히 식어가는 거라고, 그렇게만 느끼고 있었을 텐데..


단순히 본능적으로 느꼈던 건가? 아니면 그저 우연이었던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나는 단지 그들의 만찬을 방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가야, 내가 고통 없이 빨리 끝내줄게.”



나는 나를 식칼로 내려치기 위해 잡고 있던 그의 손가락 하나를 완력으로 꺾어 버렸다.



“악!!! 뭐야!”



그는 깜짝 놀라 뒤로 넘어졌고, 곧 그의 동료들이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이 씨X 새끼가 내 손가락을 꺾었다고!”

“뭐?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기가 네 손가락을? 개소리 좀 작작 해라. 네가 식칼로 네 손가락 친 거겠지.”

“아니 씨X 봐봐! 이게 베인 거냐? 부러진 거지!”

“어디?”



그들은 내가 꺾은 그의 손가락을 살펴보더니,


곧 그들 중,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고 눈이 파란 남자가 다가와 내 손을 만지작거렸다.



“뭐, 씨X 그냥 X만한 아기 새끼인데...”



나는 내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그의 손을 거머쥐었다.



“악!!! 씨X 뭐야?”



그는 손가락을 다급히 뒤로 빼내 부러지지 않았지만,


나는 도마 위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져 멀뚱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 이놈... 씨X 바닥에 떨어졌는데 울지도 않고... 아기 맞아?”

“내 말 맞지? 이 씨X 새끼가 내 손가락을 부러뜨렸다니까! 어서 총 가져와! 내가 이 새끼 죽여 버릴 테니까!!!”

“좀! 닥쳐봐!”



내가 손가락을 부러뜨리지 못한 그는 나를 들어서 이리저리 내 몸을 살펴보았다.



“겉보기에는 평범한데...”



다른 가인더들처럼 색을 잃은 칙칙한 눈동자와 다르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같은 은은한 파란빛의 눈동자를 가진 그는,


아기인 내 눈을 잠시 동안 깊게 바라보았다.



“이거... 먹기에는 아까운 새끼인걸? 내가 데려가서 키우도록 하지.”

“뭐? 제정신이냐? 지금 식량이 동나서 사람 고기나 처먹고 있는데, 머릿수를 더 늘리자고?”

“아...! 그러면, 내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파란 눈동자인 그는 어디에서 꺼냈는지 모를 짧은 단검으로,


손가락이 부러진 그의 목을 베었다.



“여기서 가장 살이 오른 돼지를 잡아먹으면 되겠지.”

“... 컥!”



그는 숨을 헐떡이며 피가 뿜어지는 자기 목을 손으로 부여잡더니, 이내 쿵! 소리가 나게 쓰러졌다.



“이러면 머릿수도 줄고, 식량도 늘어나고... 게다가 가장 많이 처먹는 돼지도 죽으니, 이거 완전 일석삼조네!”



쓰러지는 그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가인더들의 얼굴.


당시, 걸음도 떼지 못한 신생아였던 내가, 어렴풋이 기억하는 그들의 얼굴.


나는 그 후, 눈동자가 파란색인 그에게 3살까지 키워졌다.



----------



신수를 만나지 않은 건 기적이었던 걸까?


아니면, 진 유백화의 바람이 우리를 인도하고 있는 걸까?


아무튼 서관호는 자신이 있는 이곳이 바벨탑에서 몇 층인지,


거의 정신을 반쯤 놓고 달려왔기에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이곳은 영화관이나 극장에 있는 매표소와 비슷한 곳으로,


고객이 돈을 내고 경기자에게 배팅할 수 있는 넓은 ‘홀’처럼 보였다.



“하... 하...”



그곳에서 진 유백화는 무릎을 꿇고 앉아,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 너희들도 곁에 앉아, 내 바람이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시켜 줄 거니까,”



진 유백화의 주변에서 뻗어 나온 바람이 잔물결처럼 사방으로 흐트러지더니,


우리들을 에워싸면서 가볍게 휘몰아쳤다.



“공격에 특화된 사력자가 아니었던 건가요?”



예루는 자신을 감싸는 진의 바람에,


살랑이는 앞머리로 그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 나는 공기 중에 내 사력을 입힐 수 있어. 그래서 ‘공격’에 특화되도록, 사력을 이용할 수 있는 거지. 하지만, 때에 따라서 대상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해 어느 정도의 피로를 해소해 주거나, 작은 상처를 빨리 낫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거지. 뭐, 후자의 경우엔, 애초 내 특기가 아닐뿐더러, 내 사력의 특성에도 맞지 않으니, 그냥 도움만 주는 정도라고 보면 돼.”



예루가 그를 구해줘서일까,


진 유백화는 그녀의 틱틱거림에 토를 달지 않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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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4 - 35. 들판 위에서 25.04.03 6 0 12쪽
198 4 - 34. 저주받은 곳 25.04.01 7 0 12쪽
197 4 - 33. 저주받은 곳 25.03.28 8 0 12쪽
196 4 - 32. 저주받은 곳 25.03.25 8 0 12쪽
195 4 - 31. 방주 25.03.21 8 0 12쪽
194 4 - 30. 방주 25.03.17 9 0 12쪽
193 4 - 29. 수정된 장 25.03.14 9 0 12쪽
192 4 - 28. 수정된 장 25.03.11 8 0 12쪽
191 4 - 27. 수정된 장 25.03.08 8 0 12쪽
190 4 - 26. 최초의 왕 25.03.05 9 0 12쪽
189 4 - 25. 최초의 왕 25.03.04 9 0 12쪽
188 4 - 24. 바라는 자들 25.03.01 8 0 13쪽
187 4 - 23. 바라는 자들 25.02.26 9 0 12쪽
186 4 - 22. 바라는 자들 25.02.23 11 0 12쪽
185 4 - 21. 피어난 장 25.02.20 9 0 12쪽
184 4 - 20. 피어난 장 25.02.18 9 0 12쪽
183 4 - 19. 피어난 장 25.02.16 8 0 12쪽
182 4 - 18. 지금까지 25.02.13 9 0 12쪽
181 4 - 17. 지금까지 25.02.10 10 0 12쪽
180 4 - 16. 지금까지 25.02.09 11 0 12쪽
179 4 - 15. 각오한 장 25.02.06 9 0 12쪽
178 4 - 14. 각오한 장 25.02.05 9 0 12쪽
177 4 - 13. 각오한 장 25.02.02 9 0 11쪽
176 4 - 12. 퇴장과 입장 25.01.30 9 0 12쪽
175 4 - 11. 퇴장과 입장 25.01.28 10 0 13쪽
174 4 - 10. 집결 25.01.25 10 0 12쪽
173 4 - 9. 집결 25.01.22 10 0 12쪽
172 4 - 8. 집결 25.01.20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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