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안에 괴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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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바딕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4
최근연재일 :
2025.04.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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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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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 36. 소녀의 기록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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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3살이 됐을 무렵.


나는 눈이 파란 남자에게 끌려가,


가인더들이 운영하는 어느 격투장에 내던져졌다.



“이놈 완전 괴물 새끼니. 아무나하고 붙여 봐.”

“뭐? 아직 꼬맹이 녀석인데...”

“아, 내 말 믿고 한번 붙여 보라니까. 자, 내가 당장 판돈까지 걸 테니까.”



나를 의문에 찬 눈빛으로 보던 남자는,


눈이 파란 남자에게서 돈다발을 건네받으니,


그의 의문은 곧 알 바 아니라는 듯이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자자... 꼬맹아. 내가 알려준 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알겠지?”



눈이 파란 남자는 실실 웃으면서 내게 명령했다.


당시,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인 뒤, 그의 충실한 개가 되었다.



“뭐? 나보고 이런 애새끼를 상대하라고? 크... 나야 좋지. 머리만 존나 밟아서 죽여 버려야지. 히히히”



나의 첫 상대는 살집 통통하게 올라와 있는 덩치 큰 남자.


그는 기쁜 듯이 웃으면서 경기 시작종이 치기도 전, 내게 힘껏 로우킥을 날렸다.



“뭐?”



아직, 3살이었던 나는 그의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는 키를 가지고 있었기에,


로우킥으로 날려 버리기 좋겠다고 생각한 그였겠지만,


나는 나를 걷어찬 그의 다리를 옆구리 사이에 끼어서 잡았다.


그러곤 꽉- 끌어안자, 우두둑- 나무 꺾어지는 소리가 그의 다리에서 들려왔다.



“악!!!”



그는 경기장에 드러누워 부러진 다리에 손도 대지 못한 채, 대굴대굴 굴렀다.



“승... 승자. 꼬맹이...?”



심판의 믿을 수 없는 눈이,


부러져서 덜렁대는 그의 다리와 나를 번갈아 보다가,


말을 더듬으며 승리를 선언했다.



“... 봤지? 씨X. 저 새끼, 괴물이라니까.”



나는 그렇게 약 10번의 경기를 전부, 상대의 다리나 팔을 잡은 뒤 부러뜨려 승리했다.


스텝을 밟으면서 주먹을 내지르던 그의 주먹을 잡아 찌부러뜨렸고,


축구공처럼 발로 걷어차면 그녀의 발목을 잡아 부러뜨렸다.



“씨X 저 새끼 신수 아니야? 사람으로 변장한 신수 아니냐고?!”



결국, 내게 처음으로 다리가 부러져 응급처치한 남자가,


눈이 파란 남자에게 삿대질하면서 따져 들기 시작했다.



“하! 신수라면 네 다리를 부러뜨린 뒤 잡아먹었겠지. 하지만 봐봐라.”



눈이 파란 남자는 내 머리를 손으로 헤집다가, 툭툭 쳤다.



“이게 네 눈엔 신수로 보이냐?”

“... 씨... 그러면 그 말도 안 되는 능력은 뭐로 설명한 건데? 막, 그 뭐시냐... 이상한 힘을 쓰는 애들 그런 애 아니야?”

“능력? 이게 네 눈에 무슨 능력으로 보여? 그냥 타고난 거야. 그것도 존나 강한 몸으로 말이야.”



눈이 파란 남자는 돈이든 가방을 양손에 쥔 뒤,


경기장에서 몰아치던 따가운 시선들을 뒤로한 채,


나와 함께 경기장에서 나왔다.



“크... 이걸로 몇 달은 탱자탱자 놀면서 술 마실 수 있겠네.”



그는 히죽거리는 입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인더들의 암시장까지 이어져, 닥치는 대로 술과 음식을 사드렸다.



“이야... 돈을 이만큼 쓰고도 아직 많이 남았네... 그래, 이김에 집안일 할 년도 구하자. 너를 키워주던 동거녀도 도망쳤으니 괜찮겠지.”



그는 가인더들이 납치한 골목 사람 중에서 노예로 부리기 쉬울 것 같은 순종적인 인간을 모아둔 ‘인간 시장’에 들렸다.


그곳에는 그는 인심 쓴다며 나더러 여자를 골라보라고 했다.



“역시 애를 돌보기에는 나이가 조금 있는 여자가 좋겠죠. 이 년은 어떠신지요?”



목에 특수한 장치가 족쇄처럼 채워져 있는 여인들.


그녀들은 한 사람씩 작은 철창에 갇힌 채, 상품으로서 일렬로 진열되어 있었다.



“에이... 이년은 내 스타일이 아닌데...”

“그럼 이년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노예상과 눈이 파란 남자.


나는 그런 그들을 지나쳐, 철창에 갇힌 한 여인 앞에 섰다.


그러자 그 여인은 어린 나를 보며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아... 그분이여. 당신을 항상 꿈꿔 왔답니다...”



오래전부터 기다리던 연인을 만난 사람처럼 소리 없이 흐느끼는 여인.


그때 그녀가 꿈에서 본 나는 무엇이었을까.


왜 그녀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그녀의 뼈밖에 남지 않은 야윈 얼굴 속에서,


흐르는 눈물은 어디에서 만들어진 걸까...


3살밖에 되지 않던 나는, 이런 생각 따위 하지 못했다.


여인은 의미가 퇴색된 눈물을 훔치면서, 어느 구석에 있는 작은 철창을 바라봤다.



“저... 소녀를 데려가 주소서.”



누가 들을까, 개미 기어가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철창 속의 여인.


나는 그 여인이 바라보고 있던 구석에 놓인 작은 철창으로 다가갔다.



“...”



그 속에는 열 살 조금 넘어 보이는 한 소녀가 몸을 웅크린 채, 바들거리면서 떨고 있었다.



“뭐, 우리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늘은 이 녀석이 원하는 년을 데려갈 거라서 말이지.”

“암요. 손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음?”



대화를 나누고 있던 눈이 파란 남자와 노예상이 내 뒤로 걸어왔다.


나는 철창에 갇힌 소녀를 향해, 손가락을 뻗어 보였다.



“꼬맹이가 이 녀석이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

“이 녀석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요. 애를 보기에는 나이도 어리고, 순종적일 줄 알았는데 계속 반항해서 지금은 그냥 다른 노예들 본보기용으로 오른쪽 다리의 인대를 끊어버려 잘 걷지도 못합니다요.”

“흠... 그러면 좀 싼가?”

“... 뭐, 아직 어리긴 하지만, 이 녀석은 이미 경험도 했고 하니... 제가 특별히 성인 여자의 절반 값으로 해드리죠. 다만, 가지고 놀다가 망가져도 환불은 안됩니다요.”

“절반 값이라... 뭐, 나는 어린 것은 관심 없어서 상관 없는데...”



눈이 파란 남자는 몸을 쭈그려 앉으며, 소녀가 갇힌 철창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너, 음식은 만들 줄 아냐?”

“...”



소녀는 그의 말에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얘로 하자.”



그날부터 나는 이 소녀에게 대략 10살까지 길러졌다.


그녀는 우리... 아니, 나를 위해 밥을 지어졌고, 빨래를 해주었고, 몸도 씻겨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배움을 받았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것부터,


간단한 산수나 이 세계의 역사까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내게 아낌없이 무언가를 해주었다.


나는 소녀와 함께하며,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 꼬마야... 너는 커서 뭐를 하고 싶어...?”

“여행...”

“여행? 이 골목을...?”

“어. 나는 골목을 여행하고 싶어.”



내 말을 들은 소녀는 눈에 띄게 몸이 경직되면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긴- 숨을 뱉어내며 방긋 웃어 보였다.



“그래. 너는 강한 몸을 지니고 있으니까... 신수들도 아무렇지 않게 물리칠 수 있을 거야.”

“... 누나도 나와 여행하자.”

“나는 안 돼.”

“왜?”

“나는... 다리도 절뚝이는데, 방해만 될 거야.”



소녀는 가볍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는 내 몫까지 골목을 여행하면 되는 거야. 알겠지? 꼬마야.”



가물가물하게 흐릿한 그때 그 소녀의 얼굴, 나를 응원 해주던 소녀의 목소리...


그저, 나는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자상함과 포근한 감정이 전부였기에,


그렇게 나는 10살이 될 때까지, 소녀의 그 감정만을 포식하면서, 커갔다.



“꼬마와 경기 뛰고 올 테니, 집 잘 보고 있어.”



10살이 되던 해, 나는 그날도 늘 그렇듯이 가인더들이 운영하는 어느 경기에 참가했다.


나는 전보다 더 강해진 육체로, 내게 덤비는 성인들을 전부 단번에 때려눕히며, 결승까지 쉽게 올라갔다.



“괴물 자식... 저거 진짜 사람이냐?”



몸이 근육질로 이루어진 거구의 남자도,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민첩한 여자도,


몸을 뱀처럼 움직일 수 있는 이상한 재주를 쓰는 사람도,


전부 나는 손쉽게 해치우며 결승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헤헤... 이거 또 쉽게 벌겠구먼.”



눈이 파란 남자는 판돈이 한가득 싸여 있는 투명 유리 상자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자... 결승전을 치를 거니 선수들은 링으로...”



심판이 결승에 올라간 인원들을 링으로 올라오라고 할 때,


누군가가 경기장의 출입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신... 신수! 씨X! 도망...”



고함치던 사람은 이어서 들어온 기다란 한 팔에 머리채가 잡혀 밖으로 끌려갔다.



“... 뭐... 뭐야?”



경기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에 일제히 몸이 얼어붙었고,


곧 그의 잘린 머리가 누군가의 손에 머리채가 붙들려, 빼꼼 우리에게 고개를 내밀었다.



“하하하... 살려줘... 신... 신수... 하하하하...”



이상한 표정으로 울면서 웃어 대는 그의 잘린 머리.


곧이어 사람들의 머리통들을 들고 있는 무수한 팔들이 서로 뒤엉킨 채,


경기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흐흐흑... 죽여줘...”

“하하하... 나 왜 살아 있지?”

“엄마...”

“씨X! 놔 라고!”



수많은 잘린 머리들의 하모니가 소음처럼 이 경기장 안을 가득 메우자,


경기장 있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방향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꼬마! 너는 내가 말했던 비상용 출입구로 뛰어가!”



라고 말한 눈이 파란 남자는, 경기장 한편에 놓여 있던 네모난 유리 상자를 깨부순 뒤,


돈들을 허겁지겁 크로스백에 주워 담았다.


나는 그가 시킨 대로 경기장 뒷문에 있었던 비상용 출입구로 달려갔다.



“으악!!!”

“살려줘!”



이미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버린 경기장 밖, 가인더들의 아지트.


신수로 인해, 도망친 노예들로 인해,


이미 이곳은 피 냄새가 자욱이 풍기는 학살의 현장이 되어버렸으니,


몇 개의 컨테이너 집에선 볼까지 번져 오르며,


매캐한 연기가 잔잔히 바닥에 깔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꼬마야... 나... 나좀 봐... 크큭”



나는 눈이 파란 남자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나... 봐봐... 하하하”



이미 그는 목이 잘린 채, 신수의 무수한 팔 중 하나에 머리채가 잡혀 있었다.



“꼬마야... 너, 내가 없으면 안 되잖아. 나와 함께 가자... 크크큭”



그의 잘린 머리가 내 앞으로 뻗어와, 실실 웃음을 흘렸다.



“누구 덕에 그날 살 수 있었는데...? 내가 아니었으면 너는 그날 우리에게 잡아 먹혔어. 히히히...”



나는 그의 파란 눈을 바라봤다.


그래... 나는 좋든 싫든, 이 녀석 때문에 살 수 있었다.


다른 가인더들의 죽은 눈과는 다르게, 생기가 잔뜩 머무는 그의 파란 눈 덕분에,


나는 소녀를 만나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러면 나는... 그의 말대로 여기서 죽는 게 옳은 일 아닐까?


여기서 나의 모든 걸 청산하는 게 옳은 일이 아닐까?



‘꼬마야, 만약 네가 골목을 여행하게 된다면, 가끔... 아주 가끔은 내게 와서 네 이야기를 들려주렴.’



나는 소녀가 했던 단편의 말이 떠올랐다.


포근하리만치 나를 들판에 안내해 주던 그녀의 말이.


왜인지, 내 심장을 뛰게 만들던 그녀의 말이...



“자... 너도 우리와 함께 가자.”



눈이 파란 남자의 머리가 양옆으로 갈라지며, 커다란 입이 되어 나를 씹을 것처럼 벌어졌다.



“그날... 나를 살려 준 보답으로 편안하게 해줄게.”



나는 양옆으로 벌어진 그의 머리를 양손에 쥔 채 입을 도로 닫은 뒤, 꾹- 욱 눌렸다.


그러자, 뒤엉킨 신수의 무수한 팔들이 들고 있던 사람의 머리통들을 버리고,


그런 나를 뿌리치기 위해 주먹을 날리거나, 할퀴거나, 부여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더 강하게 머리를 눌려, 터뜨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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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4 - 36. 들판 위에서 (완결) 25.04.07 8 0 13쪽
199 4 - 35. 들판 위에서 25.04.03 7 0 12쪽
198 4 - 34. 저주받은 곳 25.04.01 8 0 12쪽
197 4 - 33. 저주받은 곳 25.03.28 8 0 12쪽
196 4 - 32. 저주받은 곳 25.03.25 8 0 12쪽
195 4 - 31. 방주 25.03.21 8 0 12쪽
194 4 - 30. 방주 25.03.17 9 0 12쪽
193 4 - 29. 수정된 장 25.03.14 9 0 12쪽
192 4 - 28. 수정된 장 25.03.11 8 0 12쪽
191 4 - 27. 수정된 장 25.03.08 8 0 12쪽
190 4 - 26. 최초의 왕 25.03.05 9 0 12쪽
189 4 - 25. 최초의 왕 25.03.04 9 0 12쪽
188 4 - 24. 바라는 자들 25.03.01 8 0 13쪽
187 4 - 23. 바라는 자들 25.02.26 9 0 12쪽
186 4 - 22. 바라는 자들 25.02.23 11 0 12쪽
185 4 - 21. 피어난 장 25.02.20 9 0 12쪽
184 4 - 20. 피어난 장 25.02.18 9 0 12쪽
183 4 - 19. 피어난 장 25.02.16 8 0 12쪽
182 4 - 18. 지금까지 25.02.13 9 0 12쪽
181 4 - 17. 지금까지 25.02.10 10 0 12쪽
180 4 - 16. 지금까지 25.02.09 11 0 12쪽
179 4 - 15. 각오한 장 25.02.06 9 0 12쪽
178 4 - 14. 각오한 장 25.02.05 9 0 12쪽
177 4 - 13. 각오한 장 25.02.02 9 0 11쪽
176 4 - 12. 퇴장과 입장 25.01.30 9 0 12쪽
175 4 - 11. 퇴장과 입장 25.01.28 10 0 13쪽
174 4 - 10. 집결 25.01.25 10 0 12쪽
173 4 - 9. 집결 25.01.22 10 0 12쪽
172 4 - 8. 집결 25.01.20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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