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안에 괴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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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4
최근연재일 :
2025.04.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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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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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 42. 남겨진 것들

DUMMY

“...”



나는 학교에서 배웠던 신수 대처 방법에 대해 떠올랐다.


맨날, 듣는 지겨운 내용이라 몇 년 전부터 대충 흘려넘기면서 들었지만,


이렇게 신수에게 목숨을 위협받으니까, 그 내용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기본적으로 신수는 인간의 오감에 반응한다고 했지...’



신수, 그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오감에 반응한다고 한다.


그러니, 일단 아무 소리도 내지 말아야 했다.


숨도 참아야 했으며, 움직임을 멈춰야 하는 건 당연지사,


웬만하면 신수와 시선도 마주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으니,


나는 신수에게서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 젠장...’



김광식 녀석, 괜찮으려나?


신수에게 뒤로 튕겨 나간 친구 녀석의 이름이었다.


나는 녀석이 괜찮은지, 고개를 돌려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살랑거리면서 내 주변을 맴도는 이 실 가닥처럼 생긴 신수에,


그저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야...’



대략 1분하고 조금 더 시간이 흘렀다.


이제... 한계다.


이러다가, 기절할 것 같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코로 숨을 조금 들이마셨다.


그러자, 실 가닥은 내 코 주위로 뻗어와 흐느적대더니,


콧속을 간지럽히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 콧속으로..



“씨...”



광식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콧속을 간지럽히던 신수는 어느새,


광식이의 목소리가 향한 곳으로 실 가닥을 흐느적대면서 뻗어가고 있었다.



“씨X 모르겠다!”



나는 외치면서, 친구 녀석에게 향하고 있던 실 가닥을 발로 찼다.


욱신!


나는 마치 벽을 있는 힘껏 발로 찬 것처럼, 다리에서 격통이 느껴졌지만,


다행히 신수는 내 발길질에 흐느적거리면서 옥상 난간 밖으로까지 날아가 떨어져 내렸다.



“하... 하...”



나는 참아왔던 숨을 몰아쉬며, 광식이를 바라봤다.



“괜찮냐?”



친구는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인상을 찡그리면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지 계속해서 가쁘게 숨을 뱉어내고 있었다.



“갈비뼈... 갈비뼈 나간 것 같은데... 하... 하...”

“... 신수가 또 오기 전에 어서 가자...”



나는 그 실 가닥 신수가 다시 오기 전에 어서 이 옥상에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친구를 부축하면서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 뭐? 신수가 나왔다고?”

“그럼, 네 갈비뼈는 누가 부러뜨렸겠냐?”

“너 아니었냐?”

“지랄은... 내가 네 목숨 살려줬으니까, 나중에 밥 사라.”



그래도, 이 신수는 무차별로 공격하는 녀석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친구를 부축하며 옥상을 내려가기 위해 출입문을 열었다.



“?!”



출입문 넘어 비상계단에, 천장에서 바닥까지 무수하게 연결 되어있는 투명한 실 가닥들.


처음엔 단순히 거미줄인 줄 알았지만, 나는 이곳에 올라올 때 이런 식으로 쳐진 거미줄 따위 본 적 없었다.



“왜...? 안 가?”

“... 저게... 다 신수들이야...”

“뭐? 저 거미줄이?”



나는 다시 출입문을 닫았다.



“저 실 가닥 하나가, 네 갈비뼈를 후려친 거라고.”

“... 씨... X 됐네...”



나는 친구를 옥상 난간에 기대어 앉힌 뒤,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곤 조금 고개를 들어, 옥상 난간 넘어 바벨탑 주변 도로에 상황을 슬쩍 살펴봤다.



“... 저건...”



조금 전까지 도로에서 오와 열을 맞추어, 총을 쏘고 있던 군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가슴에 G라고 새겨진 전신 슈트를 입은 G.G.E의 요원들이,


푸른 불꽃이 나오는 화염 방사기로 바벨탑 일대를 얼리고 있었다.



“다, 다행이다... G.G.E의 요원들이야.”



가뜩이나 G.G.E가 입는다는 저 전신 슈트는 머리를 포함에 온몸을 감싸는 검은 갑주에다가, 다듬어진 예리한 곡선미가 일품이어서,


SF 영화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엄청 많은데, 이렇게 구원자처럼 나타나 신수들을 때려잡고 있으니, 나는 역시 G.G.E에 꼭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나 숨이 점점 안 쉬어지는데?”

“조금만 참아 봐. 곧... 구출 받겠지...”



나는 굳게 닫힌 출입구의 철문을 보며, 말했다.



----------



‘그래도 골목보다는 나은게... 맞겠지?’



이서준은 바벨탑에서 튀어나온 이 실 가닥 신수를,


푸른 불꽃을 뿜어 일대를 순식간에 얼려버릴 수 있는 ICG라는 무기로 제압하면서,


조금씩 도로를 나아가고 있었다.



‘‘신수 해방 교단’의 주교라도 만나면 큰일인데 말이야...’



신수보다도 만나기 싫은, 괴물들.


녀석들 때문에 동료들을 지금까지 몇 명이나 잃었는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동료부터, 고향 친구였던 동료까지.


어림잡아 6명은 소식이 끊긴 것 같은데...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이제는 무슨 자연재해처럼 느껴져,


자신만큼은 꼭 이 G.G.E에서 생존하여, 정년퇴직할 거라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그런데, 하필 신수 해방 교단이 있었다던 이 바벨탑으로 파견 나오다니.



‘... 뭐, 괜찮겠지.’



지금까지 대략 12년 정도 G.G.E에서 근무했다.


그래서 대충 현장의 분위기만 봐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곳엔 ‘신수 해방 교단’의 주교가 없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들은 항상 모습을 감출 때 신수를 이용해 교묘히 시선을 돌리는 전략을 많이 사용해서도 있었고,


고층을 칠 거였으면 신수들과 협공을 했지, 이런 식으로 신수들을 소모품 취급하진 않았을 것이다.



“팀장님. 바벨탑 도로 일대에 있는 신수들은 정리된 것 같은데, 이제 건물 안에 민간인들이 있나 확인해 볼까요?”



이서준은 쓰고 있던 헬멧 안에서 팀원의 목소리가 들리자,


걸음을 멈춰 서서 두리번거리며 바벨탑 주변에 있는 상가들을 확인했다.



“그러자... 어차피, 건물 안에 있는 신수들도 마저 처리해야 하니까.”



자신이 맡은 임무는 바벨탑 인근에 있는 실 가닥 신수를 처리하는 것을 우선으로,


부가적으로 탈출하지 못한 민간인이 있으면 구출하는 것이 이번에 주어진 임무였다.


정부 쪽에서는 민간인을 먼저 구출해야 한다고, 왈가불가하고 있긴 했지만,


솔직히 그건 신수에 대해 뭘 모르는 고층 사람들의 무식한 발언이라고, 이서준은 생각했다.



‘민간인을 구출하기 위해서 신수를 내버려 뒀다가, 신수들이 고층에 잠입하면 어쩌려고... 더 큰 희생만 늘어날 텐데 말이야.’



신수들은 진화한다.


오로지 인간을 보다 더 수월하게 사냥하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사냥 방법이나 극단적으로는 생김새까지 변화한다.


이런 신수를 내버려 둔다는 건, 지금 당장 진압할 수 있는 불길을 내버려 두고, 굳이 불이 번지지 않은 옆집에서 사람을 빼내 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아 뭐, 정치적인 거겠지...’



이서준은 이제 잡생각 따위는 치우고 일에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바벨탑 주변에 있던 어느 상가 안으로 함께 있던 두 명의 팀원과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이서준 대장은 들리는가?”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가 통신하여, 일단 팀원들에게 멈추라는 손짓을 보냈다.



“듣고 있는데, 무슨 일인지?”

“나는 G.G.E 신수 연구 개발 부서에서 파견 나온, 구장류 팀장이라고 한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지금 바벨탑 내부로 진입하려고 하는데, 바벨탑 정문까지만 잠시 엄호해 줄 수 있는가?



신수 연구 개발 부서가 바벨탑에 들어간다고?


그렇다는 건, 바벨탑 내부에 있는 신수들을 처리해 준다는 말?


뭐, 할 일을 덜 수 있어 좋긴 했지만, ‘신수 연구 개발 부서’에서 바벨탑에 올 정도면,


뭔가 상당히 큰 사건이 이곳에서 일어났었다는 것으로,


게다가 엄호가 필요하다는 건 아직 그 사건이 일단락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서준은 조금 지나친 생각인 것 같았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



“엄호는 가능하지만, 신수 연구 개발 부서에서 바벨탑에 들어가려는 이유를 알고 싶다. 그래야지, 우리도 앞으로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으니, 부디 협조 부탁한다.”



G.G.E에서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일반적인 임무’에 투입될 경우, 해당 임무에 모든 권한을 팀장이 갖게 되어있다.


골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태에 대비하려면 그게 가장 현명한 판단이었고, 해결책이었다.


그래서 신수 연구 개발 부서에서도, 지휘부에 연락을 취하는 게 아닌 지금 현장에 투입된 자신에게 허락을 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연구 소재 확보와 현장 조사가 우리의 주 임무다, 현재 바벨탑 내부에 있었던 ‘신수 해방 교단’은 물러갔으니, 안심하길 바란다.”



역시... 신수 해방 교단 사람들은 물러간 거였군...


아니, 진작에 그런 정보를 현장에 투입된 우리에게 먼저 알려주면 안 되나?


G.G.E의 지휘 체계에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것만큼은 진짜 바뀌었으면 하는 것이, G.G.E는 팀원으로 구성되어 활동하는 만큼,


각각의 팀별로 정보가 들쭉날쭉하다는 것이었다.


방금도 자신은 ‘신수 해방 교단’에 대해 그저 예측했지만,


‘신수 연구 개발 부서’에선 확신까지 하는 거로 보았을 때,


자기들 방식으로 이미 바벨탑 내부 사정을 안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정보를 좀 어디에 고지라도 해놓든가 했으면, 우리도 불안에 떨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알겠다. 그러면, 바벨탑 정문과 정문으로 가는 길목을 엄호하면 되겠나?”

“그거면 된다. 그러면, 약 5분 후에 출발할 테니, 엄호 부탁하겠다.”



이서준은 다른 팀원들에게 지금까지 들은 내용을 말해준 뒤, 바벨탑 정문으로 향했다.



----------



G.G.E에서 통화를 막은 건가?


아니면... 신수가 통신 기기를 마비시켰기 때문인가?


나는 어떤 이유에선가 통화권 일탈이라고 뜬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조심스럽게 옥상에서 내려갈 수 있는 출입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후... ’



지금까지 별다른 일이 없는 거로 보았을 때, 신수들이 이미 다 밑으로 내려갔거나,


나도 모르게 이곳으로 들어온 G.G.E 요원들이 처리하지 않았을까?


만약 그 실 가닥 신수가 없다면, 이 옥상에서 내려가 친구 녀석이 치료받아야 할 것 같은데... 라고 나는 생각하면서, 출입문의 문고리를 천천히 열었다.



‘... 뭐야? 저건...’



실 가닥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실 가닥들이 매달려 있던 천장에는 사람 크기만 한 고치로 보이는 것들이 달려, 꿈틀대고 있었다.



“진짜... X 됐네...”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고치...


신수가 곤충처럼 변태라도 하려는 걸까?


나는 일단 출입문을 다시 닫고, 신음하고 있던 광식이에게 다가갔다.



“야... 너 움직일 수 있겠냐?”

“뭐?”

“아니... 너 움직여야 한다.”

“왜...?”

“저 문 안에 있던 실 가닥 녀석들이 뭐로 변하고 있어...”

“변하고 있다고?”

“그래... 아무래도, 이곳에 계속 있으면 우리 전부 뒤질 것 같은데?”



고치 같은 거로 변한 실 가닥 신수들.


내가 생각하는 저 고치 같은 것이, 곤충의 고치 같은 역할을 하는 게 맞다면,


지금 저 안에 있는 실 가닥 신수들은, 환경에 맞추어 진화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신수는 처한 상황에 따라, 사냥법을 바꾼다고 배웠으니까,


그런데, 그게 자기 몸까지 바꾼다는 건 몰랐는데...


아무튼 일단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저 신수가 무언가로 변하기 전에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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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4 - 36. 들판 위에서 (완결) 25.04.07 4 0 13쪽
199 4 - 35. 들판 위에서 25.04.03 5 0 12쪽
198 4 - 34. 저주받은 곳 25.04.01 6 0 12쪽
197 4 - 33. 저주받은 곳 25.03.28 7 0 12쪽
196 4 - 32. 저주받은 곳 25.03.25 7 0 12쪽
195 4 - 31. 방주 25.03.21 7 0 12쪽
194 4 - 30. 방주 25.03.17 8 0 12쪽
193 4 - 29. 수정된 장 25.03.14 7 0 12쪽
192 4 - 28. 수정된 장 25.03.11 7 0 12쪽
191 4 - 27. 수정된 장 25.03.08 7 0 12쪽
190 4 - 26. 최초의 왕 25.03.05 8 0 12쪽
189 4 - 25. 최초의 왕 25.03.04 8 0 12쪽
188 4 - 24. 바라는 자들 25.03.01 7 0 13쪽
187 4 - 23. 바라는 자들 25.02.26 8 0 12쪽
186 4 - 22. 바라는 자들 25.02.23 8 0 12쪽
185 4 - 21. 피어난 장 25.02.20 7 0 12쪽
184 4 - 20. 피어난 장 25.02.18 8 0 12쪽
183 4 - 19. 피어난 장 25.02.16 7 0 12쪽
182 4 - 18. 지금까지 25.02.13 7 0 12쪽
181 4 - 17. 지금까지 25.02.10 9 0 12쪽
180 4 - 16. 지금까지 25.02.09 10 0 12쪽
179 4 - 15. 각오한 장 25.02.06 8 0 12쪽
178 4 - 14. 각오한 장 25.02.05 8 0 12쪽
177 4 - 13. 각오한 장 25.02.02 8 0 11쪽
176 4 - 12. 퇴장과 입장 25.01.30 8 0 12쪽
175 4 - 11. 퇴장과 입장 25.01.28 9 0 13쪽
174 4 - 10. 집결 25.01.25 8 0 12쪽
173 4 - 9. 집결 25.01.22 9 0 12쪽
172 4 - 8. 집결 25.01.20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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